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uria - V Collection

2023. 2. 6. 16:50Journal/Musical Software

 2023년 1월 잠시 일본에 다녀왔다. 4년 만의 일본 방문이라 무언가 새로울 줄 알았는데, 코로나 이전보다 어딘가 다운그레이드된 느낌이 많아서 당황스러운 부분들이 많았다. 무언가 아이디어를 얻으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며 방문했지만 과거의 기억과 달리, 일본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빈티지 샵 방문. 다른 이들이 사용하던 악기나 가전 등을 매입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리사이클 스토어는 생각 이상으로 진귀한 보물을 건질 기회가 많다. 마침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음악을 시작한 유서 깊은 음악 강국이다. 한국보다 빈티지 악기나 장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고 무작정 키치죠지로 향했다. 키치죠지와 시부야에 있는 빈티지 악기샵을 둘러보면서 JUNO-60 및 SH-101, Neve 33609J 등 한국에서 보기 힘든 다양한 장비들에 수없는 구매 충동이 끓어오르는 동시에, 어딘가 형언할 수 없는 빈티지에 대한 향수가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도 한번 자라난 느낌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걸리면 안 되는 병에 걸렸다. 바로 장비병이다. 특히 빈티지 장비병이 가장 무서운 법이라는데, 어쩔 수 있나. 일단 해소를 시켜야지. 빈티지 장비 하면 가장 유명한 회사? 필자의 글에서 자주 등장하는 Arturia가 또다시 등장할 차례다.

 지금에 와서야 돌이켜보면 Pigments, Fx Collection 리뷰도 했고, 국내 간담회에도 참여했을 정도면 사실 필자도 Arturia의 충성 팬인 듯하다. 여러 번 소개했지만 Arturia에 대해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훌륭한 하드웨어 모델링 기술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악기도, 하드웨어 신디사이저도, 모듈러 신디사이저도, 마스터 키보드도,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만드는 팔방미인이다.

 본 포스팅에서 소개할 V Collection은 Arturia의 본 실력을 볼 수 있는, Arturia의 플래그십 플러그인 번들이다. Arturia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놓은 일등공신이자, Arturia 충성 팬을 만들어낸 그야말로 Arturia의 근본이다. 앞서 소개한 바 있던 Pigment를 탄생하기까지 V Collection을 개발하던 노하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 감히 예상해 본다. V Collection은 신디사이저가 개발된 이래 음악 시장을 지배할 정도로 애용되었던 "명기"들을 Arturia의 기술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낸 건반악기 번들이다. 옛날 팝송이나 한국 가요에서 들어볼 수 있는 대부분의 신디사이저 소리들을 이 번들 하나에서 만나볼 수 있다.

 V Collection의 가격은 최신 번들인 9 기준, 599달러(한국 가격은 599,000원)지만 세일을 자주 하고 있어 평균적으로 239달러(한국 가격은 239,000원)에 많이 판매된다. 할인해도 비싸지만, 다양한 신디사이저 모음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는 메리트 덕분에 매우 인기가 많다.


본 포스팅은 Plugin Boutique의 플러그인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본문에 있는 구매 링크를 통해 상품을 구입하실 경우, 리뷰어에게 일정 수익이 지급됩니다.

 

Arturia V Collection 구매 링크 (PluginBoutique)


구매 & 제품 등록. 그리고 설치

 Arturia V Collection를 구입하는 방법은 무척 다양하다. Arturia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고, 해외 플러그인 전문 스토어에서도 구입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도 "삼아사운드"를 통해 정식 수입되어 판매 중이다. 필자가 플러그인을 구매할 때에는 주로 국내 아니면 해외의 플러그인 전문 스토어를 이용하는 편이다. 국내의 경우, 국내 전용 카드를 이용해 "할부" 결제할 수 있어 체감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해외의 플러그인 전문 스토어는 해외 결제를 지원하는 카드를 이용해야 하고 할부가 제한적이지만, 다양한 할인 행사 및 번들 증정 행사를 진행해 체감 비용이 국내보다 더 낮은 경우도 빈번하다.  Plugin Boutique에서 구입할 수 있다. Plugin Boutique에서는 플러그인을 구입 시 사은품으로 다른 플러그인을 주는 이벤트를 자주 하고 있다. 만일 Plugin Boutique를 사용하지 않았던 분이라면 이 참에 사용해 보는 것도 좋다. 아래의 접은 글에서는 Plugin Boutique를 통해 Arturia V Collection을 구입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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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구매

 Arturia V Collection 구매 링크 (PluginBoutique)를 클릭하거나, Plugin Boutique(링크)에 접속한 후, 검색창에 "Arturia V Collection"을 검색하면 위와 같은 화면이 나타난다. Plugin Boutique는 회원 가입을 하지 않아도 상품 구매가 가능하지만, 회원 가입을 하는 편이 추후 라이센스 관리에 용이하다. 기본값은 파운드화로 나타나지만 달러나 엔, 유로화로 가격을 바꿔가며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 원은 지원하지 않으므로 해외 결제가 지원되는 카드나 페이팔 계정을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Add to Cart를 클릭하여 상품을 내 장바구니로 담자.

 홈페이지 상단 우측에 자리 잡은 Cart를 누르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타난다. 이 화면에서는 이번 구매로 적립되는 캐시, 구매로 적립되는 토큰을 확인할 수 있으며 상품 구매로 받을 수 있는 무료 선물을 선택할 수 있다. 만일 Plugin Boutique에서 처음 구매한다면 Claim Gift를 클릭해서 무료 선물을 받아가는 게 좋다. 플러그인 하나만 샀을 뿐인데 공짜로 다른 플러그인들도 가져갈 수 있다. 무료로 받을 수 있는 플러그인들은 기간에 따라 다르니 미리 구매 전에 어떤 걸 무료로 주는지 체크해 보는 것도 좋다. 모든 작업이 완료되었다면 초록색 "Secure Checkout"을 눌러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상품을 확인했으니 주소를 입력할 차례다. 아래에 주소를 간단하게 입력하고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자.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이제 최종 결제만 남았다. 앞서 입력한 모든 정보들이 정확한지 다시 한번 확인하자. 이상이 없다면 스크롤로 아래로 내려가 결제 수단을 선택하면 된다. 해외 사이트인 만큼 구글 페이, 신용카드, Paypal을 지원한다. Visa나 Mastercard 로고가 붙어있는 카드라면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를 누르고, 시키는 대로 하면 어느 순간 결제가 완료되어 있다. 검증된 사이트니 카드 정보가 도용되거나 하지 않는다. 안심하자.

 결제가 끝난 후, 상단의 "My Account"를 클릭하면 방금 전에 구매한 Arturia V Collection의 시리얼 번호가 표시되어 있다. 여기서 설치 파일 다운로드와 설치 시 주의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만일 시리얼 대신 영문으로 긴 안내문이 표시되어 있다면 아직 전산상으로 시리얼 번호가 발급되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조금 기다려야 한다.

제품 등록 & 설치

 이제 시리얼 등록이 남았다. 시리얼 등록에는 Arturia 계정이 필요하므로 미리 만들어두는 걸 추천한다. 계정을 만들었다면 제품 등록 페이지에 접속해서 PluginBoutique에서 받은 시리얼 번호와 Unlock Code를 입력한다. 입력 후 "Register" 버튼을 눌러 다음으로 진행하자.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왔다면 Arturia 계정에 성공적으로 V Collection이 등록되었다. 이제 설치가 남았다. 수동으로 V Collection 설치 파일을 받아 설치할 수도 있지만 양이 워낙 방대하기도 하고, 컴퓨터 인증 등의 기타 이유로 Arturia에서는 Arturia Software Center(ASC)를 이용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추후 Arturia의 플러그인 업데이트도 ASC를 이용하기 때문에 되도록 설치하자.

 Arturia Software Center(ASC)를 실행하면 다음과 같이 계정에 등록된 플러그인 리스트가 표시된다. 방금 등록한 V Collection을 찾은 후 Activate 버튼을 클릭, 조금 기다렸다가 Install 버튼을 클릭하면 컴퓨터에 플러그인 인증 및 설치가 완료된다. 필자의 라이센스는 별도로 제공받은 라이센스라 플러그인 이름 옆에 별도로 "NFR"이라는 표시가 나타나지만 일반 라이센스는 아무것도 안 뜨니 걱정하지 말자. V Collection는 용량과 종류가 방대한 만큼 설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시간과 컴퓨터 용량을 미리 확보해 놓길 권장한다.

First Look

 무사히 제품 인증 및 설치까지 마무리한 후 바탕 화면을 확인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바탕 화면을 뒤덮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V Collection는 이름처럼 다양한 악기들을 묶어놓은 악기 번들이다. 못해도 30개 이상은 설치된다 보면 된다. 필자가 설치한 버전은 V8인데, V9에서는 악기들이 더욱 늘어났다.

 V Collection의 모든 악기들은 AU, VST2, VST3, 그리고 별도의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어 어떠한 DAW에서도, 그리고 DAW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Studio One은 세 가지의 모든 플러그인 규격을 지원하고 있어 사용하기 편리하다. 다만 가독성을 위해 VST3 규격의 플러그인을 제외하곤 전부 숨김 처리한 뒤 사용하고 있다.

New to V Collection 9

 V Collection 9에는 총 4가지의 악기가 새로 추가되었다. 이제 V Collection 9에는 Korg의 불멸의 신디사이저, MS-20, 엔소닉의 빈티지 신디사이저 SQ-80, 그리고 Arturia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Augmented String 및 Augmented Voice를 사용할 수 있다. V Collection 9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한 사람도 Analog Lab V를 통해 새롭게 추가된 신디사이저들의 사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악기들 중 일부가 새롭게 버전 업이 되었다. 기존에 Prophet-V3으로 같이 붙어 있었던 Prophet-5와 VS가 별도의 악기로 분리되었고, CS-80이 4세대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또한 Piano V 역시 피지컬 모델링을 강화한 3세대로 업그레이드되었다. Prophet-V3를 사용하던 입장에서 서로 다른 음색의 악기가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다는 점에 조금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좋은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Prophet을 좋아하던 사람이라면 기존 버전에서 9로 올라갈 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리라 생각한다.

Included Instruments

 V Collection엔 많은 악기들이 포함되어 있다. 각각의 악기들마다 저마다 사연과 역사를 가지고 있어 이를 자세하게 다루기엔 필자의 역량이 버티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시간을 투자한다면야 못할 일도 없겠지만 포스팅의 길이가 매우 길어질 거 같아 어떤 신디사이저들이 V Collection에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디지털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무엇이 추가되었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는 것에서 글을 정리해야 할 듯하다. 최신 V Collection 버전은 9지만, 필자는 미리 가지고 있던 V Collection 8을 기반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Analog Lab V를 제외한 각 악기별 설명은 가독성을 위해 접은 글 처리했다. 양해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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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P 2600

 이름은 못 들어봤어도 소리를 들으면 "아 이 소리"라고 절로 나오는 악기가 있다. ARP Instruments에서 개발한 ARP 2600은 1970년부터 1981년까지 제작, 판매되었던 세미모듈러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다. 세미 모듈러라는 뜻은 당시의 다른 모듈러 신디사이저와 달리 기본적인 패칭이 되어 있어 이전 모듈러 제품과 달리 제품을 꺼내자마자 곧바로 사용할 수 있다. ARP 2600은 Stevie Wonder 등 유명 아티스트에 의해 사용되었고. 따뜻하고 풍부한 사운드와 폭넓은 기능 덕분에 지금도 뮤지션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Arturia는 ARP 2600 V라는 이름으로 빈티지 ARP 2600을 그대로 디지털화하였다. 디지털화하면서 폴리 연주가 불가능하던 제약을 푸는 등 개선은 되었지만, 핵심적인 부분, 예를 들면 패치 케이블까지 구현해서 사용 난이도는 실제 기기를 쓰는 것과 별반 다르진 않다. ARP 2600는 신디사이저를 처음 접하는 초심자에겐 매우 어렵지만, 자유도가 높아 숙련자에게는 다양하고 자유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필자도 제대로 사용하기엔 힘들어서 프리셋의 도움을 받고 있다.

B-3 V2

 B-3 V2는 유명한 오르간, 하몬드 오르간을 디지털로 만들어낸 악기다. 일반적인 오르간은 큰 공간과 각 음색마다 별도의 울림통이 필요하기에 성당이나 교회에 설치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로랜스 하몬드 박사가 하몬드 오르간을 발명하면서 교회에서 쓰이던 오르간이 재즈나 대중음악에서 널리 보급되게 되었다. 하몬드 오르간의 특징으로는 내부에 사운드를 내는 스피커가 회전한다는 점이다. 상단의 래버들을 이용해 음색을 바꾸고, 하단의 레버로 스피커 회전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우측의 검은 건반은 키스위치인데, 상단의 래버 및 버튼 세팅들을 쉽게 전환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미디 키보드를 두 개 이상 두면 실제 오르간처럼 윗 건반, 아랫 건반으로 나눠서 세팅할 수 있는데, 연주할 경우도 고려한 악기다. 우측 상단에 Mod와 FX 글자를 누르면 모듈레이션 및 FX를 추가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Arturia가 하몬드 오르간을 디지털로 옮기면서 새롭게 추가한 옵션이다.

Buchla Easel V

 Buchla(부클라)는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사용해 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회사다. Moog와 함께 태동했던 미국의 전자악기 회사로, 회사 이름은 창립자인 "Don Buchla"에서 따왔다. 휴대용 신디사이저의 개념을 제시한 회사로 이름을 알리다가, 모듈러 신디사이저의 유행으로 다시 유행하는 회사다. Buchla Music Easel는 1973년 발표된 신디사이저로, 휴대용 신디사이저로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현재 부클라에서 이 장비를 다시 생산하여 판매 중이기도 하다.

 Arturia에서도 Buchla Music Easel을 디지털로 복각해서 Buchla Easel V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오리지널 모델과 달리 추가적인 기능이 들어갔는데, 내장 사운드 이펙터가 추가되었고, 각 노브들의 모듈레이션 커브를 그리거나 아르페지오 패턴을 그리는 등의 편의성이 추가되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기능이 하나 추가되었는데, 바로 Gravity라는 기능이다. 모듈레이션 커브의 일종인데, 이름대로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 각도를 높게 하면 빠르게 움직이고 낮게 하면 천천히 움직인다. 가운데에 중력을 왜곡하는 구조물이나 장애물이 있으면 영향을 받는다. 완전 랜덤한 값을 얻을 수 있어 색다른 사운드를 만들어낼 때 매우 유용해 보인다.

Clavinet V

 재즈 하면 생각나는 건반악기를 생각나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면 클라비넷은 빠지지 않는다. hohner(호너) 사에서 개발한 건반악기인 클라비넷은 1970년도에 개발된 이래 많은 재즈 아티스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건반악기다. 클라비넷에 대해 모른다 하더라도 특유의 가볍고 통통 튀는 소리를 들으면 "아 그 악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스테비 원더의 음악에 사용되어서 악기는 몰라도 소리는 분명 낯익을 거다. 클라비넷의 조작법은 일반적인 건반악기와 다를 게 없다. 좌측에 있는 버튼들이 먼저 눈에 들어올 텐데, 악기의 음색을 토글 형태로 결정할 수 있다. 완전히 소리를 꺼버릴 수도 있고, 원하는 음색대로 조절할 수도 있다. 우측에 있는 페이더는 뮤트 페이더다. 이름만 들으면 올리면 음색이 뮤트가 될 거 같지만, 서스테인과 릴리즈를 조절하는 페이더다.

 Arturia에서도 클라비넷을 디지털로 복각해서 Clavinet V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오리지널 모델과 거의 흡사하지만 몇 가지의 추가적인 기능이 들어갔는데, 첫째로 하단에 앰프 및 이펙터들을 사용할 수 있다. 오리지널 클라비넷을 사용하던 재즈 아티스트들이 기타 이펙터를 같이 활용하여 톤메이킹을 했다는 점을 충실히 반영했다. 두 번째로는 벨로시티 커브를 직접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선형적인 벨로시티 커브지만 곡률을 줘서 로그값으로 바꿀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캐비닛을 클릭하거나 상단의 Advanced 버튼을 누르면 캐비닛이 열린다. 캐비닛을 열면 레조넌스나 노이즈 정도 등 보다 음색을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일반적인 클라비넷의 소리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한번 캐비닛을 열고 마음껏 바꿔보자.

CMI V

 음악을 시작하기 이전, 필자는 어떤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LP의 음악을 샘플링해서 또 다른 음악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담은 동영상이었는데, 샘플링에 사용된 악기가 눈을 사로잡았다. 현대의 터치스크린처럼 펜을 이용해 모니터의 값을 컨트롤하는 과정이 매우 현대적이었다. 따로 각주가 없었다면 현대의 DAW를 사용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영상에서 나왔던 장비가 Fairlight CMI다. Fairlight CMI는 DAW이자 샘플러, 신디사이저다. 1979년에 출시되었으며 본체와 마스터 키보드, 키보드 등 공간을 많이 차지했고, 비싼 가격 때문에 평가는 좋지 않았다. 그러나 특유의 사운드 질감 때문에 사카모토 류이치 등 여러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면서 이름을 많이 알렸다. 플로피 디스크로 각 샘플들을 저장했고, 갈아 끼우는 걸로 샘플을 바꿀 수 있었다. 현재의 DAW 환경에서는 당연시되는 기본적인 기능들이지만, 1980년대에는 혁신이었다.

 Arturia에서도 Fairlight CMI을 복각해서 CMI V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오리지널 모델과 거의 동일한 구성요소를 보여주고 있다. 키보드를 클릭하면 키보드를 누르는 소리까지 나온다. 건반의 디자인은 오리지널의 것과 약간 다르지만 흡사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CRT 디스플레이를 클릭하거나 우측 상단의 Screen 버튼을 누르면 모니터 안의 구성 요소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데, DAW와 샘플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 할 법한 것들이 가득하다. 샘플링된 음원을 3D로 보여주는 건 현대의 Serum을 생각나게 하는 요소다. 물론 오리지널 Fairlight CMI의 UI와는 다른 Arturia의 커스텀이지만, 오리지널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했다.

CS-80 V3

 아마하 CS-80 신디사이저는 1977년에 출시한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다. 리본 컨트롤러와 8개의 폴리포닉을 지원했으며, 애프터 터치 등 당시에는 신기술이었던 기능들을 대거 장착하고 나왔다. 현대에서도 CS-80 사운드를 사용해 볼 수 있는데, 야마하에서 출시한 Reface CS가 CS-80을 기반으로 만든 신디사이저다. 가격도 비쌌고, 3년 만에 단종된 신디사이저지만,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었다. 

 Arturia에서도 CS-80을 복각해서 CS-80 V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오리지널 모델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상단의 Advanced 버튼을 누르거나, 방열판을 클릭하면 폴리 및 모듈레이션 설정을 할 수 있다. 피치 휠로 가운데의 리본 컨트롤러를 조절할 수 있으며, 모듈레이션 휠은 링 모듈레이터 근처의 휠을 조절할 수 있다. 가운데의 컬러풀한 버튼들이 인상적인데, 각 버튼마다 VCO, VCF, VCA 값을 저장할 수 있어 같은 프리셋이더라도 버튼을 누르면 미리 설정해 둔 다른 값들을 불러올 수 있다. 오리지널 모델에서는 컬러풀한 버튼들은 오르간, 피아노 등 특정 악기들의 톤을 모델링하는 톤 셀렉트 버튼이다. CS-80V는 생각보다 재밌는 소리가 많아서 혼자 가지고 놀기에 좋았다.

CZ V

 최근에 음악 제작에 입문하신 분들은 CASIO가 신디사이저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모르곤 한다. 우리에게 G-Shock으로 익숙한 CASIO 맞다. 1980년 중반에 발표된 CASIO의 CZ 시리즈는 보다 저렴하게 신디사이저를 제작하기 위해 아날로그 회로 대신 디지털 회로를 이용했다. 당시의 디지털 회로를 사용한 신디사이저는 아날로그 회로를 사용한 신디사이저보다 보다 소리가 얇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CASIO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위상 왜곡 기술을 적용하였다. 다만 완벽한 기술은 아니어서 삼각파를 사용할 수는 없었다. CZ 시리즈는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출시되었으며 대부분 저렴한 가격이었다. 대표적인 모델로 CZ-101과 CZ-1이 있다.

 

 Arturia는 CASIO의 CZ 시리즈에 영감을 받아, 가장 대표적인 모델인 CZ-101과 CZ-1을 기반으로 같지만 또 다른 CZ V를 만들어내었다. 그래서 CZ V는 CZ 시리즈의 특징들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오리지널 모델과 달리 추가적인 기능이 들어갔는데, 내장 사운드 이펙터가 추가되었고, 각 노브들의 모듈레이션 커브를 그리거나 아르페지오 패턴을 그리는 등의 편의성이 추가되었다. CZ V만의 특별한 기능은 위상 왜곡 합성기술을 이용한 사운드 디자인을 직접 할 수 있다. 디지털로 이식되면서 오리지널 모델에 없던 파형을 그리는 것도 가능한데, 삼각파를 만들어 넣을 수 있다. 필자가 아기자기한 소리를 좋아해서 그런가, 실제 작업에서 CZ V를 자주 활용했다. 앞으로 써 나갈 곡에도 CZ V를 자주 쓸 것 같다.

DX7 V

 

 YAMAHA가 음악 역사에 남긴 대표적인 신디사이저를 하나 꼽아보라고 하면 DX7의 이름은 빠지지 않는다. 1983년에 출시되었으며 최초의 주파수 변조 방식의 디지털 신디사이저이자, 20만 대 이상 판매되어 상업적으로 성공한 신디사이저이기도 하다. 사실 많은 설명이 필요 없는 신디사이저다. 80년대 음악의 특징을 결정지어버린 불멸의 역작이다. DX7의 유전자는 현대에도 다른 방향으로 살아 있는데, 버추얼 가수 프로그램의 대표주자로 널리 알려진 하츠네 미쿠가 DX7의 디자인적 요소를 차용하여 만들어졌다.

 Arturia는 YAMAHA의 DX7을 기반으로 디지털화된 FM 신디사이저, DX7 V를 만들어내었다. 전체적인 디자인 콘셉트는 오리지널 DX7을 참고했지만 페이더 및 파라미터 레이아웃은 YAMAHA의 후기 복각 모델, Reface DX를 많이 참고했다. FM 신디사이저 답게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무척 어렵다. 과거의 선배님들이 FM 신디사이저를 사용할 때 '파라미터를 조작하다 좋은 소리가 나오면 저장하면서 써라'라고 말했던 이유를 알 듯하다. 운이 조금은 필요한 신디사이저다. 디지털로 옮기는 과정에서 오리지널 모델과 달리 추가적인 기능이 들어갔는데, 내장 사운드 이펙터가 추가되었고, 각 노브들의 모듈레이션 커브를 그리거나 아르페지오 패턴을 그리는 등의 편의성이 추가되었다. 상단의 Advanced 버튼을 누르거나 DX7 로고 근처를 클릭하면 크게 확장하여 사용할 수 있다. Overview에서는 FM 오실레이터를 현대의 디지털 신디사이저의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게 해놓았다. 오리지널보단 접근성이 확실히 좋아졌다.

Emulator II V

 1984년에 출시한 E-MU의 Emulator II는 샘플러/워크스테이션 신디사이저다. 디지털 샘플러 및 워크스테이션 형태지만 아날로그 필터가 있기 때문에 아날로그 신디사이저와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있다. 데이터 저장은 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했고, 8 트랙 시퀀서가 내장되어 있어 간단한 시퀀싱도 가능했다. 또한 Mac과 연결해 Digidesign 사운드 디자이너 프로그램과 연동할 수 있다. 앞서 봤던 CMI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신디사이저지만, 조금 더 진일보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Arturia는 EMU Emulator II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디자인 및 감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현대적인 요소를 접붙인 Emulator II V를 만들어내었다. Emulator II V는 오리지널 EMU Emulator II와 조작법이 거의 동일하다. 건반의 필터나 VCA, 마스터 컨트롤 등 충실히 가져왔다. CMI V와 마찬가지고 디스플레이를 클릭하거나 우측 상단의 Screen을 클릭하면 샘플 펀집 및 건반 범위 설정, 이펙트를 걸 수 있는 세부 설정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일반적인 DAW 및 샘플 에디터와 사용 방법은 거의 흡사하므로 다루기는 쉽다.

Farfisa V

 신디사이저의 시대 이전에는 오르간이 있었다. 위에서 다룬 해먼드 오르간은 70년대를 지배했다. 그러나 해먼드 오르간 이전에 인기를 끌던 전자 오르간이 있었다는 사실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탈리아의 악기 제조 회사, Farfisa(파르피사)는 이전에 아코디언을 전문적으로 만들던 악기 회사였다. 1964년, Farfisa는 휴대용 전자 오르간, Farfisa Compact Deluxe를 출시한다. 당대에는 없던 특이한 사운드였기에 많은 재즈 밴드나 아티스트들은 Farfisa 오르간을 활용했다. 일부 재즈 연주가들은 기타 스톰박스 및 앰프를 연결하여 보다 색다른 소리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그러나 하몬드 오르간이 시장에 출시하면서 Farfisa 오르간의 힘은 약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몬드 오르간과는 다른 뉘앙스의 색채를 가지고 있어 Farfisa 오르간을 찾는 사람들도 여전히 있었다.

 Arturia는 Farfisa Compact Deluxe를 Farfisa V라는 이름으로 디지털화했다. Arturia는 오리지널 기기를 디지털로 이식하면서 "광적으로" 복원해 냈다고 자부한다. Farfisa V에서 새롭게 추가된 기능은 하단의 앰프 및 이펙터들과 뚜껑 사이에 숨어 있는 부가적인 기능들이다. 뚜껑을 클릭하거나 Advanced를 누르면 뚜껑 뒤의 기능들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눈에 띄는 점으로는 각 건반의 세미톤을 미세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 있다. 디지털인데도 튜닝을 위한 기능이 있다는 뜻은, 의도적으로 피치를 엇나가게 만들어 사운드를 보다 재미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밖에도 리버브 타입, 사운드의 어택과 릴리즈 조정 등의 기능이 들어가 있어 자신만의 오르간 사운드를 디자인할 수 있다.

Jun-6 V

  일본에 갔을 때 어느 중고 악기샵에서 필자는 빈티지 JUNO-60을 연주할 기회가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장비를 실제로 다뤄볼 수 있었던 경험은 필자에게 있어 무언가 새로운 시각이 열린 듯했다. Roland JUNO-60이 시장에 처음 출시되었던 1982년의 사람들도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무언가를 바꿔놨다는 건 확실히 알 거 같다. JUNO-60은 대히트를 쳤고, Take On Me 등 우리가 아는 80년대 팝에 사용된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했다. 또한 JUNO-60 기기 자체에 붙어 있는 코러스 모듈의 인기가 너무 좋아 따로 복각되어 지금도 하드웨어로,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으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친다고, Arturia가 JUNO-60을 복각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 JUNO-60의 특징인 아르페지오 모듈, DCO 모듈, 그리고 코러스. Arturia는 어느 부분 하나 빠지지 않고 디지털로 옮겨 Jun-6 V를 만들어내었다. Jun-6 V는 오리지널 모델과 거의 동일하지만 Arturia만의 커스텀이 살짝 들어가 있다. 상단의 방열구멍을 클릭하거나 Advanced를 누르면 추가적인 LFO와 엔벨롭, 그리고 오리지널엔 없던 딜레이 및 리버브 모듈이 추가되어 있다. 다른 신디사이저에 비하면 많은 기능이 추가되진 않았는데, Arturia 역시 명작에 크게 손을 대는 건 어려웠나 보다.

Jup-8 V

 1980년대는 Roland의 해였다. Juno에서부터 Jupiter까지 시장에서 다양한 신디사이저를 출시했고, 대부분이 성공했다. 1981년에 출시한 Jupiter-8은 출시와 동시에 1980년대를 Roland의 해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내구도도 좋아서 현재에도 사용되고 있는 빈티지 신디사이저다. 8보이스를 지원해 사운드 표현의 폭도 넓었다. 유일한 단점은 출시 가격이 비쌌다는 점이다. 당시 기준으로 98만 엔 / 5295달러였으니 현재 가격으로 치면 몇천만원 이상의 신디사이저인 셈이다.

  Arturia에서도 Roland Jupitor-8을 Jup-8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플러그인으로 빚어냈다. 특징적인 아르페지오 버튼 및 폴리 버튼들을 충실히 재현했다. 또한 오리지널에 없는 기능을 추가했는데, 추가적인 LFO를 2개 더 추가했고, 아르페지오를 넘어서 시퀸서를 추가했다. 또한 벨로시티 및 애프터 터치 커브를 수정할 수 있고, 컴프레서, 비트크러셔 등 이펙터를 추가했다.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로 인해 Jup-8은 빈티지한 사운드를 낼 수도 있고 현대적인 프로세싱이 가미된 사운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Matrix-12 V

 이번에도 1980년대의 신디사이저다. 1980년대에는 여러 신디사이저들이 난립하면서 아티스트들에겐 선택권이 너무 많아 즐거웠던 해가 아닐까 싶다. 1969년도에 설립되어 잠시 사라졌지만, 2009년에 부활한 Oberheim이라는 신디사이저 제조회사가 있다. 1984년 출시된 Oberheim Matrix 12는 아날로그의 소리를 가진 디지털 신디사이저다. 당시 신디사이저 치고 최신 기술이었던 MIDI 포트도 있고 애프터 터치를 지원하는 건반을 가지고 있다. Matrix 12는 이름대로 독특한 매트릭스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는데, 오늘날의 모듈레이션 기능이다. 근간은 디지털 신디사이저기 때문에 모듈레이션을 매핑할 수 있다. Oberheim Matrix 12는 나중에 건반을 제외한 사운드 모듈로서도 판매되었다.

 Arturia는 Oberheim Matrix 12를 소프트웨어 악기로 복각했는데, Matrix-12 V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유지되었지만 버튼 구성은 많이 간소화되었다.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달라진 점 중 하나인데, 모듈레이션 기능들은 간단하게 소프트웨어 적으로 구현했다. 오리지널 하드웨어는 모듈레이션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버튼을 달았다는 걸 생각하면 디지털로 넘어오면서의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Arturia만의 커스텀 또한 Matrix-12 V에 들어가 있는데, 키보드 바로 위에 FX와 추가적인 모듈레이션, 그리고 오리지널 하드웨어의 기능에서 한 층 더 나아간 추가 파라미터 옵션들을 제공해 준다.

Mellotron V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악기를 꼽으라면 멜로트론은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멜로트론만이 가지고 있는 서정적인 소리들에 이전부터 매료되었기에 앞으로의 음악 작업에서도 자주 쓸 악기 중 하나다. 멜로트론은 1960년대에 출시되었는데, 건반을 누르면 건반에 해당하는 아날로그 테이프가 재생되는 독특한 악기다. 비틀즈 및 롤링 스톤즈가 앨범에 사용했던 악기로도 유명하다. 멜로트론은 2023년 현재에도 판매되고 있는데, 음원을 재생하는 방식이 아날로그 테이프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바뀌었다.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빈티지에 껌뻑 죽는 Arturia가 멜로트론을 복각 안 할 리가 없다. Mellotron V라는 이름으로 같게. 그러나 조금 더 진일보한 방향으로 만들어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오리지널 멜로트론과 거의 흡사하다. 그러나 뚜껑을 열게 된다면 무척 다양한 기능들이 추가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추가된 기능은 테이프 샘플러와 관련된 설정이다. Wow / Flutter, 테이프 새츄레이션, 테이프 구동음, 심지어 샘플러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리까지 조절할 수 있다.

 두 번째로는 건반 매핑이다. Mellotron V는 어떤 건반에서 어떤 소리가 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플룻 소리를 C3에서부터 C5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바이올린 사운드가 나게끔 설정한다면 C3부터 C5까지는 플루트, 나머지 음은 바이올린 사운드가 연주된다. 

 또한 꾹꾹이 형태의 EQ나 디스토션 같은 FX들과 앰프, 리버브도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외부 플러그인 없이도 내장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운드 디자인을 할 수 있다는 Arturia의 배려인 듯싶다. 

Mini V3

 신디사이저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신디사이저가 있다. 1970년 출시한 moog 사의 Mini Moog D다. 지금와서 보면 이게 왜 미니인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당시의 신디사이저들은 대부분 모듈러 신디사이저였다. 신다사이저의 소리들은 좋았지만 크기가 어마무시했기 때문에 무대에 세팅하기도 힘들었고, 들고 다니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좋게 만든 Mini Moog D가 나왔으니 신디사이저에 관심이 많던 수많은 뮤지션들이 사용했다. Mini Moog D는 현재도 판매 중에 있다.

 Mini Moog D는 다양한 회사에서 하드웨어로, 혹은 소프트웨어로 복각되었다. Arturia 역시 복각 Boom에 가세하여 Mini Moog를 Mini V3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오리지널 하드웨어의 특징을 거의 완벽하게 가져왔을 정도로 복각은 잘 된 편이다. 디자인적인 고증도 훌륭한데, 특유의 톱니바퀴 피치 휠 및 모듈레이션 휠도 잘 구현했다. 디지털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LFO 및 아르페지오, 모듈레이션 등의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눈여겨 볼만한 건 Effect에 추가된 Voice Filter다. 신스의 소리를 사람의 발음 A, I, U, E, O와 흡사하게 만들어 보코더 비슷한 느낌의 사운드를 만들 수 있다. 이걸 오리지널 기기로 구현하려 했다면 많은 애드-온이 붙었을 거다.

Modular V

  1965년 최초의 양산형 신디사이저가 시장에 나왔다. 바로 위에서 언급한 바 있는 Moog에서 출시한 Modular다. 지금이야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개인이 구성할 수도 있고, 모듈들도 잘 나와서 돈만 있다면 누구나 구축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규격화되지도 않았고 대량생산도 여의치 않았기에 신디사이저는 대중적인 장비가 아니었다. 그러나 로버트 Moog가 Modular를 만들어냄으로서 본격적인 양산형 신디사이저가 시장에 등장하게 되었다. Modular라는 이름에서 보이듯 소리를 내고 가공하는 부분들이 각각의 모듈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케이블로 패칭을 해야 소리가 나오는 전통적인 방식의 신디사이저다. 음향 지식이 아예 없다면 손도 못 댈 정도로 다루는 데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한다.

 Arturia가 신디사이저 시대를 연 Moog Modular를 그냥 지나칠 리가 만무하다. 가감 없이 그대로 Modular V라는 이름으로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왔다. 모듈러 신디사이저라 패치 케이블도 그대로 구현했다. ARP 2600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사용하려면 신스 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필자는 프리셋과 튜토리얼로 겨우 사용해 볼 수 있었다. 모듈러는 볼 때마다 어렵다.

OP-Xa V

 신디사이저 역사에는 Oberheim이라는 이름이 끊임없이 나온다. Oberheim의 신디사이저들은 독특한 맛이 있어 꾸준히 아티스트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특히 OB 시리즈가 인기가 많았는데, 이번에 소개할 장비는 아날로그 폴리포닉 신디사이저, OB-Xa다. OB-Xa는 1980년, OB-X를 개선하여 나온 장비인데 내부 회로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추후 발매될 Oberheim의 표준적인 디자인을 정립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Arturia에서는 OB-Xa를 OP-Xa V라는 이름으로 복각했다. 특징적인 검은빛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왔다. 디자인 하나는 기깔나게 잘 구현했다. OP-Xa V에는 오리지널 하드웨어와 달리 모듈레이션과 이펙트가 새롭게 추가되었다. 이펙터의 종류도 많고, 모듈레이션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사운드 제어가 가능하다. 

Piano V2

 Arturia는 피아노 모델링도 손댔다. Arturia에서 만든 피아노 소프트웨어 악기, Piano V2는 샘플 모델링이 아닌 피지컬 모델링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피지컬 모델링이란 피아노의 소리를 샘플로 레코딩해서 재생하는 방식이 아닌, 피아노가 작동하는 방식을 그대로 구현하여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잘못 만들면 실제 피아노 소리와 멀리 동떨어진 소리가 나지만, 잘 만든다면 용량도 적으면서 사실적인 소리를 구현할 수 있다.

 Piano V2에는 총 12가지의 피아노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그랜드 피아노 모델도 있지만 보기 드문 메탈 피아노나 플라스틱 피아노도 모델링해놓아서 독특한 피아노 질감을 원한다면 선택해 볼 만하다. 그 밖에도 피아노의 줄 텐션, 해머 포지션, 해머의 경도 등 조율사의 영역의 옵션도 조절할 수 있다. 믹스 영역은 조금 더 디테일한데, 피아노 마이킹 포지션이나 룸 셋업 등을 추가로 할 수 있다. 피지컬 모델링을 사용했기에 다양한 옵션을 줄 수 있는 듯하다.

Prophet V & Prophet VS

  신디사이저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개발자가 몇 있다. 한 명은 신디사이저의 대중화를 이끈 로버트 무그, 그리고 다른 한명은 Prophet의 아버지 Dave Smith(데이브 스미스)다. 데이브 스미스는 MIDI 규격을 Roland와 같이 개발했고,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폴리포닉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및 소프트웨어 기반 신디사이저를 개발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했다. 데이브 스미스가 처음으로 만든 폴리포닉 아날로그 신디사이저, Prophet-5는 1978년에 처음 출시되었으며 지금도 판매 중인 명기 중 하나다.

 Arturia도 Prophet-5를 Prophet V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복각했다. 특이한 점은 Prophet-5만 복각한 게 아닌 Prophet-VS도 함께 복각했다. 우측 상단에서 어떤 신디사이저를 쓸지 고를 수 있는데, 둘 다 쓰는 옵션도 있다. 하나의 악기에서 서로 다른 느낌의 신디사이저를 사용할 수 있다니, 이는 꽤 매력적이다. V Collection 8에서는 둘을 같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후속 번들인 V Collection 9부터는 Prophet-5와 Prophet-VS를 별도로 분리했다. 필자 생각에도 둘을 같이 두기보단 별도의 악기로 분리하는 게 훨씬 나은 선택이라 생각한다.

SEM V2

 또 Oberheim 이야기다. 신디사이저로 유명한 Oberheim의 첫번째 신디사이저는 무엇일까? Synthesizer Expander Module, 줄여서 SEM이라 불리는 장비가 Oberheim의 첫 작품이다. 신디사이저 주변기기처럼 보이는 SEM은 이름대로 신디사이저의 소리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였다. 그러나, 다른 신디사이저 모듈과 패치 케이블로 연결되는 형태는 아니라 제한적인 형태(인아웃)로 연결하거나 오히려 SEM 자체의 사운드가 워낙 훌륭해서 단독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Arturia 또한 Oberheim SEM를 SEM V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복각했다. 오리지널 특유의 하안 디자인을 잘 살렸다. 디지털로 옮기면서 추가적인 기능들이 더 생겼는데, 모듈레이션 및 추가적인 이펙트들을 더 걸 수 있게 되었다. SEM V에서 사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능 중 하나는 키보드 건반 위치에 따라 각 노브의 값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Keyboard Follow, 각 보이스마다 서로 다른 노브 값을 적용할 수 있는 8-Voice 프로그래밍이 있다. 건반 위치 및 보이스마다 값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건 랜덤한 사운드를 만들 때 도움이 될 듯하다.

Solina V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에도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레코딩을 하는 건 큰돈이 들었다. 그렇다고 오케스트라의 사운드를 포기하기엔 무언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이야 VST를 통해 오케스트레이션을 구현할 수 있지만 1970년대에는 그런 게 전무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 회사가 지금의 VST처럼 오케스트레이션을 건반악기에 담을 생각을 했다. 1974년부터 1981년까지 판매된 Solina String Ensenble이라 불리는 악기는 오케스트라를 건반악기로 구현하였다. 완전한 풀 오케스트라는 힘들지만 비올라,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간단한 관현악 정도는 구현할 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인 구조는 전자오르간과 다르지 않아서 조작법이 전자 오르간과 굉장히 흡사하다. 심지어 건반 디자인도 전자 오르간과 굉장히 닮았다.

  Arturia는 Solina String Ensenble을 Solina V라는 이름으로 복각했다. 오리지널 하드웨어와 비교하면 왠지 선택할 수 있는 악기의 종류가 늘었다. 호른이랑 트럼펫 등의 음원 선택 버튼이 생겨서 보다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늘었다. 디지털로 이식되면서 Arturia의 커스텀이 조금 더 들어갔는데, LFO 및 베이스의 질감을 바꿀 수 있는 노브들의 추가, 그리고 아날로그 코러스 및 딜레이 추가 등이 있다. Upper Resonator라는 기능이 눈에 띄는데, 로우, 밴드, 하이의 3개로 나눠 레조넌스를 강조할 수 있는 기능이다. 바이올린에 걸어 사용하면 바이올린의 하이가 보다 풍성해진다.

Stage-73

 필자가 음악을 들을 때 마음이 편해지는 악기 사운드가 몇 있다.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했던 멜로트론의 플룻 소리, 다른 하나는 로즈 피아노의 공간을 감싸는 듯한 푸근한 소리다. 1946년도 이래로 펜더의 Rhode(로즈) 전자 피아노는 다양한 공연장, 레코딩에서 활약하고 있는 명품 악기다. 피아노와 같은 건반악기지만 각 건반마다 픽업 코일이 달려 있어 특유의 부드러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현재도 로즈 피아노는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 MK8 모델이 출시되었다.

 Arturia는 로즈 피아노 중 MK2 2종을 모델링하여 Stage-73 V라는 이름으로 내놓았다. 이름의 뜻은 모델링한 로즈 피아노 MK2 시리즈의 건반 수가 73개였기 때문이다. Stage-73 V에서는 Stage 모델과 Suitcase 모델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는데, 둘의 뉘앙스가 살짝 다르다. Arturia의 기능 추가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인데, 벨로시티 커브를 수정한다거나, 튜닝 및 픽업 거리, 픽업노이즈 등을 상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로즈 피아노의 소리를 보다 돋보이기 위한 설정들로 가득하다. Arturia도 로즈 피아노는 어쩔 수 없었나 보다.

Synclavier V

 신디사이저 디지털 시대를 연 장비들은 여럿 있고, Synclavier(싱클라비어)도 포함되어 있었다. 싱클라비어는 단독적으로 사용 가능한 Tapeless 워크스테이션이다. 당시의 대부분의 샘플러들은 테이프를 활용하여 제작되었다. 앞서 다룬 바 있는 멜로트론 역시 테이프에 샘플을 담아서 재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디지털 워크스테이션인 싱클라비어는 테이프가 없이도 샘플을 재생할 수 있어 사운드 제작에 혁명을 가져왔다고 평가받는다. 1977년에 처음으로 출시되었던 싱클라비어는 터미널로 자체적인 조작 버튼들이 있었지만 컴퓨터와 터미널로 연결할 수 있어 이전의 디지털 신디사이저보다 자유로운 조작을 구현했다. 싱클라비어는 1993년에 생산을 중지했지만, 싱클라비어의 개발자들은 꾸준히 싱클라비어의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Arturia도 싱클라비어를 디지털로 복원해 냈다. Synclavier V라는 이름을 가진 디지털 싱클라비어는 오리지널 모델을 개발했던 개발자, 카메론 존스가 개발에 참여하였다. 제품 디자인도 최대한 오리지널의 방향을 그대로 가져왔다. 컴퓨터와 연결하여 터미널로 조작하는 기믹도 가져왔는데, 터미널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닌 Arturia의 오리지널 GUI를 사용했다. GUI에서는 사운드 엔진의 편집, 믹서, 엔벨롭, 키 다이나믹 세팅, 모듈레이션 등을 설정할 수 있어 오리지널보다 더욱 확장된 기능들을 가지고 있다.

Synthi V

  1970년대는 수많은 신디사이저들이 출시되고, 인기를 얻던 시대였다. 신디사이저의 전국시대와 같던 1971년, 한 회사가 조용히 모듈식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출시한다. EMS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Synthi AKS는 2개의 음을 동시에 낼 수 있는 신디사이저였다. 작은 가방 형식으로 되어 있었고, 패치 베이에 핀을 꼽는 방식으로 패칭을 할 수 있어 휴대성 좋은 신디사이저로서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져나갔다. 비록 Synthi AKS는 단종되었지만 EMS는 현재도 자사 제품들을 수리 및 판매하고 있다.

  마이너한 영역에 속할 수 있는 Synthi AKS도 Arturia의 마수를 피할 수 없었다. Synthi V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 악기로 태어났다. 특유의 패치 베이도 확실하게 구현이 되었다. 비슷한 형태의 패치 베이를 MatrixBrute로 구현해 본 적 있는 Arturia기에 소프트웨어로 구현은 한 층 편했을 거라 생각한다. Synthi V에서도 Arturia의 기능 추가가 들어갔는데, X-Y 패드를 이용한 조이스틱 기능이 눈에 띈다. Rolad의 조그 패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만일 자신이 X-Y 패드를 가지고 있다면 한번 Synthi V를 사용해 보는 게 어떨까.

Vocoder V

 오토튠 이전에도 사람의 목소리를 악기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기다란 호스를 입에 물고 공기 흐름에 따라 사운드를 조절하던 토크박스, 그리고 사람의 목소리 자체를 마이크로 입력받아 음원으로 사용하는 보코더가 있다. 보코더는 군사 통신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었지만, 다른 음향 기술들이 그렇듯, 음악적으로 사용되면서 악기화되었다. 보코더는 사람의 목소리를 잘게 쪼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현대의 그래뉼러 신디사이즈와 비슷한 녀석이 아니었을까라고 필자는 추측하고 있다. 수많은 회사에서 보코더를 만들어내었고, 현대에도 보코더 신디사이저가 출시되고 있다.

  보코더를 디지털로 옮긴 회사들도 많다. Arturia 역시 빠지지 않았는데, Vocoder V라는 이름으로 보코더를 만들어내었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보코더들은 간결한 UI와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졌는데, Arturia의 보코더는 빈티지 보코더라는, 대다수의 제조사와는 다른 노선을 탔다. Vocoder V에는 일단 패치 베이가 있고, 보이스를 조절하기 위한 오실레이터 등이 달려 있다. 피치 휠이나 모듈레이션 휠도 있어 미리 매핑해 놓으면 연주하면서 모듈레이션을 줄 수도 있다. Vocoder V의 특징으로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할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라면 보다 색다른 형태로 자신의 노래를 재창조할 수 있다. 만일 자신의 목소리를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면 Arturia에서 제공하는 샘플 플레이어를 사용해 보자. 미리 가지고 있는 샘플을 넣어서 새로운 형태로 변주하는 형태로 사용할 수 있다.

Vox Continental V2

 1960년대는 신디사이저가 태동하던 시대기도 했지만 오르간의 시대기도 했다. 하몬드 오르간이 만들어낸 전기 오르간 붐은 꽤 오랜 기간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반대급부로, 하몬드 오르간의 단점들을 개선하려는 시도들도 꾸준히 있었다. 지금은 기타 이펙터를 주로 만드는 Vox 사가 대표적이었는데, 하몬드 오르간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줄인 오르간을 만들었다. Vox Continental은 하몬드 오르간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트랜지스터가 사용되었고, 상대적으로 무게가 가벼워 투어 뮤지션들에게 많이 사용되었다. Vox 사는 모종의 이유로 사라졌지만, Korg에서 상표권을 인수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어느 정도 역사를 가지고 있던 오르간이었기에 클론 모델들도 꽤 많다.

  Arturia는 정밀한 모델링 기술을 바탕으로 Vox Continental을 Vox Continental V라는 이름을 가진 디지털 악기로 만들었다. 오리지널이 가지고 있는 흑건과 백건 디자인, 드로우바의 디자인 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모델링했다. Extended 모델로 전환하여 사용할 수도 있어서 오리지널 모델 대비 조작할 거리가 많아졌다. 상단의 Advanced 버튼을 누르면 각 키의 세미톤을 조절할 수 있는데, 최대 +/- 50 세미톤을 조절할 수 있다. 인위적으로 음이 나가게끔 오르간 사운드를 만들 수 있어 더욱 빈티지한 느낌을 가져갈 수 있다.

Wurli V

 전자 피아노 하면 모두가 Rhode 피아노를 생각하지만, 이전에도 전자 피아노가 있었다. 벤자민 미즈너라는 이름의 발명가는 기타에서 사용되는 픽업 시스템을 활용해 전기 업라이트 피아노를 1930년대에 만들었다. 이후 1950년대 중반에 벤자민 미즈너는 새로운 전자 피아노 모델을 선보이는데, 지금까지도 화자 되는 Wurlitzer 전자 피아노다. 기존 어쿠스틱 피아노의 현을 강철 막대로 대체하고 픽업으로 소리를 만들어내어 공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공연장, 교육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일부 재즈 연주가들은 기타 스톰박스 및 앰프를 연결하여 보다 색다른 소리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Wurlitzer 전자 피아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Wurlitzer 200A로, 현재까지도 사용되고 있다.

 Arturia는 Wurlitzer의 명기 200A를 Wurli V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모델링하였다. 오리지널 하드웨어의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일부 연주자들이 사용했던 스톰박스까지 같이 모델링하여 넣어줬다. 디지털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Arturia의 추가적인 기능들이 몇 개 추가되었는데, 벨로시티 커브를 그릴 수 있는 기능과 내장 EQ, 그리고 해머 노이즈, 해머 경직도, 비브라토 세부 조절 등의 기능들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Analog Lab V

 Analog Lab V는 Arturia가 위에서 소개한 모든 건반 악기의 핵심 기능만 뽑아서 만든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의 악기다. Analog Lab V는 특별한 UI가 없다. 처음 실행하면 윗 이미지처럼 원하는 음색의 형태나 악기 종류, 아니면 사운드뱅크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 왜냐하면 Analog Lab V는 Arturia가 만든 모든 소프트웨어 악기들을 전부 담고 있기 때문이다.

 Explore 메뉴에 들어가면 더욱 확실해진다. 필자는 V Collection 8을 가지고 있는데도 9에 추가된 Augmented 시리즈와 MS-20의 모습이 보인다. 클릭하면 라이센스가 없더라도 Augmented 시리즈와 MS-20로 만든 사운드를 바로 연주할 수 있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오잉? Analog Lab V에서 상위 라이센스에 추가된 신디사이저를 사용할 수 있다면 업그레이드 안 해도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의외로 급 나누기는 확실하게 되어 있다. Analog Lab V에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악기들은 세부 설정을 할 수가 없다. 미리 설정된 매크로는 조작할 수 있지만, 악기에 들어가서 큰 톤을 바꾼다거나 하는 작업은 해당 악기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악기 프리셋을 고른 후, "Edit Preset" 버튼을 누르면 악기 이미지가 나타나면서 매크로 값을 넘어서 세부 디테일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만일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악기 프리셋을 고른 후 Edit Preset을 클릭하면 악기를 구입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필자의 경우 Augmented Voice가 쓰고 싶었지만 V Collection 8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Analog Lab V를 이용해 Augmented Voice의 사운드를 이용했다.


 요약하자면, V Collection에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음악의 역사에 있어 큰 족적을 남긴 건반 악기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 복각 퀄리티도 오리지널의 뉘앙스를 살리는 동시에 현대적인 요소를 도입하여 사용에 문제는 없다. 빈티지 악기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봉밥처럼 넉넉하게 담겨 있어 반드시 소장하면 좋을 번들이다. 필자도 하나하나 악기들을 살펴보면서 "이 악기가 그 악기였구나"를 느꼈다.

Preset Browser

 Arturia의 프리셋 브라우저는 연주자들이 빠르게 프리셋을 고르고 전환할 수 있게끔 디자인되었다. Pigments에서도 본 적 있는 낯익은 디자인이다. 각 프리셋별로 타입과 장르적 스타일, 그리고 디자이너로 검색할 수 있게 되어있으며, 우측에는 프리셋에 대한 설명과 동시에 프리셋에 적용된 엔진의 모양과 필터의 종류를 미리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다. 우측 하단에는 어떤 매크로가 적용되어 있는지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디테일한 요소들을 제공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Arturia Sound Store

 Pigments에서 본 적 있는 Arturia Sound Store는 V Collection에도 포함되어 있다. Analog Lab V에서만 사용할 수 있지만, Pigments와 마찬가지로 엄선된 프리셋들을 구입할 수 있다. 각 프리셋 팩에 있는 사운드를 미리 연주해 볼 수도 있게끔 되어 있다. 무늬만 사운드 스토어라고 불리는 다른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에 비하면 프리셋을 미리 사용해 볼 수 있는 등 많은 걸 해볼 수 있다. 그런데 유난히 Arturia Sound Store에 들어오면 랙이 걸리는 걸 봐선 무거움을 유발하는 원인이 이 녀석인 듯하다.

Toast Menu

 각 악기의 좌측 상단에서 발견할 수 있는 토스트 메뉴에는 새로운 프리셋을 로딩하는 기능부터 프리셋 뱅크 import 및 Export, 사이즈 조절 및 악기의 정보 등 소소한 옵션들이 숨겨져 있다. "Audio Midi Settings"는 스탠드얼론 프로그램에서만 나타나는 옵션이니 없다고 당황하지 말자.

Setting / MIDI / Macro / Tutorials

 우측 상단의 톱니바퀴 버튼을 누르면 추가적인 화면이 나타난다. 각 신디사이저의 글로벌 세팅이나 마스터 튠 설정, MIDI 컨트롤러 설정, 미디 컨트롤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매크로 노브 설정 및 튜토리얼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각각의 신디사이저에 익숙해지지 않은 사용자라면 우측의 튜토리얼은 자주 보게 될 화면이다. Arturia 마스터 키보드나 신디사이저를 사용하고 있다면 V Collection에 자동으로 기능 매핑이 되니 V Collection을 자주 사용할 사람이라면 Arturia의 마스터 키보드를 도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Heavy?

 Arturia의 악기들은 "매우 무겁다"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필자기 Pigments 리뷰를 한다고 했을 때도, 주변인들의 반응은 "그거 무거운 신디사이저 아니냐" 라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무겁긴 했다. V Collection의 신디사이저 역시 같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V Collection의 신디사이저들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Serum, Spire 등의 신디사이저보다 무거운 편이다. Arturia 제 플러그인들도 그렇고 신디사이저들도 무겁다.

 V Collection으로 데모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악기를 6~8개 정도 사용했다. 필자의 컴퓨터는 i7-8700을 사용하고 있는데, 리얼타임 재생을 하고 있을 때, CPU 점유율은 50퍼센트를 중반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상대적으로 많은 점유율을 보여줄 때가 몇 번 있었는데, 이는 Pad Synth를 사용할 때였다. 되도록 Pad 신스를 디자인한 후에는 바운스 혹은 프리즈 작업을 한 후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 이 밖에도 다른 믹싱 플러그인 및 마스터링 플러그인을 건다면 금방 CPU가 비명을 지를 건 분명하다. 요약하자면 V Collection은 다이어트는 더 필요하겠지만 어느 정도의 사양을 가진 컴퓨터에서는 잘 작동한다. 하지만 V Collection 신디사이저를 10개 이상 사용하는 등 최상의 퍼포먼스를 필요로 하는 프로듀서들은 좋은 컴퓨터를 사용해야 할 듯하다.

Plugin Demo

 아무리 글로 설명하더라도 직접 보는 게 더욱 확실한 법. V Collection의 악기를 사용해 지금 작업 중인 음악에 적용해 봤다. 빈티지하면서 어딘가 그리운 느낌의 음악을 쓰고 싶었는데, V Collection의 악기들을 이용하니 한결 구현하기가 편했다. 폴리, 킥, 하이햇, 앰비언트 사운드를 제외한 모든 소리는 V Collection에 포함된 악기들을 사용해서 만들었다. 

 참고로, 본 영상에서는 V Collection의 악기 중 필자 기준으로 자주 쓰일 법한 악기들을 주로 활용했기에, 모든 악기들이 나오진 않는다. 어떤 식으로 작업에 활용했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필자가 쓰는 화면 녹화 프로그램이 음성을 모노로만 녹음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 점 미리 양해 부탁한다.

Conclusion

 Arturia V Collection은 Arturia의 하드웨어 모델링 기술력이 빛나는 번들이다. V9 기준 번들에 포함되어 있는 총 33개의 다양한 건반악기들은 오리지널 사운드와 비교해 봐도 크게 밀리지 않는 사운드를 보여준다. 번들에 포함된 건반악기들은 단 하나의 악기만으로도 음악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면서도 다양한 사운드를 가지고 있다. 필자는 이제 신디사이저를 배워가는 사람이라 번들에 포함된 신디사이저들을 완벽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각 신디사이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너무도 독특해서 만져볼 때마다 큰 배움을 얻어가고 있다. V Collection은 단순히 아날로그의 디지털 이식에서 그치지 않고, 초보자들을 위한 배려를 세심하게 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빈티지 신디사이저의 특성상 신디사이저의 구조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 않는 이상 소리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운 편인데, 초보자를 위한 프리셋과 튜토리얼을 친절하게 제공해주고 있다. 필자도 튜토리얼과 프리셋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 디지털 복각을 하려면 Arturia처럼 해야 한다.

 소리도 좋고, 자유도 또한 뛰어난 악기들로 가득 차 있는 Arturia V Collection지만 필자가 생각했을 때 큰 단점이 하나 있다. 매우 무겁다. 위의 "Heavy Synth?" 쪽에도 언급했지만 전체적으로 프로그램들의 점유율이 높다고 느껴졌다. 정작 신디사이저를 하나하나 사용할 때에는 체감을 못 느꼈지만 레이어를 하는 순간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한 Pigments와 마찬가지로 일부 그래픽 엔진이 매우 무겁게 작동한다. 프리셋을 이용하거나 사운드 디자인이 다 끝난 상태라면 미디를 찍으면 되니까 사정이 상대적으로 낫다. 그러나 사운드 디자인을 하기 위해 자주 다른 신스로 전환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짜증을 절로 불러온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이전의 Pigments 리뷰에서 가볍게 언급했지만 이번엔 좀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 차기 버전엔 반드시 다이어트해야 한다.

 올해 초부터 음악 믹싱 및 마스터링 말고도, 작곡을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믹싱 및 마스터링을 위한 플러그인과 마찬가지로 악기들도 하나 둘씩 모아놓지 않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Arturia V Collection만큼 다양하고도 강력한 기능을 가진 빈티지 건반악기들이 모여 있는 번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눈에도 어려워 보이는 모듈러 신디사이저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피아노까지 음악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악기들을 직접 내 프로젝트로 가져와 소리와 질감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빈티지 신디사이저의 질감을 좋아하는 분도, 아직 신디사이저에 대해 제대로 모르지만 옛 느낌을 원하는 분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번들이니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V Collection 너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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