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sington Expert Mouse

2021. 7. 27. 00:00Journal/RE:Vu

 어느덧 트랙볼을 사용한 지 벌써 4년 차다. 2018년, 일본에서 처음 트랙볼을 접하고, Elecom 사의 HUGE를 구매한 이후 쭈욱 트랙볼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HUGE가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선 참 좋은데 드라이버 및 전용 프로그램이 너무 구리다. 사제 프로그램을 설치할까 고민도 너무 많이 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 당분간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Huge의 스크롤 휠이 한 번씩 튀는 문제가 발생했다. 분명 정상적으로 아래 방향으로 스크롤을 했는데 갑자기 위로 튀어 오르는 참 골 때리는 문제다. 일단 전용 프로그램이 문제인 줄 알고 삭제해도 어라? 그대로다. 하드웨어적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결국 4년 만에 Elecom 사의 HUGE는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 일단 예전에 사용하던 마우스, Logitech MX Master 2를 다시 꺼내고 다음 마우스는 무엇으로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떠올리다가 문득 예전에 방문했던 스튜디오에 있던 마우스가 생각났다. 분명 그것도 트랙볼이었는데... 아! 켄싱턴이었다!

 Kensington(이하 켄싱턴) 사는 우리에게는 "켄싱턴 락" 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회사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사무기기를 만들고 있다. 켄싱턴이 만드는 제품 중 가장 유명한 건 트랙볼 마우스라 말할 수 있다. 트랙볼 마우스를 쓰는 이유는 공간의 협소함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손목 건강 때문일 것이다. 손가락만 써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기에 손목을 움직이게 되는 경우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손목에 가해지는 부담이 적다. 손목 수근관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트랙볼 마우스를 찾는 이유다. 그러나 트랙볼 마우스를 만드는 기업은 매우 적다. 가뜩이나 적은 회사 중 검지로 마우스 커서를 조작하고, 가장 사용자 폭이 넓으며, 드라이버 및 관리 프로그램을 제대로 만드는 회사 중 하나가 바로 켄싱턴이다. 켄싱턴에서 만드는 트랙볼 마우스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요즘 시대에 맞게 무선을 지원하는 모델부터 휴대하기 편리하게끔 작게 만들어진 모델 등 다양하다. 필자가 새롭게 구매한 트랙볼 마우스 또한 켄싱턴 사의 제품이다.

 본 포스팅에서 소개할 트랙볼 마우스는 켄싱턴 사의 유선 트랙볼 마우스, Kensington Expert Mouse 유선 모델이다. 시장에 출시된 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수많은 개선이 이루어져 현재의 모습으로 정착한, 나름대로 유서 깊은 역사를 가진 마우스다. 주변 사람들은 필자가 이 마우스를 구매한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왜 Expert를 구매하는가. 슬림 블레이드가 오히려 좋다."라고 입을 모았지만, 예전에 써본 슬림 블레이드의 버튼 클릭감이 그렇게 좋지 않았고, 육중해 보이는 디자인에 홀린 듯 구매했다. Kensington Expert Mouse는 카피어랜드에서 정식 수입되며, 한국 정식 발매가는 17만 원이다. 필자는 마침 진행 중인 할인을 통해 9만 원대에 구입했다.

Unboxing

 구매 후 하루 뒤, 택배가 작업실로 도착했다. 생각보다 투박한 박스에 송장만 붙어서 왔는데, 모든 제품들이 기본적으로 이렇게 담겨 오는 건지, 아니면 카피어랜드에서 이렇게 포장해서 보낸 건지 알 수는 없다. 만일 후자라면 매우 감동일 듯하다. 박스에 적힌 QTY가 2라고 적힌 걸 봐선 후자일 가능성이 높지만.

 첫번째 박스를 뜯으니 다른 리뷰에서 많이 보이던 파란색 박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이거지. 하면서 박스를 들어 올리는데, 개봉부 한쪽이 살짝 찢겨 있는 게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옆에 공간이 많은데도 완충재가 들어있지 않았다. 박스를 하나 뺐으면 완충재를 넣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아함이 들면서 제품 박스를 꺼냈다.

 박스 디자인은 매우 심플하다. Expert Mouse의 사진이 크게 인쇄되어 있고, 지원하는 운영체제가 하단에 파란 바탕에 인쇄되어 있다. Windows와 macOS 양쪽을 지원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지원이 빵빵하다.

 박스 뒷부분에는 마우스의 조작법 및 적용된 기술, 그리고 전용 프로그램, KensingtonWorks에 대한 설명이 간단하게 인쇄되어 있다. 그 아래에는 구성품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는데 가장 크게 들어오는 글씨가 영어가 아니다. 그냥 사진으로 보고 이해하란 뜻인듯 하다.

 필자가 구매했던 켄싱턴 Expert 마우스는 "카피어랜드"에서 수입한 정식 제품이다. 예전까지만 해도 켄싱턴 제품은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아서 해외직구로만 구매할 수 있었는데, 카피어랜드에서 정식 수입을 진행하면서 일부 제품들을 한국에서 정식 루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AS 보증은 1년이며, 제품에 홀로그램 스티커가 붙어 있어야만 적용된다. 까먹지 말고 스티커를 마우스에 붙여놓자.

 제품 봉인 실은 있는 듯 없는 듯 붙어 있다. 총 3곳에 붙어 있어 개봉 여부를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다. 일부 봉인 씰은 어설프게 붙여져 있어 살살 떼내면 흔적도 없이 제거할 수 있어 보였다. 제조 회사들은 봉인 씰에 흔적이 남게끔 처리하지 않는 걸까.

First Look

 박스를 열면 처음 마주하는 광경은 거대한 플라스틱 구조물에 쌓인 Expert 마우스의 모습이다. 뒤에 보이는 키보드와 비교해봐도 매우 거대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제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플라스틱 구조물에 4개의 발이 뻗어 나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저 발의 디자인을 살려서 직접 트랙볼을 잡아볼 수 있게끔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구성품은 매우 간단하다. 손목 받침대, 설명서 그리고 Expert Mouse 본체가 전부다. 설명서를 한번 읽으면 사용에 도움이 되지만, 사진에 보이는 TrackballWorks는 옛날 프로그램이므로 사용하지 않는 걸 권장한다.

 트랙볼을 먼저 꺼냈다. 매 우 크 다!!! 옆에 살짝 보이는 MX Master 2가 보이는가? 같은 거리는 아니지만 매우 큰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버튼은 총 4종류지만, 일부 버튼들을 동시에 누르는 것으로 총 6개의 기능들을 자유롭게 매핑할 수 있다. 트랙볼 가운데에는 가로로 돌아가는 휠이 있는데, 이걸 돌려서 마우스 스크롤을 구현한다. 일반적인 마우스만 사용해 왔다면 매우 적응되지 않을 수 있는 부분이다.

 버튼 하단부에는 옛날 느낌의 스티커로 켄싱턴 사의 로고가 마감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조금 더 세련되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새 제품이다 보니 센서에 스티로폼으로 보호 처리가 되어 있다 마우스 볼을 들어 올린 후, 스티로품을 제거해주자. 마우스 볼은 그냥 얹어져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Elecom Huge처럼 밑부분을 누르지 않아도 된다. 그냥 볼을 들어 올리면 된다.

 여기서 기존 Elecom HUGE와 다른 점이 보이는데, 볼의 움직임을 만드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합성 루비가 마우스 내에 박혀 있는 게 아닌 살짝 끼워져 있다. 마우스를 떨어뜨리는 등 큰 충격을 받으면 루비 볼이 빠질 것 같이 위태롭지만 트랙볼 마우스를 보통은 들고 다니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현명한 방식이라 생각한다.

 손목 받침대는 겉보기엔 가죽 마감처럼 보이지만 코팅된 우레탄 폼으로 이루어져 있다. 적당히 말랑말랑하면서 견고하게 이루어져 있다. 다만 마감은 깔끔하진 못한데, 손에 닿는 부분은 나름대로 준수한 마감을 가지고 있지만, 좌우측 모서리에는 성형 흔적이 남아 있다. 보다 깔끔하게 마감을 진행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손목 받침대와 Expert Mouse를 결합하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먼저 볼을 빼고, 마우스를 뒤집은 뒤, 하단에 보이는 구멍에 손목 받침대를 결합하면 된다. 손목 받침대의 우레탄 폼이 약간 여유롭게 구성되어 있어 살짝 제치고 구멍에 맞게 조립하면 결합은 손쉽게 끝난다. 마우스 본체와 더불어 손목 받침대에도 미끄럼 방지 고무발이 설치되어 있어 밀리는 경우는 적다.

 결합한 상태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신경 쓰였던 켄싱턴 로고가 손목 받침대에 가려지면서 훨씬 깔끔하게 바뀌었다. 볼만 빨간색이라면 필자가 생각하던 트랙볼의 모습과 가장 흡사한 디자인이다. 정말로 매우 매우 매우 매우 마음에 든다.

 Expert Mouse와 기존에 필자가 사용하던 Elecom Huge의 사이즈 비교를 해봤다. 손목 받침대를 장착하지 않았음에도 둘의 사이즈가 거의 동일하다. 손목 받침대를 장착한다면 길이에서나 크기에서나 켄싱턴 Expert Mouse의 압승이다. 볼 호환은 아쉽게도 되지 않는다. HUGE의 볼이 Expert Mouse의 볼보다 훨씬 작다.

 트랙볼 마우스를 사용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겠지만, 왼손으로 사용한다면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마우스를 파지 하게 된다. 약지, 중지, 검지로 볼을 조작하는 동시에 상부의 버튼 2개를 조작하며, 엄지 손가락으로 우측 하단의 버튼 및 휠을 조작하게 된다. 새끼손가락으로는 좌측 하단에 위치한 버튼을 조작한다. 손목 받침대를 사용한다면 보다 편안하게 마우스에 손이 올라가게 된다. 오른손으로 트랙볼을 사용한다면, 위에서 설명한 버튼들만 반전시키면 된다. 완벽한 대칭 디자인이라 왼손잡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KensingtonWorks

 켄싱턴의 모든 마우스는 하나의 통합된 관리 프로그램으로 작동된다. KensingtonWorks라 불리는 관리 프로그램은 켄싱턴 마우스에 한해 버튼 매핑, 매크로 설정, 포인터 속도 조절 등 마우스와 관련된 모든 커스터마이즈를 제공한다. Logitech 사의 Logi Option과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보면 편하다. TrackballWorks라는 프로그램도 존재하지만, 최근엔 KensingtonWorks로 통합되었다. 만일 TrackballWorks를 사용하고 있는 분이라면 최신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걸 추천한다. 다운로드는 이 곳에서 할 수 있다.

 KensingtonWorks를 처음 설치하고 마우스를 연결하면 다음과 같은 창이 나타난다. KensingtonWorks는 켄싱턴 마우스가 아니라면 설정 페이지를 아예 열 수 없으니 반드시 제대로 연결이 되어 있는지 확인하자. 가장 먼저 보이는 페이지는 각 버튼들의 기능들을 커스텀할 수 있는 페이지다. 각각의 버튼마다 1개의 기능씩, 그리고 상부의 두 버튼을 동시 클릭 및 하부의 버튼을 동시 클릭으로 총 6개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좌클릭 키는 위치를 변경할 수 있지만 완전히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 우클릭이나 가운데 클릭 등의 기능들은 제거할 수 있다. 작업의 편리성을 위해 필자는 위와 같이 설정하였다.

 두 번째 모드는 포인터와 관련된 설정이다. 특이한 점은 볼의 가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인데, 볼을 빠르게 굴리면 포인터에도 가속이 붙는다. 트랙볼을 조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부가적인 옵션이라고 보인다. 덤으로도 특정 키를 누르는 것으로 포인터 속도를 느리게 만든다거나, 특정 방향으로 조작하는 걸 잠글 수도 있다. 자유도가 막강하다.

 마지막으로는 스크롤 설정이다. 살살 돌려도 빠르게 스크롤이 이루어지게 만들 수도 있고, 매우 천천히 스크롤이 되게끔 할 수도 있다. 다만 필자가 Elecom HUGE에서 좋아하던 가로 스크롤 모드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위의 단축키 모드에서 설정하는 게 최선인 듯 하다. 스크롤 방향은 정방향과 역방향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macOS의 스크롤 방향과는 호환되지 않으므로 온전히 트랙볼만의 스크롤 옵션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

Conclusion

 최종적으로 완성된 필자의 데스크 세팅이다. 이전에는 트랙볼 하나만 사용했지만, 이번엔 좌 트랙볼 / 우 마우스 조합으로 당분간 사용해보려 한다. 자주 쓰는 우측 손목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왼손으로 조작을 하는, 이른바 양손잡이 조작법이다. 덤으로 되게 우주선의 조작부 같은 모습이 되었다. 필자가 자주 쓰는 장비들이 가뜩이나 버튼들이 많은데, 비슷한 사이즈의 트랙볼 마우스가 바로 옆에 붙어 있으니 더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사실 주변 사람들에게 트랙볼 마우스를 추천하고 싶어도 쉽사리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큰 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Expert 마우스를 포함한 트랙볼 마우스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적응이다. 기존 마우스와 거의 다른 조작법 때문에 적응에 꽤 시간이 걸린다. 버튼들을 각각 원하는 대로 매핑할 수 있다는 점은 커스터마이징에 있어선 장점으로 작용하지만 보편적인 사용에 있어서는 단점으로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용 컴퓨터라면 사용하기 약간 어렵다는 점이 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느낀 단점이라면, 왼쪽 버튼과 오른쪽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이 살짝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른손으로 사용했을 때, 좌측 하단 키를 눌러 좌 클릭을 구현했는데, 0.1초 늦게 클릭이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캡처 작업이나 마우스로 정밀한 조작을 할 때 매우 신경 쓰였다. 왼손 모드로 전환한 지금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버튼마다 차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단순히 공간이 좁아서 트랙볼 마우스를 사용한 지 벌써 4년째다. 지금은 공간 활용을 넘어 오래오래 손목을 사용하기 위해 손목 건강까지 생각하고 큰 맘먹고 트랙볼을 구매했다. 사실 손목 건강을 위한 마우스라면 버티컬 마우스도 있고 펜 태블릿도 있다. 그럼에도 트랙볼을 고른 이유라면 가장 단순하면서도 육중한 디자인이지만 손에 잡았을 때 매우 부드럽게 움직이는 이중적인 느낌 때문은 아닐까. 그럼 의미에서 Kensington Expert Mouse는 최근 구매한 제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 중 하나에 속한다. 트랙볼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 이 참에 한번 트랙볼 마우스에 입문하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