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2. 22. 12:30ㆍJournal/Musical Software
요즈음 하루가 굉장히 짧다는 걸 느낀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낮에는 작업하고 밤에는 글을 쓰는 힘든 생활을 하다 보니 정신 차리고 주말을 맞이하는 상황이다. 왜 필자의 삶이 이렇게 되었는가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여러 가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프로젝트며, 최근 시작한 장기 외주 하나, 그리고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장비 리뷰 덕분이었다. 프로젝트나 장기 외주야 그렇다 치더라도 장비 리뷰들은 대부분 필자가 불러온 재앙이라 뭐라 변명할 말도 없다. 하지만 평소에 장비 써보기를 좋아했고, 새로운 지식이 늘어나는 건 또 좋으니 대충 할 수도 없다. 최선을 다해 할 수밖에. 그러던 중 필자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스원포코"를 통해 새로운 플러그인 번들을 하나 소개받았다. 바로 Psychicmodulation이라는 회사의 플러그인이다.
Psychicmodulation이라는 회사는 필자도 처음 듣는 회사다. 정확한 회사의 연혁은 확인되지 않지만 KVRForum의 기록을 되짚어보니 적어도 2006년도 이전부터 활동하던 역사가 깊은 회사였다. 당시에도 고품질의 플러그인들을 개발하였지만 아는 사람들만 알던 "나만의 작은 플러그인" 중 하나였다. 디자인에서 느껴지다시피 굉장히 빈티지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과 달리 소리가 굉장히 궁금했는데, 정보가 극히 적었다. 아마도 국내에서 Psychicmodulation의 플러그인들을 제대로 소개하는 건 필자가 처음이 아닐까 싶다. 가격은 개별로 구매할 경우 각각 100달러 이내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고, 번들로 구입한다면 최대 291달러라는 다른 회사의 번들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해외에서만 구입할 수 있지만 곧 국내의 수입사, "제노드"에서 수입하여 판매할 예정이다. 필자는 국내에 정식 출시 전, 제노드로부터 Psychicmodulation의 Complete Bundle을 제공받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필자가 제공받은 psychicmodulation Complete Bundle에는 프리셋을 제외한 psychicmodulation에서 판매 중인 모든 악기와 이펙터들이 포함되어 있는 번들이다. 정식으로 판매가 시작되었을 때 본 리뷰가 구입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본 포스팅은 제노드(Jenode)의 플러그인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는 소정의 원고료로 플러그인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Psychicmodulation Complete Bundle
Psychicmodulation Complete Bundle을 구매하면 악기 2개와 이펙터 4개가 한번에 설치된다. 그렇기에 아래서 소개할 글 역시 악기와 이펙터들로 나누어서 서술할 예정이다. 내용이 길어질 예정이므로 몇몇 글들은 접은 글 처리할 예정이다. 순서는 악기 - 이펙터 순으로 하지 않을까 싶다.
리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미리 이야기할 게 있다. Windows는 상관 없지만 macOS의 경우, 일부 이펙터 및 악기들이 m1 대응 업데이트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몇몇 이펙터 및 악기들은 로제타를 이용하여 구동하게 될 거다. 필자는 인텔 mac을 사용하고 있어 괜찮았지만 다른 분들의 경우 아닐 수도 있으므로 구매 전 참고하길 바란다.
PULSECODE
PULSECODE는 빈티지한 디자인의 드럼 머신 악기다. 디자인만 빈티지한 게 아니라 사운드도 전체적으로 빈티지하다. 처음 악기를 열게 되면 믹서 창과 하단의 거대한 스텝 시퀸서가 눈에 들어온다. 딱딱하게 각져있는 게 90년대의 사운드 폰트 및 가상악기를 보는 느낌이라 굉장히 새롭다. 이게 빈티지 그 자체지.
상단부를 먼저 살펴보자. 드럼 머신의 개별 소스들을 조절할 수 있는 모드들이 모여 있어 톤을 입맛대로 수정할 수 있다. 특이하게 Air 모드가 붙어 있어 리버브 및 노이즈를 섞어서 드럼 소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내장 컴프레서도 붙어 있어 드럼 소스가 약하다고 생각할 때 단단하게 만들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Mixer 창 옆에는 Midi 신호와 PULSECODE를 연동할 수 있다. 노트 길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모드 휠 및 피치밴드 휠을 조절한다던지 등 미디 신호에 맞춰 특정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매핑할 수도 있다. 우측의 아르페지에이터는 드럼 필인을 넣기 위한 아르페지에이터인데, 잘 활용한다면 괜찮은 필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단의 스텝 시퀸서를 보자. 단순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꽤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더라도 쉽게 리듬을 짤 수 있게 되어 있다. 원하는 채널만 뮤트하거나 솔로로 들을 수 있어 편집이 간편하다.
스탭 시킌서는 최대 64까지 설정할 수 있다. 특이하게도 1부터 64 사이의 간격을 직접 설정할 수가 있다. 원한다면 클랩을 40까지만 스탭 시퀸서로 찍고 루프를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루프를 끌 수도 있어서 특정 구간에서만 재생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것도 된다.
만일 어떤 사운드를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프리셋을 활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프리셋들에는 미리 비트들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어 상황에 맞는 리듬을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불러올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리듬만 골라서 악기들을 편집하는 방향으로 사용해 보자.
PULSECODE는 빈티지한 디자인과 사운드를 가진 PCM 드럼 머신이다. 1980년대 후반의 거친 Lo-Fi 사운드에 리스펙트 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당시의 드럼 머신 사용자들이 거대한 드럼 소리를 얻기 위해 사용한 기술을 디지털로 구현하였다. PULSECODE를 사용한다면 80년대에 널리 사용된 거대한 드럼 사운드를 손쉽게 만들 수 있으며 EBM, Industrial, Electro, Coldwave, SynthPop 및 Synthwave와 궁합이 좋다. 또한 실험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분들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할 여지를 남겨 놓은 드럼 머신이다. 악기처럼 연주할 수도 있어 스튜디오 환경이 아닌 라이브 환경에서도 사용하기 좋다.
PHONEC2
Phonec2는 2개의 오실레이터로 구성되어 있는 독특한 신디사이저다. 70년대와 80년대의 공공 정보 영화와 교육 자료의 인트로에서 자주 들을 수 있던 신비한 느낌을 신디사이저로 구현한 결과가 Phonec2라고 psychicmodulation는 설명하고 있다. 그 덕에 빈티지 아날로그 톤, Lo-Fi synthscapes, 올드스쿨 리드 사운드, 강한 신디사이저 베이스와 같이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독특하고 강력한 신디사이저다. 자체적으로 시퀸서도 붙어 있고, 아르페지에이터도 붙어 있어서 간단해 보이는 디자인과 달리 다양한 기능들이 숨어 있어 만지는 재미도 쏠쏠하다. 필자가 사용하는 걸 본 지인은 "정말 빈티지하다"라는 감상평을 남겼다. 또한 psychicmodulation에서 개발한 이펙터의 기능도 일부 들어가 있어 더욱 빈티지한 사운드를 추가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모노포닉으로 작동하지만 폴리포닉으로도 사용할 수 있어 자유도 또한 높다. 생각보다 프리셋도 충실하게 들어가 있기에 만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프리셋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Effects
다음은 psychicmodulation에서 제작한 이펙터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psychicmodulation의 이펙터들은 하나의 이펙터에 여러 가지 기능들이 모여 있는 멀티 이펙터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사용하려면 다른 이펙터들을 어느 정도 사용할 줄 알아야 제대로 기능들을 활용할 수 있다. 만일 기능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것 같다면? 프리셋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BendoBox
BendoBox는 드럼 비트를 보다 창의적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멀티 이펙터다. 톤 쉐이핑, 에코, 모듈레이션, 딜레이 게이트 등 사운드 디자인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들이 들어 있어 같은 드럼 루프더라도 BendoBox를 거는 것만으로도 손쉽게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만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프리셋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EchoMelt3
EchoMelt3은 이전에 psychicmodulation이 개발한 EchoMelt의 세 번째 버전이다. 이전 버전을 필자가 테스트해보진 않았지만 톤 쉐이핑, 에코, Wow & Flutter 등 사운드 디자인에 필수적인 기능들이 들어 있다. 또한 핵심 기능들이 미리 매핑되어 있는 Mondo 노브 덕분에 오토메이션으로 원하는 대로 빠르게 효과를 넣을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특히 이런 옛 느낌을 주는 이펙터들의 경우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에 추후에도 자주 사용할 듯하다. 간단하게 사용할 수 있어 필자는 마음에 들었지만, 만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프리셋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mondoMELT
MondoMelt는 과거의 테이프 머신의 느낌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새츄레이션 이펙터다.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최신 이펙터이기도 하다. MondoMelt를 사용하게 된다면 테이프 머신의 특징 중 하나인 피치의 떨림, Flutter, Dropdut 등 빈티지 테이프 머신에서 들을 수 있는 사운드들을 손쉽게 자신의 음악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설명한 EchoMelt의 기술이 일부 적용되어 있어 간단하지만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새츄레이션이다.
조작법 자체는 크게 설명할 게 없다. 그저 돌리다가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나온다면 그대로 사용하면 된다. 코러스 모듈이 붙어 있어서 모노포닉 한 테이프 머신 사운드에서 벗어나 훨씬 이미지가 넓게 만들어낼 수도 있다. 각각의 모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빨간색) 하단의 Mondo 노브를 사용하면 보다 극단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사운드 디자인할 때 유용하다. 만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프리셋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VectorMelt
VectoMelt는 EchoMelt의 기능 강화 버전이다. EchoMelt보다 더욱 조작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아졌고, X-Y 패드가 추가되어 보다 자유도가 높아져서 EchoMelt보다 더욱 강력해진 성능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EQ도 단순히 노브가 달려 있던 걸 넘어서 Q 값을 설정할 수 있고, 새츄레이션과 드라이브 노브가 나뉘어 있어 선택의 여지를 준 점도 마음에 든다. Echo 또한 L/R의 길이를 따로 줄 수 있게 바뀌었다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기능이 많아진 만큼 처음 사용하게 된다면 무엇부터 만져야 할지 어려울 수 있기에 어떻게 VectorMelt를 사용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프리셋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psychicmodulation Demo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psychicmodulation의 악기와 이펙터들을 어떻게 쓰는지 영상으로 확인해 보자. 번들에 포함되어 있는 악기와 이펙터, 그리고 외부 샘플을 활용해서 간단하게 psychicmodulation이 개발한 악기 및 이펙터들의 특징을 담아내려 했다. 이번에는 132 BPM 고정으로 작업을 했으나 서로 다른 느낌의 데모 4개를 작업해 보았다. 대부분은 프리셋을 이용했으니 추후 psychicmodulation의 제품을 고려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소리들이다. 물론 늘 그렇듯, 평가는 글 및 영상을 보는 분들에게 맡기겠다.
Conclusion
기나긴 악기 및 이펙터 탐구 여행이 드디어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psychicmodulation이 추구하는 방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psychicmodulation이 만드는 대부분의 이펙터 및 악기들은 "과거의 향수"를 기반에 두고 있다. 일단 디자인부터가 그렇다. 요즈음의 멋진 하드웨어스러운 디자인이 아닌 90년대 Windows에서 볼 법한 디자인 중점이다. 사운드 또한 과거의 향수를 물씬 풍기고 있다. 80년대의 그루브와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PULSECODE, 옛 비디오에서 나올 법한 소리들이 들어 있는 Phonec3부터 테이프 및 진공관의 느낌을 충실히 재현하는 이펙터들을 보면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확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psychicmodulation의 악기 및 이펙터들은 요즘 시대의 멋진 음악을 만들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가슴 한 구석에 옛 사운드에 대한 로망이 가득한 사람을 위한 악기 및 이펙터다.
악기 및 이펙터들의 완성도는 상당했다. 생각 이상으로 CPU 점유율도 적었고, 옛 감성 가득한 디자인과 달리 최대한 편의성을 챙기려는 모습이 군데군데 숨어 있다. 그러나 디자인적 태생적 한계 때문일까,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옛 디자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엇부터 만져야 할지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필자의 작업실에 방문한 지인이 디자인들을 보고 90년대 플러그인을 왜 쓰냐고 물어봤을 정도다. 가격도 사람에 따라서는 꽤 부담스럽다. psychicmodulation의 악기 및 이펙터들은 빈티지 사운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악기 및 이펙터다. 그렇기에 용도가 어느 정도 한정되어 있다고 필자는 보고 있다. 다용도로 활용하기에 어려운 악기 및 이펙터기에 이 악기 및 플러그인들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분명 한정되어 있다. 용도와 목적이 맞다면 291달러라는 가격은 충분히 투자할 만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금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 30만원 이상의 가격이 어디서 솟아나는 악기는 아니지 않는가. 다만 이펙터들은 매우 구매할 만 하다. 이펙터들의 캐릭터들이 확고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Lo-Fi 스러운 이펙터들이 잘 없다. 빈티지한 느낌을 내 음악에도 적용하고 싶다면 psychicmodulation의 이펙터는 꼭 써보길 바란다.
요약하자면 psychicmodulation의 악기 및 이펙터들은 과거의 향수를 테마로 만들어진 악기 및 이펙터들이다. 과거의 향수를 자신의 음악에 적용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굉장히 추천할 만 하지만 어느 정도의 악기 지식 및 신디사이저 지식이 필요하다. 이펙터들의 경우는 별 다른 지식 없이도 프리셋을 활용하여 빈티지한 사운드를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마침 필자에게는 빈티지한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악기와 이펙터들이 부족했는데, 추후 작업할 개인 작업물에 psychicmodulation의 악기 및 이펙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 한다. 글 및 영상을 한번 확인해보고 정식 출시가 된다면 한번 구입해보는 건 어떨까.
본 포스팅은 제노드(Jenode)의 플러그인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작성자는 소정의 원고료로 플러그인을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