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re REALFORCE for Mac - PFU Limited Edition

2022. 5. 13. 21:30Journal/RE:Vu

 macOS를 사용하면서 기계식 키보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은 이전부터 꾸준히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다. Macbook을 처음으로 구매해서 사용했던 2017년부터 지금까지, 정품 키보드부터 Vamillo 사의 macOS 레이아웃 기계식 키보드까지 다양하게 사용해보았으나, 필자의 마음에 남아 있던 2%의 부족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무시무시한 기변증이 필자에게 찾아오고야 말았다. 언제 로그인했는지도 기억나지도 않는 일본 아마존에 로그인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녀석을 다시 보자 또 마음이 흔들렸다. 일단 가격도 가격이지만 국내에 수입이 자주 진행되지 않아 자주 품절이 일어나는 녀석이라 이걸 사야할까? 라는 의문이 다시끔 들었다. 결과는? 약 5년 만에 키보드를 바꾸게 되었다.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거 같다.

 키보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가 있다. 일본의 Topre 사에서 제조하고 있는 축전식 키보드, Realforce(리얼포스)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요즘은 대세가 된 텐키리스 키보드를 다시 제작하여 유행시킨 브랜드이며. 축전식 키보드 중에서는 가장 비싼 브랜드 중 하나다. 흔히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느낌의 키감으로 유명한 키보드인데, 출시 당시에는 독특한 키감으로 주목받았으며, NIZ EC 축전식 스위치가 출시된 지금도 키감 하나만으로 꾸준히 사랑받는 키보드 중 하나다.

 필자는 2019년 일본의 요도바시 카메라에서 처음 리얼포스 키보드를 접했는데, 당시에 리얼포스 for Mac이 막 출시되었던 시점이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부스가 꾸려져 있었다. 다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축전식 키보드의 키감이 좋은지에 대해 의문이 있었고, 일본어 키배열만 출시되었던 지라 구매를 망설였는데, 시간이 흘러 축전식 키보드의 손맛이 생각보다 필자의 키보드 타건 습관과 어울릴 거 같아 머릿속에서 아른거렸는데, 어느새 미국 표준 키보드 배열의 리얼포스 for Mac이 출시되어 있었다는 걸 확인하자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명분도, 관문도 사라지자 남는 것은 가격뿐이었다. 한국에 정식 수입된 모델은 33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을 가지고 있었기에 섣불리 손이 가지 않았지만, 리얼포스 키보드가 국내에 잘 수입되지 않았고, 2022년 4월 말에 엔화가 저렴해져서 그냥 직구로 구매하기로 마음먹었다. 직구 가격은 31,150엔. 한국 가격으로 34만 원 정도 들었다. 한국에 정식으로 발매된 제품보다 만원 정도 비싸지만, 배송비 생각하면 합리적으로 구매했다고 생각한다.  

Unboxing

 물 건너온 아마존 박스를 개봉하니 하얀색 박스가 필자를 향해 모습을 드러내었다. 전체적으로 유광 질감을 가진 종이 박스로 되어 있는데, 그 밖에는 좌상단에 리얼포스 for Mac 글자와 좌하단의 PFU Limited Edition, 그리고 우측에 스펙을 간단하게 표기한 파란색 스티커와 토프레 회사 로고가 인쇄되어 있다.

 PFU Limited Edition이라는 명칭이 무언가 특별해 보일 수도 있는데, 해피 해킹 시리즈로 유명한 PFU 사의 커스텀이 들어간 리얼포스 키보드라서 PFU Limited Edition이다. 이름답게 일본 내에서는 리얼포스 공식 페이지에서 판매하지 않고 PFU Direct라는 별도의 샵에서 판매하고 있다. 일반 리얼포스 키보드와의 차이점이라면 디자인이 조금 다르고, 전부 균등 모델이라는 점뿐이다. 필자가 원하는 옵션은 하필 PFU 에디션에만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걸 선택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 필자가 구입한 모델은 "R2SA-US4M-WH"다. R2SA는 리얼포스 R2 시리즈의 APC 기능이 적용된 저소음 모델이란 뜻으로, 가변 입력을 지원하고 모든 키보드 스위치에 소리가 적게 발생하게끔 특별한 처리가 되어 있다. APC에 대해서는 하단에 별도로 다루도록 하겠다. US4M이라는 문구는 키보드 레이아웃과 키 압력과 관계가 있는데, US는 US(ANSL) 배열이란 뜻이며, 4는 사용된 키 스위치의 압력이 모두 45그램을 의미한다. M은 알파벳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macOS 레이아웃이 적용되었다는 뜻이다. 마지막 WH는 키보드의 색을 의미하는데, 색에 따라 BK와 WH, 두 가지로 나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검은색 모델을 구입하고 싶었으나, 물건이 하얀색뿐이라 결국 눈물을 머금고 하얀색을 구매하게 되었다.

 후면에는 키보드의 특징이 이미지와 함께 간단하게 나열되어 있다. 리얼포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축전식 스위치에 대한 설명과 스탭 스컬처 라고 불리는 인체공학적 키 배열, 무한 키 입력 및 키 스위치의 수명, 그리고 제조국 및 키보드 플러그 타입이 컬러로 인쇄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축전식 키 스위치"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Made in Japan이야 그렇다 하더라도 토프레의 상징 중 하나인 축전식 키 스위치를 사용했다는 점이 가장 큰 셀링 포인트다. 

 박스 좌측에는 리얼포스 for Mac 표기와 시리얼 번호, 그리고 제품 스펙 및 바코드가 붙어 있다. 박스 겉면에 붙어 있는 파란 스티커를 풀어쓴 느낌이지만, 재고 관리 측면에서 옆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제품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을 듯하다.

 박스 우측에는 리얼포스 for Mac 글자와 봉인 씰이 전부다. 굉장히 깔끔하다.

 박스 옆면의 봉인 실을 제거하고 박스를 개봉하니! 또 하나의 박스가 나왔다. 외부 박스와는 다르게, 안의 박스는 검은색이다. 대비 효과를 노린 것 같은 느낌이 솔솔 든다.

 검은 박스를 개봉하면, 오늘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낸다. APC 키 스페이서 뒤에 보이는 비닐에 쌓인 키보드를 보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빠르게 박스를 헤집어 키보드를 꺼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천천히 박스를 살펴보기로 했다.

 키보드 주변에 키보드가 운송 중에 받을 충격을 흡수해줄 하얀색 스펀지 조각들이 덧대여 있다. 상단부에는 케이블 및 키 리무버가 있어 스펀지가 없는 대신 검은 박스 조각 2개를 끼워 놓았다. 다만 33만 원짜리 키보드인데 포장이 묘하게 허접하다는 생각이 든다. 스펀지도 키보드에 맞게끔 주문 제작해서 넣어줬다면 박스를 개봉하는 즐거움을 조금 더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구성품은 33만 원이라는 가격에 걸맞지 않게 굉장히 간소하다. 앞서 박스 개봉 떼 눈에 띄었던 APC 키 스페이서와 키캡 리무버, 그리고 일본어, 중국어, 영어로 작성되어 있는 간단 사용 설명서와 요즘 찾기 힘든 아날로그 보증서, 일본어로 적힌 설명서, 그리고 PFU의 모회사, 후지쯔에서 작성한 국제 인증 규격을 만족한다는 인증서가 전부다.
 키캡 리무버는 철사로 되어 있는 모델인데, 이미 키캡 리무버가 있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녀석을 넣어준 것 같아 개봉조차 안 했다. 

 APC 키 스페이서는 리얼포스 키보드 중 특정 모델에서만 지원하는 APC 기능을 위해 제공되는 구성품 중 하나다. APC란 Actuation Point Change의 약자로, 각각의 스위치가 입력되는 지점을 1mm에서 최대 3mm 사이로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APC 기능을 사용하면 키가 인식하는 지점은 변화하지만, 깊이가 변화하진 않기 때문에 키 스페이서를 키 옆에 깔아주는 것만으로도 눌리는 깊이를 조절할 수 있다. 필자는 사용하지 않을 거 같아 그대로 박스에 넣어놓았다.

Design

 비닐을 벗기자 리얼포스 for Mac 키보드가 자태를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은색과 흰색의 중심으로 디자인되었으며, 우측의 F16키 및 기능 인디케이터 LED는 카본 무늬를 가진 아크릴로 마감되어 있다. 키보드 본체는 평범한 플라스틱, 키캡은 염료승화 각인이 적용된 PBT로 구성되어 있다. 키캡에 적용된 전체적으로 큼직한 폰트들이 인상적이다. 케이블은 요즘 추세와 다르게 일체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길이는 1.5미터 이상이다.

 리얼포스 for Mac 우측에 있는 카본 무늬의 아크릴 파트는 PFU Limited Edition에만 적용된 디자인이다. 개인적으로는 정식 라인업에서도 카본 무늬의 아크릴이 프레임에도 적용되었으면 하는데, 절대 안내줄 듯하다. 게다가 지금은 리얼포스 R3이 나왔기에 더 이상의 한정판은 나오지 않을 듯하다. PFU가 이 글을 읽을 리는 없겠지만, 추후 리얼포스 R3 PFU 에디션이 나온다면 카본 에디션, 꼭 해줬으면 한다.

 후면부에는 케이블 정리를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케이블 가이드와 키보드 모델명과 시리얼 번호, 그리고 각종 인증 로고가 붙은 스티커와 높이 조절 장치가 있다. 필자는 케이블을 오른쪽으로 뽑아 쓸 예정이라 사진상으로 좌측으로 세팅해서 사용 중이다.

 키보드의 옆면은 생각보다 날렵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리얼포스 R2에 도입된 ㄱ 자 형태의 디자인은 기존 리얼포스 유저들에게도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였다. 하지만 필자 눈에는 오히려 기존 디자인보단 현행 디자인이 훨씬 좋아 보인다. 리얼포스 R3의 뚱뚱한 디자인은 1의 요소를 많이 가져왔지만, 전혀 예뻐 보이지 않는다. 뚱뚱한 디자인이 리얼포스의 헤리티지라면 어쩔 수 없지만.

 앞서 모델명을 설명할 때, 리얼포스 for Mac은 이름대로 macOS에 특화된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시중에는 키크론 및 바밀로 등 macOS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들이 시판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가 리얼포스 for Mac을 구입한 이유는 애플에서 만든 매직 키보드와 가장 동일한 키 배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command 키와 X 키의 배치인데, command, X, C, 스페이스바의 간격이 정확히 +으로 구성된 기계식 키보드는 마티아스 사의 키보드를 제외하면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 밖에도 Fn의 위치나 Eject 키 등 macOS 사용자를 위한 요소들이 곳곳에 넘쳐흐르는, 그야말로 근본 넘치는 레이아웃이라 할 수 있다.

Software

 토프레는 리얼포스 R2 이후의 장비들을 위한 전용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Realforce Connect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키보드에 해당되는 프로그램을 설치할 수 있으며, 컴퓨터와 연결된 다양한 리얼포스 장비들의 펌웨어 업데이트 및 커스텀할 수 있다. 공식 홈페이지 (링크)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Realforce Connect

 Realforce Connect의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다. 애초에 허브 목적의 프로그램이다. 여기서는 컴퓨터에 연결된 리얼포스 장비들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필자의 경우엔 R2 키보드 하나만 컴퓨터에 연결되었기에 단 하나만 나타나고 있다. 여기서 Connect 버튼을 누르게 되면 각 제품에 해당하는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실행된다.

Realforce R2 Software

 Realforce R2 Software에서는 APC, Key Lock, Setting. 총 3가지의 기능을 제공한다. 특이한 점으로는 누르면 곧바로 기능이 반영되는 게 아닌, 적용 버튼을 눌러줘야 키보드에 적용이 된다. 키보드 내에 프로파일을 저장하는 방식이라 이렇게 구현한 듯하다.

 APC 모드는 앞서 이야기했던 가변 인식점과 관련이 있는 모드다. 1.6mm, 2.2mm, 3.0mm의 총 3가지의 인식점을 설정할 수 있는데, 이를 개별 키마다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고, 아니면 모든 키를 동일하게 동일한 입력점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사실, APC 기능은 프로그램 말고도 F19키에 할당된 APC 버튼을 통해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프로그램이 APC 기능을 더욱 세부적으로 설정할 수 있을 뿐이다. 필자는 그냥 기본 세팅값을 사용하고 있는데, 추후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이후에 설정을 바꿀 계획이다.

 Key Lock 모드에서는 자주 사용하진 않지만, 입력될 경우 곤란한 키를 잠글 수 있다. 만일 윈도우 사용자라면 윈도우 키를 눌러도 입력되지 않도록 세팅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키를 다 잠가버릴 수 있는 점은 굉장히 도움이 될 듯하다. 아쉽게도 필자는 대부분의 키를 다 사용하고 있어 그냥 끄고 사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Setting 모드에서는 키보드의 펌웨어를 업데이트하거나 공장 출고 당시의 세팅으로 롤백 등의 옵션을 제공한다. 프로그래머라면 혹할 만한 기능이 여기에 위치해 있는데, 캡스락 키와 컨트롤 키를 서로 바꾸는 옵션이 여기에 들어 있다. 이전의 딥 스위치 방식이 조금 더 다양한 옵션을 제공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돌아간 건 약간 아쉽다.

 펌웨어 업데이트 전에 조금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리얼포스 키보드의 펌웨어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에서 자동으로 다운로드하는 방식이 아니라 웹사이트에서 수동으로 펌웨어 파일을 다운로드한 뒤, 프로그램에 던져 넣는 방식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해야 한다. 거기에, 다 같은 리얼포스 키보드처럼 보이지만 펌웨어 버전이 다르다. 자신의 키보드가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펌웨어를 다운로드하여야 한다. 필자가 구입한 모델의 경우 "AGDMP4(R2SA-US4M-WH)" 라는 이름을 가진 펌웨어를 다운받아야 한다. 아마도 키보드 레이아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색에 따라 버전이 다른 경우도 있어서 어떤 식으로 나눠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통합 펌웨어 같은 게 없는 건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만일 리얼포스 키보드를 2대 이상 사용하고 있다면 하단의 Select Device 버튼을 눌러 원하는 키보드의 설정을 진행할 수 있다. 펌웨어 버전 및 모델명도 확인할 수 있어 다양한 리얼포스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여담이지만 macOS 상에서 키보드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 음악이 재생되고 있으면 길면 1초 정도 끊겼다 재생하는 현상이 있었다. 지금까지 없던 현상이라 무엇이 문제인지 알 길이 없다. 일단은 키보드 관리 프로그램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관리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걸 최소화하고 있다.

Sound

 리얼포스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하면 역시 키보드의 독특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특유의 타건음 때문에 리얼포스에서 못 벗어나는 사람들도 많고, 필자 역시 특유의 타건 감각 때문에 리얼포스를 구입한 것이니 말이다. 리얼포스의 축전식 스위치는 러버돔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느낌 때문에 소위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듯한 느낌" 이라는 평이 많다. 다만 실제로 필자가 사용해보니 그렇게까지 명확한 느낌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필자의 키보드가 45gm 저소음 모델이라는 건 감안하더라도 초콜릿이 부러지는 듯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두부를 칼로 썰었을 때의 느낌 정도려나.

 그래서 사운드 소스를 준비했다. 최근에 레코딩 장비에 조금 변화가 생겼기에 이전보단 더욱 좋은 음질로 레코딩이 진행되었다. 마이크는 Rode 사의 NTG5를 사용했으며, 레코딩 장비는 Babyface Pro. Studio One에서 후보정을 살짝 거쳤다. 구매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Conclusion

 그렇다면 리얼포스 for Mac 모델을 추천하냐? 추천 반에 비추천 반이다. 추천하지 않는 이유를 먼저 들면, 33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이다. 33만원이라는 가격은 기계식 키보드 중에서도 매우 비싼 가격이다.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들의 가격이 10에서 20 후반에 있는 걸 생각한다면 섣불리 구매하기엔 굉장히 부담된다. 둘째로, 비싼 돈 주고 샀는데 키감에 반드시 만족한다는 보장이 없다. 필자는 계속 특유의 키감이 계속 잊혀지지 않아서 정착한 케이스지만, 오히려 저렴한 키보드가 손에 맞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대로 추천하는 이유로는 키감이다. 대부분의 기계식 키보드들도 그렇지만 키 스위치가 눌리면서 만들어내는 느낌이 스위치 회사마다 모두 다르다. 필자는 주로 체리 적축과 NIZ EC 축전식 스위치를 사용해봤는데, 토프레 스위치의 느낌을 잊지 못해서 다시 돌아왔다. 둘째로는 완벽한 macOS 레이아웃을 가지고 있는 키보드다. Fn 키의 위치부터 추출 버튼, cmd 키와 x 키 사이에 존재하는 +자 모양의 간격까지, 애플의 매직 키보드에서 볼 수 있던 레이아웃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레이아웃 살짝 안 맞는 거 가지고 차이가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차이가 있다. 특히 필자처럼 대충 키를 누르는 타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맥북의 키보드를 치다가 다른 키보드를 치면 약간 다른 레이아웃 때문에 오타가 나는 경우가 잦았다.

 리얼포스 for Mac은 "바밀로 사 및 키크론 사에서 제조하는 윈도우 호환 macOS 레이아웃 기계식 키보드에 거부감을 느끼지만 기계식 키보드와 같은 독특한 키감의 풀사이즈 키보드를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장비다. 필자가 처음 macOS 키보드를 구입했을 때엔 macOS 전용 기계식 키보드는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시대가 변화하면서 macOS 사용자를 위한 다양한 키보드들이 이미 시장에 시판 중이다. 기계식이 아닌 펜타그래프 키보드 시장에서는 로지텍 등의 제조사에서 macOS 레이아웃을 차용한 키보드를 제조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윈도우 키 레이아웃에 커맨드 키 및 옵션 키를 집어넣은 키들이 대부분이다. 애플의 매직 키보드에서 제시하는 키보드 레이아웃을 완벽하게 구현한 키보드는 필자가 본 제품 중에서는 로지텍의 MX Keys for Mac, 그리고 리얼포스 for Mac이 유일하다. 사실, 키보드를 구입하기 전에 이러한 이유로 키보드를 바꾼다고 하니까 주변 지인들로부터 왜 그런 것에 신경쓰냐는 의견을 받았다. 그런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필자는 과거의 글에서 이미 답한 바 있다. 결국 이전과 마찬가지로 애플에 진심인 사과농장주의 쓸데없는 고집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