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axy Factory Keyboard Loop

2022. 5. 14. 21:30Journal/RE:Vu

 최근에 리얼포스 For Mac을 구매했다. 비싼 키보드를 산 만큼 보다 키보드를 깨끗하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전에 사용했던 바밀로의 키보드는 먼지가 들어가는 걸 막기 위해 기본으로 플라스틱 덮개를 제공해줬지만, 내구도가 좋지 않아 몇번 사용도 못하고 부숴져 갖다 버렸던 기억이 있다. 이후에 수없이 키보드 먼지로 고통받고 나서야 이번에야 말로 키보드 루프를 구매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키보드 루프의 종류와 브랜드가 수없이 많은 지라 굉장히 오래 고민했다. Bird 사에서 만드는 리얼포스 공식 키보드 루프를 구매하자니, 국내에서는 어디서 파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고, 그렇다고 완전히 저렴한 걸 사기에는 무언가 찝찝했다. 그러던 중, 괜찮은 키보드 루프 브랜드를 찾았기에 바로 주문을 넣었다. Galaxy Factory 사에서 제조하는 아크릴 키보드 루프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Galaxy Factory라는 회사는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이전 이름인 가비지컬렉션은 어디선가 들어봤을 거다. "가컬"이라는 약자로 이미 검증된 키보드 루프를 제작했던 바 있는 키보드 주변기기 전문 회사다. 리얼포스 사용자들에겐 Type-C 어댑터 개조 킷으로도 유명하다. 필자의 지인도 같은 키보드 루프를 사용하고 있어서 후기를 물었더니 좋다는 응답이 왔다. 주문 제작으로 진행되는지라 다른 키보드 루프보단 조금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이면 언제 좋은 걸 써보겠나 싶어서 바로 구매를 했다. 필자가 주문한 옵션은 리얼포스 풀배열 / 클리어 아크릴이고, 가격은 배송비 포함 38,000원 정도 지불했다. 5월 2일에 주문을 넣었지만 12일에 받게 되었다. 제작에만 8일 정도 걸린 셈이다. 

Unboxing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박스 전면에는 갤럭시 팩토리 로고와 봉인 씰, 주문 제작한 키보드 루프의 사양이 스티커로 붙어 있다. 필자는 리얼포스 풀배열에 맞게끔 주문했다. 사이즈를 대충 계산해보니 추후 필자가 체리 축 키보드로 넘어간다 하더라도 사용할 수 있어서 범용성도 충분해 보였다.

 박스 뒷에는 갤럭시 팩토리의 로고 뿐이다. 매우 단순한 박스 디자인이다.

 박스를 열면 뽁뽁이에 쌓인 오늘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주문제작 상품이라 배송이 오래 걸린 만큼 기대치도 최대치다. 빨리 개봉을 해보자.

 구성품은 키보드 루프 본체와 광택용 천, 그리고 사은품으로 제공된 덴탈 마스크 한장이 전부다. 3만 5천원이라는 가격에 구성품은 간단한 거 같지만, 키보드 루프 주제에 구성품이 많은 것도 조금 이상하긴 하다.

 키보드 겉면에는 아무런 보호 필름이 없지만, 내부에는 보호 필름이 붙어 있다. 사용하기 전에 미리 뜯을 필요가 있다. 아크릴을 재단하여 만든 만큼 각 모서리는 약간 날카로울 수 있다. 다만 키보드에 닿는 모서리에는 복원력이 좋은 우레탄 폼이 붙어 있어 키보드에 흠집을 내는 걸 막아준다.

Design

바로 필자의 키보드에 얹어 보았다. 마치 한 몸인듯 자연스럽게 얹어진다. 아크릴의 품질이 좋은지 키보드 루프를 얹었음에도 불구하고 키보드 본연의 모습이 매우 또렷한 게 인상적이다. 무언가 키보드 위에 덮혀 있다는 느낌이 매우 적었다. 모니터의 반사광이 아니라면 사진 상에서도 루프가 덮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키보드 루프를 키보드 위에 덮고, 필자가 자주 쓰는 물건들을 키보드 위에 올려놓아 보았다. 그냥 물건들이 키보드 위에 떠 있다는 느낌이다. 좀 더 빨리 키보드 루프를 구입할 생각을 하지 못한 과거의 필자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이렇게까지 만족스러울 줄은 몰랐다. 더 이상 키보드에 무언가를 쏟아 낭패를 본다거나, 장시간 외출을 하더라도 키보드 틈새에 먼지가 들어갈 일은 더 이상 없을 듯 하다.

Conclusion

 몇년 전, 주변에 키보드를 취미로 하는 친구들이 키보드 루프를 샀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사실 '그런 걸 왜 사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다. 물론 그 당시의 필자는 키보드에 진심이 아니었던, 멤브레인 키보드만으로도 충분히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에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기계식 키보드에 입문하게 되면서 친구들이 당시에 어떤 이유로 키보드 루프를 샀는지 이제서야 알 듯 하다. 그들은 키보드에 진심이었구나. 상대방의 취미를 이해하지 못했던 어렸던 날의 필자가 문득 원망스러워진다.

 키보드 루프 하나만으로 생활의 질이 바뀔 것인가? 라는 생각은 키보드 루프를 구매한 지금도 계속 들고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데, 키보드 루프를 사면 키보드를 쓸 때마다 루프를 어딘가 잘 놔둬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루프를 놓아둘 공간이 하나 생기는 셈인데 이렇게까지 해서 키보드를 사용해야 하는가 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든다. 오래 고민했지만 얼추 정답을 찾았기에, 슬슬 답변을 해야할 차례가 왔다. 키보드 루프, 과연 구입할 만 한가? 

물론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