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3. 20:01ㆍJournal/Musical Software
해당 리뷰는 Reason Studios 의 한국 공식 수입처 (주) 삼익악기의
Reason 11 리뷰어/체험단 이벤트에 선정되어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굳건하게 버티고 있을 것만 같았던 음악 입문 장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보다 정교해진 디지털 음향 알고리즘들과 간편하게 디자인되었으면서도 좋은 성능들을 가지고 있는 기본 플러그인들의 발달 덕분에 충분한 성능의 컴퓨터와 헤드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에이블톤 라이브나 로직 등 내장 플러그인들의 품질이 너무 좋아서 다른 악기나 이펙터 없이도 고품질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올 정도다. 그러나 당신이 음악 제작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아날로그 악기나 이펙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면, 상황은 약간 달라진다. "빈티지 신디사이저 및 모듈러 신디사이저 등의 하드웨어 악기"나 UAD나 Softube 등에서 만든 "명반들에 사용된 하드웨어를 복각한 플러그인"들은 과거에 검증된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은 프로 뮤지션이나 빈티지 이펙터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감성을 이용하고자 하는 엔지니어들에게 선호된다. 이러한 하드웨어 복각 제품들은 오리지널 하드웨어가 가지고 있는 디자인도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당장 필자가 알고 있는 프로듀서들 중에서도 디지털 프로그램들만 접했기 때문에 아날로그 이펙터 및 악기를 매우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만일, 복각 플러그인들이 추구하는 "실제 하드웨어와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디지털에서 재현한다"는 콘셉트를 음악 시퀀싱 프로그램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단순히 이펙터나 악기가 아닌, 디지털 시스템이 도입되기 이전의 뮤직 프로덕션에서 사용되었던 하드웨어 믹서 및 이펙터 랙을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다면? 놀랍게도 그런 시퀀싱 프로그램은 이미 존재하며, 탄탄한 사용자들을 가지고 있는 유서 깊은 프로그램이다. 스웨덴에 위치한 Reason Studio가 개발하는 Digital Audio Workstation(DAW), Reason이다.
Reason은 매우 역사가 오래된 DAW다. 2000년 11월 20일에 처음 출시된 이래, 올해 출시 20주년을 맞이하였다. 필자에게 있어 Reason은 다른 DAW들보다 조금 익숙한데, 왜냐면 과거에 Reason Studio에서 개발한 Reason 기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Figure로 곡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고, DAW를 고를 시기에 약 15일 정도 데모를 사용해 본 적도 있으며, 2017년, Reason 9.5 신기능을 시연하는 세미나에도 참석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주력으로 사용하는 Studio One 다음으로 가장 관심을 가졌던 DAW라 생각한다. 다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Reason의 독특한 사용자 경험 덕분에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사용하는 사람만 사용하는 DAW란 인식을 가지고 있다.
Reason은 Reason Intro, Reason, Reason Suite의 세 종류로 나뉘어 있으며 각 버전별로 사용할 수 있는 악기와 이펙터, 그리고 트랙 개수가 다르다. Reason이 제공하는 모든 악기나 이펙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Reason 스텐다드 버전으로도 충분하다. 스텐다드와 스위트의 차이는 악기의 수, 이펙터의 개수, 그리고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사운드 샘플의 차이뿐이다. 후술 하겠지만 Reason 11부터 Reason에 들어 있는 악기 및 이펙트들을 "Reason Rack"이라는 플러그인을 통해 다른 DAW에서도 Reason을 VSTi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건 놀랍게도 Intro부터 제공된다. 번들로 제공되는 Reason Lite의 경우는 intro보다 더욱 적은 악기와 트랙 개수를 가지고 있다. Reason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최소 Intro 버전 이상을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자세한 정보는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길 바란다.
Reason을 구매하려면 공식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에서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삼익악기의 공식 스토어에서도 패키지 버전 및 디지털 다운로드 버전을 구매할 수 있다. 만약 필자처럼 음악 패키지를 모으는 걸 좋아한다면 되도록 삼익 공식 스토어에서 패키지 버전을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필자는 Reason 공식 체험단에 선정되어 삼익악기로부터 가장 기본적인 Reason 패키지인 "Reason intro" 디지털 버전을 제공받았다. 패키지 버전이 아니긴 하지만 좋은 기회를 준 삼익악기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제품 등록 방법
Reason을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했으면 자동으로 Reason Studio 계정에 등록이 진행되지만, 삼익스토어 등 외부 루트를 통해 Reason을 구매했다면 시리얼 코드를 직접 Reason Studio 계정에 등록해야 한다. 시리얼 등록은 이 곳에서 가능하다.
제품 등록은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하려 한다. 설치 방법이 궁금하신 분은 부득이하지만 접은 글을 열어서 확인 부탁드린다.
Reason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총 2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라이센스 번호이고, 다른 하나는 등록 코드다. 디지털 구매를 했다면 구입 시 입력한 이메일에, 실물 패키지를 구매했다면 박스 안의 라이센스 카드에 있으니 확실히 체크한 후 빈칸에 입력하자. Submit을 누르면 등록은 완료된다.
등록 후에는 Reason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데, 자신이 등록한 라이센스의 등급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필자의 경우 macOS를 사용하기에 macOS 버전을 다운로드하였다. 서버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필자의 경우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설치 파일을 다운로드한 후, 설치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프로그램이 하라는 대로 설정하면 Reason 설치는 완료된다.
응용 프로그램 폴더 혹은 Launchpad에 있는 Reason 아이콘을 클릭하면 다음과 같이 로그인 화면이 나타난다. 필자는 오프라인 인증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 인증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하려 한다. 온라인 인증은 반드시 인터넷에 연결되어야만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로그인만 한다면 알아서 인증 및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때문에 가장 간편한 방식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인증을 꼭 해야 하는 분이라면 다음의 링크를 참조하시길 바란다. Reason의 자체 인증 프로그램인 Authorizer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Reason 인증에 대하여 (영문)]
로그인이 완료된다면 최초 실행에 한해 Reason 셋업을 위한 마법사가 자동으로 실행된다. 가장 먼저 설정해야 할 건 오디오 인터페이스 설정이다. 필자의 경우, 맥북에는 내장 스피커를, 데스크톱에는 메인 인터페이스인 babyface Pro를 설정하였다.
두 번째로 설정해야 할 건 미디 키보드 및 컨트롤 장비들이다. Reason에서 알아서 장비들을 탐색해주는데, 필자가 가지고 있는 장비들은 하나도 잡히지가 않았다. 나중에 따로 추가할 수 있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자.
마지막으로 Reason에서 오류가 발생 시, 자동으로 Reason Studio 본사로 로그를 보낼 거냐는 체크 상자가 나타난다. 필자는 체크하고 턴을 마쳤다.
초기 설정이 끝난 이후에 위의 화면이 뜨면 Reason 초기 설정은 마무리된다. 이후 자동으로 VST 등의 플러그인 스캔이 진행된다.
First Look
설치 및 라이센스 인증을 끝내고 Reason을 실행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먼저 나타난다. 전체적인 첫인상은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이었다. 따로 스킨을 변경할 수는 없어 커스터마이즈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처음 DAW를 접한 분들이라면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 텐데, 이는 Reason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용자 경험이 한몫하고 있다.
Reason이 가진 기능들은 크게 Mixer, Rack, 그리고 Sequencer로 나눌 수 있는데, 각각의 요소들은 Reason이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과 맞물려 긴밀히 연동되어 있다. 다른 DAW에도 거의 비슷하겠지만 다음의 3가지의 기능은 알아둬야 내 맘대로 Reason를 다룰 수 있게 된다.
Sequencer
Reason에서의 Sequencer의 모습은 큐베이스 계열의 DAW를 사용했다면 매우 친숙할 것이다. Reason 역시 전형적인 클립 기반의 DAW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을 봐야 하는 화면인 만큼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깔끔하고 가독성이 높아 눈에 부담 없게끔 디자인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단에는 트랙들이 전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니버스 뷰가 있으며, 그 아래에 시퀸서의 그리드 설정, 템포 및 박자 설정, 재생 및 정지 및 레코딩, 그리고 딜레이 보정 여부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컨트롤러가 있다.
Audio Track을 더블 클릭하면 편집 가능한 몇몇 기능들이 나타나는데, 가장 좌측에 위치해 있는 것이 Slice Edit이다. Slice Edit은 오디오 소스가 가지고 있는 트렌지언트를 감지하여 자동으로 가장 큰 부분의 트렌지언트에 마커를 생성하여 쉽게 오디오 파일을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이다. 드럼 같이 트랜지언트가 명확한 소스를 편집할 때 매우 유용하다.
바로 옆에 있는 모드는 Pitch Edit인데, Reason에서는 Melodyne이나 Auto-Tune와 같은 별도의 외부 툴을 구매하지 않아도, 충분히 보컬 및 악기의 튠 보정이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간편하고 직관적이라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Melodyne보다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Melodyne 방식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조작법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단, 다만 Auto-Tune의 그래픽 모드처럼 직접 피치 커브를 그릴 수는 없었다. 피치 커브를 그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Auto-Tune이나 Waves-Tune의 도움이 필요하다.
Comp Edit은 조금 생소할 수 있는 개념이다. 특정 구간에 루프를 설정해 놓고 레코딩을 진행하면, 루프를 반복하면서 여러 개의 레코딩 파일들이 Take로 나뉘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 이렇게 레코딩된 Take들 중에 일부 파트만 마음에 든다면, 원하는 부분만 고른 후 조립하면 된다. 자체적으로 개벌 Take마다 Fader가 달려 있어, 레벨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보정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용 예시를 들자면, 보컬 녹음 시, 서로 다른 Take들을 레코딩한 뒤, Comp Edit을 이용하여 마음에 드는 벌스나 코러스 등을 편집하여 하나의 완성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Comp Edit은 이미 다른 DAW에도 비슷한 기능들이 존재하는데, 큐베이스나 스튜디오 원에서 쓰이는 Lane이 Comp Edit과 거의 동일한 개념이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Mixer
Reason에서의 믹서는 다른 DAW와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튜디오 원을 주력으로 쓰던 필자에겐 좀 어리둥절한 디자인인데, 플러그인을 불러올 수 있는 인서트는 보이지 않고 웬 노브들만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딘가 저 노브들의 디자인 배치가 낯익어 보였다. 심지어 마스터 채널에는 마스터 컴프레서도 붙어 있다. 필자는 마스터 컴프레서의 디자인을 보는 순간 이전에 잠깐 만져본 적 있던 SSL 콘솔 데스크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Reason의 믹서는 90년대 음악에 자주 사용되었고, 지금도 복각되어 꾸준히 사용되는 Solid State Logic 사의 믹서와 매우 흡사하다. 즉, Reason에는 SSL 스타일의 채널 스트립이 기본적으로 제공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도 최상단의 인풋 게인부터 다이나믹, EQ, 인서트, Send Fx까지... 트랙마다 완벽한 채널 스트립이 붙어 있다. 80~90년대의 스튜디오 환경이 그대로 디지털로 재현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Reason의 믹서는 매우 다루기 어렵다는 인상을 준다. 무수한 노브들은 "이걸 과연 만져도 될까?" 하는 공포감을 일으키며, 도무지 플러그인들은 어디에 어떻게 걸어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FL Studio나 Logic, Cubase의 믹서를 다뤄봤던 필자도 Reason의 믹서는 적응하는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어려웠다. 아날로그 장비를 하드웨어로 그대로 구현한 건 좋은데, 너무 충실하게 구현해도 문제가 아닐까. 그러나 다루기 어렵더라도 SSL 스타일의 믹서가 내장되어 있다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Rack
Reason에서의 Rack은 정체성 그 자체이자 Reason을 특별하면서도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Reason의 모든 악기와 이펙터들은 Rack에서 일괄적으로 관리되는데, 실제 하드웨어와 동일하게 I/O를 가지고 있어 각각의 사운드 모듈 및 이펙터들의 입력단과 출력단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그널 플로우를 구성할 수 있다. 이는 내장 이펙터 및 악기들뿐만 아닌 Reason에 맞게 만들어진 외부 플러그인 및 VST도 동일하다. Reason은 과거에 VST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Reason Rack에 맞게끔 따로 개발된 플러그인들을 사용해야만 했다. Reason의 Rack에 맞게 개발된 서드파티 플러그인들을 Rack Extention(Re)라 불리는데, 지금도 Reason Studio 공식 웹사이트에서 Re 플러그인들을 구매할 수 있다. Reason 9.5 이전까지만 해도 Reason에서는 오직 내장 플러그인이나 Re로 개발된 플러그인만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 9.5 업데이트 이후부터, Reason에서도 드디어 VST를 지원하여 Serum, Ozone 등의 VST 서드파티 플러그인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VST 플러그인의 경우, Rack에서 I/O가 2 채널 스테레오만 지원하기 때문에 일부 유저들은 자유로운 확장성 때문에 같은 회사에서 만든 플러그인이더라도 Rack Extension 규격으로 제작된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각설하고, Reason의 내장 플러그인들의 퀄리티는 매우 훌륭하다. Korg 드럼 머신, 맥시마이저, 스테레오 이미저 등 내장되어 있는 각각의 악기나 이펙터들은 과거에 어딘가의 스튜디오의 랙장에 꽂혀 있는 녀석을 그대로 디지털로 구현한 듯하다. Reason은 자신들이 개발한 고유한 이펙터나 악기들을 어딘가 진짜 하드웨어가 있는 것처럼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것에 능력이 있는 듯하다. Reason을 사용하면서 필자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펙터는 "Audiomatic Retro Transformer", "MClass Maximizer"다. 스튜디오 원의 내장 이펙터들 역시 좋기로 정평이 났지만, Reason의 이펙터들은 정말 유료 이펙터를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 원에서 따로 빼서 쓰고 싶을 정도로 매우 마음에 든 이펙터들이다.
Rack 앞에서는 이펙터들을 조작할 수 있었다면, Tap 키를 눌러 랙 뒷면으로 전환하면 Reason이 자랑하는 Rack의 진가, 패치 배이가 드러난다. 실제 하드웨어처럼 구성된 디지털 랙에 주렁주렁 달린 디지털 케이블들의 모습은 뭔가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준다. 정말이지 아날로그 그 자체라고밖에 말할 수가 없다. 큐베이스나 스튜디오 원, FL Studio 등 다른 DAW를 사용하다가 쉽사리 Reason으로 넘어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반적인 DAW에서의 플러그인 인서트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순차적으로 시그널이 흘러가게끔 설계되어 있어 직관적이지만, Reason은 케이블을 각각의 이펙터 및 악기에 직접 연결하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드웨어 Rack을 과거에 다뤄보았던 엔지니어라면 이러한 방식은 매우 친숙하게 느껴질 것이다. 만약 하드웨어를 다뤄본 적 없던 프로듀서라 하더라도 Reason을 사용하면서 하드웨어의 입력과 출력에 대해 친숙해지면서 실제로 Rack을 구성할 수 있을 정도로 Rack은 정교하고 사실적으로 디자인되었다.
Reason의 Rack이 무척 불편하다는 건 개발사인 Reason Studio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악기나 플러그인을 처음 Rack에 추가할 때, 플러그인을 추가하는 순서대로 알아서 I/O 케이블이 자동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사이드체인 등 이펙트를 연출하려 한다면? 유감이지만 직접 케이블로 구현해야 한다.
Reason Rack - Reason을 내 DAW에서도.
Reason이 11로 업데이트되면서 한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Reason은 지금까지 자체 개발한 Rewire라는 규격을 이용하여 다른 DAW에서 Reason이란 DAW 자체를 하나의 가상 악기처럼 불러와 사용할 수 있었다. Reason에서 디자인한 사운드들을 Rewire로 다른 DAW에 불러와 사용한다면 Reason의 강력한 사운드 디자인 기능을 어떤 DAW에서나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극히 최근부터 Reason Studio가 Reason의 버전을 11로 올리면서 Rewire 대신 Reason Rack을 VST 화하여 다른 DAW에서도 로딩할 수 있게끔 "Reason Rack" Plug-in을 새롭게 개발했다. Rewire는 2020년 이후에 개발을 포기한다는 Reason Studio의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앞으로 Reason을 통째로 다른 DAW에서 불러올 수 없게 되었다.
VST 버전으로 개발된 Reason Rack은 Reason과 마찬가지로 Reason 내장 악기 및 이펙터들과 Re 방식으로 개발된 Reason 전용 플러그인들을 불러와 사용할 수 있다. 단, 다른 VST 플러그인들을 불러올 수는 없는데, 이미 Reason Rack이 VST로 구동되기 때문에 다른 VST를 불러올 수 없는 듯하다. 사용할 수 있는 악기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Reason의 에디션을 따라가기 때문에, 만일 Reason Suite, 혹은 Reason Studio에서 Re 플러그인들을 많이 구매했다면, 더욱 많은 가상 악기와 이펙터들을 스튜디오 원이나 에이블톤 라이브 등 다른 DAW에서도 온전히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여기에는 단점이 하나 있는데... Reason(DAW)에서 만든 Rack 패치와 Reason Rack(VST)에서 만든 패치가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Reason에서 만든 패치를 다른 DAW에서도 사용하기를 원하는 건데, 그것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닌가 싶다. 기술적인 문제가 작용했다고 추측할 수밖에 DAW에서 만든 패치를 VST 랙에서 불러올 수 없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2020.11.27 수정: DAW Reason에서 제작된 패치가 VST 버전의 Reason Rack에서 작동되지 않았다고 서술했는데, 최근 리즌을 업데이트 한 후에 다시 테스트해보니 패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할 수 있있었습니다. 글을 작성했던 시기에 여러번 테스트했을 때 작동되지 않았던 걸 생각하면 테스트를 진행했던 컴퓨터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점을 지적해주신 "큐오넷"의 "주니님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Reason을 쓰는 Reason(이유)
Reason이란 DAW에 대해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 늦었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할 때가 된 듯하다. 세상에 다양한 DAW들이 있는데 왜 Reason을 사용해야 할까? 앞서 살펴본 것처럼 Reason은 사용하기 매우 어려우며, 일반적인 DAW와 다른 사용자 경험을 가진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당장 가장 쉽기로 정평이 난 FL 스튜디오도 어렵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Reason은 막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이 쓰기엔 너무 많은 지식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렇게 알아야 할 것이 많고 어려운 Reason에 빠지게 되는 걸까.
"Make music the way you want"
필자는 그 이유를 Reason 11의 캐치프라이즈에서 찾았다. "당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어요"라는 문구는 어찌 보면 뻔하다. 다른 DAW 역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구만큼 Reason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한 문구를 찾지 못했다. 왜냐하면 Reason은 정말 원하는 대로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된 DAW이기 때문이다. Reason은 태생부터 레코딩, 프로듀싱 및 믹스, 그리고 마스터링까지 음악 제작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 대응이 가능하게끔 설계되었다. 앞서 살펴본 대로 Reason이 가지고 있는 UI는 처음 프로그램을 접한 예비 작곡가들에게 마치 비행기 조종석에 앉은 것처럼 매우 막막하다. 그러나 점차 적응하여 Reason의 워크플로우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 무한한 자유도가 눈 앞에 펼쳐진다.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내장 플러그인만 사용하여 보다 창의적으로 사운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옛말처럼, 정말로 아티스트 맘대로 음악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Reason은 이끌 뿐이다.
단, 아티스트가 원하는 대로 음악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Reason이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은 매우 "Old-School"스럽다. Reason과 다른 DAW의 기능적인 부분은 사실 비슷하다. 그러나 Reason은 다른 DAW처럼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일련의 작업들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 왔다는 점이다. Reason에서 할 수 있는 작업들의 대부분은 실제 스튜디오의 워크플로우를 그대로 가져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동일하다. 즉, 유난스럽게도 과거의 워크플로우를 고집하는 Reason의 고집스러움이 요즘 출시되는 대부분의 DAW가 지향하는 "쉽고 편리한 음악 작업"과는 정 반대의 기조를 가지고 있어 사용자들이 색다른 매력에 끌리게 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Conclusion
Reason을 음식에 정의하자면, "마늘"이 아닐까.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다. 마늘은 날 것으로 먹으면 매우 씁쓸하기 때문에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잘 먹지 않으려 한다. 그런데 계속 마늘을 먹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마늘이 없으면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Reason 역시 이와 비슷하다. Reason과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 하드웨어를 필자의 지인들보다 나름 많이 조작하고 사용했다고 자부하는 필자지만, Rack 기반의 시그널 플로우는 직관적이지 않아 "이걸 왜 써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그러나 불편함을 이겨내고 워크플로우가 조금이라도 손에 익는 순간,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진하게 풍겨 나온다. 사물의 진면목은 단점이 사라져야 보인다고 했던가. SSL 콘솔 데스크의 느낌을 그대로 디지털로 옮겨놓아서 엔지니어의 감성을 자극하는 믹서 디자인, Rack 형태로 관리되는 모든 이펙터들과 악기들, 그리고 편리하게 작업 가능한 레코딩 모드와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피치 조절 기능 등은 외장 플러그인에 밀리지 않으면서도 편리하게 구성되어 있다. 하드웨어를 조작하는 사용자 경험 역시 다른 DAW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즐거웠다. 왜 쓰는 사람들만 Reason을 쓰는지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Reason을 작업에 투입하는 동안 의외로 만족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프로그램이 영문도 모른 채 강제로 종료되는 일이 매우 적었다는 점이다. 어떻게 개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장 플러그인과 VST를 혼합해서 믹싱 작업을 진행했을 때, VST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프로그램이 튕기지 않고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 최근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는 스튜디오 원이 요즈음 원인 불명으로 자주 튕겨 필자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 주는 걸 생각한다면 이건 굉장한 장점이다. DAW는 되도록 오류가 없어야 하고,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튕기면 안 된다. 진짜로.
Reason은 현대적인 디지털 오디오 편집 시스템과 향수를 자극하는 아날로그 워크플로우라는, 얼핏 보면 상반된 두 가지의 콘셉트를 하나로 잘 녹여낸 DAW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잘 이루어 디자인되었기에 오히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DAW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 20주년을 맞은 Reason은 현재의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Reason 11에 새롭게 추가된 Reason Rack은 Reason이 더 이상 DAW라는 틀에 구애받지 않고 하나의 크리에이션 툴로 변모하기 위한 움직임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결정으로 Reason의 우수한 내장 악기 및 이펙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매우 좋은 결정이라 생각한다. 또한 Reason의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Reason에 유입되는 사용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오래된 것을 요즘 시대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온고지신적 개념인 뉴트로(New-Tro)가 다시금 각광받는 요즘 시대다. Reason이야말로 뉴트로에 가장 잘 맞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1990년대의 스튜디오 환경을 오늘, 내 작업실에 다시 불러와보는 건 어떨까.
해당 리뷰는 Reason Studios 의 한국 공식 수입처 (주) 삼익악기의
Reason 11 리뷰어/체험단 이벤트에 선정되어 작성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