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NKWAY TINY MECH MULTI

2016. 7. 16. 22:30Journal/RE:Vu

 기계식 키보드가 참 인기긴 하다. PC방은 하나 둘 멤브레인을 벗어나 기계식 키보드로 새로 단장하고, 친구들은 좋은 기계식 키보드가 뭐냐고 물어본다. 정작 필자는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어느덧 몇 년. 주변을 둘러보니 대 기계식 키보드 시대가 찾아와 있었다. 동생도 어느새 기계식 키보드를 마련했다! 뭔가 다급해졌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기계식 키보드가 없으면 말이 안 돼지 않는가!" 란 자기합리화를 애써 펼치며, 저렴하면서도 기계식의 느낌을 얻을 수 있는 걸 찾아보니, 어머나! 4만원 초반대에 기계식 키보드가 있었다. 사용자 의견을 살펴보니, 게임 시 동시키 입력이 간헐적으로 안 됀다는 말이 있었지만, 어차피 필자는 게임을 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단 기계식 키보드면 일단 OK였다. 아는 지인의 쿠폰할인 신공을 통해 3만원 초반대의 가격으로 결국 구입하기에 이른다.

TH!NKWAY란 회사에서 만든 기계식 키보드, "TINY MECH MULTI". 이번에 필자가 구입한 키보드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키보드를 구매하기 전까지, THINKWAY란 회사가 뭐하는데인지도 몰랐다. 처음엔 저게 모델명인 줄 알았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기계식 키보드의 세계는 넓고, 종류도 많고, 회사도 많다. 필자가 구입한 기계식 키보드는 알고 보니 TINY MECH 시리즈의 최상위급 모델이었다. LED도 없는 모델도 있고, 있긴 있는데 단색으로 나오는 모델도 있댄다. 이건 2만원대로 내려가겠지? LED가 없는 그냥 TINY MECH는 키캡이 영 좋지 않다고 한다. 이중사출 캡이 아니라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다. 플라스틱을 두번 찍었다 이런 뜻인가. 키캡이야 싸니까 하나 사면 되는 거고.

 여튼, 필자가 구입한 키보드의 축은 청축이다. 적축이나 갈축도 있었고, 청축의 소리가 타 축보다 훨씬 심하게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글을 많이 쓰는 만큼 키보드와 친숙해질 필요가 있는 글쟁이에게 청축만큼 훌륭한 키보드는 없다고 생각한다.


 잡론은 여기까지고, 구매는 꽤 예전에 했지만 이제야 제품을 수령받았다. 그냥 검은색에 작고 딱 봐도 키보드 상자인 거 같은 상자가 필자를 반겼다. 박스에도 키보드 사진이 인쇄되어 있고, 부가적으로 설명하는 문구들이 떡 하니 인쇄되어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키보드가 66키라는 부분이다. 왠만한 키보드들이 104키나 108키인 걸 생각하면, 키가 무려 40개나 차이가 난다. 대다수의 비용이 기계식 스위치를 박는데 쓰인다는 걸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키를 다 뺌으로서 원가절감을 이뤄넨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없어진 키들의 기능들이 사라진 건 아니다. 우측 윈도우키를 빼버리고, FN키를 적용해서 노트북처럼 적디적은 키에 풀사이즈 키보드의 기능들을 할당했다. 다만, FN키의 도입으로 인해 기존 키보드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겐 적응이라는 귀찮음을 남겼다. 어차피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빠르게 적응할 것이다. 돈 있으면 기존 풀사이즈 기계식 키보드를 사면 된다. 간단한 방법은 언제나 존재한다. 늘 그랬듯이.

 뒷면엔 설명이 가득하다. 이게 어디 스위치를 썼고, 불이 들어오고 디자인이 어떻고 하는 그런 설명들이다. 어차피 키보드는 직관적인 주변기기중 하나다. 안 읽고 넘어가도 무방하다.

 상자를 열어보자. 설명서, 그리고 비닐에 쌓인 키보드. 끝이다. 무척 심플한 구성이다. 이런 구성을 저가형 마스터 키보드, LaunchKey 49에서 본 적 있었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저가형이다. 가격이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드는 구성이 아닐 수 없다.

 사용 설명서에는 FN키에 몰아넣은 기능들의 단축키가 적혀있다. 키보드에도 인쇄되어 있는데, 일단 한 번 읽어봐야겠다.

 비닐을 벗기고, 키보드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호오, LED가 단색인 줄 알았는데 칼라풀하게 들어온다. LED 들어오는 키보드를 처음 써보는데, 화려함에 넋이 나갈 것만 같다. 반짝거리는 맛에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거일 수도 있겠다. 이제서야 그 진리를 깨달아버렸다. 너무 예쁘다.

 작은 키보드지만, 무게는 좀 나간다. 안정감을 높히기 위해 밑판을 강철로 보강했댄다. 케이블은 흔히 말하는 페브릭, 직조 케이블을 사용했다. 밑이 훤히 드러나는 키보드인데, 청소가 간편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인상적인 버키 스타일이라고 한다. 동생 키보드에서도 비슷한 디자인을 본 거 같다.

 키는 OUTEMU社의 키를 사용한다. 하기사, 기계식 키보드의 대명사 체리키였으면 이 가격대가 나올 리가 없지. 그런데 동생의 기계식 키보드도 같은 OUTEMU 키를 사용한다. 그런데, 동생 거는 8만원대다. 분명 풀사이즈 키보드와 미니멈 사이즈 키보드의 키 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뭔가 득템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벗어나질 않는다. 키는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 일부 기계식 키보드에서는 키가 흔들리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건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정말이지 퍼펙트하다.

 키 위의 LED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LED의 색이 고정이다. 런치패드마냥 휘황찬란하게 색이 바뀌며 물결치는 그런 걸 생각했는데, 색이 안 바뀐다니 아쉽다. 사실 저가형에 이런 걸 바라는 게 무리수이긴 하다. 일단 만족.

 회사 노트북에 올려보니 딱 적절하다. 마치 원래부터 붙어있었던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노트북에 얹어지는 걸 보니 할 말을 잃었다. 한 순간에 저렴했던 40만원짜리 노트북이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역시 색깔의 차이다.

개인 노트북에도 물려보았다. ThinkPad가 훨씬 예뻐졌다. 마침 브랜드도 같은 Think다. 하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패드지만... 다 좋은데 ThinkPad의 상징, 빨콩을 못 쓴다는 건 아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돈 좀 주고 빨콩 달린 키보드를 사는 건데...


 기계식 키보드를 샀으면 역시 신나게 눌러봐야 하는 건 정석이 아닌가. 그래서 막 두드려보았다. 위 영상들은 키보드 타건 동영상들이다. 보면 알겠지만, 그냥 미.친.듯.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딱히 문장을 쓰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막 두드렸다. 그래도 찰지다. 청축을 지르기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끔 든다.

Conclusion?

  지금 쓰고 있는 이 소개기는 TINY MECH MULTI로 작성했다. 확실히, 멤브레인 키보드로 글을 쓸 때보다 훨씬 손의 부담이 덜 들었다. 필자는 변칙적인 독수리 타법으로 글을 쓰는지라, 검지 손가락이 아팠는데 키보드를 바꾸니까 그리 아프진 않다! 손목도 아프지 않고 오히려 손에 착착 달라붙는다. 아주 만족스럽다. 괜히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지 이유를 알 거 같다.

 가격절감을 이유로 표준 키보드보다 40개나 키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실 사용에선 키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진짜 필요한 기능만 넣어놓고, 잘 쓰지 않는 키는 FN으로 구현해서, 결과적으론 모든 기능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급 키보드에 들어가 있는 LED 기능도 마음에 들고, OUTEMU社의 축과 적절한 무게도 마음에 몹시 든다. 키캡의 한글 인쇄 상태는 좋지 않지만, 알아서 지워진다면 훨씬 깔끔한 키보드가 될 거 같다.

 하지만, 이 키보드는 가격도 좋고 성능도 좋은 끝판왕급 포지션은 절대 아니다, 왜냐하면, 기계식 키보드를 구매하는 이유 중 하나인 동시키 입력이 이 키보드에서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글을 쓸 때는 동시키 기능이 필요없기에 별 상관없지만, 게임을 할 때엔 이게 큰 애로사항으로 작용한다. 키 입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서 확인해 본 결과, 동시 키가 지원되는 특정 묶음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메이플을 할 때, 4방향키를 누르면서 Z키로 아이템을 먹으려 하면 안 먹어진다. 게임 플레이를 목적으로 본 키보드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은 구매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 정도면 만족한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계속 쓸 생각이다. 물론 순정 상태는 아니고, 키캡만 바꿀 거다. 한글 각인이 이상하고, 여러가지 추가 기능들이 어쩡쩡한 모습으로 원래 디자인을 망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키보드에게서 키캡을 바꾼다는 건 거의 90%를 바꾼다는 거지만.

 결론를 낼 시간이 왔다. TH!NKWAY TINY MECH MULTI는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겐 충분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키보드라고 말할 수 있다. 키보드와 하루 종일 붙어 지내야 하는 직업. 이를테면 글을 자주 쓰는, 작가나, 시나리오 라이터, 그리고 인터넷 기자 등에겐 TH!NKWAY TINY MECH MULTI는 최고의 업무 파트너가 되지 않을까. 다만, 게임을 목적으로는 하는 이들에게는 멀티키 지원이 부실하기에 다른 키보드를 구매하는 것을 권한다.


TH!NKWAY TINY MECH MULTI


특징
저렴한 가격.
현대적이고 청소가 간편한 비키 디자인.
OTEMU社의 청축 사용.
부실한 동시 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