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ctua Thermal Compound - NT-H1

2016. 10. 10. 18:51Journal/INTroduCE

 군대에 있을 때, 필자는 그리스 작업이 가장 싫었다. 끈적끈적하고, 언제나 손에 묻으면 기분나쁘고, 심지어는 색도 영 좋지 않았다. 그러나 기갑 병과에게 있어 그리스는 또 하나의 전우와도 같았고, 어떤 훈련이든 그리스는 함께 따라왔다. 말년이 되어서야 그리스와 이별하는 줄 알았으나, 필자의 후임병들이 그리스를 다루는 스킬이 부족했기에, 게다가 하필이면 전장비전투지휘검열이 다가오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그리스와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고야 말았다. 그리스 부품 다 고치고 나왔다. 힘들었다. 사회에 나가서 더 이상 그리스와 관련이 없을 줄 알았건만, 왠걸! '서멀 그리스'를 만나고야 말았다. 그래도 15리터 정도 하던 장비용 그리스에 비해 서멀 그리스는 작으니까.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고로, 오늘은 서멀 그리스 소개를 해볼까 한다. 서멀 그리스계의 명품이라 불리는 녹투아 社의 NT-H1이다.

 녹투아는 서멀 그리스 뿐만 아니라 컴퓨터용 쿨러로도 유명한 회사다. 오스트리아에 위치해 있으며 무시무시한 냉각 능력들을 보여주는 물건들을 자주 내놓곤 한다. 필자는 조립컴을 맞춰주기만 했지, 노트북이나 태블릿 PC와 같은 온-보드 컴퓨터에 관심이 많아서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은 없다. 여하튼, NT-H1은 녹투아에서 출시한 서멀 그리스로, 고오급 서멀로 인터넷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모델이다. 혹자는 이 서멀을 바르고 나서 컴퓨터 온도가 훅 떨어졌다는 후기를 올리기도 했다. 이제 필자도 슬슬 작업용 데스크탑을 맞춰야 할 시기가 가까워져 오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할 겸, 성능 체험도 할 겸 한 번 써보기로 했다. 용산에서 9,000원 주고 샀는데 인터넷 최저가 6,000원 초반대더라. 되도록 인터넷에서 사자.

 각설하고, NT-H1의 모습이다. 젠장. 알파벳이 적혀 있는데 몇몇 단어밖에 모르겠다. 포장과 디자인은 단촐하다. 주사기 하나. 끝이다. 왠만한 서멀 그리스를 용산에서 1000원에 벌크로 파는 걸 생각하면, 성의 있는 패키징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어찌 보면 과대포장일 수도 있겠지만.

 뒷면에는 꽤 실용적인 팁들과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 영어로. 주의사항은 6개 국가의 언어로 적혀 있는데,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게 일본어 뿐이었다. 좌측에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서멀 그리스를 CPU에 바를 수 있는지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필자가 봤을 때는 뭔 차이인지 모르겠다. 조립 컴퓨터를 만졌던 게 꽤 오래 전 일인지라....

 자, 그럼 모르모트를 소개하겠다. 필자와 대학 생활, 그리고 군 생활을 함께 해온 ThinkPad Edge E530 모델이다. CPU 교체형으로 출시되었기에 노트북용 CPU만 있다면 갈아치울 수 있고, 외장 그래픽 카드가 박혀 있는 놀라운 가성비를 보유한 60만원 후반대 노트북이라 말할 수 있다. 기존에 발라저 있던 서멀들은 이미 다 닦아내었다. 기본 서멀이 굳어가지고 덩어리째로 떨어져 나오더라. 솔직히 놀랐다.

 ThinkPad에 내장되어있던 쿨러다. 올빼미 날개 공정인가 뭔가 적용되어서 무척 조용하다곤 하는데, 확실히 쿨링 능력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싹 다 닦아내주자. 닦는 김에 3년 묵은 먼지도 날리고... 이제 코어 위에 0.5mm 정도 구를 만들어서 묻혀주자.


 아. 한 가지 까먹었다. 오랜만에 바르는 서멀 그리스라 사진 찍는 것을 까먹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쿨러까지 다 연결하고 온도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필자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젠장. 서멀 그리스를 바를 때엔 0.5mm의 구를 만든 다음, 그냥 쿨러로 지그시 눌러버리면 된다. 아니면 인터넷에 "서멀 잘 바르는 법" 치면 나온다. 그대로 하자.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뭐... 체감을 모르겠다. 온도가 낮아진 거 같기도 하고... 이전 온도를 모르니 그냥 낮아졌다고 생각하는 게 돈아끼는 거 같다. 만원 언저리 주고 산 서멀인데 제 값은 하겠지.


Conclusion?

 요즘 사제 쿨러를 구매하면 어디 거인지 모르는 서멀을 덤으로 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럴 바엔 그냥 이런거 하나 6천원에 사서 두고두고 써놓는 게 좋지 않을까? 저게 치약도 아니고 물방울 크기만큼 짜서 쓰면 데스크탑 10대는 바를 수 있을 양이다. 사실 물방울 크기도 많은 편이긴 하다.

 필자의 경우, 나중에 데스크탑을 맞출 걸 대비해서 서멀 그리스를 구매한 건데 정작 지르라는 데스크탑은 안 지르고 맥북을 질러 버렸다. 그리고 NT-H1은 조립을 부탁받은 친구 컴퓨터에 사용했다. 주객이 전도된 거 같지만,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본다. 추후 맞출 데스크탑엔 저 서멀을 써야겠다. 그때는 제대로 작업기도 찍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