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0. 30. 13:00ㆍJournal/Musical Gear
막 음악을 찾아 듣던 리스너 시절에 지인의 추천으로 처음으로 모니터링 헤드폰이란 M50x를 접하고, 쭉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HD600을 사고 난 후의 상황은 달라졌다. 굴러온 돌, HD600이 점점 필자의 감상용 헤드폰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박힌 돌이었던 M50x은 상대적으로 밀려나게 되었고, 결국 필자의 변덕으로 장터에서 팔려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구관이 명관이라 했던가. 가끔씩 M50x가 필요한 순간들이 꼭 찾아오게 되어 판매를 후회한 적이 한 둘이 아니었다. M50x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이야. 이왕 밀폐형 헤드폰을 알아볼 겸, 좋다는 헤드폰, 새로 나온 헤드폰들을 수소문해서 계속 청음 중이지만 아직까지 M50x의 가격과 성능, 품질을 만족하는 헤드폰을 발견하지 못했다. 오늘도 레코딩 및 믹싱을 위한 헤드폰을 찾는 필자의 여정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던 중, 필자의 지인이 처음 들어본 회사의 헤드폰을 추천하며 들어보라고 하는 게 아니던가.
필자의 지인이 추천해 준 헤드폰은 MIKTEK(마이크텍)이란 회사에서 출시한 헤드폰, DH80이었다. MIKTEK은 메이저 헤드폰 회사와 달리 그렇게 잘 알려진 회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원래 MIKTEK은 마이크를 전문적으로 만들던 음향기기 회사이기 때문이다. 어떤 연유인지는 몰라도 헤드폰 시장에 발을 내딛게 되었고, 곧 첫 번째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다. MIKTEK에서 출시한 헤드폰은 DH80과 DH90, 두 종류로, 각각 세미-오픈 타입 헤드폰, 클로즈-백 타입 헤드폰이다. 필자는 청음샵에 직접 가서 청음 해보려 했지만, 운이 좋게 7일간 DH80과 DH90을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덕분에 1주간은 신나게 음악만 듣게 될 듯하다. 가격은 사운드기어 기준으로 DH80, DH90 두 모델 모두 15만 6천 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가지고 있다.
본 글은 '사운드기어'로부터 제품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UNBOXING
박스를 열어보기 앞서, 언급해야 할 부분이 있다. MIKTEK의 헤드폰, DH80과 DH90은 디자인 및 제공되는 구성품이 전부 동일하다. 그렇기에 원래 필자가 관심을 가졌던 모델인 DH80을 기준으로 박스 및 내부 구성품들을 확인하려 한다. 필자의 경우 실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닌 데모 제품을 받았기에 실제 제품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패키지 박스의 디자인을 처음 보았을 때, '무난한 디자인이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실제 제품의 사진, 모델명, 그리고 브랜드. 간결하면서도 제품의 이미지를 부각하는 무난한 디자인이다. 저 이미지만으로도 헤드폰의 외관적 특징을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다.
패키지 박스의 뒷면에는 6개 국어로 헤드폰의 스펙과 특징 등이 나열되어 있고, 앞면과 마찬가지로 케이블이 연결된 DH80의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다. 6개 국어에 중국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의외로 신기했는데, 중국어로 적힌 헤드폰 문구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밖의 디자인적 부분들은 프로페셔널 헤드폰들의 패키지 디자인을 충실히 따라갔기 때문에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패키지 박스의 옆면엔 사운드기어의 데모 제품임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실제 제품에는 붙어 있지 않다.
패키지 박스를 열면 종이로 이루어진 가이드에 고정되어 있는 헤드폰이 보인다. 종이 가이드라서 제대로 헤드폰을 잡아줄지 의심이 들었지만, 직접 잡고 흔들어보니 가이드가 견고하게 헤드폰을 고정하고 있어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없었다.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다.
헤드폰과 종이 가이드를 들어내면 번들로 들어 있는 다른 구성품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1m 길이의 연장 케이블 |
3M 길이의 연장 케이블 |
3.5 to 6.3 헤드폰 잭 어댑터 |
헤드폰 스펙 시트 및 사용자 매뉴얼 |
벨벳 재질의 파우치 |
헤드폰을 사용하면서 필요한 것들은 다 있다. 다만 필자가 받은 제품은 데모 제품이기 때문에 판매용 제품에서의 포장은 약간 다를 수 있다.
헤드폰 외관
MIKTEK DH 시리즈의 외관은 카본 톤의 격자무늬 덕분에 매우 스타일리시하다. 전체적으로 날렵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마감도 괜찮은 편이다. M50x를 조금 더 날렵하게 만든다면 이런 느낌이 될 듯하다. MIKTEK DH 시리즈의 첫 번째 헤드폰이지만 매우 디자인이 멋지다.
다만, MIKTEK DH 시리즈는 헤드 밴드와 이어 컵의 거리를 조절할 수 없다. 이어 컵과 헤드 밴드 사이에 프레임으로 조절할 수 있어 보이지만 저 프레임은 헤드 밴드 바로 위에 있는 프레임과 연결되어 있다. 헤드 밴드를 조절할 수 없음에도 착용 시에 굉장히 편안하다.
이어 쿠션은 AUDIX Studio 헤드폰만큼은 아니어도 적당히 푹신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괜찮았다. 그런데 이어 쿠션의 모습이 왠지 낯익어 보인다. 마치 M50x에 사용된 이어 쿠션과 같은 종류로 보인다. 같은 종류가 맞다면 이어 쿠션을 못 구할 걱정은 접어도 좋을 듯하다.
길이 조절을 할 수 없는 만큼 헤드 쿠션은 조금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는데, 사진의 플라스틱 구조물이 머리를 잡아 준다. 이러한 방식을 윙 서포트 방식이라고 하는데, 별도의 조작 없이도 누구나 헤드폰을 쓸 수 있게끔 고안된 구조다. 머리를 잡아주는 윙 부분은 적절히 말랑거려서 스펀지 쿠션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푹신함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MIKTEK DH 시리즈가 헤드밴드 조절 기능이 없기 때문에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윙이 머리 크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움직이며 머리를 받치는 방식을 사용한 듯하다. 레코딩 환경에서 특별한 설정 없이 누구나 편하게 착용할 수 있게끔 특화된 구조라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구조는 명품 헤드폰으로 널리 알려진 오디오 테크니카의 R70x에서도 사용한 구조라고 한다.
다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헤드폰에 연결하는 교체형 케이블의 구조였다. 처음 필자는 이걸 보고 왜 이렇게 설계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직접 들어보기 전까지 케이블이 헤드폰 안에 줄감개로 감겨있는 줄 알았다. 왜 이렇게 설계한 걸까? 보통 선을 교체할 수 있는 헤드폰이라 하면, 교체형 케이블의 단자가 양방향으로 되어 있어 헤드폰에 직접 꽂게끔 만들어진 구조가 일반적인데, 이건 그냥 기본 선이 짧아서 연장 케이블을 준 느낌이다. 차라리 짧은 케이블 없이 헤드폰에 3.5파이 단자만 달려 있었어도 훨씬 견고한 구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의 짧은 내장 케이블 + 연장 케이블을 연결하는 방식도 생각보다 견고하게 물리긴 하는데, 본체에 달린 케이블이 단선될 경우 매우 답이 없어진다. 케이블 교체 방식은 추후에 다른 구조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게 훨씬 좋지 않을까.
디자인이 동일한 MIKTEK DH 시리즈에서 헤드폰의 구조가 세미-오픈형인지 클로즈 백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모델명을 읽는 방법과 헤드폰의 이어 컵 뒤에 위치한 에어홀의 개수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좌측 이미지처럼 이어 홀이 많이 있는 헤드폰은 세미-오픈 타입의 DH80이고, 우측 이미지처럼 이어 홀이 동그란 구멍을 가지고 있는 헤드폰은 클로즈-백 타입의 DH90이다. 세미-오픈 타입과 클로즈-백 타입의 헤드폰들은 각각 독특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데, 세미-오픈 타입의 헤드폰은 소리를 내는 유닛 일부가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공간감이 좋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선명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반면 클로즈-백 타입의 헤드폰은 소리를 내는 유닛이 완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공간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음악의 선명도는 좋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제조사마다 튜닝하는 방향에 따라 소리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으니 직접 청음하고 판단하는 것을 추천한다. 실제 소리는 완전히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Listening Music
MIKTEK DH 시리즈의 디자인, 구성 요소들을 확인했으니 이제 성능 테스트다. MIKTEK DH 시리즈의 두 헤드폰은 디자인은 거의 동일하지만 소리의 성향은 정 반대를 보여준다는 점이 조금 신기했다. HD600과 HD650의 관계를 생각했던 필자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난 소리들이다. 세미 오픈형과 클로즈 백 방식의 소리 차이가 이렇게 극명할 줄이야. MIKTEK DH 시리즈 역시 레코딩 등 프로페셔널 음악 시장을 타깃으로 잡은 헤드폰인 만큼 소리의 성향을 간단하게나마 파악한다면 추후 헤드폰을 선택할 때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가 청음에 사용한 DAC는 RME의 Babyface Pro이며, 음원은 Spotify(프리미엄, 최상급 옵션)과 직접 리핑한 Apple Lossless 음원을 혼합해서 사용했다. 순서는 DH80부터 DH90 순으로 서술할 예정이다.
후술 할 청음 데이터는 매우 주관적이며
정밀한 장비 없이 온전히 필자의 귀로만 느낀 바를 서술함을 미리 알립니다.
[1] 장범준 - 잠이 오질 않네요
"벚꽃 엔딩"으로 유명한 슈퍼스타 K3의 준우승팀, 버스커 버스커의 리더이자 "노래방에서" 등의 서정적인 멜로디와 친근감 있는 가사로 유명한 싱어송라이터, 장범준이 2020년 10월 24일에 발매한 새로운 디지털 싱글이다. 장범준이 가장 빠르게 작곡했으며, 모종의 사정으로 공개하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필자가 글을 쓰던 어느 날, 문득 이 음악을 듣다 가사 때문에 순식간에 빠져 가장 많이 듣는 노래가 되었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DH80의 소리는 전체적으로 저음역 대역이 살짝 높으면서도 초고역도 살짝 부스트 되어있는 V자 형태의 주파수 응답을 가진 것처럼 음악을 들려준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Beats의 PowerBeats Pro와 거의 비슷하단 인상을 받았다. 킥과 스네어의 타격감과 베이스가 현을 튕기는 느낌이 고스란히 귀로 밀려들어온다. 고음역대에서는 4K ~8KHz 대역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부스트 되어 있었는데, 치찰음이나 기타를 스트로크 할 때의 터치감이 선명하다. 적절한 고음과 알찬 저음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좋아할 만한 소리다.
같은 음악을 DH90으로 들었을 때, 완전 다른 느낌을 가진 음악이 귀에 들어온다. DH80만큼 강한 저음역대가 없어지면서 보컬이 앞으로 나오고, 뒤따라 피아노나 스트링 등의 고음역에 있는 악기들이 들린다. 흔히 하이-파이 하다고 불리는 소리다. DH80에서 저음이 빠진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훨씬 톤 밸런스는 필자가 생각하는 느낌과 가까워졌으나 4K ~8KHz 대역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부스트 되어 있다는 점이 동일하기 때문에 듣는 이에 따라서는 귀가 쏠 수도 있다.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2] Egoist - 最後の花弁 (The Meaning of Love)
2012년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Guilty Crown"을 통해 결성된 프로젝트 그룹, Egoist와 한국의 프로듀서, M2U가 콜라보하여 2020년 4월 13일에 발매한 싱글로, M2U의 특징인 오케스트레이션과 전자음악을 조합한 독특한 음악과 Chelly의 속삭이는 듯한 보컬의 조합이 시너지를 이룬 음악이다. 한국의 프로듀서가 참여한 만큼, 가사나 코러스 등에서도 한국에서 활동하는 보컬리스트 및 작사가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하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DH80가 가진 소리의 특색은 오케스트레이션을 들었을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콘트라베이스 등 저음역을 담당하는 현악기와 피아노의 낮은 옥타브 영역, Fx의 밑부분들이 상대적으로 보컬보다 앞으로 계속 나오려고 한다. 어느 때는 적절하다가 순간 "너무 과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리가 튀어나오는 영역대를 스펙트럼 그래프에서 찍어보니 평균적으로 100 ~ 250Hz 사이에 분포해 있었다. 앞서 들었던 음악들도 이 부분의 소리가 분명 튀어나와 있었다는 건데, 저음이 강하다는 건 음악에 있어서 독이 될 수도 있으니 사람에 따라서 불호의 요소가 될 수 있다.
같은 음악을 DH90으로 듣자, 가장 먼저 반기는 건 위에서 잔잔히 흘러나오는 스트링과 피아노의 멜로디들이었다. 보컬도 DH80보다 훨씬 선명하고 명확했다. 베이스가 사라지자 숨겨진 다른 악기들이 드디어 자기의 이야기를 하려는 듯 열심히 사방에서 귀를 두드린다. 80과 90의 소리는 마치 같은 음악인데도 완전히 다른 느낌이라 전혀 다른 믹스 밸런스를 잡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듣기 편안한 톤 밸런스와 자연스러운 고음역대 부스트가 음악을 더욱 기분 좋게 살려낸다. 매우 마음에 든다.
[3] L8er, Parallel, Envie - Out of control
한국의 힙합 씬에서 활동하는 힙합 아티스트, L8er와 Envie, 그리고 Parallel이 콜라보한 작업물로, 코로나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전보다 답답해진 일상을 토로하는 가삿말이 인상적인 음악이다. 필자는 믹싱과 마스터링을 담당하였다. 화자가 가삿말을 담담히 전달하는 분위기를 믹스 및 마스터링에서 구현하고자 했다. 최선을 다 했지만 평가는 리스너들이 판단해주겠지.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DH80에서 뿜어 나오는 저음의 에너지가 굉장하다. 의도했던 서브 베이스가 보다 강하게 귓가를 때린다. 250Hz에 위치찬 보컬의 근음 대역이 더욱 부각되었고 퍼커션들의 더욱 날카로워졌다. 보컬보단 다른 악기들이 상대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려고 일제히 나선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간감은 필자가 의도했던 방향과 거의 동일한 느낌을 주었다. 조금 소프트한 톤 밸런스였으면 좋았을 듯하다.
DH90에서는 완전히 정 반대의 느낌을 주었는데, 필자가 의도했던 바로 그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주었다. 어디선가 들어보았던 톤 밸런스라 곰곰이 생각해보았더나. 필자가 음악 감상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HD600의 톤 밸런스와 거의 흡사하다. 다만, 6KHz 대역이 살짝 날카롭게 부스트 되어 사람에 따라서 귀가 따가울 수도 있다. 정말 놀라웠던 점이, 이거 클로즈-백 타입의 헤드폰인데 소리 성향이 오픈 타입인 HD600이랑 비슷하다. 의외의 결과다.
[4] 古川"good-cool"竜也 - Smooth Call
일본의 마이너 음악 레이블, Diverse System에서 정기적으로 발매하는 컴필레이션 앨범 시리즈, AD: Piano 5에 수록된 good-cool의 음악으로, 피아노와 콘트라베이스, 색소폰이 어우러지는 훌륭한 재즈 음악이다. 필자가 재즈 음악을 믹스할 때나 헤드폰의 소리 성향을 파악할 때 참고하는 음악이기도 하다.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자. 베이스와 색소폰이 서로 밀고 당기는 느낌이 너무 좋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DH80에서는 베이스의 워킹이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배이스가 움직이는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든다. 헤드폰이 만들어내는 공간에서 피아노와 배이스, 보컬이 한데 어우러져 신촌의 어느 지하 공연장에서 재즈 공연을 듣는 느낌을 준다. 세미-오픈 타입의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공간감이 다소 답답하단 인상을 받았다.
같은 음악을 DH90으로 듣자, 피아노의 터치감 및 베이스 워킹, 스네어의 느낌 등이 상대적으로 많이 뒤로 밀려났다. 그만큼 DH80이 저음이 강했다는 걸 다시금 증명하는 순간이다. 저음이 사라진 자리는 라이드와 색소폰, 그리고 보컬이 채웠다. 피아노의 연주 느낌이 정말 극과 극으로 바뀌었는데, DH90은 음악에 알맞게 통통 튀는 피아노 연주를 들려준다. 재즈 장르에서도 DH90의 톤 밸런스는 필자의 마음에 쏙 들었다.
종합하자면 DH80과 DH90이 지향하는 소리의 기준은 완전히 정 반대다. DH80은 베이스를 중심으로 한 저음역대와 약간의 고음역 부스트를 통한 V자 형태의 음색이고, DH90은 전체적으로 평탄하면서도 고음역이 살짝 부스트 되어 있어 듣기 좋은 하이-파이 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같은 헤드폰 라인업인데도 소리의 성향이 이렇게 극과 극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또 하나, 예상치 못했던 점이 있는데, 세미-오픈 타입의 DH80이 DH90보다 보다 좁은 공간감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음악을 다 감상한 후, 필자가 다시 박스를 확인해서 헤드폰의 타입이 맞게 표기된 건지 확인했을 정도다.
Conclusion
최근 일련의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에겐 "마이크를 만들다가 갑자기 헤드폰 시장에 뛰어든 회사들은 전체적으로 고역대를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다"라는 이상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러나 MIKTEK DH 시리즈를 듣고 난 후 이러한 선입견이 잘못되었음을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마이크를 만들던 제조사가 고역대를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 그냥 소리의 지향점을 고음역 중심으로 잡았을 뿐이었다. 당장 이 업계의 대표 주자 중 하나인 AKG나 오디오 테크니카의 헤드폰들도 서로 헤드폰들마다 각자 지향하는 소리가 다르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MIKTEK의 DH 시리즈들은 서로 정반대의 지향점을 목표로 한 헤드폰을 만듬으로 소비자들에게 선택을 하게끔 만든다. 다른 지향점을 가진 두 개의 헤드폰들. 훌륭한 투-트랙 전략이다.
MIKTEK의 DH 시리즈는 저렴한 가격에 매우 괜찮은 소리를 가지고 있는 헤드폰들이다. 15만 원이라는 가격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헤드폰들이 손에 꼽을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DH80 및 DH90은 음악을 입문하는 예비 프로듀서들이나 새로운 헤드폰을 찾는 프로 뮤지션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듯하다. 필자에게도 크게 부담이 없으면서도 필자의 마음에 쏙 든다. 가까운 시기에 내에 필자의 헤드폰 찾기 여행이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주관적인 필자의 의견
강한 베이스와 공간이 꽉 찬 듯한 느낌의 사운드 - DH80
전체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실키한 느낌의 하이-파이 한 사운드 - DH90
필자의 한줄평 - 둘 다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뭘 고를지 모르겠는걸. 취향 따라 갈릴 듯.
본 글은 '사운드기어'로부터 제품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