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Bitdo SF30 Pro

2018. 9. 30. 19:26Journal/RE:Vu

Before Start...

 게임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골라보자면 보통은 게임기로 출시되는 게임들의 질이 최우선이겠지만 게임 컨트롤러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기 위해선 컨트롤러는 필수불가결하니까. 즉 컨트롤러의 역사는 곧 게임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다. PC로 게임을 즐기기 전에는 모두들 오락실에 가서 콘솔 게임기를 하거나 가정용 게임기를 구매해서 게임을 즐겼으니 말이다.  

 2017년이 저물어가던 12월 31일. 한 해 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필자 자신에게 닌텐도 스위치를 선물했다. 젤다의 전설을 할 때는 "설마 더 지르겠어?" 했는데, 스플래툰을 구매하고 나니 오징어에 눈이 멀어 오징어콘이라 불리는 네온 그린/핑크 조이콘을 추가로 구매했다. 그런데, 조이콘을 사용하면서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조이콘은 테트리스를 하거나 마리오카트를 할 때 너무 불편했다. 왜냐하면 조이콘은 닌텐도가 만들었던 게임패드 중 유일하게 D-Pad(십자키)가 없기 때문이다. 조이콘이 좌/우 한쌍이 동시에 작동하는 컨트롤러이면서 각각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좌우를 최대한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만, 필자가 즐겨하는 테트리스를 할 때는 원하는 데로 블록을 떨어뜨리기가 힘들었다. 오죽했으면 좌측 조이콘의 버튼 부분을 D-Pad로 바꿔주는 개조 키트도 판매하고 있겠는가. 참다참다 마음을 굳혔다. 필자의 친구는 프로콘을 구매하라고 꼬셨지만 필자는 다른 걸 선택했다. 바로 8Bitdo 사의 SF30 Pro다.

 8Bitdo는 홍콩에 위치한 컨트롤러 제조 회사다. 이들이 제조하는 컨트롤러는 콘솔 게임기의 황금기를 이끈 패미콤 및 슈퍼 패미콤의 컨트롤러를 블루투스 버전으로 복각하여 출시한다.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되기 전까지는 Wii U에 연결되는 컨트롤러를 제조하였다.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된 이후 닌텐도 스위치를 지원하는 컨트롤러를 출시하기 시작했는데, 가장 먼저 선보인 제품이 본 글에서 소개할 SF30 Pro이다.
 네이밍에서 볼 수 있듯 SF30 Pro는 슈퍼 패미콤의 게임패드 디자인을 차용한 무선 게임패드다. 일본의 슈퍼 패미콤 말고 미국의 SNES 게임패드 디자인도 복각하였는데, 컬러링이 SNES를 따왔고, 모델명이 SN30 Pro로 다르다는 점을 제외하면 SF30 Pro와 동일하다. SF30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었지만, SF30 Pro의 경우, 디자인이 문제였던지 발매조차 못하고 곧 8Bitdo 사에서 단종 처리되었다. 그러나 아직 물량이 해외에는 일부 남아 있어 구매하고 싶다면 해외배송을 이용해야 한다.
 2018년 4월 초, 필자는 할인 기간이 겹쳐 AliExpress에서 3만 7천원 정도에 구매했고, 10일 뒤 받아볼 수 있었다. 다만 배송 과정에서 페이크 송장을 등록하는 행위, 소위 "알리" 당해서 제대로 송장 조회가 어려웠었다.

First Look.

 정말이지 봐도봐도 옛스럽기 그지없다. 패키지를 살펴보면 슈퍼 패미콤의 팩에서 모티브를 얻은 디자인이 눈에 들어온다, 전면에는 제품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는데, 정말이지 친숙하기 그지없다. 컨트롤러의 디자인, 키 배열, 컬러링과 폰트를 보라. 완전 슈퍼 패미콤에서 보던 컨트롤러이지 않은가!
 필자가 구입한 SF30 Pro의 경우, 조이스틱 2개 및 ZL/ZR키와 자이로 센서, 그리고 충전 단자가 스위치와 같은 Type-C로 바뀌었다. 다분히 스위치 지원을 염두에 둔 변경점이다. 물론 닌텐도 스위치 말고도 macOS / PC /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박스 후면에는 컨트롤러와 연결되는 장비 리스트 및 간단한 제품 스펙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라즈베리 파이까지 지원할 줄이야. 이건 예상하지 못했다. 배터리는 완전충전 최대 2시간, 최대 사용시간 16시간으로 의외로 오래 가는 편이다. 조이콘이 20시간의 배터리 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뭐 이 정도면 준수하다.

 박스는 옆으로 밀어서 개봉한다. 옆으로 밀자 마자 박스의 그 물건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옆에 봉인 씰 같은 건 없다. 그냥 밀면 열린다. 역시 이미지보단 실물이 이쁘다. 확실히 확인하자.

 제품 보호를 위해 투명 플라스틱 덮개가 감싸고 있다. 플라스틱 덮개를 들어내면 구성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제품 간편 설명서 1부, 1.5M USB Type-A to C 케이블 1개, 그리고 SF30 Pro 본체가 구성품의 전부다. 필자는 의외로 케이블에 감탄했는데, Type-C 커넥터 부분이 접합부 없이 말끔한 일체형이었다. 필자가 다양한 Type-C 케이블을 사용해왔지만, 일체형 커넥터는 닌텐도 스위치 공식 충전기에서밖에 본 적이 없다. 다른 개봉기를 참조해보니 일체형 커넥터가 아닌 케이블이 들어 있다고 하니 이것 또한 복불복인가 보다.

버튼들이 정말이 영롱하게 빛난다.

 SF30 Pro의 디자인에 대해 추가로 설명할 게 필요할까. 보는 것만으로도 무언가 정겹고 낮익은 디자인이다. 다만 슈퍼 패미콤 오리지널 컨트롤러와는 약간 차이가 있다. 일단 키감이 보다 명확해졌다. 오리지널 컨트롤러의 경우 손에 걸리는 것 없이 부드럽게 버튼이 눌려졌지만 SF30 Pro는 확실하게 손에 걸리는 느낌이 전해진다. 방향키의 경우 오리지널과 거의 동일하다. SF30 Pro는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게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아날로그 스틱과 별 및 8Bitdo 로고가 들어간 버튼이 추가되어 있다. 하단에는 페어링 및 스위치에서의 컨트롤러 연결을 표시하기 위한 LED가 내장되어 있다.

유선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후면 역시 슈퍼 패미콤의 디자인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충전을 위한 Type-C 단자, 페어링 버튼, 그리고 L / R키 하단에 ZL키와 ZR키가 추가되어 있다. 그런데 묘하게 XBox 컨트롤러의 임펄스 트리거 같은 곡선 디자인인지라 필자는 기본 L / R 키보다 ZL / ZR키가 훨씬 편하게 느껴졌다.

#with_Nintendo_Switch

SF30 Pro와 닌텐도 스위치의 모습. 페어링은 간편하다.

 8Bitdo SF30 Pro는 슈퍼 패미콤 컨트롤러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닌텐도 스위치와 연결 가능한 블루투스/유선 컨트롤러이기도 하다. 이러한 흔적은 원작 컨트롤러에 없는 ZL / ZR 키와 아날로그 조이스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십자 방향키와 좌측 조이스틱이 스위치 컨트롤러와는 다른 디자인이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무척 편리했다. 오리지널 컨트롤러로 게임을 접했던 세대라 몸이 거부감을 느꼈나보다.

 닌텐도 스위치와 SF30 Pro를 연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Start 버튼과 Y키를 같이 누르면 하단의 LED가 빠르게 점멸하는데, 이때, 스위치 메뉴에서 컨트롤러 - 그립 변경 및 명령 을 클릭하여 L / R 키를 동시에 누르고 있으면 페어링이 된다. 다만 영구적인 페어링은 아닌지라 스위치가 슬립 모드에 들어가게 된다면 다시 페어링을 해야 한다는 번거로운 점이 있다.

명작 게임들은 지금 해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컨트롤러도 연결했겠다, 게임을 플레이해봐야 하지 않을까. 일단 옛날 기분을 내고자 NES System - Nintendo Switch Online에 포함된 젤다의 전설 1을 플레이했다. 역시 게임은 컨트롤러로 해야 제맛이다. 디자인 때문인가, 마치 어렸을 적 플레이 했던 느낌이 다시 온 것 같았다. 버튼의 감도는 정말 명확하게 눌렸다. 마치 최근에 구매했던 피젯 토이의 버튼감처럼 도각도각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SF30 Pro의 버튼에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조이콘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려니 게임의 손맛이 살지 않았다. 역시 레트로 게임은 출시된 시대의 컨트롤러로 플레이해야 가장 할 맛이 난다.[각주:1]

SF30 Pro로 마리오카트 8 또한 즐길 수 있다!

 옛날 게임말고 요즘 게임에서는 어떨까. 요즘, 친구들과 같이 플레이하는 마리오카트 8 디럭스도 플레이했다. 명확한 버튼감과 십자 버튼 덕분에 버튼 누르는 재미가 배로 느껴졌다. 다만 아이템을 사용할 때, L / R 키를 더욱 세게 눌러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건 버튼 설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담으로 자이로 센서도 지원하기 때문에 스플래툰 같이 자이로 센서가 중요한 게임에서도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다만 그립감이 별로 좋지 않아서 장시간 사용에는 다소 힘드리라 생각한다.

Conclusion!

필자의 작업실 옆에 위치해 있는 게임기들의 모습

 SF30 Pro는 필자와 같이 과거의 디자인을 그리워하는 레트로 매니아들의 취향을 정확히 캐치해낸 제품이다. 8Bitdo 사에서 오리지널 컨트롤러의 디자인을 너무 잘 참고했기 때문에 빠르게 단종되어 버렸다는 루머도 있다. SF30 Pro 이후에 나온 후속작에서는 과거의 디자인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보단 테이스트만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기에 더 이상 이런 물건은 나오지 않을 듯 하다.

 SF30 Pro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컨트롤러 본연의 기능 또한 준수하다. 6축 자이로 센서가 내장되어 있고, 닌텐도 스위치, PC, 안드로이드 등 모든 게임 플랫폼에 대응이 가능하다. 심지어 어댑터를 사용하면 PS4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PC나 macOS에서 사용할 때에는 8Bitdo 사에서 제공하는 키보드 매핑 기능 덕분에 커스터마이징이 무척 간편하다. 유선으로도 사용 가능하다고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안내하고 있지만 실제로 테스트해보지는 않았다.

 만일 자신이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 레트로 게임기에 관심이 많다면, 레트로스러운 디자인을 가진 SF30 Pro는 분명 현명한 선택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프로 컨트롤러가 가진 기능들의 대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프로 컨트롤러의 대체제가 될 수 있다. 다만, 한국 시장에 정식으로 발매가 되지 않아 해외 구매를 해야 한다는 점과 레트로 디자인 특유의 불편한 그립감은 사람에 따라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여튼 충분히 살 만 하다. 아무튼 그렇다.

  1. 엄밀히 말하면 젤다의 전설 1은 패미콤 컨트롤러로 해야 하지만 필자가 가지고 있는 컨트롤러는 슈퍼 패미콤 컨트롤러 뿐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