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MÈS L'Ombre des Merveilles

2026. 11. 3. 01:50ㆍLife/Fragrance

 HERMÈS L'Ombre des Merveilles(에르메스 롬브르 드 메르베이)는 에르메스의 오 드 메르베이 라인업에 속해 있는 향수로, 2020년에 출시되었다. 롬브르 드 메르베이가 속해 있는 메르베이 시리즈는 앰버그리스와 우드, 오렌지 조합의 향수로 2004년에 최초에 공개된 오 드 메르베이가 시초다. 이후 에르메스 프래그런스의 수장을 맡은 장 클로드 엘레나가 4번의 변주된 메르베이 시리즈를 제작하였고, 이어서 에르메스 프레그런스를 이어받은 크리스틴 나이젤이 가장 최신의 메르베이 시리즈인 롬브르 드 메르베이를 만들어냈다. 각각의 메르베이 시리즈마다 테마가 있는데 이번에 구매한 롬브르 드 메르베이는 빛과 어둠을 주제로 한 우디 오리엔탈 향수로, 공식적인 노트가 딱 3개다. 블랙 티(홍차), 인센스, 통카빈. 이게 전부다. 향수 커뮤니티를 살펴보았을 때 훌륭한 차 향수라는 평이 있길래 이번 10월 일본 출장 때 구매하게 되었다. 블라인드로 100ML 구매를 하는 상남자 무브먼트를 또 하고야 말았다. 원래 진정한 향수덕질이란 블라인드 구매가 아닐까?

 박스 디자인은 전형적인 디자이너 향수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특이하게 롬브르 드 메르베이는 리필 안내가 없는데, 이건 특유의 구조 덕분에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이건 마개를 분리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향수 보틀의 디자인은 굉장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에르메스 뷰티에 갈 때마다 저 병은 왜 기울어져 있는건지 싶었는데 처음부터 저렇게 기울어져 있다. 모티브는 별 돋보기 병애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했는데, 그래서 의도적으로 기울여서 서 있는 느낌으로 되어 있다. 그럼에도 생각보다 흔들림 없이 잘 서있다. 앞으로 기울여지지 않게 잘 보관해야 할 듯하다.옷장이나 향수장에 넣었을 때 생각보다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점은 덤이다. 블루 틴트 글래스는 실제로 보면 더욱 몽환적인 느낌이다. 바닥에 LED라도 설치해서 감상해야 할 듯한 예쁜 병이다.

Gemini로 만들어낸 향수 노트 이미지들

 처음 피부에 뿌리게 되면 알콜취가 세게 들어온다. 사람에 따라서 기침이 날 수도 있다. 알콜취가 사라지면 쌉싸름하고 어두운 차 향이 느껴지는데, 노트에서 말하는 홍차의 향기가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다. 진짜와 같은 홍차라기보단 꽤 농축된 차의 느낌이라 어두운 향이 더욱 배가된다고 느껴졌더. 이어서 1시간 정도 지나면 차 향이 조금씩 건조해지면서 신성한 무언가의 향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마치 차를 마시고 있는데 점점 주변에서 선향 내음이 서서히 밀려들어오는 풍경이 그려진다. 거기에 누군가 통카빈을 태우는 듯한 달큰한 향도 조금씩 느껴진다. 이 느낌 그대로 6시간 정도 이어지며 사그라드는데, 심플한 노트 변화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하나의 컨셉이 확실하기에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홍차 향 향수 중 잘 안 알려진 향수 리스트에 종종 롬브르 드 메르베이가 꼽히곤 한다. 나 역시 거기서 이름을 보고 이번 출장 때 들이게 되었다. 물론 할인을 크게 하고 있던 것도 있었지만 새로운 도전의 일환이라 생각되어 모험을 하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옳은 선택이 되었다. 차 향은 웨어러블하다. 사계절 내내 뿌릴 수 있다. 마지막이 달달한 느낌을 주기에 밤에 뿌리면 조금 더 어울릴 것 같지만 낮에 써도 어울린다.

 

한줄평: 그을린 나무향이 은은히 느껴지는 사찰에서 마시는 한 잔의 홍차

 

HERMÈS L'Ombre des Merveilles EDP
정가: 100ML 기준 285,000 원
구매 이유: AI가 추천해 준 컬렉션의 빈자리, 잘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홍차 향수


어코드: 블랙 티 / 인센스 / 통카 콩
지속력: 피부에 1뿌 기준 5~6시간, 섬유에 뿌릴 경우 실내 기준 1.5일

성별 및 드레스코드: 유니섹스 향수

추천 나이: 20대 후반부터 40대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