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0. 9. 17:43ㆍJournal/RE:Vu
스마트 기기를 1인당 여러 개 씩 소유하는 시대가 믿기지 않게도 굉장히 빠른 시기에 찾아왔다. 덕분에 이전에 비싼 가격으로 팔리던 외장 배터리 및 USB 단자를 지원하는 충전기 등 대세를 따르는 새로운 아이템들이 시장에 출시되었다. 그러던 중, 다른 회사와는 차별성을 더하고자 독특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회사도 속속 등장하게 되었다. 본 포스팅에서 소개할 물건이 바로 그렇다. 본 글에서 소개할 물건은 군대 안에서 샀지만... 왜 샀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집에 계속 있다. 계륵 같은 물건이다. 실제로 본다면 당신도 분명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혹은 한국에 대해 인터넷에서 조금이라도 접한 외국인이라면 "스타크레프트"라는 게임을 모를 리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E-Sport의 선구자격 게임이 아닌가. 스타크레프트에는 "프로토스"라는 종족이 있는데 이 종족은 특이하게도 건물을 지을 때 "수정탑"이란 건물을 먼저 지어야 그 근처에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수정탑이 인구도 늘려주고, 건물 설치 범위도 늘려주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지어야 하는 건물이다.
수정탑은 요즘 삼성이나 LG 등, 여러 회사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무선 전원 충전기라 말해도 무방한데, 블리자드에서 파일론의 컨셉을 적극 활용하여 수정탑 USB 충전기를 출시했다! 아이디어 하나는 정말이지 훌륭하다. 너무나도 훌륭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블리자드 공식 샵에서 40$에 팔고 있는 걸 다른 후배와 같이 질러버렸다. 제발 이런 뚱딴지스러운 지름에 대해선 적극 지양하기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권한다.
여튼... 0.3초의 고민 끝에 구매해 버린 파일론 USB 충전기의 박스샷이다. 안의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실제 사이즈가 어떤지 확인할 수 있다. 박스 사이즈는 되게 크다. 아래에 깔아놓은 제품 전시용 박스보다 훨씬 높다. 제품 디자인은 스타크래프트 1의 것이 아니라 2의 것을 따르고 있다. 우리 눈에 익숙한 것은 1의 디자인이지만 말이다. 공허의 유산이 출시되었을 때, 같이 출시되었던 굿즈인지라 전면에 "공허의 유산"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박스 뒤에는 블리자드 로고와 ThinkGeek의 로고가 인쇄되어 있다. 참고로 ThinkGeek은 스타워즈 및 닥터 후, 포켓몬 등 유명한 굿즈들을 판매 및 라이센스 제작하는 사이트이다. 들어가 보면 살 만한 게 분명히 있을 거다. 실수로 들어갔다가 필자는 휘트니 LED를 살 뻔했다.
실제 제품을 꺼내보았다. 이런 젠장. 생각보다 조악했다. 그냥 플라스틱 덩어리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흔히 피규어를 사면 "정교하다" 란 느낌이 먼저 들기 마련인데, 이건 아니다. 왠지 모를 대충스러움이 묻어났다. 아뿔사. 잘못 산 건가. 물론 기술적 한계로 원작 재현을 못 할 수는 있다. 가운데의 카다린 크리스탈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보호구는 크리스탈 주변을 떠다닌다! 붙어 있는 게 아니다. 근데 이건 그냥 붙어있다. 안의 전자회로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애써 넘어가려는 찰나, 접착 부분의 도색이 덜 된 걸 발견했다. 아 진짜. 화가 난다. 으므므므으읏.
USB 단자는 총 2개가 달려있다. 출력은 0.5A다. 요즘 스마트폰 충전기가 대부분 2A 이상을 지원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답답함이 기상폭풍을 일으킬 것 같지만 참을 인 3번이라고 참아보려고 한다. 그 옆에는 전원을 공급받는 5V 단자와 전원 ON/OFF 스위치가 자리잡고 있다. 일단은 전원을 켜봐야지. 라 생각하고 케이블을 연결하고 전원을 넣었다. 전원 케이블이 하필 110V 단자라 철물점 가서 변환잭을 사오느라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드디어 전원을 넣었다. 오옷. 영롱해졌다. 아까의 플라스틱 덩어리가 빛나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고급져보인다.
혹시 불을 끈다면 훨씬 더 예뻐보일까? 과연 그럴까? 그냥 플라스틱 덩어리일 뿐인데?
젤나가 맙소사. 훨씬 예쁘다.
이 물건은 불을 켜야 진정한 멋이 드러난다. 이래서야, 쓸데없다고 후회도 못하겠다. 블리자드는 똥도 만들지만 가끔 화려한 똥도 만든다는 누군가의 명언이 생각났다. 블리자드님 나이스. 당장이라도 인테리어 용품으로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놀러와 마이 사무소"란 게임으로 다져진 인테리어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기존에 있던 피규어들을 몰아내고 TECH한 느낌을 내기 위해 오디오 인터페이스 위에 올려보니 생각 외로 깔끔하다. 물론 뒤에 억지로 끼워넣은 배선을 정리해보려고 건드는 순간 아비규환이 될 것은 뻔하지만. 1
혹시나 하는 마음에 USB 단자에 휴대폰을 충전해 보았다. 다행히도 충전이 잘 된다. 필자는 절대 인테리어 상품을 산 게 아니다. 엄연한 충전기를 산 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제발. 아무리 생각해도 인테리어 상품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충동구매가 이렇게 무섭다.
Conclusion!
결과적으로 본다면, 파일론 USB Charger는 집에서 인테리어 상품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잠시 치워두었던 피규어도 파일론 옆에서 든든히 인구수를 채워주고 있다. 원래 용도였던 USB 충전기의 용도는 바로 옆에 설치된 iptime UH308이 가져갔다. 혹시 지금도 팔고 있나 해서 블리자드 기어샵에 들어갔는데, 수량제한이 걸린 상태로 팔리고 있었다. 매진되는 경우도 흔하댄다. 분명, 충전할 목적이 아니라 필자처럼 인테리어 상품에 활용할 목적으로 구매하는 게 틀림없다. 충전기로서의 파일론 Charger는... 안 쓰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 번들로 딸려오는 충전기가 2A를 지원하는 시대다. 0.5A짜리로 천천히 충전할 바엔 퀵차지 지원되는 걸로 한방에 추천하는 것을 권한다.
Blizzard Pylon USB Charger
- 스타크래프트 2의 훌륭한 디자인.
- 좋은 수면등
- 완벽한 인테리어 상품.
- 충전기라고 팔지만 절대 충전 용도로 쓰지 마라.
- 그런 거 없다. 데레스테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