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X Studio Headphone Series

2020. 10. 26. 19:16Journal/Musical Gear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보통은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 음악을 듣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요즈음엔 무선 이어폰이 강세지만 아직까지 음악을 듣는 장비로 헤드폰이 사용된다는 건 불변의 진리다. 보다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듣기 위해 이어폰에서 고가의 헤드폰을 구매하는 리스너들도 있으니 말이다.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도 헤드폰은 애용되는데, 리스너들이 추구하는 '하이-파이'함과는 거리가 있다.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으면서도 음악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는 보컬 레코딩에서, 스피커를 쓸 수 없는 환경에서 음악 작업을 할 때, 믹스나 마스터링 등 음악 작업이 끝났을 때 최종적으로 제대로 밸런스가 잡혔는지 확인할 때 주로 헤드폰이 사용된다. 다만 프로 오디오 시장에서의 헤드폰은 보컬 등의 소리를 명확히 모니터링해줄 수 있는 모니터링 헤드폰과 믹스 및 마스터링 등 음악 작업의 기준이 될 수 있는 레퍼런스 헤드폰 등 목적에 따라 용도가 나뉘게 된다. 과거에는 헤드폰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음향기기 회사들 위주로 제품이 출시되었지만, 최근 들어 스피커를 제조하는 회사에서도 모니터링 헤드폰을 출시하는 등, 다양한 회사들이 헤드폰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듣기에 생소할 수도 있지만, AUDIX라는 이름의 음향기기 전문 회사가 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대중들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그것도 그럴 것이 AUDIX는 마이크를 전문적으로 만들던 회사기 때문이다. 그런 회사가 갑자기 모니터링 헤드폰을 출시하였다. 비슷한 시기에 헤드폰을 출시한 ADAM Audio는 스피커를 만드는 회사였으니 그렇다 치는데 AUDIX의 경우는 특이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AUDIX는 총 4가지의 헤드폰을 출시했는데, 프로페셔널 헤드폰을 지향하는 A140과 A145, 스튜디오 레퍼런스 헤드폰을 지향하는 A150과 A152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전부 밀폐형 헤드폰이며 음악 작업에 사용할 걸 상정한 모델들이다. 이미 귀에 딱 맞는 헤드폰을 가지고 있던 필자는 평소였다면 관심조차 없었겠지만, m50x에 조금 질렸던지라 이 제품들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마침 좋은 기회를 얻어 4종류의 모든 헤드폰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가격은 큐오샵 기준으로 A140 모델이 18만 9천 원, A145가 25만 9천 원, 플래그십 기종인 A150과 A152는 35만 6천 원이다.


본 글은 '소닉밸류'으로부터 제품 대여를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제품은 리뷰 작성 후 반납했으며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UNBOXING

 박스를 열어보기 앞서, 언급해야 할 부분이 있다. AUDIX의 헤드폰 시리즈는 기본 모델인 A140부터 스튜디오 라인업인 A152까지 제공되는 구성품이 전부 동일하다. 그렇기에 스튜디오 레퍼런스 라인업 중 기본 모델인 A150을 기준으로 박스 및 구성품들을 확인해볼까 한다. 필자의 경우 데모 제품을 받았기에 실제 제품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박스 디자인은 매우 고급스럽다. 제품명에는 금박 처리가 되어 있고, 기하학적인 이미지 옆에 헤드폰 이미지가 인쇄되어 있다. 급박 처리에 검은색을 주로 사용한 디자인이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박스 뒷면에는 제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특징, 그리고 스펙이 인쇄되어 있다. 특이하게 구성품들을 미리 이미지로 보여주는데, 이 점은 필자의 마음에 쏙 들었다. 보통은 제품의 스펙을 자랑하느라 구성품은 단순히 1줄의 문구로 끝내고 지나가는 헤드폰들을 여럿 보았기 때문이다. 제품을 사기 전에 스펙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 아닐까 싶다.

 필자가 받은 제품은 시연용 제품이었기에 특별히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 앞쪽에서 박스를 들어 올리듯이 열면 가장 먼저 헤드폰이 담긴 하드 파우치가 모습을 드러낸다. 헤드폰 하드 파우치가 번들로 들어 있다는 점에서 필자는 매우 감탄했다. 스튜디오에서 사용되는 헤드폰이라 해도 레코딩 등의 이유로 밖으로 들고나갈 일이 있을 때 헤드폰 하드 파우치가 없으면 매우 불편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이전에 사용하던 헤드폰, ATH-M50x는 하드 파우치가 아닌 소프트 파우치를 제공해줘서 들고나갈 때마다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

 하드 파우치 지퍼를 열면 오늘의 주인공, AUDIX 스튜디오 헤드폰이 모습을 드러낸다. 파우치 안에 알맞게 들어가 있는 모습이 앙증맞아 보이기도 하다. 파우치에는 따로 헤드폰 케이블 및 변환 잭을 넣을 수 있는 그물망도 들어 있다. 매우 실용적이다.

 구성품을 꺼내 한번 나열해보았다.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탈착식 케이블은 A140부터 A152까지 전부 동일한 종류의 케이블을 제공한다.

Audix 헤드폰 본체
3.5 to 6.3 나사식 변환 어댑터
2m 길이의 3.5 to 3.5 파이 탈착식 케이블
사용자 가이드

헤드폰 외관

 처음 A150을 손에 쥐었을 때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장시간 머리에 쓰고 있는 물건이기 때문에 헤드폰의 대부분이 플라스틱으로 구성한 듯하다. 다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만큼 내구성이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헤드폰은 음질 및 착용감도 중요하지만 내구성 역시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길이 조절 밴드 쪽이 가장 내구성 문제가 발생하기 쉬워 보였다. 길이 조절 밴드는 헤드폰을 머리에 쓸 때 자주 뒤틀리는 부분이고 사람의 손이 자주 닿는 부분인 만큼 가장 튼튼해야 한다. 그러나 AUDIX 스튜디오 헤드폰들은 길이 조절 밴드의 내구도를 제대로 신경 쓰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금속으로 보강되어 있어 쉽사리 부러지지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다른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불안해 보인다. 여담이지만 길이 조절은 일정 간격으로 걸리면서 조절되기 때문에 만족스러웠지만 눈금이 없어서 정확히 나에게 맞는 길이를 가늠하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길이를 가늠할 수 있는 눈금이 있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내구도가 염려되는 부분이 하나 더 있는데, 헤드폰의 이어컵과 밴드 사이의 회전 경첩이다. 이어컵을 하드 파우치에 수납하기 위해 돌릴 때 회전 경첩에서 "끼릭" 하는 플라스틱 마찰음 소리가 난다. 플라스틱 마찰음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뻑뻑하게 돌아가고, 회전 각도가 최대 90도라 귀에 알맞게 이어컵의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만약 AUDIX가 추후에 후속작을 발표한다면, 내구도로 염려할 일이 없게끔 말끔하게 보강해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위의 단점들을 제외한다면 AUDIX의 헤드폰은 필자가 사용했던 M50x보다 무척 마음에 드는 점들이 매우 많다. 가장 먼저 헤드 쿠션의 품질이 눈에 들어왔다. m50x처럼 도톰하지는 않지만 생각보다 보드라운 인조 가죽을 사용하였으며, 적당히 푹신한 느낌이 머리에 닿을 때 크게 압박감을 주지 않아서 좋았다. 오디오 테크니카의 m50x처럼 오래 사용할 경우, 갈라져서 가루가 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소재가 부드러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헤드폰 커넥터는 3.5파이의 일반적인 이어폰 규격을 사용하고 있어 3.5파이 규격의 AUX 케이블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것이든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따로 헤드폰과 케이블을 고정하는 장치는 없어 케이블이 빠질 수 있다. 이 점은 사람들마다 서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필자의 경우, 확실하게 헤드폰과 케이블이 고정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헤드폰 패드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m50x의 패드처럼 오버이어 방식인데, 매우 부드럽고 두꺼우며 푹신푹신한 패드다. 쿠션이 푹신푹신한 만큼 상대적으로 피부에 닿았을 때 크게 거슬리지도 않고, 소리의 차음도 확실하다. 필자가 보컬 레코딩을 위한 사용했을 때, 반주가 새어나가는 경우가 극히 적었다. 위에서 설명했던 회전 경첩의 단점도 헤드폰 쿠션이 어느 정도 상쇄해 준다. 두툼한 헤드폰 쿠션은 정말 신의 한 수다.

 여기서 외관 소개를 마치기엔 아쉬우니 번들 케이블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하려 한다. 번들 케이블의 품질은 매우 마음에 든다. 케이블에 직물 슬리브가 씌워져 있어 쉽게 단선되거나 꼬이는 걸 막아주면서도 생각보다 매우 부드럽게 움직인다. 길이는 2m 정도로 개인 작업이나 보컬 부스에서 모니터링할 용도라면 얼추 충분한 길이다. 3.5 파이 단자에는 전부 금도금이 되어 있으며, 단선 방지를 위해 케이블이 구부러지는 곳에 보강이 되어 있다. 번들로 주어지는 케이블 치고 매우 마음에 든다.

 

Listening Music

 이제 외관을 다 확인했으니 헤드폰의 소리 성향을 확인할 차례다. AUDIX의 스튜디오 헤드폰 라인업은 조금 신기한 점이 낮은 급의 헤드폰 혹은 높은 등급의 헤드폰의 디자인이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소리의 성향은 전혀 아니었다. 레코딩 현장 등 프로 오디오 시장을 타겟으로 잡은 헤드폰인 만큼 간단하게라도 소리의 성향을 미리 파악한다면 앞으로 헤드폰을 선택할 때, 매우 도움이 될 것이다.

 음악 감상을 위해 사용된 오디오 카드는 RME의 Babyface Pro이고 음원은 Spotify(Premium 최상급 음질 설정)를 사용하였다. 음악 감상 순서는 딱히 정해놓지 않았지만 저가형 라인업(A140, A145)부터 플래그십 라인업(A150, A152) 순서로 서술하려 한다.


 아래에 서술될 평가에 대해서는 전부 주관적임을 미리 알리며,

헤드폰의 주파수 응답을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가지고 있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1] YOASOBI - 群青(군청)

 최근 일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2인 밴드, YOASOBI가 2020년 9월 1일에 릴리즈한 신곡으로 YOASOBI가 평소 보여주었던 경쾌한 느낌이 도드라지면서도 후반부의 합창 파트가 인상적인. 일본에서만 할 수 있는 캐주얼한 느낌의 j-Pop이다. 필자가 최근 가장 좋아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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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140은 후술할 헤드폰들보다 저항값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량이 작게 들린다. 피아노, 보컬, 하이햇 등 고역대에 위치한 악기들이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는 편이다. 저역대는 클로즈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가 작았다. 보컬 모니터링을 하기에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치찰음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들리기 때문에 오래 듣고 있으면 귀가 아프다는 점이 있다.
 A145는 베이스 확장 모델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았다. 중음역대에 위치한 악기들이 훨씬 존재감을 많이 떨치고 있다. 피아노의 소리도 경박하지 않고 훨씬 밸런스가 잡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보컬의 시빌런스 대역들이 살짝 거슬리는 건 140과 동일하다. 의외로 3분 35초의 합창 파트에서 귀가 피곤하지 않았다.
 A150는 레퍼런스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1K 이상의 고음역대가 앞서 들은 헤드폰들보다 도드라지게 들린다. 피아노의 소리 역시 미드가 강조되어 있다 보니 해머가 현을 때리는 느낌이 더욱 도드라지게 들렸다. 보컬이 나올 때마다 피아노를 제외한 다른 악기들은 뒤로 밀려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빌런스 대역은 의외로 귀를 쏜다는 느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이-파이한 성향이 이런 걸까.
 A152의 경우, A150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소리를 들려준다. 킥의 존재감, 피아노의 경쾌함, 베이스의 통통 튀는 느낌 등 모든 것들이 선명히 귀로 흘러 들어온다. 아쉽게도 후반부에 전개되는 합창 파트에서는 상대적으로 시빌런스 대역이 여전히 지나치게 밝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들은 모델 중 가장 괜찮았다. 전체적으로 밝으면서도 톤 밸런스가 잘 잡혀 있는 좋은 헤드폰이란 인상이다.

 

[2] 이수현 - ALIEN

 대한민국에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듀오, 악동뮤지션의 보컬 이수현이 2020년 10월 16일에 발표한 싱글로, 레트로한 느낌을 가미하면서 외계인의 느낌을 잘 잡아낸 믹스로 분위기를 잡은 디스코 팝이다. 최근, 필자는 지인의 추천으로 이 음악을 소개받았는데, 훌륭하게 구현된 믹스 스토리텔링 덕분일까, 순식간에 이 음악의 팬이 되어버렸다. 방탄 소년단도 그렇고, 2020년은 디스코가 다시 유행 중이다, 덕분에 필자는 행복할 뿐이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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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140은 후술할 헤드폰들보다 저항값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음량이 작게 들린다. 인트로에 등장하는 킥의 소리가 어둡게 들리는 것이 아닌, 중음역대에 위치한 배음 부분이 더욱 선명히 들린다. 기분 탓이라 생각했는데, 스네어를 들어보니 확신이 섰다. 스네어 역시 서스테인이 더욱 선명히 들렸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상대적으로 저역대를 약하게 재생한다. 아니면 고역대가 무척 강하게 재생되는 것일 수도 있지만.
 A145를 쓰자마자 아, 이제야 베이스가 들린다. A145의 소리는 A140에 베이스를 강화한 버전이 확실히 맞는 듯하다. 그런데 약간 이상한 게, 베이스의 밑 부분만 들리고 윗부분이 들리지 않는 동시에 스네어가 훨씬 경박하고 귀를 쏜다. 베이스를 강화하면서 다른 부분을 손댄 걸까? 스네어의 느낌은 오히려 140이 마음에 들었다. 그 점을 제외한다면 확실히 A140보단 밸런스가 알맞다. A140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밝게 들려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A150은 레퍼런스 헤드폰이란 부제에 걸맞은 소리를 들려주었다. 스테레오 이미지가 앞서 들었던 두 헤드폰들보다 훨씬 넓었다. 베이스가 좌우로 패닝 되는 것이 생동감 있어 듣기 즐거웠다. A140 라인업에서 방방 뛰던 스네어는 더 이상 날뛰지 않고 얌전히 자신의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필자의 귀에는 밝게 들린다. 
 A152를 착용한 순간, 모든 요소들이 또렷하면서 명확하게 들렸다. 강화된 베이스 덕분에 저음역도 부족하지 않고, 특별히 귀에 튀게 들리는 소리들이 없다. 사람에 따라서는 150보다 베이스가 앞에 나와 있다는 점이 조금 신경 쓰일 수도 있다. 

 

[3] Titancube - Clusterfuck

 EmoCo, Zekk 등 국내에서 리듬 게임에서 만날 수 있는 전자 음악을 하는 작곡가들이 모여 결성된 한국의 마이너 음악 그룹, TERRAGAZER에서 2020년 8월 24일에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TERRA-FORMING"에 수록된 음악으로,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등의 스트리밍 사이트들에 발매되었다. 필자가 직접 마스터링을 담당하였고, 멋진 서브 베이스와 그루브가 일품인 음악이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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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140은 이 음악에서만큼 전혀 다른 존재감을 발휘한다. 훌륭한 베이스 재현, 적절한 스네어 사운드, 그리고 적당히 부풀어진 신스들. 필자가 의도하던 느낌을 그대로 표현하는 유일한 헤드폰이다. 물론 귀에 거슬리는 치찰음 대역이 여전히 문제긴 하다. 이상하게 하이 쉘빙 EQ로 8K 대역을 부스트 한 느낌이 강하다. 아무튼, 전자음악을 할 거라면 A140을 선택하는 것 또한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장르를 한다고? 그럼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A145는 작업 당시에 의도했던 서브 베이스의 존재를 명확하게 표현해주었다. 다만 그게 전부였다. 하이햇은 경박하고, 부풀게 묘사했던 로우-미드는 빈약하다. 마치 서브 베이스와 미드-하이에 있는 신스와 하이햇만 음악에 존재하는 느낌이다. 어둡고 무거운 느낌이 들게끔 작업했던 의도와 정 반대의 소리다. 앞의 음원들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지나치게 밝게 음악을 들려준다. 중음역을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은 느낌은 절대 아니다.
 A150으로 음악을 듣는 순간 하이햇이 자기주장을 거세게 하고 있다. 하이햇만 밝은 게 아닌 신스, 패드 등 밝은 부분들이 각자 자기주장을 매섭게 펼치고 있다. 너무 밝아서 필자가 추가했던 새츄레이션의 느낌도 너무 적나라하게 들려준다. 서브 베이스를 들려주긴 하는데 큰 고음역 때문에 맥을 못 추는 것처럼 들린다. A145와 마찬가지로 음악을 밝게 묘사한다. 듣기엔 좋으나 작업하기엔 좋지 않은 소리다.
 A152는 필자가 작업했을 때 들었던 음악의 느낌과는 다른 소리를 들려준다. 분명 작업할 때에는 중음역대가 도드라지지 않았었는데... 앞서 들었던 느낌과는 정 반대다. 아무래도 장르를 심하게 타는 헤드폰인 듯하다. 쉘빙 EQ로 10K를 2dB 정도 내리니 필자가 의도한 느낌이 살아났다. 이 모델까지 이러는 걸 보니 전체적으로 AUDIX의 헤드폰 라인업이 약간 밝은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4] Daft Funk - Get Lucky (feat. Pharrell Williams and Nile Rodgers)

 Daft Punk가 2013년에 발표한 앨범, "Random Access Memory"에 수록된 타이틀곡으로, 일렉트로닉 뮤지션임에도 불구하고 전부 실제 악기를 이용하여 작곡된 음악이기도 하다. 음악적으로 훌륭한 완성도와 더불어 음향적으로 매우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레퍼런스 뮤직으로 사용되는 음악이기도 하다. 이 음악이 제작되는 과정은 과거의 방식, 즉 아날로그로만 이루어져서 화제가 되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다음의 링크에서 번역 전문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을 들었을 때의 감상은 다음과 같다. 가독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접은 글 처리했으니 양해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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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140으로 이 음악을 들으면 과연 소리가 좋게 나올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이전까지의 소리들이 전부 필자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인데, 음악을 듣는 순간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앞서 3개의 음원에서 테스트했던 결과와 달리, 매우 스무스하고 부드럽게 노래를 재생해주었기 때문이다. "헤드폰이 너무 좋게 만들어져서 훌륭하게 믹스된 음악만 제대로 재생하는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Get Lucky 한정으로 필자가 예전에 사용하던 m50x의 톤 밸런스를 뛰어넘었다.
 A145로 재생되는 소리를 듣는 순간, 살짝 탄식이 나왔다. 다른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드는데, 베이스만 튀어나와서 혼자 놀고 있다. 밴드가 앞에서 합주를 하며 하나의 음악을 들려주는 게 아닌 베이스가 무대에서 반주에 맞춰 독무대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또한 베이스 바로 위의 배음들이 살짝 눌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밖의 모든 소리들은 매우 듣기 좋았다. A145의 뒷자리가 "2"가 아닌 "5"로 설정된 이유를 얼추 알 거 같다. 이번 음원의 경우는 "Extended Bass"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한 듯하다.
 A150는 "ALIEN" 때와는 너무 딴판의 모습을 보여준다. 레퍼런스 헤드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장 정확하고 부드럽게 음악을 들려주었다. 다른 음악에서 거슬렸던 시빌런스의 느낌이 이 음악을 들었을 땐 하나도 없게끔 들렸다. '사운드 튜닝을 할 때 이 음원을 기준으로 한 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필자가 느꼈던 레퍼런스 사운드를 거의 그대로 들려주는 모습이 그저 부드러움 그 자체였다. 
 A152로 헤드폰을 바꿔 듣는 순간 조금 의외의 느낌을 받았는데, 보컬보다 베이스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느껴졌다. 베이스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너무 적나라할 정도다. 보컬과 베이스의 움직임이 가장 먼저 느껴지고 그 뒤에 킥이나 하이햇 등의 악기들이 깔린다는 느낌이다. 앞서 들었던 음악들과 다르게 베이스 부스트 모델이란 걸 확연히 느꼈다. 이런 느낌의 음악을 작업할 일이 있다면 베이스 레코딩 시에 쓰면 좋지 않을까.

 간단하게 헤드폰들의 특징을 서술하면 다음과 같다.

  • A140: 저음역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5k 음역이 부스트. 치찰음 대역(6~16KHz)이 굉장히 날카로움. 저항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볼륨을 더 높여 줘야 함. 보컬 모니터링에 적합. 믹스에 쓰기엔 약간 부적합
  • A145: 저음역과 고음역의 톤 밸런스는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음악에 따라 치찰음 대역(6~16KHz)이 굉장히 날카로움.
  • A150: 전체적으로 좋은 톤 밸런스. 다만 하이파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음.
  • A152: A150와 취향 차이로 갈릴 헤드폰. A150보다 베이스가 살짝 부스트 됨.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모델의 톤 밸런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음.

 정리하면, AUDIX의 스튜디오 헤드폰 라인업들은 전체적으로 고역대가 강조되어 있는 하이-파이 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숫자가 낮아질수록 더욱 선명해져 귀를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또한 음악 장르에 따라 확연히 다른 느낌을 보여주기에, 장르를 타는 헤드폰이라 생각된다. 필자의 경험에서는 밴드스코어나 EDM, 디스코, J-Pop이 AUDIX Studio 헤드폰 시리즈와 잘 맞는다는 느낌이다. 만일, 음악 작업에 AUDIX 스튜디오 헤드폰 라인업을 사용해야 한다면 필자는 A145 및 A152의 베이스 부스트 모델을 사용할 듯하다. 140은 밀폐형 헤드폰임에도 불구하고 저음역을 재생했을 때 너무 에너지가 부족했고, 고음역 중에서도 하필이면 치찰음이 강조되어 음악을 오래 작업했을 때 귀가 쉽게 피로해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A150의 경우 스튜디오 레퍼런스 라인업답게 준수한 톤 밸런스를 가지고 있지만 약간의 하이-파이 한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초고역대는 귀를 살살 간지럼 태우며 피로감을 유발했다. 어쩔 수 없이 EQ로 3K를 내렸더니 훨씬 소리가 자연스러워졌다. A150의 베이스 강조 버전인 A152의 경우는 저음역 밸런스와 고음역의 밸런스가 AUDIX의 헤드폰 중, 필자 기준에서 가장 잘 잡힌 헤드폰이었다. 아마 AUDIX에서는 젠하이저의 모니터링 라인업, HD600과 HD650 같은 관계로 A150 라인업을 디자인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너무 하이-파이함을 강조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AUDIX에서 말하는 레퍼런스의 기준이 혹시 하이-파이가 아니었을까?


Conclusion.

 마이크 제조회사였던 AUDIX의 첫 헤드폰 진출은 생각보다 순조로워 보인다 첫 모니터링 장비에도 불구하고 기본 이상의 준수한 퀄리티의 제품들이고 좋은 착용감과 교체형 케이블 등의 사용자를 배려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내구성 등의 문제가 있어 완벽한 제품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첫 제품이지만 이렇게 괜찮은 퀄리티라니. 음향 회사는 음향회사인가 보다.

 필자가 이 헤드폰 라인업들을 데모하던 도중, 주변 사람들에게 "처음 장비를 사는 사람들에게 이 제품을 추천하는가?"라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냉정하게 이야기한다면 필자는 AUDIX의 스튜디오 헤드폰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필자가 AUDIX의 헤드폰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성능에 비해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이다. 사실 품질이나 소리의 성향은 만족했다. 필자의 기준에서 음악 작업에 투입해서 좋은 결과를 뽑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톤 밸런스를 가지고 있는 헤드폰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격이 각각 20만 원 대 중반 및 30만 원 중반이다.

 또한 시장에는 오디오 테크니카의 영원한 실수, ATH-m50x가 존재한다. AUDIX의 헤드폰들보다 톤 밸런스도 잘 잡혀 있고, 수많은 사용자들에게 검증되었으며 가격도 10만 원 후반 ~ 20만 원 초반으로 훨씬 저렴하다. 안타깝지만 AUDIX는 가격을 너무 높게 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AUDIX의 시도를 폄훼할 생각은 전혀 없다. 첫 시도 치고는 AUDIX는 괜찮은 결과물을 뽑아내었고, 회사가 추구하는 소리의 방향이 일관적으로 잡혀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히려 필자는 AUDIX의 시도가 매우 반가웠는데, 새롭게 헤드폰 시장에 뛰어드는 회사들이 많아질수록 더욱 좋은 퀄리티의 헤드폰을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들이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AUDIX가 좋은 마이크를 만들었듯이 훌륭한 헤드폰들을 시장에 출시해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음악의 장르가 넓은 만큼 여러 가지 형태의 헤드폰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 인터넷에서는 특정 몇몇 헤드폰들이 특출 나게 좋다며 홍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것을 맹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들은 그저 글을 쓴 사람들 자신에게 맞는 헤드폰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에게 맞는 헤드폰이 내게는 안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본 포스팅에서 소개한 AUDIX의 헤드폰은 비록 필자에게는 맞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최애 헤드폰이 될 수도 있다. 부디 AUDIX의 헤드폰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알맞은 헤드폰이기를 바라며 여기서 글을 마무리한다.

 

주관적인 필자의 추천


보컬 레코딩을 위한 헤드폰: A140

저렴한 가격에 밸런스 잡힌 헤드폰: A145

믹싱 등 음악 작업을 위한 헤드폰: A150 / A152

필자의 개인적인 Pick: A145 / A152


본 글은 '소닉밸류'으로부터 제품 대여를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제품은 리뷰 작성 후 반납했으며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