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ctron MP73EQv2 / CP540v2

2021. 11. 27. 15:00Journal/Musical Gear


본 글은 '사운드앤뮤직'으로부터 제품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필자는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프리 앰프가 사고 싶어졌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필자가 RME 사의 Babyface Pro를 사용하고 있다는 건 필자의 블로그를 방문한 분들이라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Babyface Pro는 "내장 프리앰프가 사실상 달려있지 않았다"라고 말할 정도로 경쟁 제품보다 매우 뒤떨어지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RME의 특징 중 하나인 특색 없는 사운드는 오히려 음악적인 표현에 있어 독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보컬 레코딩을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건 아니지만 프리 앰프의 필요성은 계속 느끼고 있었다. 보다 프리앰프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착색 있는 프리앰프의 사운드는 어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원대하게 새로운 장비를 도입할 청사진을 그렸지만 선택의 갈림길에서 멈칫했다. 늘 그렇듯 "어떤 제품을 선택할까"의 문제다. 가장 먼저 고민했던 제품은 Forcusrite 사의 ISA One이었다.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닐 수 있었고 성능 및 디자인 전부 검증된 제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에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품에 도전을 해보자"라는 쓸데없는 무모한 감정이 치솟았다. 그러다 문득 과거에 관심을 가졌던 한 제품의 브랜드가 떠오르게 되었는데...

 Alctron(이하 알카트론)은 중국을 기반으로 복각 장비 및 음향 주변기기를 제조하는 회사로 AliExpress 등지에서 저렴한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워 시장을 개척하는 회사다.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아니지만 일부 음악인들에게 저렴한 Neve 1073 복각 프리앰프 겸 EQ로 공동구매 붐을 일으켰던 "MP73EQ"와 간단하게 사용하기 좋은 휴대용 리플렉션 필터 등으로 필자 역시 MP73EQ 공동구매로 이 브랜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정작 금전적 문제로 공동구매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특별히 본 글에서는 2종류의 장비를 소개 및 살펴볼까 한다. 하나는 Alctron의 브랜드를 널리 알린 프리앰프 겸 하드웨어 EQ, MP73EQv2고, 다른 하나는 컴프레서 겸 리미터 모델인 CP540v2다. 평소에 필자는 MP73EQv2는 알고 있었지만 CP504 모델은 처음 들어보는 터라 매우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모델이기도 하다. 가격은 공식 수입처인 사운드앤뮤직 공식 쇼핑몰을 기준으로 MP73EQv2 모델이 39만 8천 원, CP504v2 모델은 34만 8천 원이다. 둘을 동시에 구매하려는 분들은 67만 1400원으로 동시에 구매하는 것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필자는 좋은 기회를 얻어 두 제품을 사용해볼 수 있게 되었는데, 필자의 작업실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아웃보드인지라 조금 감개무량할 뿐이다.

Unboxing

 매우 큰 박스가 필자의 작업실에 도착했다. 하드웨어 2개가 같이 들어 있어서 그런가, 박스가 매우 묵직했다. 이전의 리플렉션 필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박스를 들 때 필자의 팔로 전달되어 조금 깜짝 놀랐다. 심장이 매우 두근거렸기에 빠르게 개봉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박스를 개봉하니 오늘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운드앤뮤직에서 보다 편리하게 장비를 세팅할 수 있도록 케이블 2개를 번들로 제공해 주었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비닐에 쌓여 있지만 슬쩍 보이는 제품 사진에 필자는 그만 정신이 혼미해지고 말았다.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아아.. 이 서늘하면서도 묵직한 감각.... 이래서 하드웨어를 사는 건가?


Alctron MP73EQv2

 가장 먼저 제일 궁금했던 프리앰프 겸 EQ, MP73EQv2 박스를 꺼냈다. 적당히 하늘하늘한 컬러의 박스가 필자를 맞이했다. 중국에서 만들었다는 걸 자랑하듯이 제품 설명은 영어와 중국어뿐이다. 한국에 파는 제품인데 영어와 중국어뿐이라니... 아무리 특정 직종을 위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나중에 로컬라이징을 해 줬으면 하는 약간의 소망은 있다.

 박스 뒷면에는 제품의 스펙 시트와 바코드 및 QR 코드가 인쇄되어 있다. 스펙 시트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되어 있지만 중국어 표기도 같이 되어 있다. QR의 경우, 편리하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조회해보라는 배려의 일환인 듯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품을 개봉할 시간이다. 개봉부는 튼튼하게 봉인 씰로 봉인되어 있다. 다만 봉인 씰이 박스에 흔적을 남기는 타입은 아니어서 봉인 씰만으로는 미개봉 여부를 파악하긴 어려울 듯하다. 추후 봉인 씰을 흔적이 남는 스티커로 바꿔준다면 개봉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을까.

 박스를 열었더니 약간의 공장 냄새와 함께 오늘의 주인공 1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품은 스티로폼에 감싸져 있어 충격에서 보호되고 있었다. 부피가 큰 만큼 확실하게 보호되어 있는 모습이 매우 마음에 든다. 저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신경을 꽤 쓴 모양이다.

 우측에는 하드웨어를 랙장에 꽂지 않을 때 제품에 붙여 안정적인 거치를 도와주는 진동 흡수 스펀지 4개와 전원 어댑터가 보인다. 전원 케이블도 원래 박스 안에 들어 있어야 정상이지만 필자의 경우엔 별도로 포장되어 제공받았다. 만일 케이블이 없더라도 컴퓨터 파워 서플라이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3핀 전원 케이블을 사용하면 된다.

 박스 안에서 제품도 꺼내서 다 함께 찍어보았다. 전원 어댑터와 전원 케이블, MP73EQv2 본체, 그리고 설명서 및 보증서, 충격흡수 스펀지가 전부다. 충격흡수 스펀지를 제외하면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기본적인 구성품들이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할 XLR 케이블은 없으니 미리 구매하는 걸 권장한다.


Alctron CP540v2

 다음은 컴프레서/리미터 모델인 CP540v2다. 박스 디자인은 앞서 살펴봤던 MP73EQv2와 거의 동일하다. 특유의 파란색 배경 역시 동일하다. 자주 보니까 왠지 정감이 간다. 특유의 디자인은 예전에 지인의 작업실에서 보았던 Alctron의 박스에서도 본 적이 있어 Alctron만의 아이덴티티가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약간 저렴해 보이지만, 그래도 느낌은 있다.

 박스 뒷면에는 CP540v2의 세부 스펙 시트를 확인할 수 있다. 역시 중국어와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 MP73EQv2의 박스와는 다른 점은 QR 코드와 제품 바코드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스펙 글자를 넣느라고 다른 곳으로 옮긴 걸로 보인다. 그러기엔 우측이 너무 비는데... 간단하게나마 컴프레서 혹은 리미터 사용 방법을 적어줬다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박스 뒷면에서 사라졌던 QR 및 바코드는 박스 옆면으로 옮겨왔다. 카메라로 QR 코드를 찍으면 제품 정보가 나온다. QR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요즘 시대에 매우 편리하지만 필자가 제품을 구매할 때는 이미 인터넷으로 대부분의 정보를 조사한 후 구매하는지라 QR을 찍어본 적은 리뷰를 진행할 때 빼면 거의 없다.

 CP540v2 박스 역시 MP73EQv2 박스와 동일하게 제품은 봉인 씰로 튼튼하게 봉인되어 있다. 다만 봉인 씰이 박스에 흔적을 남기는 타입은 아니어서 봉인 씰만으로는 개봉 여부를 쉽사리 파악하긴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개봉 시, 박스 개봉부가 꽉 물려있어 좌우가 살짝 찢어지려 하는데, 그걸로 판단을 해야 할 듯하다.

 박스의 봉인 실을 제공하고 박스를 개봉하니 MP73EQv2를 개봉할 때와 동일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역시 스티로폼으로 튼튼하게 제품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박스 포장의 배치나, 구성품 등, MP73EQv2를 개봉할 때 모습 그대로다. 사실 너무 똑같아서 앞서 찍었던 사진을 재활용하였다.

 구성품 또한 MP73EQv2와 동일하다. CP540v2 본체와 충격 흡수 스펀지, 전원 케이블, 그리고 전원 어댑터까지 동일하다. 그래서 이 사진도 재활용하였다. 이 자리를 빌려 조용히 고해성사를 해볼까 한다.

Function & Design

 대부분의 작업이 디지털에서 이루어지는 요즘 시대에 하드웨어 음악 장비를 사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크게 2가지 때문에 하드웨어 장비를 구매한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는 하드웨어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컬러를 적극적으로 음악에 적용하기 위해서. 그리고 두 번째는 하드웨어 장비가 가지고 있는 묵직한 디자인 때문이다. 하드웨어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사운드 역시 물론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디자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메이커들마다 제품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소리를 만드는 브랜드들도 있고 주변 지인들 역시 음악 하는데 무슨 디자인을 보냐 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분명히 제품을 고르는 첫인상이 존재하기에 디자인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효율을 중요시하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깔끔하고 멋진 걸 추구하는 뮤지션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암튼 장비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디자인도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본 챕터에서는 Alctron 프리앰프와 컴프레서/리미터의 조작부와 디자인을 동시에 소개하려 한다. Alctron이 복각 제품을 출시하는 만큼 오리지널 기어를 얼마큼 재해석했는지 조금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Alctron MP73EQv2

 MP73EQv2는 1U 사이즈의 하드웨어다. 랙에도 콤팩트하게 넣을 수 있는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Neve 1073 하드웨어를 많이 참고한 듯한 인상이다. Neve만의 특유의 "Ø" 노브 디자인도 그렇고, 노브 색 배열도 그렇고 어딘가 낯익다. 그런데 어딘가 낯선 부분이 하나 있는데 우측의 메탈릭 한 전원 버튼이다. 전원 버튼을 꼭 저렇게 현대적으로 해야 할 필요가 있었나 싶긴 하다. 다른 버튼들처럼 복고적으로 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왕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살릴 거였다면 전원 버튼까지 살리는 쪽이 좋아 보인다.

 이제 세부적으로 각 조작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MP73EQv2의 좌측에는 기타 입력을 받을 수 있는 DI(Direct Input) 포트와 이를 감지할 경우 불이 들어오는 LED, 그리고 마이크/라인 레벨을 설정할 수 있는 게인 노브와 기타 옵션 버튼들이 위치해 있다. 노브는 최대 -20부터 80까지의 값을 가지고 있으며 두 곳의 Off 값을 가지고 있다. Off 값에 노브가 위치해 있으면 마이크/라인 게인은 올라가지 않는다. Off 값이 왜 2곳이나, 그것도 50 바로 옆에 하나 있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2개 있다. 라인 입력 게인 조절을 보다 편하게 하라는 뜻에서 2개나 넣어놓은 건가? 잘 모르겠다.

 바로 옆의 옵션 버튼들은 마이크 혹은 라인에서 입력되는 신호들의 세기 및 저항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들이다. 각각의 버튼 바로 위에는 DI와 마찬가지로 작은 LED가 달려 있어 작동 여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48V 버튼은 팬텀 파워를 넣어 마이크에 추가적인 전원을 공급하며, PAD 버튼은 입력되는 신호를 15dB 감쇄해준다. LINE 버튼은 라인 입력 시 사용하는 버튼으로 버튼을 누른다면 마이크 포트로 들어오는 신호 대신 라인 포트로 들어오는 신호를 감지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LOZ 버튼은 입력 소스의 저항값을 바꿀 수 있는 버튼이다. 이 기능에 대해서는 조금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MP73EQv2는 두 가지의 저항값을 가지고 있는데 기본 저항값은 1200옴으로 높은 저항값을 가지고 있는데, 버튼을 누르면 저항값을 300옴으로 낮출 수 있다. 이는 콘덴서 마이크 및 일부 다이나믹 마이크를 위한 옵션으로, 만일 내 마이크의 저항값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면 설명서에서는 LOZ 버튼을 누르지 않고 사용하는 걸 권장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사용하고 있는 마이크인 BETA58A의 저항이 290옴이라 LOZ를 눌러서 사용하고 있다.

 EQ 조작부는 오리지널 1073을 충실히 재현했다. 3 밴드 EQ로 구성되어 있어 레코딩되는 신호를 부스트 혹은 컷할 수 있다. 하이 노브는 12K에 고정되어 부스트 및 컷만 가능하지만 MID 및 LOW는 패러매트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쪽의 은빛 커버처럼 보이는 부분도 역시 노브인데, 안쪽 노브로 부스트 및 컷을 진행할 주파수를 선택하고 바깥쪽의 노브로 부스트 및 컷을 한다. 내부 노브는 걸리는 형태의 스텝 노브지만 부스트 및 컷 노브는 특이하게 하이-미드-로우 순으로 EQ 노브가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오리지널 1073도 동일한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다. Alctron만의 커스텀이라 하면 내부의 주파수 노브가 메탈로 이루어져 있어 견고하게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브의 QC는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흰색 페인트가 노브의 군데군데 묻어 있거나, 노브의 화살표가 숫자와 살짝 어긋나 있는 등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저가형 제품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더 QC를 신경 써줬으면 더 만족감은 좋지 않았을까.

 EQ 바로 옆에는 아웃풋 노브와 EQ를 On/Off 할 수 있는 EQ 버튼과 위상을 뒤집을 수 있는 Phase 버튼이 있다. 역시 프리앰프 노브 바로 옆에 있는 버튼들과 동일하게 누르면 바로 위의 LED에 불이 들어와 버튼이 눌려져 있는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마이크 프리앰프 레벨과 아웃풋 레벨을 동시에 조절하여 나가는 출력을 설정하면 되는데, 인풋을 크게 잡은 경우 아웃풋 노브를 적당히 조절해서 줄이는 방향으로 사용하면 괜찮을 듯하다.

 전원 버튼은 눌러서 On/Off를 하는 방식인데, 전원을 넣으면 파란색으로 불이 들어온다. 시각적으로 이 장비가 켜져 있는지는 확연히 알 수 있는데 파란색은 아닌 거 같다. 빨간색이나 평범하게 하얀색이었다면 깔끔하지 않았나 란 생각이다.

 후면부 패널은 마이크를 연결할 수 있는 Mic In XLR 단자, Line Level로 입력받는 Line In XLR 단자, 그리고 소리들이 출력되는 XLR Output 단자로 간단하게 구성되어 있다. Line 입력 단자가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는 마이크 레벨과 라인 레벨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인데, 통상적으로 라인 레벨이 마이크 레벨보다 훨씬 큰 신호로 작동된다. 제대로 프리앰프를 사용하려면 되도록 마이크는 마이크 입력 단자에 연결하자.

 좌측 끝에는 전원 포트가 위치해 있다. 음악 하드웨어는 일반적으로는 하드웨어에 전원부가 내장되어 있어 전원 케이블을 직접 꽂아서 사용한다.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극히 일부의 장비들만이 거대한 전용 서플라이를 달아서 사용한다. 그런데 MP73EQv2는 일반적인 음악 장비처럼 DC 어댑터로 공급받는 전원을 사용한다. 물론 전압이 높긴 하지만 이걸로 구동에 충분한 전류를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점이 든다. 일반적인 DC 어댑터 전원을 사용하다 보니 고정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단 불안함도 든다. 차기 모델에서는 전원 어댑터를 꽉 물어주거나 락을 걸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었으면 좋을 듯하다.


Alctron CP540v2

 CP540v2 역시 MP73EQv2와 마찬가지로 1U 사이즈의 하드웨어다. 랙에도 콤팩트하게 넣을 수 있는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랙장에 MP73EQv2와 같이 사용한다면 일체함 하나는 끝내주지 않을까. 각설하고 CP540v2는 좌측부터 컴프레서, 리미터, 아웃풋 볼륨, 그리고 VU 미터 값을 변경할 수 있는 미터 조작 노브와 VU 미터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VU 미터 덕분에 MP73EQv2보다 훨씬 더 감성 넘친다고 생각한다. 모든 장비에는 VU 미터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필자가 CP540v2를 개봉할 때 기기 안에서 무언가 흔들리는 거 같은 정체불명의 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다. MP73EQv2에서는 들리지 않았던 소리였기에 감수하고 상판을 개봉하기로 마음먹었다. 상판을 연 순간, 조금 어이없는 걸 발견하게 되었는데, 무언가 흔들리는 소리의 원인은 기판에 제대로 고정되어 있어야 할 트랜스포머 유닛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거였다. 일단 마땅한 공구가 있어 제대로 트랜스포머를 고정하고 다시 조립을 하자 소리가 나지 않았다. 분명 필자는 봉인 씰로 단단히 밀봉된 제품을 받았는데 이러한 QC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싼 게 비지떡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장 먼저 CP540v2의 Compressor 영역이다. 기본적인 Threshold, Ratio, Attack, Release는 제대로 구현되어 있다. 또한 하이패스 필터가 있어서 Internal Sidechain을 구현했다. 노브들은 스텝 방식으로 돌릴 때마다 손맛이 매우 좋다. Threshold는 -20부터 +10까지의 범위를 가지고 있어 입력 소스에 따라 유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Ratio는 최소 1.5:1부터 최대 6:1까지의 값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상황에서도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 Attack은 0.5ms부터 50ms까지 조절할 수 있으며 Release는 25ms부터 1.5s까지 설정할 수 있고 추가로 세팅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Auto 모드를 2개 제공하고 있다. Auto 모드는 컴프레서에 들어오는 신호의 크기에 따라 유동적으로 Release가 맞춰진다. Auto1과 Auto2의 차이는 매뉴얼을 봐도 명확히 설명되어 있지 않는다. 신호의 크기에 따른 차이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그 옆의 HPF 노브는 컴프레싱이 이루어질 주파수 대역을 정하는 노브로 Off부터 최대 7K를 조절할 수 있다. Internal Sidechain이라 불리는 기능으로 원하는 주파수 이상의 신호에만 컴프레싱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Bypass 버튼 및 Compin 버튼으로 컴프레서를 바이패스하거나 컴프레서를 켰다 끌 수 있다.

 사실 기능적으로 보았을 때는 평범한 컴프레서와 같다. Threshold, Ratio, Attack, Release는 기본적으로 있고 Internal Sidechain도 구현되어 있어 활용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필자는 CP540v2의 조작부를 만지고 매우 실망했는데,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다.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역시 QC 문제다. 일단 각 노브의 바늘 부분의 페인트가 깔끔하게 발려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바르려다가 실패한 듯한 흔적도 보인다. 그리고 글자와 노브 값의 단차가 존재한다. 각각의 노브들은 매우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어 버튼을 돌릴 때 매우 상쾌한 피드백을 주는 건 참 좋지만 정확한 값은 표시해줘야 할 게 아닌가. MP73EQv2도 비슷한 단차가 있었지만 필자가 받은 CP540v2은 더욱 심각했다. 살짝 뒤틀려 있는 노브부터 숫자와 숫자 사이에 바늘이 위치한 노브까지 참으로 다양했다. 아무리 40만 원짜리 장비라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싶었다. 앞서 MP73EQv2에서도 바늘에 페인트가 제대로 발려있지 않거나 이상하게 발려있는 등의 문제가 있었는데 이건 유난히 더 심한 거 같다.

 두 번째 이유는 좀 크리티컬 할 수도 있는데 Threshold 노브 자체의 문제다. Threshold 노브는 그 특성상 자주 손이 가게 되는 노브로 컴프레서라면 매우 중요한 노브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Threshold 노브가 무한 노브라는 점이다. 위의 이미지에서도 보이듯 -20과 +10 노브 사이가 가까워 왠지 조금만 더 돌리면 -20에서 +10으로 넘어갈 수 있어 보인다. 이는 후술 할 리미터 모듈의 Threshold 노브 또한 동일하다. 일반적인 하드웨어들이라면 못 넘어가도록 기계적인 장치가 되어 있는데 CP540v2는 그러한 처리가 되어 있지 않다.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필자 기준에서는 매우 심각한 결함이라고 생각한다.

 컴프레셔 모듈 바로 옆에는 리미터 섹션과 아웃풋 게인 노브, VU 미터 조작 노브와 VU 미터가 위치해 있다. 리미터 역시 기반은 컴프레서기 때문에 Threshold 노브와 Release 노브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리미터의 Threshold는 컴프레서와 달리 0부터 +16까지의 범위를 가지고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다. 물론 조작법은 컴프레서와 거의 동일하다. Release는 컴프레서와 동일하게 25ms부터 1.5s까지 설정할 수 있고 추가로 세팅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Auto 모드를 2개 제공하고 있다. Auto1과 Auto2의 차이는 매뉴얼을 봐도 명확히 설명되어 있지 않는다. 리미터의 릴리즈 역시 컴프레서와 같은 릴리즈 시스템을 가지고 있나 보다.

 리미터 모듈 옆에는 Link 버튼과 LIM 버튼이 위치해 있다. Link 버튼은 또 다른 CP540v2와 연결하여 스테레오 모드로 사용할 수 있게끔 세팅하는 버튼이다. 활성화 시 위의 LED에 불이 들어온다. 아래의 LIM 버튼은 앞서 살펴봤던 COMP 버튼과 동일한 기능을 하는 버튼으로, 리미터 모듈을 껐다 켤 수 있다.

 빨간색으로 도색되어 있어 유난히 눈에 띄는 노브는 Gain 노브로 컴프레서의 메이크업 게인 및 리미터 게인의 역할을 동시에 한다. 컴프레싱 된 만큼 추가로 출력을 높일 때 사용한다.

 그 옆의 VU Meter 노브 및 VU Meter는 현재 하드웨어로 들어오고 있는 입력 신호 및 출력 신호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기본적으로는 Comp 모드로 놓고 사용하게 될 텐데, 이 경우에는 컴프레서에서 어느 정도로 Gain Reduction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후면 포트는 소스 입력 및 아웃풋 포트만 존재한다. 특이한 점은 바로 옆에 위치한 Link 포트인데, 6.3mm TRS 케이블을 이용해 또 다른 CP540v2에 연결하여 스테레오 컴프레서로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컴프 및 리미터 값들은 동일하게 세팅해줘야 하겠지만 스테레오로 확장을 할 수 있게끔 배려한 모습은 매우 맘에 들었다.

 후면 좌측에는 전원 스위치와 DC24V 전원 어댑터 포트가 위치해 있다. 역시 CP540v2는 MP73EQv2처럼 DC 어댑터로 공급받는 전원 구성이다. 프리앰프를 살펴보았을 때도 동일하지만 구동에 충분한 전류를 공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살짝 의문점이 든다. DC 어댑터 전원부에 튼튼하게 고정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도 한몫한다. 특히 바로 옆에 전원 스위치가 달려 있으니 잘못 건들다가 전원 선을 건드리는 경우가 더욱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CP540v2 역시 차기 모델에서는 전원 어댑터를 꽉 물어주거나 락을 걸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었으면 좋을 듯하다.

Setting

 이제 가장 중요한 세팅하는 법에 대해서 다루려고 한다. 사실 외장 장비를 사용하는 건 방에서 오디오 인터페이스만 사용하던 뮤지션들에겐 매우 어려운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냥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하는 과정을 벗어나 각 장비 간의 연결, 즉 신호 체인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나아가 장비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게 되기 때문이다. 본 자리를 빌려 프리앰프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연결하는 법. 그리고 나아가 프리앰프와 컴프레서를 동시에 사용해서 레코딩하는 법에 대해서 간단하게 서술해볼까 한다.


Recording /w MP73EQv2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MP73EQv2를 연결해 사용하려면 일단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인풋 세팅이 라인 입력으로 설정되어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물론 라인 입력 포트가 별도로 존재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있지만 필자의 경우는 라인 입력 단자가 TRS 뿐이라 Babyface Pro의 XLR 포트를 라인 입력으로 세팅하여 레코딩을 진행하려 한다. Babyface Pro의 XLR 포트를 라인 입력으로 설정하는 방법은 라인 입력으로 설정할 XLR 포트(AN1/AN2)를 Totalmix에서 Gain을 0으로 세팅한 후 PAD 버튼을 누르면 된다. 매우 간단하지만 그냥 옆면의 라인 입력단자에 꽂으면 되기 때문에 필자도 극히 최근에 알게 되었다.

 케이블 세팅 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마이크와 연결된 케이블(파란색)을 MP73EQv2의 마이크 입력 포트에 연결한다. 그리고 또 다른 XLR 케이블(검은색)을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라인 입력 단자에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생각보다 쉽다.


Recording /w MP73EQv2 & CP540v2

 프리 앰프와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연결하는 법을 알았으니 이젠 컴프레서도 같이 사용해 볼 차례다. 필자는 가장 기본적인 세팅 중 하나인 프리앰프 - 컴프레서 - 오디오 인터페이스 순으로 연결을 하려고 한다. 보다 편하게 구성하기 위해 MP73EQv2 위에 CP540v2를 얹었다. 이렇게 쌓고 보니 생각보다 멋이 난다. 하드웨어 장비는 역시 랙장 같은데 쌓는 재미인 듯하다.

 한 층 뒷면의 케이블이 복잡해진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 보기보단 체인은 매우 단순하게 이루어져 있다. 가장 먼저, 마이크와 연결된 케이블(파란색)은 프리앰프의 마이크 입력 포트로 들어간다. 그다음, 프리앰프의 출력 포트에 연결된 케이블(검은색 1)은 컴프레서의 입력 포트로 들어간다. 컴프레서에서 컴프레싱이 일어난 소스는 컴프레서의 출력 포트에 연결된 케이블(검은색 2)을 통해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들어가게 된다. 사진 상으로는 생각보다 복잡해 보이지만 일직선 상에 그림을 그려본다면 생각보다 간단한 구조다. 늘 선정리가 문제다.


Works in DAW w/ CP540v2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최근 들어서 하드웨어와 플러그인들 동시에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하드웨어가 가지고 있는 컬러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면서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이 가지고 있는 간편함과 편리함을 최대한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믹싱은 이제 프로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지식이 있는 아마추어 작업자도 비용만 투자한다면 시도할 수 있을 정도로 입문 장벽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는 기초적인 음향 지식이 있어야 플러그인과 하드웨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름 주변 동료들 중에서 장비를 많이 만져봤다고 자부하는 필자도 하이브리드 작업을 세팅하면서 조금 애먹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 작업에 자주 사용되는 DAW는 가장 인아웃 세팅이 자유로운 Avid 사의 Pro Tools지만, 필자는 Presonus 사의 Studio One을 이용해 하이브리드 작업을 진행해보려 한다. 그러기 위해선 Studio One의 기본 플러그인 중 외장 하드웨어를 플러그인처럼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인에 대해 미리 알 필요가 있다.

 Studio One에는 "Pipeline"이라 불리는 기본 플러그인이 있다. 처음 보았을 때 이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플러그인이라 Studio One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자주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인 중 하나다. 게다가 일반적인 플러그인과 다르게 Mono와 Stereo가 나뉘어 있어 입문자들에겐 혼란만 더 가중될 뿐이다. 그러나 이 플러그인은 "적절한 세팅"을 하면 하드웨어 장비를 플러그인처럼 트랙에 걸어 쓸 수 있게 만들어준다. 단, 여기서 말하는 적절한 세팅이란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아웃풋과 장비, 그리고 다시 인풋 단자를 순차적으로 연결해 물리적으로 루프백 상태를 만들어 소스를 다시 DAW로 집어넣는 과정을 말한다. 즉, 제대로 사용하려면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입력 단자와 출력 단자가 매우 많이 필요하다. 물론 소스를 물리적 루프백 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레이턴시가 발생하지만 Pipeline 내부에서도 보정할 수 있고, Studio One 자체의 딜레이 보정 기능 덕분에 작업할 때는 문제가 없다. 필자가 세팅하면서 느낀 거지만 모노로 세팅하는데만 해도 케이블 정리가 매우 복잡해지는데 스테레오, 나아가 여러 대의 장비를 사용한다면 더욱 복잡해질 듯하다. 괜히 규모가 있는 스튜디오가 Db-25 포트를 지원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거 같다.

 필자가 간단하게 Pipeline을 이용해 CP540v2를 Studio One 인서트에 걸어 본 영상이다. 만일 CP540v2가 2대 있었으면 스테레오 구성을 이용해 실제 마스터링에도 테스트를 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싱글 채널만 있었기에 부득이하게 모노로 테스트했다. Pipeline에는 하드웨어의 이미지 및 세팅 설정을 메모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하드웨어 세팅값을 프리셋에 저장하여 언제든지 불러올 수 있다. 물론 자동으로 세팅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메모를 보면서 하드웨어를 한 땀 한 땀 직접 세팅해야 한다. 플러그인의 편리함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Sound Sample

 아마 이 순간을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MP73EQv2 및 CP540v2의 외관을 살펴보았으니 이젠 성능을 살펴볼 차례다. 제품을 받기 전, 필자의 계획은 하이브리드 세팅을 통해 하드웨어를 플러그인과 섞어서 최근 진행 중인 마스터링 작업에 투입하려 했었다. 하지만 필자가 제품을 받자마자 계획이 살짝 틀어졌는데, 마스터링 작업에 사용될 예정이었던 CP540v2가 아쉽게도 모노 컴프레서라는 점이었다. 이렇게 되면 CP540v2를 어디서 한 대 더 가져와서 스테레오 링크를 걸지 않는 이상 스테레오 소스에 사용해도 모노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생각만 해놨던 Plan B로 방향을 틀었다. 바로 앞서 진행했던 리플렉션 필터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필자는 필자의 지인들과 가끔씩 팟캐스트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팟캐스트 역시 레코딩이 매우 중요한데, 평범하게 대화만 레코딩한다 하더라도 특정 순간이 크거나 작을 수 있다. 컴프레서가 있다면 목소리를 크게 이야기해도, 아니면 살짝 작게 이야기해도 어느 정도 하드웨어 단에서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컴프레서가 있는 편이 좋다.

 테스트는 총 2번에 나눠서 진행하였는데, 하나는 실제로 팟캐스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레코딩을 진행한 소스, 다른 하나는 적당한 모노 기타 샘플을 앞서 이야기한 바 있는 Pipeline을 이용해 하이브리드 체인을 구성, 컴프레싱 및 컬러를 입히는 과정으로 진행하였다. 

 레코딩 사운드 샘플은 다음과 같다. 필자의 주력 오디오 인터페이스, Babyface Pro의 내장 프리를 시작으로 MP73EQv2의 프리, MP73EQv2 프리에 내장 EQ를 사용했을 경우, 그리고 MP73EQv2와 CP540v2를 동시에 사용하여 레코딩을 진행하였다. 판단은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 맡기겠다. 

 Pipeline을 이용한 CP540v2의 사운드 샘플은 다음과 같다. 이미 가공된 샘플에 CP540v2을 통과시킨 것 이외에는 아무런 체인을 걸지 않았다. 판단은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들께 맡기겠다.

 

Conclusion.

 필자가 처음 음악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때, 인터넷으로만 주워들은 지식과 레코딩 실습을 통해 레코딩과 믹싱에 대해 배웠었다.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시기였기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했고, 체인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워서 무작정 하드웨어를 세팅하는 방향으로 실습을 진행했었다. 그 습관은 실습이 끝난 뒤에도 약 몇 년동안 이어졌다. 그 당시의 필자는 하드웨어 장비에 투자하는 것보다 플러그인을 주로 사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하드웨어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 하다. 그러다가 작년, 소닉 코리아 마스터링 스튜디오에 갔다가 하드웨어와 플러그인을 섞어 작업하는 체인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뒷통수를 한 대 후려맞은 것 같은 충격이 밀려왔다. 모니터링 장비가 좋았던 이유도 있지만 오리지널 하드웨어의 소리가 필자가 쓰는 플러그인과는 확연히 부분들이 들렸기 때문이다. 몇년 전과 다르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소리 차이가 들리고 이해되기 시작하니까 "이제부터는 플러그인 소비는 줄이고 하드웨어 장비에 투자해야겠다"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최근 필자가 프리 앰프를 갈망하던 이유는 이러한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MP73EQv2 및 CP540v2를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가격으로 밀어붙이는 생태계 파괴종 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거 같다. 일단 40만 원이라는 가격대에서 프리앰프와 하드웨어 EQ, 그리고 하드웨어 컴프레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경이롭다. 단순히 MP73EQv2를 마이크 프리앰프로서의 활용이 아닌 스테레오 구성을 통해 디지털로 작업한 음원에 하드웨어의 색을 입히는 서밍 작업도 가능해 보인다. CP540v2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디자인적으로나 성능적인 부분에서 생각보다 필자의 마음에 쏙 들었다. 음악 뿐만 아닌 개인 방송이나 팟캐스트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보인다. 오히려 처음 기대했던 MP73EQv2보다 CP540v2가 오히려 필자에겐 활용도가 높았다. 왜 하드웨어를 쓰는 지 알 수 있었다.

 다만 하드웨어를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과정은 막 음악을 입문한 사람들에게 거대한 입문 장벽으로 다가올 수 있어 보인다. 물론 하드웨어가 가져다 주는 이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이점보다는 편의성이 먼저다. 가장 큰 문제는 제품 자체의 QC 문제다. 이전에 필자의 지인이 사용하던 Alctron 사의 주변 기기들에서는 QC 문제가 딱히 없었다, 그러나 MP73EQv2 및 CP540v2는 필자가 느끼기에도 QC 문제가 있다는 점이 확연히 보여졌다. 서비스도 동일하지만 특히 제품에 있어 퀄리티 유지는 무언가를 판매한다면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제품에서 불량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QC를 통해 걸러낼 수 있지 않은가? QC 이슈를 필자가 직접 겪은 이상, Alctron 사의 장비를 추천함에 있어 조금 신중하게 접근하게 될 듯하다. 하드웨어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유지보수가 필요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QC 문제는 Alctron 사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추후 QC 품질이 좋아진다면야 적극적으로 추천하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Alctron 사의 장비를 선택함에 있어 고민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

 매우 비싼 장비들만 사용할 거라 생각했던 플러그인과 하드웨어를 섞어 작업하는 하이브리드 작업은 장비들의 상향평준화와 대량 생산 덕분에 더 이상 스튜디오에서만 만나볼 수 있던 작업이 아니게 되었다. 소규모 작업자라도 100만 원 내의 예산만 있다면 하드웨어 컴프레서와 프리 앰프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은 갈 길이 멀지만 Alctron은 좋은 하이브리드 작업의 첫발을 Alctron의 하드웨어, MP73EQv2 및 CP540v2를 통해 플러그인만 가득했던 내 작업 공간에 하드웨어의 멋짐과 따뜻함을 도입해보는 건 어떨까.

한줄평

Alctron MP73EQv2: 훌륭한 가성비를 가지고 있는 프리앰프 및 EQ

Alctron CP540v2: 하드웨어 마감은 조금 좋지 않지만 사운드는 맛깔나다.


본 글은 '사운드앤뮤직'으로부터 제품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필자는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