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breq Stylophone S-1

2023. 3. 27. 16:30Journal/Musical Gear

 의외일수도 있겠지만, 필자는 휴대용 악기들을 굉장히 좋아한다. 피아노나 드럼 같이 부피가 큰 악기들은 들여올 만한 여력도 없고, 놓을 공간도 없지만 휴대용 악기들은 들고 다닐 수도 있고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다. 어렸을 적에 봤던 동화에서 음유시인들이 악기 하나 들고다니면서 즉석에서 멜로디를 연주하는 이야기가 감명깊어서 어른이 된다면 나도 이렇게 어딘가를 돌아다니며 연주하고 싶다는 꿈을 꾸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은 흘러 2023년. 어느 정도 음악을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문득 악기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기타나 베이스 같은 거 말고 간편하면서도 언제 어디서든 들고 다니며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생일이 다가왔고, 같이 일하는 분이 "원하는 거 있냐" 라는 전언을 전달받았다. 망설임 없이 필자는 대답했다. "이 악기로 부탁드립니다."

 필자가 고른 악기는 Dubreq 사의 Stylophone S-1이다. 크기는 작지만 그래도 나름 신디사이저다. 이 악기의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블루 아카이브라는 게임의 Meme을 알거나, 혹은 미국 Meme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이 소리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Stylophone은 신디사이저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휴대용 악기다. 금속 재질로 이루어진 키보드 위에 케이블이 연결된 스타일러스 펜을 터치하면 스피커에서 소리가 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영국에서 처음 발명된 이래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주로 팔렸으나, 데이비드 보위라던가 비틀즈 같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면서 상업 음반에서도 간간히 사용되고 있는 역사 깊은 악기다. 지금 구할 수 있는 Stylophone들은 2007년도에 새롭게 제작된 버전이지만 원형의 사운드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었지만 "퍼커션센터"라는 업체에서 정식 수입하여 판매 중에 있다. 가격은 S-1 모델이 69,000원, 이펙터 및 LFO, 필터, 딜레이를 추가한 버전이 119,000원에 판매 중이다.

Unboxing

 매우 레트로한 디자인의 상자가 필자를 반기고 있다. 약간 어두운 노란색으로 된 이미지에 흑백으로 된 Stylophone 이미지, 그리고 전통적인 글자 배치 덕분에 옛날 악기라는 이미지가 풍겨 나온다.

 후면에는 이게 오리지널 포켓 신디사이저라는 사실을 알리는 문구들이 가득하다. 국내 정식 수입된 모델이라 KC 마크가 별도의 스티커로 박스에 붙어 있다.

 박스 상단에도 큼직한 글씨로 "Stylophone"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는데, 타이포가 참 마음에 든다. 빈티지함이 가득한 옛 시대의 낭만 그 자체가 담긴 타이포가 아닐까.

 과격하게 개봉하는 걸 싫어하는 필자의 셩격상 칼로 개봉부를 살살 열어 박스를 열었다. 박스를 열자마자 설명서들이 가장 먼저 필자를 반긴다. 설명서는 나중에 살펴보도록 하고 밑에 있는 본체를 만나러 가보자.

 정작 본체를 보고 나니 별로 볼 게 없어서 일단 안에 있는 걸 다 꺼내봤다. Stylophone S-1 본체와 설명서 겸 악보, 그리고 음정 교정 등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는 종이가 전부다. 그래도 나름 음악을 뒤에서 귀동냥한 짬을 믿고 악보는 안 보고 실전으로 직접 부딪치기로 했다.

Stylophone S-1

 본체를 감싸던 비닐을 벗기면 은빛의 영롱한 Stylophone S-1 본체가 드러난다. 이 악기를 직접 만져볼 수 있다니. 너무 감동이다. 전면부에는 거대한 은빛 그릴과 Stylophone 로고, 전원 스위치과 비브라토 모드 스위치, 그리고 스타일러스 펜과 금속제 건반부가 보인다. 건반부를 자세히 보면 숫자가 적혀있는데, Stylophone 악보들은 저 숫자들로 악보를 만들곤 한다. 이미 피아노 건반에 익숙한 분이라면 그냥 건반 모양 맞춰서 연주하면 된다. 피아노와 구조 자체는 유사하다.

 우측에는 볼륨 슬라이더가 있다. 아날로그 볼륨 슬라이더인만큼, 정확한 레벨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대충 돌려도 원하는 크기의 볼륨로 조절할 수 있다. 휴대용이란 컨셉에 알맞는 볼륨 조절 장치다.

 본체 하단에는 스케일 조절 스위치가 있다. 최대 3개의 스케일을 조절할 수 있어 의외로 커버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토글로 전환할 수 있어 연주 중간에도 바꿀 수 있고, 손으로 느낄 수 있는 피드백도 확실한 편이다.

 좌측에는 내장 스피커 말고도 이어폰으로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3.5mm 오디오 아웃 단자가 있다. 물론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와는 약간 다르겠지만 소리를 따로 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바로 옆에도 무언가 있을 거 같이 생겼지만 막혀 있다. 상위 모델인 Gen X-1의 Aux 단자의 흔적이라고 생각했지만 Gen X-1의 헤드폰 단자는 제품 우측에 있다. 용도를 모르겠네.

 뒷면에는 사운드 튜닝용 노브와 전원 공급을 위한 배터리 슬롯이 있다. 만일 스타일로폰의 사운드가 어딘가 어긋난 거 같다고 생각한다면 튜닝 노브를 돌려서 교정해주면 된다. 의도적으로 음정을 나가게 만들고 싶다고? 그럼 환영이다!. 배터리 슬롯은 왠만한 충격에는 빠지지 않게 배터리 슬롯은 나사로 조여져 있다.

 나사를 풀면 배터리 슬롯은 AA 배터리 3개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근처에 굴러다니는 충전지를 사용하거나 다이소에서 AA 배터리 4개를 사오면 된다. 만일 퍼커션센터에서 9만 9천원짜리 번들 패키지를 구매했다면 AA 배터리가 번들로 따라온다. 

Play Stylophone S-1

 이제 Stylophone으로 연주를 해보자. 연주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음악을 아예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Stylophone을 연주할 수 있다.

Stylophone 연주 방법.

1. 스타일러스를 뽑는다.
2. 전원을 켠다.
3. 스타일러스를 금속 건반에 댄다. 
4. LET'S GOOOOOOOOOOOOO

 

 매우 간단하다. 어린이들을 위한 악기로 많이 팔리는 이유가 특유의 쉬운 조작법 때문이다. 물론 구조상 폴리포닉은 불가능하고, 모노포닉만 가능하다. 폴리포닉이 되게끔 만들 수 있지만 Stylophone은 모노포닉이기에 그 맛이 살아난다.

 다음은 필자가 직접 연주한 Stylophone 연주 영상이다. 손 가는대로 연주해보았다. 헤드폰 아웃으로 소리를 뽑을 수 있지만, 충분히 좋은 출력이 나오지 않아서 그냥 촬영용 카메라에 붙어 있는 마이킹을 선택했다. 비록 좋지 못한 연주지만 한번 감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Conclusion

 Stylophone S-1은 빈티지하고 장난감같은 외형과 달리 매우 무궁무진하면서도 정겨운 사운드를 가지고 있는 악기다. 7만원이라는 가격대는 살짝 비쌀 수도 있지만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 혹은 신디사이저라고 생각하면 매우 저렴하다. 조작법도 너무 간단하다. 스타일러스를 꺼내서 금속 건반에 대면 된다. 사용법이 간단하다고 소리도 간단한 건 아니다. 이래뵈도 신디사이저의 원형글 잘 간직한 악기다. 생각보다 옵션도 다양해서 독특한 사운드 연출에 써먹을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좋다. 실제로 필자의 지인이 Stylophone 사운드를 레코딩하여 괜찮은 샘플들을 뚝딱 만들어내는 걸 보고 진지하게 라인 인 케이블의 구매를 고려 중에 있다. 7만원 짜리의 소리는 절대 아니다.

 Stylophone을 선물받은 바로 그 주, 홍대에서 디제잉 파티가 열러서 Stylophone을 들고 갔다. 크기도 앙증맞은데다 사이즈도 작아서 충분히 필자의 크로스백에 쏙 들어갔다. Stylophone을 들고 간 이유는 별거 없었다. 서론에서 이야기했던 Stylophone을 활용한 Meme. 그걸 공연장에서 재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마침 Meme을 사용한 음악을 필자의 지인이 왠지 틀 거 같은 느낌이 들었기에 들고 갔다. 공연장에는 필자와 같이 음악을 하는 작곡가들, 일러스트레이터들, 그리고 디제이들이 한데 모여 만남의 장이었는데, Stylophone을 꺼내자마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걸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라고 하는 사람부터, 생각보다 소리가 좋았다며 놀라는 모습 등 신기하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목적도 달성했다. Stylophone은 정말 최고의 악기다. 기회가 된다면 상위 모델을 구매해서 비교 리뷰도 써보고 싶다. 언제가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