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tube Console One mk2

2018. 12. 9. 22:45Journal/Musical Gear

 최근 필자는 흔히 "남자의 3대 취미"라고 불리는 취미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 중 하나라도 손대면 통장이 사방팔방 울부짖는다는데 아뿔싸, 그 중 하나인 오디오에 발을 들여버렸다. 좋아서 시작한 거니 솔직히 할 말은 없다. 다만 지갑이 아파하기 전에 타협점을 잘 찾아서 최대한 안 아프게끔 달래줬어야 하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 했다. 또 무언가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저지르는 건 언제나 필자의 못되먹은 손이고 항상 고통받는 건 지갑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구매한 건 대부분 음악 프로듀싱에 필수적인 프로그램들이다. 그러나, 점점 프로그램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몸이 되어버렸고, 결국 하드웨어를 알아보게 되는데.... 앞으로 장비 확장에 대비해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걸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Softube Console One이다.

 Softube는 업계에서 유명한 음악 플러그인 회사다. 이 회사에서 만든 가장 유명한 플러그인을 꼽으라면 무료로 배포 중인 Saturation Knob, 다양한 Tape 레코더를 복각한 Tape, 그리고 최근 복각한 Weiss DS1-MK3이 있다. 또한 Softube는 플러그인 계의 스팀, UAD 전용 플러그인 중 몇몇개를 외주로 개발한 바 있다. 이렇게 플러그인만 개발하던 Softube가 몇 년 전 갑자기 하드웨어 제품을 출시했는데 자사의 플러그인과 연동이 되는 MIDI 기반의 채널 스트립 컨트롤러, Console One이다. 출시 가격은 600달러를 넘는 비싼 가격이었지만 제품을 구매한 프로듀서 및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굉장한 호평받은 제품이다. Softube는 기존 Console One의 공정을 개선하고 제품 가격은 인하해 2017년 NAMM Show에서 개선판을 공개하는데, 바로 Console One mk2다. mk2와 mk1의 차이는 표기 변경 및 공정 개선 + 생산 국가의 변경이라고 하니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Console One이 처음 출시했을 때는 지원되는 플러그인들이 Softube에서 만든 플러그인만 연동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UAD의 플러그인도 조절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되어(Apollo Central) 활용도는 훨씬 늘어났다. 2018년 3월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내 자신에게 주는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며 주저 없이 구매했다.

First Look

 생각보다 박스가 커다랗다. 예상했던 사이즈보다 너무 큰 박스가 집 앞에 놓여있었다. 박스를 개봉해보니.... 완충재에 감싸여져 있는 Console One 박스가 보인다. '비싼 장비인데 완충재좀 더 넣어주지' 라 궁시렁거렸지만 한편으론 원하는 걸 드디어 구했다는 생각에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오, 박스가 너무 아름답다. 폰트를 너무 아름답게 배치해놓았다. 전자기기 만드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돌이적 감성만 넘치는 줄 알았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디자인을 해낼 줄이야. 이것이 Book You Love 감성인가 보다. 음악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박스를 보여줬더니 박스가 참 예쁘다고 했다. 잘 보면 Console One의 사진이 거대한 폰트 뒤로 흐릿하게 인쇄되어 있다. 이는 제품의 실제 사이즈랑 거의 동일하다. 

 박스 뒷면도 비슷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역시 제품의 밑부분이 흐릿하게 인쇄되어 있다. 좌측의 설명을 읽어보니 레코딩 및 라이브 콘솔 쪽에서 유명한 SSL의 4000E 복각 플러그인 시리얼 코드가 같이 들어있다고 한다. SSL 콘솔의 경우 다양한 회사들에서 복각 한 바 있다. 하지만 서론에서 설명했지만 Softube 또한 하드웨어 복각에 일가견이 있는 회사다. 퀄리티가 무척 기대가 된다. 

 겉 박스를 옆으로 빼내면 속 박스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도 큼직한 폰트가 필자를 반긴다. 다만 박스의 뱡향에 맞춰서 인쇄를 해 줬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제외하곤 평범한 박스의 모습이다.

 가장 기대되는 Console One과의 첫 만남이다. 그런데 설명서가 필자를 방해한다. 설명서에는 제품의 간단한 특징과 조작부의 명칭, 그리고 사용 방법 등 아주 간단한 내용들만 적혀 있다.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Console One 프로그램을 설치하면서 같이 설치되는 매뉴얼을 참고하면 된다. Activation Card에는 Console One의 번들 소프트웨어인 Console One /w SSL 4000E를 제품등록할 수 있는 시리얼 키가 붙어 있다. Softube 공식 홈페이지에 가서 회원 가입 후 시리얼 키를 등록하면 된다. 시리얼 키 등록에는 Gobbler라는 좀 짜증나지만 필수적인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간편 설명서와 시리얼 키가 들어 있는 봉투를 들어내면 드디어 비닐에 포장되어 있는 Console One이 모습을 드러낸다. 비닐에 쌓여 있어도 품격은 감출 수 없다. 그들이 상품 설명에 자랑스럽게 설명하던 스웨덴 디자인이란 게 무엇인지 세삼스럽게 느끼게 된다.

 Console One의 크기는 생각보다 거대하다. 쇼핑몰에 게시된 사진만 보고 제품을 구매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Console One의 가로 넓이는 애플 유선 키보드의 가로 넓이와 거의 동일하다. 키보드 위에 올려놓고 쓰라는 배려인 듯 하다. 실제로 스튜디오에 배치된 사진들을 보면 키보드 위나 엔지니어의 손이 잘 가는 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상단의 작은 버튼과 노브들로 구성되어 있는 레이아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상단의 버튼들은 각 채널들을 오갈 수 있는 버튼들이다. 전 채널에 Console One 플러그인이 걸렸다고 가정했을 때, 1번 버튼을 누르면 1번 채널로 넘어가 실제 채널 스트립인 것처럼 노브들을 조작할 수 있다. 각 노브들은 견고하지만 부드럽게 돌아간다. 끝없이 돌아가는 노브지만, 돌렸을 때 되게 빡빡하게 돌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는 사용을 거듭할수록 실제 채널 스트립처럼 부드럽게 돌아간다는 다른 사용자들의 리뷰가 있었기에, 필자도 열심히 길을 들여놓으려 한다.

Console One OSD

Console One OSD의 기본 화면.

Softube Console One은 하드웨어만 가지고 사용하는 제품이 아니다. VST 플러그인을 하드웨어로 조작하여 그 특유의 아날로그틱한 손맛을 오늘에 되살리는 게 목적인 녀석이다. 그런 고로, VST 플러그인과 하드웨어를 서로 연결시켜 줄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이게 Console One OSD다. iLOK으로 라이센스가 제공되는 프로그램으로, 인증이 되어 있지 않다면 사용할 수가 없다.

DAW에 Console 1 VST를 Insert에 넣었을 때 나타나는 화면.

Softube Console One OSD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DAW의 Insert에 Console 1 VST를 넣는다면 OSD상에 변화가 일어난다. 기본 모드는 구매 시 번들로 따라오는 SSL 4000E 채널 스트립으로 작동한다. Softube에서는 SSL 말고도 Summit Audio나 Neve, 그리고 API 등 다양한 채널 스트립을 구성하거나, Console One을 지원하는 플러그인들을 사용해 커스텀 채널 스트립을 만들 수 있다.

 다음은 실제 작동 영상이다.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고 Console One 하나만 이용했다.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 간단하게나마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되기를 바란다. 내장된 SSL 4000E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용으로도 좋을 듯 하다. 

 다만 몇몇 DAW에서는 일부 기능들의 제한이 있을 수 있는데, 하단의 트랙 뷰 및 버튼을 이용한 빠른 전환, 그리고 DAW의 볼륨 및 팬 노브 등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이미 다른 워크플로우가 구성되어 있는 사용자라면 별 문제는 없겠지만, Console One 하나로 모든 걸 컨트롤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자신의 DAW가 무엇인지 미리 확인하고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대다수의 DAW들을 지원한다고 홈페이지에서 명시하고 있지만 실 사용에서 작동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필자가 사용하는 Studio One 4에서는 모든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Send 컨트롤도 되니 정말 맘에 드는 녀석이다.

Conclusion


 Console One은 음악을 막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권하지 않는 장비다. 물론 본인이 간절히 원한다면 구매하는 건 자유겠지만 기본적인 지식 없이는 필시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 들 거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음악을 막 시작한 사람에게 60만원이라는 돈은 무척 큰 부담이다. 필자 같은 경우엔... 음향 엔지니어로서 초보 단계를 벗어났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냥 이게 무척 사고 싶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컨트롤러와 호환성도 좋고, 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을 손으로 직접 조절한다는 점이 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후, UAD 가속 카드를 구매할 예정이었기에 구매에 후회는 없다.

 여담이지만 하나하나 장비나 플러그인들이 늘어갈 때마다 장비의 퀄리티보다 실력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변에서는 내장 플러그인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분들이 늘 있었다. 필자 자신의 실력보다 플러그인이나 장비에 빠져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회의감이 몰려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납품한 작업물은 이전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곡가가 잡아내지 못한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 게 사운드 엔지니어라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기나긴 여정에 필자의 옆에서 저 장비들이 계속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