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ON - P1-Nano Control Surface

2024. 6. 24. 20:00Journal/Musical Gear

 올해도 어김없이 KOBA2024에 다녀왔다. 작년과 달리 하루만 딱 날 잡아서 갔다 왔는데, 작년과 동일한 규모에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볼거리는 많았지만 이미 다 작년에 봤던 것들이라 필자 기준으로는 굉장히 아쉬웠다. 그러던 중, BLS 부스에 못 보던 컨트롤러들이 새롭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차피 필자는 다른 컨트롤러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지나치... 려고 했으나, 엥 터치스크린이네? 하는 마음에 사진을 몇 개 찍어두었다. 자신의 미래는 전혀 상상하지 못한 채...

 이 사진을 찍은 후, 작업실에 돌아와 여느 때처럼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BLS에서 KOBA 전시상품을 싸게 처분한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흠흠 이건 비싸고 저건 내 환경에 필요없고.. 하면서 선별 작업을 하고 있을 때, 그때 봤던 컨트롤러가 딱 눈에 들어와 버렸다. 사실 기기 변경을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개봉인 걸 감안하더라도 가격대가 꽤 저렴했다. 한 20만 원 초반대? 그러면 지금 컨트롤러를 팔면 상대적으로 최신 기계를 살 수 있어요? 작업실에 새로운 활력도 불어넣어줘요? 잠시 블랙아웃이 있었고, 모든 것이 끝난 후였다. 충동구매해 버렸다. 아무리 봐도 지금 쓰는 장비의 업그레이드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터치 스크린만 잘 써도 100% 이득인 상황. 어차피 뒷감당은 미래의 필자가 어떻게든 해 주겠지.

 서론이 길었다. 이번에 기기 추가를 했다. 원래 사용하던 Behringer X-Touch One을 7년만에 은퇴하고 새로운 컨트롤 서페이스를 도입했다. 이번에도 1-페이더 짜리 컨트롤 서페이스다. 이름은 ICON P1-Nano, ICON이라는 브랜드는 조금 생소한 브랜드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조금 찾아보니 마이크도 만들고 인터페이스도 만들고 스피커도 만들고 다 만드는 문어발스러운 라인업이 장관이었다. 필자가 선택한 P1-Nano는 이름대로 P1이라는 컨트롤 서페이스 시리즈의 가장 엔트리급 장비다. 터치스크린을 지원하면서 작은 조그 휠이 있고, 확장형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는 작으면서도 활용도 높은 장비다. 또한 DAW 3개를 동시에 컨트롤할 수도 있어 여러 대의 DAW를 같이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군침이 당길만한 요소들이 많다. 더군다나 필자는 이걸 실물로 먼저 본 상태였으니 지갑이 안 열릴 수가 없었다. ICON P1-Nano의 정가는 37만 원, 필자가 구매한 가격은 26만 원이다. Behringer X-Touch One 샀을 때와 가격이 같다는 점에서 끌릴 수밖에 없었다. ICON P1-Nano에는 여러 가지 옵션들이 몇 있었는데, 이는 나중에 제품을 확인하면서 살펴보도록 하자.

 

 글을 쓰기 전 미리 밝힌다. 이번 리뷰는 철저히 내돈내산 리뷰다. 그렇기에 일부 내용이 불확실할 수 있고, 구체적인 설명보단 흘러가듯 리뷰를 진행하려 한다. 이 점은 미리 양해 부탁한다.


본 리뷰는 Chester Park의 지갑의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는 감정적 고양감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지갑은 아플 뿐입니다.


Unboxing

 뭔 거대한 박스가 와 있길레 따로 쓰던 16 채널짜리 컨트롤 서페이스 겸 책상에 올려놓았다. ICON P1-Nano 박스가 정말 어마무시하게 크다. 박스에는 이 플러그인들을 줘요 라고 따로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필자는 하드웨어를 샀지, 컨트롤러를 산 게 아니라서 넣어두었다.

 후면에는 ICON P1-Nano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뻬곡하게 적혀 있다. 대충 살펴보면 "DAW 기능들을 하드웨어로 조작 가능하고, 3대 동시에 쓸 수 있다"로 요약할 수 있다.

 박스를 열면 9개 국가의 언어로 ICON P1-Nano를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요즘은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서를 대체해버리는 게 아쉽긴 하다. 하단에는 보증 관련 내용이 나와 있는데, 나름 18개월이라는 긴 보증을 자랑하고 있다.

 박스를 열면 오늘의 주인공, ICON P1-Nano의 모습이 나타난다. 처음엔 Behringer 처럼 저렴한 느낌이 날 줄 알았는데, 꽤 그럴듯한 빌드 퀄리티를 가지고 있어 적잖이 놀랐다. 특히 페이더 조작부나 버튼 누르는 느낌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P1-Nano 본체를 들어내면 밑에 설명서 및 케이블 등이 들어 있다. 케이블만 챙기고 나머지는 가볍게 패스했다.

 제품을 꺼내서 필자의 책상 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음 역시 예쁘다. 빨리 설치해보고 싶은 생각이 가득하다.

ICON P1-Nano

 제품 디자인은 사실 평범하다. 상단의 8개의 메탈 노브가 있고, 아래에 현재 트랙 정보, 볼륨 레벨 정보 등을 보여주는 LCD 디스플레이와 현재 재생 중신 초, 바 등 상태를 보여주는 LED 디스플레이가 자리하고 있다. 그 옆에는 P1-Nano의 특징 중 하나인 DAW 전환 버튼이 있다. 필자가 ICON P1-Nano를 고른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는데, LCD 디스플레이와 시-분-초를 보여주는 LED 디스플레이가 주는 직관성 때문이다. 전에 사용하던 컨트롤러도 같은 기능이 있었지만 LCD 디스플레이의 정보가 제한적이라 약간 아쉬웠다.

 하단에는 모터 페이더가 있는데, 터치 및 조작할 때마다 불이 들어오는 LED 인디케이터도 마련되어 있다. 옆에는 각 트랙별 솔로, 뮤트, 레코딩 가능 여부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과 DAW를 직접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 그리고 16개의 터치 스크린 디스플레이 버튼 및 조그 휠이 있다. 조그 휠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자면 조금 더 크게 만들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작다는 점 빼고 맘에 든다. 참고로 모든 노브들은 누를 수 있다. 이걸로 뭔가 다양한 것들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위에서 짤막하게 언급한 건데, 굉장히 빌드 퀄리티가 튼튼하고 부드럽다. 버튼을 눌렀을 때의 감도도 좋고, LED의 시인성도 뛰어나다. 이런 컨트롤 서페이스를 써야 하는 이유들이 "DAW를 하드웨어로 조작하고 싶다"라는 느낌 때문인 건데, 이런 부분을 매우 잘 긁어준다. 일단 조작성 부분에서 합격이다.

 후면 단자는 굉장히 심플하다. 전원 On/Off 스위치와 5V로 전원을 넣을 수 있는 Type-C 단자와 두 개의 풋 페달 단자, 그리고 USB 3.0을 지원하는 데이터 전송 겸 파워 공급을 담당하는 Type-C 단자, 확장 디스플레이 D-5를 위한 Type-C 단자가 하나 더 있다. P1-Nano는 저전력으로 설계되어 있어 그냥 데이터 단자만 사용해도 충분히 모터 페이더를 구동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장비는 안정성을 위해 별도의 허브를 통해 상시 전원을 공급해 주고 있다. 별도의 USB 허브 기능이 없는 점은 살짝 아쉽다. 이전에 쓰던 컨트롤러에서 굉장히 만족하면서 쓰고 있었던지라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Compard X-Touch One

 필자가 원래 사용하던 장비는 Behringer X-Touch One이다. 이 장비 또한 1-모터 페이더 컨트롤러이며, 이걸로 수없이 많은 작업들을 진행했다. 1-모터 페이더라는 콘셉트는 동일하지만 ICON P1-Nano과 비교했을 때, 설계 사상이나 레이아웃 등의 차이가 확연히 보였다.

 X-Touch One의 경우, 대부분의 버튼들을 물리 버튼으로 구현했다. DAW마다 레이아웃의 차이는 별도의 전용 플레이트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전면의 거대한 조그 휠도 인상적이다. 평범하지만, 옛날 장비에서 자주 보뎐 레이아웃을 따르고 있어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어 보인다. 다만 버튼들이 비직관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하는 기능을 빠르게 버튼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필자가 자주 쓰는 기능이 아니라곤 하지만 그래도 비직관적인 건 굉장히 아쉽다.

 반면 P1-Nano의 경우 레이아웃이 달라지는 문제들, 즉 대부분의 기능들을 디지털 터치 디스플레이로 해결하였다. 그래서 공통적인 물리 버튼들만 남기고 나머지 기능들은 터치 스크린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 방법이 어색할 수도 있는데, 이미 이전에 Stream Deck을 사용하고 있던 필자로서는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또한 조그 휠이 굉장히 작아졌다. 그런데 돌리는 품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X-Touch One보다 가볍고, 훨씬 부드럽게 돌아간다. 따로 베어링 같은 걸 넣어놓은 듯 하다. 조그 휠이 작다는 점을 빼면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부가적인 기능으로는 컴퓨터 스크롤 휠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노브를 조작하라고 들어간 기능이지만 다른 기능으로 이용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이젠 후면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필자가 사진을 드럽게 못 찍었기에 차이가 명확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둘의 가장 큰 차이는 USB 허브의 유무와 전원 인가 방식의 차이다. 사실 이 차이 때문에 최후의 최후까지 ICON P1-Nano를 사야 하나 고민했다.

 Behringer X-Touch One의 경우 별도의 12V DC 어댑터를 켜야 모터 페이더를 쓸 수 있다. 또한 단자가 Type-B이며 컴퓨터와 연결했을 때 USB 허브로도 작동한다. USB 허브는 USB 2.0으로 작동하기에 iLok 동글 같은 것들을 꽂아놓기에 적당하다.

 반면 ICON P1-Nano는 USB 허브는 지원하지 않지만 풋 페달을 2개 연결해서 각기 다른 기능으로 쓸 수 있고, USB 3.0을 지원하기에 케이블 1개만으로도 모터 페이더를 작동할 수 있다. 각자의 일장일단이 있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책상 장비를 꾸미느냐에 따라 갈릴 듯하다. 

 ICON P1-Nano를 빨리 써보고 싶어 원래 쓰던 장비를 들어내고 얹어보았다. 굉장히 자연스럽게 원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서 2차 합격 점수가 들어갔다.

iMap

 ICON P1-Nano를 설치했다 해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제 지옥의 설정 시간이다. 사람마다 쓰는 DAW가 다르기에 ICON P1-Nano가 어떤 장비에 연결될지 미리 설정해줘야 하는데, 이걸 돕는 게 ICON 번들 소프트웨어 중 하나인 iMap이다. ICON의 다른 컨트롤 서페이스들도 iMap으로 조작하고 기능 관리를 하게 된다. 물론 ICON 공식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iMap을 처음 켜게 되면 아무것도 없는 화면이 반겨준다. 그럴 때에는 어떤 DAW를 쓰고 있는지 ICON P1-Nano에게 먼저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대신해 주는 프로그램이 iMap이다. iMap 상단에 있는 DAW 부분에 1,2,3이라는 숫자가 있는데, 3개의 DAW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DAW 이름이 나와있다면 이미 매핑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필자의 경우 1번과 2번은 미리 매핑을 했기에 빈 공간인 3번을 선택했다. 그럼 우측에 DAW 리스트가 나오는데 여기서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DAW를 고르면 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현존하는 대부분의 DAW는 다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에서만 사용하고 있는 Ability도 지원한다는 점에서 적잖이 놀랐다. 최근 출시된 UAD Luna도 지원하고 있어 옳다쿠나 하고 필자는 2번에 배정해 놓았다.

 그럼 간단하게 UI를 살펴보자. 아까 전 ICON P1-Nano에서 보았던 레이아웃이 반겨준다. 여기에 기능들을 사용자 입맛대로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다. 그런데 몇몇 페이지에서는 자유도가 제한된다. 지금 보고 있는 화면은 General Setting 화면인데, 16개의 터치 스크린 화면이 아닌 노브들 및 버튼들을 매핑할 수 있다. 매핑 방법은 우측 메뉴에서 드래그-드롭을 해도 되고, 매핑을 원하는 버튼을 클릭한 수 목록에서 원하는 기능을 누르면 자동으로 매핑된다. 뮤트/솔로/재생/정지 등 일부 필수적인 키의 경우 매핑을 지원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DAW를 고르면 사전에 설정된 프리셋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그런데 이 설정 방법이 참 골 때린다. 필자는 ICON P1-Nano가 MIDI CC로 제어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일부 기능들은 핫키 형태로 구현되어 있다는 걸 설정하면서 알게 되었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이런 핫키 매핑 방식의 경우 DAW의 단축키를 미리 등록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필자가 사용하는 Studio One처럼 단축키를 바꿀 수 있는 DAW들이 있다. 필자 또한 Studio One의 기본 단축키를 사용하는 게 아닌 이전에 사용하던 Pro Tools의 단축키 기반에 일부 기능을 커스텀해서 사용하고 있다. Studio One을 사용하긴 하지만 필자의 손에 익은 단축키를 쓴다는 뜻이다. 그런데 ICON iMap의 경우, Studio One 기본 단축키 기반으로 작동한다. 가령 Studio One의 믹서 창을 여는 단축키가 F3이라고 가정해 보자. 순정 상태의 Studio One이었다면 믹서 창을 여는 단축키를 적용했을 때 문제없이 작동하지만, 필자처럼 커스텀 단축키를 사용할 경우 설정이 먹지 않는다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풋페달 등 이전 컨트롤러에서 사용했던 기능들 일부를 ICON P1-Nano에 매핑할 수가 없다. Toggle Play 기능이 iMap 내부에 있다면 그냥 매핑해 버리면 되는데, iMap을 사용하는 게 아닌 Studio One 내부의 MIDI Learn을 통해 기능 구현을 해야 한다. 각 DAW의 세부 기능들을 미리 매핑해 뒀다고 하길래 각 DAW에 특화된 기능들이 제대로 매핑되었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니었나 보다.

 Button Function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16개의 터치 스크린 슬롯 설정 모드는 총 5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16개의 터치 스크린 버튼이 5세트이니 총 80개의 기능을 매핑할 수 있는 셈이다. 매핑하는 방법은 똑같다. 드래그-드롭, 아니면 기능 선택 후 다른 기능으로 대체하기. 앞서 살펴본 General Setting와는 다르게 Button Function은 자유도가 굉장히 높은데, Hot-Key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와 같이 DAW의 단축키를 모조리 커스텀해서 쓰는 사람이라면 이 기능의 유무가 굉장히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iMap에서 제공하지 않는 기능이더라도 Hot-Key를 통해 등록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정한 기능들이 바로 위에 있는 기능들이다. 첫 번째 창은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일반적인 기능들을, 두 번째 창은 믹스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세 번째 창은 마스터링 페이지에서 사용하는 기능들을 담았다. Studio One에서는 각 페이지마다 단축키가 다르기 때문에 따로 지정해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P1-Nano의 전환 가능한 터치스크린의 매력이 더욱 빛났다.

ICON P1-Nano Demo

 그럼 실제로 ICON P1-Nano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영상으로 알아보자. 사실 필자야 대부분의 기능들의 설정이 끝난 상태기 때문에 설정을 보여준다거나, 조작을 보여준다거나 같은 것들을 하지 않을까 싶다. 미리 이야기하지만 필자의 방식이 꼭 정답은 아니다. 필자가 생각했을 때 가장 편했던 작업 방식이 이것이라 이렇게 세팅했을 뿐이다. 또한, 필자는 MCU 방식의 한계를 수정한 커스텀 프로파일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 기능들이 통상적인 형태와는 차이가 난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ICON P1-Nano을 활용하는지를 중점으로 보면 될 듯하다.

Conclusion

 이번에는 평소보다 가벼운 느낌으로 ICON P1-Nano 리뷰를 작성해 보았다. 처음엔 충동구매로 샀지만, 쓰다 보니 커스텀할 거리가 많아서 시간을 조금 썼다. 설정하면서 느꼈던 건 꽤 설정할 거리가 많았다는 점이다. 16개의 터치 버튼을 맘대로 커스텀할 수 있는 단축키. 이게 진짜 마음에 든다. 키보드 매핑을 하는 느낌이라 원하는 대로 집어넣다 보면 나만의 장비를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하드웨어 완성도도 굉장히 좋았다. 버튼을 누르는 느낌도 부드러우면서도 견고하고 조그 휠은 부드럽고 빠릿빠릿했다. LCD 시인성도 꽤 밝아서 멀리서 보았을 때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페이더가 이전에 사용했던 장비보다 부드럽고 정확하게 움직였다. 안에 들어간 페이더 품질이 훨씬 좋은 듯하다. 이전에 만져보았던 90만 원대의 컨트롤러를 만져본 경험이 있었던 필자로서는 나름 정가 30만 원 중반대의 장비라 빌드 퀄리티가 좋지 않을까 했는데 그것과 비교했을 때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가 있다면 번들 프로그램, iMap이었다. 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언급해 보자. 16개의 터치 버튼은 커스텀하기 자유롭지만, 나머지 버튼들은 그렇지 않다. 매핑이 되는 버튼들이 있고, 반만 매핑되는 버튼이 있고, 고정된 버튼들이 있다. 고정된 버튼들은 중요한 기능들이 대부분이라 딱히 건들 필요가 없다. 그런데 반만 매핑되는 버튼들이 문제다. 터치 버튼들은 단축키 매핑이 가능하지만, 반만 매핑되는 기능들은 MIDI CC 아니면 기본적으로 설정된 기능을 매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기본적으로 설정된 기능들은 DAW 기본 단축키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필자처럼 커스텀 단축키를 사용하는 경우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다. 물론 MIDI CC로 매핑하면 되긴 하지만 되도록이면 단축키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기능을 풀어주는 게 좋지 않나 싶다. 차기 iMap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었으면 좋겠다. 하드웨어는 굉장히 좋은데 소프트웨어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총평이다. ICON P1-Nano는 "개인 작업자들이 사용하기 적합한 1-페이더 컨트롤 서페이스"다. 하드웨어의 완성도는 굉장히 뛰어난 수준이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부족한 점들이 많아 조금의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러나 한 1주 쓰다 보니 어느 정도 적응되어서 바꾸길 잘한 것 같다. 가격대도 적당해서 1-페이더 컨트롤러를 원했던 분들이라면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SSL 같은 고급 컨트롤러도 좋지만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은 듯하다. 물론 SSL 컨트롤러도 써보기 전까진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카드는 긁어졌다. 이제 미래의 필자가 열심히 메꿔나가면 된다. 이전 장비를 7년 정도 썼으니 이것도 한 그쯤 쓰면 되지 않을까? 3개월만 조금 참으면 영원히 필자의 것이 된다. 오랜만에 기변을 했는데 현재까진 매우 만족스럽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