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et Display

2017. 5. 27. 23:04Journal/INTroduCE

 필자는 어린 시절부터 듀얼 모니터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TV나 영화에서 나왔던 똑똑하고 정의로운 주인공들은 언제나 2개 이상의 모니터를 사용했다. 메인 모니터에 범인의 정보를 띄워놓고 다른 모니터로 일을 처리하던 주인공의 모습에 어린 시절의 필자는 쉽게 매료되었고, 어느샌가 무의식에 잠재되어버렸다. 이 막연한 염원은 노트북을 구매하고, 방을 확장하고, 모니터를 하나 더 구매해 듀얼 모니터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서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미 목표는 이루어졌지만, 최근 시작하게 된 음향 분석을 위한 모니터링 프로그램들을 몰아놓을 공간이 필요했기 추가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추가 모니터 환경을 구성하는 데 봉착한 가장 큰 난관은 역시 예산이었다. 염원과 욕망은 무한하지만 예산은 한정적이다. 예산을 아끼면서 필자가 생각한 조건에 걸맞는 소형 모니터를 구성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단 조건에 부합하는 모니터들이 있었지만 예산의 범위를 초과했고, 저렴하게 가자니 조건에 맞지 않았다.. 중고로 구성하려 해도 매물이 그리 많이 보이지 않았다. 수 일을 고민하던 중, 그냥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을 재활용하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필자에게는 마침 아이패드 2가 있었다. 그리고 예전에 아이패드를 소형 모니터로 구성할 수 있다는 글을 본 기억도 살아났다. 그래서 큰 맘 먹고 아이패드를 손쉽게 외장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주는 App을 구매하게 된다.

 Duet Display(링크)는 말 그대로 아이패드/아이폰을 듀엣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HDMI나 miniDP 등 추가적인 포트들은 필요 없고 그냥 30Pin 케이블 혹은 Lighining 케이블만으로 손쉽게 외장 디스플레이를 구축할 수 있다. 애플에서 근무하던 엔지니어들이 만들었기에 가장 macOS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홍보를 하는데,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데모를 돌려 보는 방법이지만, 아쉽게도 데모를 돌려 볼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믿고 질렀다. 믿어야지. 별 수 있나.

 Duet Display는 macOS뿐만 아니라 Windows도 지원한다. 또한 In-App 구매를 통해 Pro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데, Pro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할 경우,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 펜슬을 지원한다. 즉,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액정 태블릿을 장만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액정 태블릿의 최소 가격이 100만원 이상이라는 걸 고려했을 때, 충분히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Duet Display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의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먼저 아이패드와 PC/Mac에 Duet Display를 미리 설치하고, 외장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아이패드를 PC 혹은 Mac에 연결을 해야 한다, PC/Mac 버전은 무료로 설치가 가능하지만 iOS 버전은 유료다. 이전엔 훨씬 비쌌지만, 2017년 5월 27일 기준 50% 할인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9.99$에 구매할 수 있다. 평소에 0.99$ 혹은 Free App만 골라서 다운로드하던 필자에게는 굉장히 큰 돈이지만, 과감한 투자를 위해 눈 딱 감고 구매했다.

 UI는 굉장히 심플하다. App을 실행하면, 그냥 알아서 연결된다. 물론 초기 설정이 이상하게 꼬이는 경우를 대비해 사용자가 직접 커스터마이징하할 수 있게 추가적인 메뉴를 마련해두었다.. 그러나 이는 아이패드 안에서 설정할 수 없다. PC/Mac과 아이패드가 Duet Display로 연결된 그 순간,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모든 설정들은 PC/Mac의 Duet App에서 이루어진다. 만일 자신의 Mac이 터치바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Duet을 통해 터치바를 체함할 수도 있다. 물론 화면을 일부 차지하기에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터치바 옵션을 끄고 그냥 디스플레이로만 활용한다.

  Window 버전의 경우, 세팅 매뉴가 미묘하게 다르다. 세팅할 수 있는 기능들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이 점을 보았을 때, 그들이 내건 'Apple 개발자들이 만든 App' 란 캐치프라이즈에 정확히 부합한다. 즉, 보다 세세한 디스플레이 설정은 macOS만 지원한다

 Duet Display는 앞서 설명했듯이 USB 케이블을 통해 연결되기 때문에 레이텬시에 대한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레이턴시가 발생하긴 하지만, 실사용에 있어서 무시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는 구형 기기인 아이패드 2에서도 나름 부드럽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패드 안의 CPU 처리 때문에 일부 환경에서는 버벅이지만 일반적인 웹서핑 혹은 카카오톡 같은 프로그램을 띄우고 작동할 때는 느리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동영상을 하나 올려놓았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Conclusion

 Duet Display까지 포함해서 트리플 모니터가 구성된 필자의 작업실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잉여롭게 굴러다니던 아이패드 2는 디스플레이로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설정에 따라 배터리가 충전되는 게 아니라 야금야금 빨린다는 게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이지만 워낙 돈 값 이상의 성능을 보여주고 있어 환불하지 않고 잘 사용하고 있다. 

 Duet Display를 구매했다고 해서, 필자의 모니터 욕심에 불이 꺼진 건 아니다. 필자의 머리는 지금도 어떻게 하면 좀 더 그럴듯하게 룸 어쿠스틱 및 작업 환경을 괜찮게 만들 수 있을까 하며 설계각을 재는 중이다! 그러려면 물론 추가 예산과 대대적인 방 정리가 예상되므로 일단 계획으로만 잡고 있다. 아직도 정리하고 도입해야 할 부분이 아직도 많지만, 예산 사정으로 인해 현재 시스템이 당분간 정착하기로 했다. 물론 아무것도 없었던 이전의 방과 비교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여기까지 들여온 것도 솔직히 신기할 따름이다. 정신 차리고 곰곰히 뜯어보니 확실히 달라졌음이 느껴진다. 하나하나 바꾸고 세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방을 꾸미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