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ecom HUGE Professional Trackball

2019. 11. 1. 16:39Journal/RE:Vu

 약 1년 전인 2018년 8월 9일부터 13일까지, 약 5일 동안 일본에 다녀왔다. 최근 작업한 앨범들의 현장 판매 지원을 위해, 그리고 도대체 코미케라는 게 뭔지 직접 참가하기 위해서, 생각해보니 해외여행을 안 간지 꽤 되었기 때문에 큰 맘먹고 다녀왔다. 다양한 곳을 방문했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으며 별별 체험을 하고 돌아온 터라 후회 없는 여행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일 때문에 갔지만 일보다 많은 수확이 있었던 방문이었다. 일본에서 필자는 요도바시 카메라에 갔다가 새로운 제품에 마음을 빼앗겼다. 바로 트랙볼 마우스다. 이미 마우스 좋은 거 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에 눈이 돌아간 이유는, 아무래도 필자의 작업실이 무척이나 좁기 때문이다. 머리를 굴려 생각해보니 마우스가 움직일 수 있을 만한 공간을 아껴 MIDI 컨트롤러를 놓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거 같았다!

 일본에서 본 트랙볼 마우스는 필자가 이전까지 생각하던 트랙볼과 달리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었다. 켄싱턴 트랙볼 마우스나 로지텍 Marble 마우스만 봐 왔던지라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처음 구매 대상에 올렸던 녀석은 DEFT Pro라 해서 작지만 유무선 동시 지원이라는 독특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트랙볼 마우스였다. 그러나, 저 모델은 한국에서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던 중, HUGE라는 녀석을 보게 된다. 이건 유선과 무선이 따로 나뉘어 있지만 기능이나 디자인 적으로 DEFT Pro와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HUGE는 국내에 정식 발매가 되어 여러 리뷰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구매했다.

일본에서 이 녀석들을 안 봤다면 그냥 예전 마우스를 그대로 사용했을 거다.

 필자가 구매한 트랙볼 마우스는 일본 기업, Elecom(엘레콤)의 상위 트랙볼 라인업 중 하나인 HUGE 유선 모델이다. 엘레콤이란 회사가 트랙볼을 만든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미 국내에 출시한 트랙볼 마우스의 숫자도 꽤 많았다. 다만 엘레콤 하면 저가형 마우스나 액세서리 전용 회사라는 이미지가 있어 생각을 못했던 걸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도 국내에서의 인식 역시 그렇다. 트랙볼 마우스라 네이버에 검색하면 엘레콤의 트랙볼이 아닌 켄싱턴의 트랙볼이 먼저 연관검색어로 나타난다. 리뷰도 켄싱턴이 훨씬 많다. 상대적으로 2인자 느낌이 강한 회사 중 하나다, 필자도 일본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저런 게 있는지 아예 몰랐다.


First Look

트랙볼 마우스라 그런지 박스도 크다

 생각보다 박스가 크다. 필자의 예상을 벗어난 크기다. 우측이 필자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Logitech의 MX Master 2S다. 저 마우스도 생각보다 큰 편인데 박스는 장난이 아니다.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지만, 박스는 일본어로 되어 있다. 어차피 마우스니까 쓰는데 직관적이면 괜찮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먼저였다.

박스를 열어서 실제 제품을 볼 수 있다.

 특이하게 박스를 열어서 내부의 실제 제품을 잡아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 걸까, 박스 밑 부분이 열려 있는 구조다.  이는 Logitech MX Master 2S 역시 그러한데, Elecom HUGE는 벨크로 테이프를 사용했다. MX Master 2S는 자석을 사용했다는 걸 생각한다면, 신경은 썼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박스 뒷면에는 이 마우스가 정품임을 알리는 인증 스티커가 붙어 있다. 그래 봤자 스티커 발매인데 저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징 본연의 모습을 살리기 위해 필자는 살살 인증 스티커를 떼서 박스 안쪽에 붙여 놓았다.

설명서, 설명서, 그리고 본체.

 유선 버전을 구매해서인가 무척이나 단촐한 구성품이다. 설명서와, 본체. 끝이다. 설명서에는 한글로도 인쇄되어 있는데, 그렇게 도움은 안 된다. 마우스의 줄은 생각보다 뻣뻣한 편이다. 묶여 있는 선을 풀어도 한 동안 흔적이 계속 남아 있었다.

마우스와 달리 오히려 밀리면 안 돼는 녀석.

 마우스의 밑부분에는 시리얼 번호와 볼을 분리할 수 있는 구멍, 그리고 미끄럼 방지 패드가 있다. 일반적인 마우스와 다르게 미끄럼 방지 패드인 이유는 트랙볼 마우스는 볼을 굴려 커서를 움직이는 방식이라 본체가 움직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유리 위에 올려놓으니 밀리지 않고 그 자리에 잘 놓여 있었다. 맘에 든다.

당구공보단 살짝 작다. 그리고 묵직하다.

 트랙볼 마우스답게 볼이 있다. 볼이 정말 크다. 당구공이랑 사이즈가 거의 비슷해 보인다. 빨간색이라 그런가 멀리서도 눈에 잘 들어온다. 인터넷 사용기를 보면 사이즈만 맞는다면 자신만의 볼을 커스텀해서 집어넣는 사용자들이 많았는데, 나중에 필자도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 자리인 양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거두절미하고 기존의 마우스를 옆으로 치우고 HUGE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처음부터 자신의 자리가 거기였던 양 위화감 없이 자리를 잡았다. 원래 저 자리에 MX Master 2S를 여유롭게 사용하고 있었다는 걸 생각한다면 정말 HUGE 하긴 하다.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마우스 커서를 옮기고 엄지와 약지를 이용해 좌/우 클릭을 한다.

 여기에 손을 얹는다면 이런 느낌이다. 엄지 손가락으로 좌측 클릭과 휠, 그리고 가로 스크롤과 이전 페이지 및 다음 페이지 전환을 할 수 있으며, 검지와 중지로 커서 조작 및 매크로키 1,2를 누를 수 있다. 약지와 새끼 손가락은 우측 클릭 및 매크로키 3번을 누를 수 있는데, Elecom 전용 프로그램에서 맘대로 세팅할 수 있다.

ELECOM Mouse Assistant 5

Elecom Mouse Assistant

 Elecom Mouse Assistant는 엘레콤 마우스에 버튼 설정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이전에 사용하던 Logitech Option에 비하면 좀 초라한 UI다. 왜 사람들이 Logitech을 쓰는지 알 거 같다. 프로그램 자체 기능에 대해선 평범한 수준이지만 정말 못 써먹을 거 같다고 생각한 단점들이 몇몇 개 있다. 첫 번째로 프로그램 삭제 시 무조건 재부팅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건 드라이버 업데이트에도 적용된다. 프로그램 자체에서 프로그램 업데이트 기능이 없어서 프로그램 삭제 후 재설치하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윈도우 환경에선 어떨지 모르겠지만, macOS에서는 저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고로, macOS에서 Elecom Mouse Assistant 업데이트를 하려면 프로그램 삭제 - 재부팅 - 프로그램 재설치(업데이트) - 재설치 - 사용 이라는 손이 3~4번 가는 복잡한 과정을 해야만 한다. 이건 아주 큰 단점이다.

 두번째로는 특정 기능들이 작동하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Safari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기능인데, 다음 페이지 기능만 작동하고 이전 페이지 기능은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Logitech Option의 경우 macOS와 아주 친화적으로 작동하였기에 정말 불편하기 그지없다. 지금은 브라우저에 있는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버튼을 누르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가끔 mx Master 2S를 만질 때 불편함을 다시금 느낀다.

Conclusion!

애증의 트랙볼 마우스, Elecom Huge

 Elecom Huge는 하드웨어적으로는 무척 완벽한 트랙볼 마우스다. 이전에 microsoft에서 제조했던 트랙볼 마우스와 거의 흡사한 조작감과 푹신한 쿠션, 그리고 다양한 버튼들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키들을 마우스에 커스텀할 수 있다. 다만, 그러한 과정들을 서포트해주는 보조 프로그램 및 드라이버는 최악이다. 진지하게 말하자면, 드라이버 때문에 이걸 갖다 팔아버릴까 했던 순간도 몇 번인가 있었다. 그럼에도 필자가 아직도 Elecom Huge를 쓰고 있는 건 트랙볼 마우스와 일반 마우스를 적절히 혼합한 형태에서만 느낄 수 있는 조작감 때문이 아닐까.

 현재로서는 지금 사용 중인 Huge에 얼추 만족하고 있기에 머나먼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간 필자도 트랙볼 마우스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켄싱턴 사의 트랙볼로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혹시 모르는 일이다. Elecom이 끝내주게 좋은 보조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마우스에 적용해줄지! 적어도 프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마우스라면 프로그램도 프로다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