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

2023. 11. 4. 11:00Journal/RE:Vu

 최근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면서 드디어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 생겼다. 나만의 공간을 드디어 만들 수 있어서 그런가 새롭게 물건 사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인센스 스틱에 가구에 룸 어쿠스틱에 여러 가지를 사다 보니 어느 순간 풀소유를 실천하고 있는 필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뭐 별 수 있나, 이럴 땐 리듬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미친 짓을 했다. 트랙볼 하나를 더 추가했다. 이번엔 오랜만의 내돈내산 리뷰다.

 이전 리뷰에도 소개한 적 있지만, Kensington(이하 켄싱턴)은 그렇게 대중적으로 알려진 회사는 아니다. "켄싱턴 락" 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회사지만, 어느 정도 마우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한정으로 트랙볼 마우스가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트랙볼 마우스를 쓰는 이유는 공간의 협소함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손목 건강 때문일 것이다. 손가락만 써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기에 손목을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다. 손목 수근관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트랙볼 마우스를 찾는 이유다. 그러나 트랙볼 마우스를 만드는 기업은 매우 적다. 그중 검지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고, 가장 사용자 폭이 넓으며, 드라이버 및 관리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드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켄싱턴이다. 켄싱턴에서 만드는 트랙볼 마우스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 검지로 조작하고 특유의 스크롤 휠 링이 인상적이다. "트랙볼은 빨간색 볼이 근본이다"라는 유행 아닌 유행도 사실상 캔싱턴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란 느낌이다

 본 포스팅에서 소개할 트랙볼 마우스는 켄싱턴 사의 트랙볼 마우스,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이다. 필자의 예전 글을 읽어 보았다면 알겠지만 이미 필자는 유선 모델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 더 샀다. 이미 유선이 있는데 왜 무선을 샀냐 하면... 사실 충동구매다. 유선 모델과 차이점이 궁금하다! 는 이유를 나중에 갖다 붙이긴 했지만 충동구매는 맞다. 그런데 이전부터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긴 했다. 지금 쓰는 유선 트랙볼을 서브 마우스로 돌리고 무선 버전을 메인으로 쓰는? 그런 내면의 흐름이 어느 새인가 완성되어 그리고 Kensington Expert Mouse 유선 모델보다 소폭 업그레이드된 부분이 있다고 해서 궁금증 해소 겸 구매를 했다. 이제 만져봐야 알겠지.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 모델은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아 일본에 업무를 보러 간 지인을 통해 대리구매를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대행 구매를 흔쾌히 해 준 CHUYO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구매 가격은 면세 가격 기준 11,575엔이었는데, 엔저로 인해 10만 5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요즘 일본에서 뭘 사기가 참 좋다. 일 받을 때는 무섭지만.

 

Kensington Expert Mouse 유선 모델 리뷰
https://blog.jellyfish.moe/entry/Kensington-Expert-Mouse

Unboxing

 오늘의 주인공,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를 CHUYO님에게 전달받아 작업실로 가지고 왔다. 이전에 봤던 유선 버전의 패키징과 달리 무척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유선 모델의 패키징은 굉장히 밝고 경쾌한 느낌인데 무선 모델의 패키징은 진중한 느낌이다.

 후면엔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의 특징이 일본어로 인쇄되어 있다. 특유의 휠 컨트롤에 대한 설명과 2.4GHz / Bluetooth를 지원한다는 설명, 4개의 키에 매크로를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다. 하단에는 내부 구성품이 이미지로 작게 인쇄되어 있으며, 3년 워런티를 지원한다는 내용이 있다. 물론 글로벌 워런티가 아니기 때문에 만일 고장 났을 때에는 옆나라로 가서 수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고장 날 때쯤 되면 유선 모델을 하나 더 들이지 않을까? 

 바닥에는 일본에서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를 수입하는 업체의 정보와 바코드가 있다. 바로 옆에는 봉인 씰이 잘 붙어있는 게 보인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개봉이다. 늘 새 제품을 살 때는 마음이 설렌다. 히히 즐겁다 즐거워

 겉 박스를 벗겨낸 패키지의 모습은 굉장히 심플하다. Kensington이란 글자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친환경적인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하지만 이건 잘 바꾼 듯 하다. 저번의 플라스틱 구조물은 좀 심했다.

 박스를 들어올리면 오늘의 주인공,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 본체를 만날 수 있다. 트랙볼 보호를 위해 상단부에 스펀지 처리를 한 게 인상적이다.

 트랙볼은 잠시 옆으로 내려놓고, 나머지 구성품들을 확인하러 가보자. 살짝 손목 패드와 배터리가 보인다. 살짝 2.4 GHz 리시버도 보이는 듯하다. 이 밑에 다른 구성품들이 숨어 있으니 마저 꺼내고 오겠다.

 모든 구성품들을 다 꺼내보았다. 구성품은 매우 간단하다. 손목 받침대, 설명서, AA 배터리 1쌍과 2.4GHz 수신기 그리고 Expert Mouse 본체가 전부다. 구성품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무선으로 변경된 만큼 배터리와 수신기가 들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 본체를 먼저 꺼냈다. 이미 쓰고 있는 모델의 마이너 체인지라 사실 새로운 느낌은 없었지만 크게 다른 점들이 몇몇 있었다. 이게 이렇게 멋있었나? 라는 인상이 먼저 들었다. 트랙볼은 완전히 빨갛지 않고 검붉은 빛이 도는 게 너무 멋있다. 처음 살 때 무선 모델을 사지 않았을까... 후회가 가득하다. 

 볼 부분에 센서 보호를 위해 스티로폼이 있는 점은 동일하니 차이점 중점으로 서술한다.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 밑부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전원 On / Off 버튼이 새롭게 생겼고, Bluetooth와 2.4GHz 신호를 전환할 수 있는 버튼, 그리고 배터리 및 수신기를 보관할 수 있는 커버가 생겼다. Bluetooth 연결 방법에 대한 안내도 같이 되어 있으니 한번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배터리를 보다 편하게 뺄 수 있게끔 끈도 달려 있다. 충전식 배터리가 아니어서 아쉽긴 하지만 이 정도도 충분하지 않나 란 생각이다. 이번에 SlimBlade Pro로 새롭게 리뉴얼되면서 유무선 겸용 트랙볼이 새롭게 출시되었는데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도 유무선 겸용으로 리뉴얼해 줬으면 좋겠다.

 손목 받침대도 약간 디자인이 달라졌다. 소재 자체는 코팅된 우레탄 폼이지만 가죽 모양의 텍스처가 보다 세세하고 자연스러워졌다. 모서리의 성형도 훨씬 부드럽고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다. 다만 광택이 사라지고 어두운 느낌으로 바뀐 만큼 기름 등의 오염이 일어날 경우 조금 더 눈에 띌 수도 있겠다. 확실히 손목 받침대는 개선이 이루어졌다. 결합 방법은 이전 모델과 동일하니 생략했다.

 결합한 상태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회색빛이 감돌던 유선 모델과 달리 완벽한 블랙으로 바뀌면서 훨씬 깔끔한 디자인이 되었다. 볼만  필자가 생각하던 트랙볼의 모습과 가장 흡사한 디자인이다. 정말로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마음에 든다.

 필자가 기존에 사용하던 Kensington Expert Mouse와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를 동시에 놓아보았다. 사실 같은 모델에서 유선이냐 무선이냐의 차이점이라 외관상 디자인은 같다. 외관의 디자인은 거의 달라진 게 없으나, 세부적인 디자인이 다르다. 가장 먼저, 유선 모델과 무선 모델의 색 배열이 다르다. 트랙볼이 검은색에서 트랙볼의 표준 컬러, 레드로 바뀌었고, 본체 색 배열이 보다 어둡고 무광으로 되어 있다. 두 번째로 손목 패드의 마감이 신형에서 보다 좋아졌다. 텍스처가 더욱 세세해졌다는 점도 호평이다. 마지막으로 버튼 클릭감과 휠 감도가 약간 달라졌다. 유선 모델의 경우 클릭감이 조금 더 묵직하고 느리게 반응했다면, 무선 모델은 클릭감이 가벼워지고 높은 소리를 낸다. 반응 속도도 약간 더 빠른 느낌이다. 휠은 신형이 보다 더 부드럽고 정확하게 작동한다. 물론 필자가 가지고 있던 Kensington Expert Mouse가 2년 정도 썼던 점을 고려한다면 미미한 차이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런 차이가 난다.

 대충 놔도 예쁘다. 기회가 된다면 유선 모델도 한번 유지보수하면서 무광으로 만들어주고 싶을 정도다. 볼도 새롭게 사주고.

KensingtonWorks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 역시 Kensington Expert Mouse와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키 매핑을 할 수 있다. 사실, 켄싱턴의 모든 마우스는 Kensington에서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관리 프로그램과 연동된다. KensingtonWorks라 불리는 관리 프로그램은 켄싱턴 마우스에 한해 버튼 매핑, 매크로 설정, 포인터 속도 조절 등 마우스와 관련된 모든 커스터마이즈를 제공한다. Logitech 사의 Logi Option과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편하다. TrackballWorks라는 프로그램도 존재하지만, 최근엔 KensingtonWorks로 통합되었다. 만일 TrackballWorks를 사용하고 있는 분이라면 최신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걸 추천한다. 다운로드는 이곳에서 할 수 있다.

 KensingtonWorks를 처음 설치하고 마우스를 연결하면 다음과 같은 창이 나타난다. KensingtonWorks는 켄싱턴 마우스가 아니라면 설정 페이지를 아예 열 수 없으니 반드시 제대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가장 먼저 보이는 페이지는 각 버튼들의 기능들을 커스텀할 수 있는 페이지다. 각각의 버튼마다 1개의 기능씩, 그리고 상부의 두 버튼을 동시 클릭 및 하부의 버튼을 동시 클릭으로 총 6개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좌클릭 키는 위치를 변경할 수 있지만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클릭이나 가운데 클릭 등의 기능들은 제거할 수 있다. 작업의 편리성을 위해 필자는 위와 같이 설정하였다.

 두 번째 모드는 포인터와 관련된 설정이다. 특이한 점은 볼의 가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인데, 볼을 빠르게 굴리면 포인터에도 가속이 붙는다. 트랙볼을 조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부가적인 옵션이라고 보인다. 덤으로도 특정 키를 누르는 것으로 포인터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거나, 특정 방향으로 조작하는 걸 잠글 수도 있다. 자유도가 막강하다.

 마지막으로는 스크롤 설정이다. 살살 돌려도 빠르게 스크롤이 이루어지게 만들 수도 있고, 매우 천천히 스크롤이 되게끔 할 수도 있다. 스크롤 방향은 정방향과 역방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macOS의 스크롤 방향과는 호환되지 않으므로 온전히 트랙볼만의 스크롤 옵션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Conclusion

 뭐.... Kensington Expert Mouse Wireless 결론을 낼 시간이 왔다. 무선 모델을 쓰고 싶다는 생각 + 충동구매로 산 트랙볼이기에 실 체감은 그렇게 엄청나진 않다. 이미 가지고 있는 제품의 옆그레이드라서 조작감은 거의 같다. 마치 구형 아이폰에서 신형 아이폰으로 업그레이드한 후 영혼백업을 뒤집어씌운 듯한 느낌이다. 물론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다 트랙볼이 검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고, 각 버튼과 스크롤 휠의 느낌이 미묘하게 달라졌으며, 선이 없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차이다. 정말 작은 차이지만 익숙함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에겐 조금 미묘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Kensington Expert Mouse다. 정말로 좋다. 그냥 이번 기회에 슬림블레이드를 사볼 걸 이라는 후회는 살짝 있지만 3년 뒤에 사보는 걸로 하자. 

 그럴듯하게 사진을 찍어보니 꽤 분위기 있으면서도 위압감 있는 세팅이 완성되었다. 새 작업실에서 유선 모델과 무선 모델을 이렇게 놓고 사진을 찍으니 마치 비행가 콕핏을 보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조작할 엄두가 안 나는 환경이 아닐까 싶다. 물론 사진을 찍은 이후 유선 모델은 필자의 다른 작업실로 이동해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 필자의 컴퓨터를 잘 못 만지게 되는 점에서도 장점이 살짝 있다. 음악 작업실에서는 무선 모델만 쓰기로 했다.

 트랙볼을 사용하는 약 5년이라는 시간 동안 필자의 주변 지인들에게 트랙볼이 그렇게 좋다고 홍보를 여러 번 하고 다녔다. 실제로 트랙볼로 아주 이주하신 분들도 있고, 필자보다 앞서 새로운 트랙볼을 구매한 분도 있다. 점점 주변에 트랙볼 사용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트랙볼맨으로서는 매우 기쁠 뿐이다. 보다 주변 사람들이 트랙볼을 많이 사서 필자가 만져보지 못한 회사의 트랙볼들을 많이 많이 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