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17. 06:07ㆍJournal/INTroduCE
'컴퓨터를 바꿔야겠다.'라는 생각이 갑작스럽게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충동적으로 든 생각은 아니다. 이전부터 필자는 주력 시스템을 macOS로 사용하고 있었다. 시작은 MacBook Pro 15 2015년형이었을 거다. 늦게 시작했던 음향 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모아놓았던 적금으로 구매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Mac Mini 2018년형 CTO를 구매하여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그러나 시대가 너무 빠르게 바뀌었다. 구매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Apple은 ARM 기반의 M1을 처음 선보이며 필자의 컴퓨터는 성능적으로 뒤처지는 "구식 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당시에는 필자의 옵션 중 하나였던 64GB 램이 M1에는 들어가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자기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다만 2021년 후반에 M1 MAX로 대표되는 강화형 Apple Silicon이 등장하면서 자기 위안할 거리도 사라지고야 말았다. 뭐 상관없었다. 작업만 잘 되면 Mac은 5년 이상도 거뜬한 친구니까. 그러나 점점 작업에도 한계가 찾아오고 말았다. 2025년 10월에 리마스터 앨범을 작업하던 도중, 필자의 Mac Mini가 프로젝트 1개를 버티지 못하게 되었다. 원인을 확인해 보니 램은 여유로웠지만 CPU 성능이 현저히 뒤처져서 발생한 일이었다. 수없이 가격을 알아보고 그만두고를 반복하다가 2025년이 저물어가는 12월 15일, 가장 최신 성능의 작업 컴퓨터, Mac Studio 주문을 넣고야 말았다.

필자가 구매한 Mac Studio는 Apple의 컴퓨터 라인업 중 Mac Pro 다음으로 2번째로 고성능을 자랑하는 라인업이다. 소위 "스테로이드를 맞은 Mac Mini"라는 별명으로 불리는데 별명처럼 기존 Mac Mini의 케이스를 위로 늘린 형태를 가지고 있다. 포트 구성도 Mac Mini보다 진일보되어 전면에 Type-C 단자 2개와 SD 슬롯이 추가되었다. Mac Pro만큼은 아니지만 현재까지 필자가 사용한 Mac 중에서는 가장 확장성이 좋다.
필자가 구입한 Mac Studio 옵션은 최대한 기존 Mac Mini와 동일하게 맞추고자 했다. 램 업그레이드를 위해 그래픽 코어를 업그레이드하고 램을 64기가로 추가했으며, SSD도 1TB 옵션을 추가했다. 여러 가지 할인들을 적용하느라 Apple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지는 않았다. 최종 구입 가격은 430만 원, 필자가 처음 Mac Mini를 주문했던 가격이 230만 원 정도였으니 약 2배 이상의 지출이 발생했다. 그래도 최근 램 가격이 미쳐 날뛰는 상황과 학생 할인이 적용된 가격과 비슷하게 구매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 12월 15일에 주문을 넣었고, 약 23일이 지난 2026년 1월 8일, 필자의 작업실로 Mac Studio가 도착했다.
Unboxing

송장이 붙어있는 박스가 필자의 작업실 한 켠에 자리 잡았다. 들었을 때 꽤 육중한 무게라 당황했다. 스펙상으로는 약 3KG 정도 한다고 했는데 포장이 어찌나 튼튼한지 묵직함이 크기 대비 차원이 달랐다. 저 박스도 Apple에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겉보기로는 일반적인 박스의 느낌이다.

상부에는 겉 박스를 뜯을 수 있는 탭이 마련되어 있다. Apple이 직접 디자인한 박스 아니랄까 봐 이런 부분은 섬세하게 구현되어 있다.

봉인 탭을 뜯고 박스를 여니 오늘의 주인공, Mac Studio의 진짜 박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잡이가 달려 있어 박스째로 들고 다닐 수 있고, 박스에서 잡아 꺼낼 수 있게 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봉인 탭을 뜯은 겉 박스는 바로 재활용하기 쉽게 순식간에 분해되었다. 정말이지 환경 환경 하는 애플답다.

Mac Studio의 패키지 박스는 가장 최근에 필자가 개봉했던 AirPod Pro 3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크기가 거대할 뿐이다. Apple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있는 패키지답게 전면에는 Mac Studio의 실물 크기의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다. 실제 크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건 유용하다.

측면에는 Apple 로고, 후면에는 Mac Studio의 후면 단자 구성을 확인할 수 있다. 하단에는 필자가 주문한 세부 스펙과 시리얼 번호가 기재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자리를 빌려 필자가 주문한 Mac Studio 사양을 여기에 제대로 남겨보겠다.
Mac Studio 2024 (M4 MAX / 64G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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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4 MAX(16 Core CPU / 16 Core GPU / 16 Core Neural Engine)
64GB DDR5 통합 메모리
1TB NVMe SSD
x4 Thunderbolt 5 포트
10Gb 이더넷 포트
x1 HDMI 2.1 포트
클로버 타입 전원 포트(접지 지원)
x2 USB 3 Type-A 포트
x2 USB 3.2 Type-C 포트 (전면)
SDXC 카드 슬롯 (전면)

이제 고대하던 개봉 시간이다. 친환경적인 Apple의 정책에 따라 역시 뜯는 부분이 봉인 탭으로 되어 있다. 뜯는 느낌이 굉장히 좋아서 이것만 따로 팔아줬으면 좋겠다.

봉인 탭을 제거하고 박스를 열면 가장 먼저 설명서가 나오는데, 이미 필자는 macOS에 꽤 익숙해져 있기에 사뿐히 무시했다. 그 밑으로는 오늘의 주인공, Mac Studio가 포장지에 감싼 채로 얌전히 들어 있다.

Apple이 참 박스 설계를 굉장히 영리하게 한 게, 좌/우를 벌려서 제품을 꺼내는 방식이다. 여러 리뷰 영상에서 보다가 직접 보니까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경험들만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는 건가 싶을 정도다.

그 밑에는 전원선이 전부다. 그렇다. 구성품은 Mac Studio 본체와 전원선이 전부다. 모니터나 키보드, 마우스 등 나머지 악세사리들은 알아서 구비해야 한다. 스테로이드를 맞은 Mac Mini라는 말이 또다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어차피 필자는 이미 Mac Mini를 쓰고 있었기에 대부분의 구성품들을 이미 가지고 있어서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데스크탑 Mac이 이렇게 해롭다.

포장지도 벗기고 제품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새 제품이라 그런가, 아니면 필자의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 있는 탓일까. 예쁘다! 모서리의 날카로움이 장난 아니다. 일단 외관상으로는 불량점은 확인할 수 없었다.

후면 포트도 다시 한번 확인해보자. 위에서 언급한 포트들이 다 달려 있으니 일단 문제는 없어 보인다. 포트 위쪽의 작은 타공망들이 보일 텐데 이 부분은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는 부분이다. 기존 Mac Mini는 포트와 약간 간섭이 있어 꽂아 놓은 케이블들이 뜨거워지는 문제들이 있었는데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 케이블이 상할 수 있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애초에 Apple Silicon이 사용된 Mac이 쉽사리 뜨거워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Power On...?

원래 Mac Mini가 있던 자리에 Mac Studio를 올리고 포트들도 다 꽂아주었다. 이제 전원만 넣으면 되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 케이블의 문제인가 싶어 클로버 타입 전원 케이블을 다른 것으로 바꿔 끼워봐도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 전면의 LED에 불이 들어와야 하는데... 왜 안 들어오지. 지금까지 Apple 불량을 다 피해 간 줄 알았더니 하필 여기서 걸리는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친구의 조언을 받아 Apple 고객 전화 상담을 신청했고, 상담사도 불량으로 판단된다면서 다음날 Apple 점검 세션을 예약해 주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Apple 홍대 방문

그래서 다음날 Apple 홍대를 바로 방문했다. 작업실 근처의 Apple 직영 매장이 Apple 홍대여서 방문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다만 Mac Studio 박스를 낑낑거리면서 들고 가는 게 힘들었을 뿐. 예약 QR을 제시하고 Apple 엔지니어를 만나 상담을 진행했다. 불량일 경우 약 1달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무시무시한 말을 들으면서 전원을 넣었는데

전원이 들어왔다?
작업실에서는 안 되던게 왜 Apple 매장에 오니까 작동하는 거지? 엔지니어도 난감해하고 필자도 난감해졌다. 이게 이렇게 잘 되던 건가. 아니 원래 그게 맞는 거긴 한데 매장에 오니까 기강이 잡힌 건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매장에서 초기 설정을 진행하고 작업실로 돌아와 다시 연결해 보았다. 잘 된다. Apple 엔지니어 말로는 잔여 전류가 전원을 방해하는 경우일 수도 있다고 하는데 찬 바람 한번 먹여주고 몇 번 흔들어주면서 정상으로 돌아온 듯하다. 뭐 잘 작동하면 되는 거니까 잘 된 게 아닐까? 이후 약 3일에 걸쳐 기존 Mac Mini에 잡아놓았던 설정들을 Mac Studio에 옮겨주었다. 설정한 게 많으니까 설치할 것도 많아서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필자는 새로운 Mac을 사면 찌꺼기들 때문에 "새로운 Mac으로 설정"으로 하는 편인데, 업보를 제대로 돌려받았다.
Conclusion

모든 설정이 완료된 후의 필자의 작업실이다. Mac Mini를 사용하던 이전과 다르게 1초만에 켜지고, 편집하고 있던 파이널 컷 프로젝트가 아주 부드럽게 열리고, 기존에 문제가 있었던 프로젝트도 잘 열리는 걸 보니 성능 향상을 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왜 진작 안 샀지? 라는 생각과 더불어 매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램 가격을 보며 아주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는 순간 앞이 캄캄해지긴 하는데, 이건 미래의 필자가 해야 할 일이다. 아직도 필자 앞에 놓여 있는 Mac Studio를 볼 때마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제 컴퓨터도 가장 최신 사양인만큼 이걸로 더욱 많은 KRW 혹은 JPY을 채굴하면 된다. 이렇게 거금을 들였는데 5년 뒤에 또 문제 생기는 건 아니겠지. 이번 지름은 2025년 / 2026년 최고의 소비라고 생각한다. 자금 여유가 된다면 꼭 사라. 진짜 지금이 제일 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