플러그인을 선택하는 기준

2021. 5. 24. 02:42Journal/CaLiUM

Source: iconcollective.edu

사람마다 각자 플러그인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 각자의 기준이 모두 다르기에 어떤 플러그인을 구매하는 것이 절대적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나름 플러그인을 많이 모았고, 얼추 써봤다고 말할 수 있는 필자의 플러그인 선택 기준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한다.

1. 아날로그 복각 플러그인과 디지털 플러그인의 밸런스.

  처음 플러그인에 관심을 가졌을 때, 남들이 말하는 오존이나 소시지 패트너 같은 유명한 플러그인을 매우 갖고 싶었다. 그러다, 믹스에 대해서 조금씩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기고 나서부터 아날로그 복각 플러그인과 디지털 오리지널 플러그인의 조화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아날로그 복각 플러그인의 종류로는 크게 사운드토이즈나 UAD 등의 플러그인이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는 소스에 색체를 더해준다. 색채를 더한다고 하면 결과적으로 소스의 왜곡이지만, 귀에 좋게끔 왜곡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에 많은 엔지니어들이 택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날로그는 뮤지컬적인 성향이 깊다. 대부분의 아날로그 장비들은 디지털과 다르게 노브의 파라미터들이 대략적으로 표기되어 있다. 그러나 그렇기에 음악적이다. 오히려 정확하지 않기에 쓰인다. 아날로그 기기들이 가지고 있는 어딘가 어중간함 덕분에 음악이 살아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디지털은 차갑다. 차갑지만 냉정하고 정확하다. 기술의 발전은 아날로그 작업 환경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원하는 부분만 완벽하게 "수술"할 수 있게 되어 결과물의 퀄리티와 작업 속도의 향상을 불러왔다. 한때는 디지털 플러그인으로만 모든 프로세싱을 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듣던 "비싼 소리"가 아니었기에 아날로그 장비와 디지털 플러그인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로 나아가는 추세다. 이러한 기준에 맞춰 필자가 선택하는 플러그인들은 아날로그 복각이냐, 디지털이냐로 1차적으로 나뉜다. 흔히 들어본 UAD나 Soundtoys, Softube가 아날로그 복각 플러그인, Fabfilter나 iZotope 같은 회사들의 플러그인들이 디지털 플러그인이라 보면 간단하다. 같은 하드웨어를 복각했다 하더라도, 개발을 진행하는 회사의 방식이나 철학에 따라 소리가 조금씩 다르다. 혹자는 플러그인마다 알맞는 장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같은 종류의 플러그인을 여러개 모으는 경우도 생긴다.

요약-> 필자는 주로 아날로그 복각 플러그인을 주로 사용하지만 Fabfilter와 같은 디지털 플러그인도 혼용해서 사용한다

2. 같은 플러그인, 다른 플랫폼. 양갈래길에서의 선택법 

 UAD에서 판매하는 플러그인들은 UAD에서만 독점 판매하는 플러그인들도 있지만, 보통은 다른 제조사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필자는 둘의 성능이 완벽히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네이티브 플러그인을 선택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범용성이다. UAD 플러그인은 전용 DSP가 있어야 가동된다. 네이티브는 CPU가 허락하는 한 플러그인의 제한이 없다. 내가 작업하는 곳은 개인 스튜디오 환경이 대부분이지만, 출장 등의 이유로 UAD를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필자는 되도록 네이티브 버전의 플러그인을 구매한다. 가끔 예외가 있는데, 네이티브 버전의 업데이트 정책이 형편없는 경우엔(예: Waves) UAD 플러그인을 산다.

요약-> 동일한 플러그인, 다른 판매처의 경우 독점 등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하여 플러그인을 구매한다.

3. 같은 값이면 번들

 늘 그렇듯, 플러그인은 단품으로 사는 것보다 번들로 사는 것이 이득이다. 그 중에는 잘 쓰지 않을 것 같은 플러그인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것 때문에 번들을 사는 걸 주저하는 사람도 있다. 번들로 사는 만큼 뽕을 뽑아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사고 싶은 플러그인을 단품으로 구매했을 때의 가격과 번들 가격을 비교하고 결정하자. 일례로, 필자는 izotope ㅡMusic Production Bundle에서 뉴트론, 보컬신스를 쓰지 않는다. 오직 오존과 RX만 바라보고 번들을 산다. 물론 번들 안에는 훌륭한 플러그인들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분명 포지션이 겹치는 플러그인이 있을 것이고, 손이 잘 가지 않는 플러그인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품보다 저렴하다면 필자는 단품을 산다.

요약->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인이 있어도 보다 저렴하다면 번들을 구매한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무엇인가? 간단하다. "필요하다면 산다" 제목이 곧 결론이다. 그 플러그인이 당장 지금 작업에 필요하다면 고민 말고 사라. 그것이 정가라도 괜찮다. 내 작업에 투입해서 빛을 발할 수 있다면, 그걸로 돈을 벌 수 있다면 투자한 돈은 전혀 아깝지 않다. 만일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플러그인 구매 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늘 질문해줬으면 한다. 그만큼 필자도 그 플러그인을 다시 살펴보게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