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aomi PowerBank 20000 2nd Gen

2017. 2. 20. 09:29Journal/RE:Vu

 오 이런. 또 샤오미 제품을 구매해버렸다. 필자와 샤오미와의 관계는 굉장히 끈끈하고도 깊다. 필자가 처음 샤오미 제품을 사용하게 된 건 2014년, 샤오미 10400으로 알려진 "PowerBank 10400(링크)"를 직구하면서부터다. 이후, PowerBank 10400은 한국에 엄청난 가성비를 가진 물건으로 알려지고, 당장 집 근처 휴대폰 가게에서도 살 수 있을 정도로 공급이 넘치기 시작했다. 당장 길가에 나가서 보조배터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샤오미 계열 보조배터리를 사용한다. 물론 필자도 그러한 사람 중 1명이다. 샤오미는 보조배터리의 명성에 힘입어 다른 제품도 덩달아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샤오미에 있어선 PowerBank 라인업은 커스텀 펌웨어 제작사로만 알려졌던 샤오미를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준 1등 공신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샤오미의 보조배터리 라인업인 PowerBank 시리즈는 2015년 중반, 제품 라인업을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5200, 10400과 같이 애매하게 끊어지는 배터리 사이즈들을 5000, 10000으로 끊어지게 바꾸고, 배터리 셀도 좀 더 좋은 걸로 바꾸며 얇으면서도 고용량을 유지하는 데 성공한다. 반면 어영부영 출시한 16000 모델 같은 경우 빠르게 단종시키고 대신 플라스틱을 사용한 PowerBank 20000을 출시했다. 이후, 화두가 되고 있던 Intel Quick Charge를 도입하면서 보조 배터리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한다. 마침 갤럭시 S6을 필두로 고속 충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었던 시기라 타이밍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PowerBank 10000 고급형에만 적용된 리뉴얼[각주:1]이었고, PowerBank 20000은 그저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한 소수의 사람들만 구매하여 마치 맥 프로처럼 조용히 버려질 줄 알았다. 그러나 2016년 12월 19일, 드디어 샤오미는 PowerBank 20000 모델을 새롭게 리뉴얼했다. PowerBank 20000(링크)의 후속작, PowerBank 20000 2nd Gen이다.

 PowerBank 20000 1세대와 2세대는 외관상으로는 달라진 부분을 찾기 힘들다. 개선된 부분이 굉장히 사소한 부분이기 때문에 얼핏 보는 것만으로 2세대와 1세대를 구분하는 건 몹시 어렵다. 다만 성능에서 괄목할 만한 변화가 이루어졌다. 우선, 퀼컴 Quick Charge 3.0이 입출력 전체에 적용되었다. 전류 출력도 세분화되어서 12V 1.5A와 같은 고출력 충전이나 0.06A나 0.25A 같은 저출력 충전도 가능하다. 성능 하나만으로도 기존의 고속충전 보조배터리들을 가볍게 제낄 수 있는 스펙이다. 다만 무게도 다른 보조 배터리를 제낄 수 있을 정도로 무거운 건 마찬가지다. 넓이와 무게가 살짝 줄어서 미묘하게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직까진 10000이나 5000과 비교한다면 너무너무너무너무 무겁다. 

 PowerBank 20000 2nd Gen은 2월 13일에 옥션에서 37,100원에 구매하여 발렌타인 데이 선물을 겸해 14일 오후에 수령했다. 필자의 고등학교 친구는 여자친구에게 초콜릿 1상자나 받았다는데 초콜릿 대신 보조 배터리나 받는 필자의 신세가 참으로 처량하기만 하다.

First Look.

 제품 패키지가 1세대와 비교했을 때 크게 바뀌었다. 1세대의 경우 아무것도 인쇄되어 있지 않아서 오히려 밋밋한 느낌이 들었는데 2세대의 패키지는 뭐가 많이 들어가 있어서 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언뜻 봤을 땐 샤오미 물건이 아난 줄 알았다. 최근 구매했던 Mi Band 2(링크)에서 느꼈던 애플의 향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패키징 후면에는 간단한 제품 스펙과 정품임을 알리는 홀로그램, 그리고 바-코드가 있다. 홀로그램 아래에 붙여져 있는 KC마크는 원래 패키지에는 없다. 수입사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과정에 전파 인증을 받으면서 붙인 듯 하다. 상단에 붙여져 있는 [Made in china] 스티커 또한 그렇다.

 패키징 좌측에는 기기마다 완전 충전할 수 있는 횟수를 간략히 표시했다. 문구에 따르면, PowerBank 20000 2세대로 완전 충전 가능한 횟수는 아이폰 7의 경우 7.5회, 아이패드 미니 2의 경우 2.5회. 그리고 샤오미 Mi4는 최대 5.1회 완충할 수 있다고 한다.

 우측에는 중국어로 뭐라뭐라 적혀 있다. 중국어 언어 패치를 미리 해 놓지 않은 필자의 머리를 한탄하며 넘어가도록 하겠다.

 포장을 뜯는 건 언제나 기분이 좋다. 특히 막 나온 물건의 경우 더 신난다. 평소엔 손톱으로 긁어냈을 거지만 오늘만큼은 칼로 커팅하는 세심함을 보여주리라 다짐하며 살살 칼로 잘라내었다. 간절히 빌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 사실이었는지 포장은 깔끔하게 뜯어졌다.

 PowerBank 20000 1세대 소개글을 읽으신 분이라면 눈치챘겠지만 포장이 거의 똑같다. 내구도가 영 좋지 않기로 유명한 번들 케이블의 모습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 잘만 쓰던데 필자가 험하게 쓰는 건지, 다른 사람들이 살살 쓰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제 보조 배터리를 뜯어 볼 차례다. 1세대에서도 그랬듯, 잘 늘어나는 비닐 포장을 사용해서 개봉 시에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재포장을 막기 위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된다. 어차피 필자는 당분간 팔 생각이 없기 때문에 비닐따위 과감히 찢었고 버렸다.


 구성품은 전 세대에서도 그랬듯이 굉장히 단촐하다. PowerBank 20000 2세대와 충전 / 데이터를 지원하는 짧은 번들 케이블이 구성품의 전부다. 2세대에 접어들면서 설명서가 빠졌다. 필자의 제품에만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매번 제품 소개를 해 오면서 만났던 구성품 중 하나가 없으니 허전한 느낌이다. 물론 PowerBank 시리즈는 설명서를 읽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하지만 친구 같던 설명서가 빠진 건 한편으로 안타깝다.

 오 이런, 또 플라스틱이다. PowerBank 20000 1세대는 솔직히 실망했다. 왜나하면 킹갓엠페러마제스티충무공쇼군이란 칭호를 붙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던[각주:2] 알루미늄 하우징을 쓰지 않고 변색이 잘 되고 충격에 약한 소니스러운 하얀색 플라스틱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세대도 플라스틱을 사용했다. 심지어 무광 플라스틱이 아니고 유광 플라스틱이다. 기스는 예약한 거라 봐도 무방하다.플라스틱을 쓴 탓에 충격에 굉장히 약하다. 표면은 미끄럼 방지를 위한 작은 돌기들이 나 있다. 사진 상으로는 안 보이겠지만 사용할 수록 돌기에 때가 타는지라 나중에 보기 싫어도 볼 수 밖에 없다. 전면부의 MI 로고는 역시 광이 반짝반짝 나는 금속 스티커로 되어 있다. 하나같이 필자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10번의 고민 끝에 가슴으로 쓰기로 마음 먹은 물건이니 또 다시 참을 인을 손바닥에 한 차례 새겼다.

 모서리 부분 및 바닥 부분을 클로즈업 했다. 모서리가 전 세대에 비해 훨씬 동글동글하다. 넓이도 살짝 줄어들었다. 손으로 들었을 때 손바닥에 감기는 느낌이 묘하게 중독된다. 이 느낌은 마치 아이폰 3GS를 손에 쥐는 듯 한 편안함이다. 곡선을 높인 게 결과적으로 그립감을 좋게 만들었다. 플라스틱이라 차갑지 않다는 것도 한 몫했다.

 전면 포트는 1세대와 동일하다. 차이라면 입출력이 고속 충전을 지원한고, 저전류 충전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다른 부분의 플라스틱은 전부 유광인데 포트가 있는 부분과 하단의 스펙이 적혀 있는 부분만 무광으로 처리되어 USB 포트를 꽂을 때 발생하는 기스에 무척 취약하다. 테스트를 위해 3번 정도 꽂았다 뺀 걸로 기억하는데, 벌써 기스가 나 있었다. 다음 번에는 부디 기스에 강한 소재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적어도 눈에는 안 뛰게는 해야 할 거 아닌가. 보조배터리를 충전하는 단자는 micro USB Type-B 단자다. PowerBank 10000 고급형 중 초기 생산품은 Type-C를 사용했는데 번개처럼 사라지고 Type-B로 통일되었다.

 측면의 전원 버튼도 동글동글해졌다. 갤럭시 노트 5의 홈버튼과 비슷한 사이즈에 클릭감이다. 2세대로 판올림되면서 전원 버튼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바로 저전력 출력이다. PowerBank 시리즈는 일반적인 휴대폰을 충전하기엔 적절한 출력이었지만 Mi Band를 충전하기엔 너무 높은 출력이었다. 그래서 Mi Band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USB 단자에 연결하거나, 구형 USB 충전기에 꽂았어야 했다. 하지만 PowerBank 20000도 Mi Band 충전을 위한 저전류 출력을 지원한다. 충전 케이블을 PowerBank 20000의 출력 단자에 연결한 후, 전원 버튼을 3번 누르면 LED가 1개씩 번갈아서 켜진다. 

 PowerBank 20000에 Mi Band 2를 충전하는 모습이다. USB 단자를 꽂자마자 자동으로 저전력 기기로 인식되어 자동으로 전환되는 건 아니고, 수동으로 저전력 모드를 켜야 만 한다. 귀찮지만 지원되는 게 어디인가. 외부에서 Mi Band 2를 충전할 수 있다는 거에 감사하자.

 정말 고속 입/출력을 지원하는지 중국산 테스터를 꺼내들었다. 필자의 기기 중 유일하게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갤럭시 노트 5가 협조해주었다. 충전기를 연결하고, 테스터를 확인하니 출력 전압/전류가 9v /1A로 잡힌다. 스펙 상으로는 9v 2A가 나와야 하는데 1A가 부족한 느낌이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고속 충전은 제대로 되고 있다. 암페어가 제대로 안 떠도 상관없다. 제대로 고속 충전만 되고 있으면 충분하다. 두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경우엔 고속 충전은 지원되지 않는다. 배터리의 부하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PowerBank 20000을 충전하면서 다른 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듀얼 충전을 하는 것처럼 출력 전압이 5V로 고정된다. 위에서 설명했듯, 안전성을 위한 조치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셀의 용량을 생각한다면 훌륭한 조치라고 본다. 배터리 셀이 갤럭시 노트 7처럼 휴대용 수류탄이 되는 건 곤란하니 말이다. 게다가 이건 용량이 훨씬 크다. 터질 리는 없겠지만 만일 터진다면, 파괴력 하나는 굉장히 좋을 듯 하다.

Conclusion!

 보조 배터리는 점점 많은 사람들의 필수 아이템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디자인에 많은 투자를 하는 제조사들이 많아지며 교체형 배터리를 채택된 제품들이 점점 적어지고 있는 지금. 1인 1 보조 배터리는 더욱 더 확산될 거다. 사실 2~3년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광경이다. 5,000mAh 셀을 사용한 배터리가 5만원 언저리의 가격에 팔리던 게 그 당시에는 당연시되었다. 지금이야 10,000원 대 가격으로 구할 수 있지만. 비싸게 팔리던 보조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보급화된 계기가 샤오미 보조배터리란 걸 생각한다면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에는 만약이 없다고 하지만, 만약 샤오미 PowerBank가 한국에서 유행을 타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5만원이 넘는 가격이 5,000mAh짜리 보조 배터리가 팔리고 있을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 팔고 있는 업체가 딱 하나 있다. 소니의 보조 배터리 가격을 보면 3년 전에 필자가 느꼈던 감정을 아직도 느낄 수 있다.

 필자가 약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PowerBank 시리즈를 사용해 오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특징이 있는데, 바로 배터리 효율이 만족스러웠다는 점이다. 보조 배터리의 디자인과 가격이 아무리 착하다 해도 기본적인 성능이 받혀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PowerBank 시리즈가 처음 한국에 소개되었을 때, 리센 사 배터리 셀로 논란이 된 이유가 바로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까", 혹은 "사용하다 터지지 않을까" 와 같은 막연한 불신이었다. 당시 리센 코리아가 직접 해명을 했고, 요즘 샤오미에서 출시하는 베터리들은 고속 충전을 지원하기 위해 파나소닉이나 LG 같은 고성능 리튬 폴리머 배터리 셀을 사용하니 배터리 셀에 대한 걱정은 접어놓아도 좋다. 여러 종류의 보조 배터리를 썼지만, 소니 급으로 오래가는 보조 배터리는 샤오미가 유일하다. 물론 가격으로도 샤오미가 압승이다. 누가 5000mAh짜리 보조 배터리를 정가 69,000원에 주고 사겠는가. 그만큼의 성능은 충분히 나오지만. 소니 프라이스는 배터리에도 적용된다. 감성만 살아가지고.

 잡설은 그만 하고, 결론을 내자면. PowerBank 20000은 타겟 소비자가 명확한 제품이라고 본다. 좀 더 다양한 충전 전류, 그리고 좀 더 많은 충전 용량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겐 이거만큼 적절한 물건은 없다고 본다. 특히 USB Type-C 단자로 랩탑을 충전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지금, 랩탑 배터리와 동급인 PowerBank 20000은 좋은 선택 중 하나다. 물론 고용량 셀을 사용하는 만큼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한 무게가 문제가 된다. 하지만 가방에 넣고 다니며 노트북이나 쓰지 않는 전자기기를 충전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휴대폰과 함께 들고 다니며 사용하고 싶다면 얇고 튼튼한 PowerBank 10000 고급형을 추천한다. 사족이지만, 외관의 소재를 플라스틱을 쓴 건 용서할 수가 없다. 하얀색 플라스틱은 너무 때가 잘 탄다. 아무리 샤오미가 애플 팔로워라고 해도 소재까지 화이트하게 따라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플라스틱 내구도가 얼마나 처참한데. 아무튼 플라스틱인거 빼고 만족한다. 알루미늄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1. PowerBank 10000 모델의 경우 USB Type-C 를 채용한 고급형 모델, 그리고 USB Type-B를 사용한 리뉴얼 모델. 두 개의 변종 버전을 가지게 되었다. 이전엔 색으로 구문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일반판도 검은색 도색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국내엔 혼용되어 판매되는 중이니 구매 시 주의가 필요하다, [본문으로]
  2. 오히려 같이 넣어두었던 전자기기를 파괴할 정도로 강했긴 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