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 22. 15:42ㆍJournal/RE:Vu
2016이 점점 저물어가고 있을 , 필자는 군대 동기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나 하드가 죽어서 컴퓨터가 안 켜져. 마침 컴퓨터 부품 업그레이드할 건데 와서 조립 콜? 밥 사드림." 공짜로 밥 사준다는데 거절할 리가 있나. 당연히 해 준다고 했고, 알바할 때 자주 드나들었던 상봉역 근처에 있는 동기네 집으로 가서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해 주었다. 조립이 끝나고 보니 갈 곳을 잃은 하드디스크만 필자 주변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필자는 동기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죽은 하드디스크 가져가도 됨?" "ㅇㅇ 됨."
평범한 컴퓨터 사용자들이 말하는 '죽은 하드디스크' 라 하면 절반은 살아있고, 절반은 죽어있는 상태다. 즉 슈뢰딩거의 하드인 셈인데, 필자도 집에 도착하자마자 온갖 복잡미묘한 생각을 하며 슈뢰딩거의 하드를 컴퓨터에 연결했다. 어머나. 아주 멀쩡하게 작동된다. 약간의 배드섹터가 있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이라 로우 포맷 한번 돌리면 고칠 수 있는 정도였다.. 일단 하드 안에 있던 동기의 개인 데이터를 싹 긁어서 보내주고, 로우 포맷을 돌려주었다. 로우 포맷을 돌린 후 이 하드디스크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어차피 필자의 메인 작업 컴퓨터는 노트북이라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필자는 외장 하드디스크 케이스를 주문하게 된다. 가격은 3만원 초반이지만 마침 연말 세일이 진행 중이어서 2만원 중반대의 가격으로 구매했다.
외장 하드디스크 케이스는 일반적인 하드디스크를 외장 하드디스크로 만들어주는 좋은 물건이다.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자그만한 사이즈의 외장하드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건 2.5인치라 작은 거고, 데스크탑 컴퓨터에 들어가는 3.5인치 하드디스크라면 말이 달라진다. 3.5인치 하드디스크는 몹시 묵직하고, 크다. 필자가 고른 제품은 Saretech Hardbox USB 3.0 External HDD Case였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피타임 말고 다른 걸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 새로택... 어디선가 본 거 같은 이름이다.
병신년이 저물어가는 12월 31일 오후, 물건을 드디어 수령했다. 그런데 물건이 생각 외로 크다. 아래엔 평소 필자가 배경으로 자주 써먹는 장패드인데, 박스의 사이즈가 장패드의 세로 길이보다 컸다. 이는 분명 뽁뽁이 때문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뽁뽁이를 얼마나 정성들여 감아줬는지 팔자의 창고엔 저기서 나온 뽁뽁이가 아직도 수북히 쌓여있다. 안전 배송에 감탄하게 되는 순간이다.
뽁뽁이들을 다 떼어내자 이제야 박스를 만날 수 있다. 윈도우/맥을 지원하고, 속도가 빠르다... 라고 제품을 홍보하는 문구들이 박스에 빼곡히 적혀 있다.
박스 뒷면엔 제품 스펙과 지원하는 OS를 확인할 수 있는 문구들이 인쇄되어 있다. 이건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라 가볍게 패스하기로 한다.
구성품을 다 쏟아내 보았다. 외장 전원 어댑터, USB 3.0 Type-B 케이블, 각종 나사들, 그리고 외장하드 케이스와 설명서가 전부다. 외장 전원 어댑터는 솔직히 싼티난다. 전원 케이블이 통짜 라인이 아니고 나눠지는 2라인을 사용했다. 그래도 저거 없으면 외장하드가 작동을 안 한다. 안타깝다.
하드디스크 케이스의 모습이다. 그냥 하얀색이다. 생각했던 것보다 무척 단순하게 생겼고, 무척 크다. 그게 전부다.
외장하드 케이스 밑부분에는 열 방출을 위한 구멍들이 뚫려 있다. 그렇다고 아이폰 5C의 구멍마냥 대놓고 뜷려있는 건 아니고 대패처럼 보일듯 말듯 뚫려 있다. 저렇게 구멍 뚫어놨다고 실제로 쿨링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공기역학의 1도 모르는 문과충이라 그렇다.
하드 케이스 후면엔 전원 On/Off 스위치, USB 3.0 Type-B 단자, 전원 케이블, 그리고 팬 구멍이 있다. 팬 구멍만 있지, 팬은 달려있지 않다. 케이스를 재활용하는 걸로 보인다. 여담인데, 저 전원 스위치, 잘 박힌다. 만약 이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분이라면 미리 알아두면 좋다.
기판은 참 단순하게 생겼다. 저걸로 솔직히 하드가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일단 믿어봐야지... 어쩔 수 있나. 우측 상단에 보이는 하얀색 막대기는 LED 인디케이터다. 전원을 넣으면 파란색으로, 하드디스크를 읽을 때면 초록색으로 빠르게 점멸한다.
용캐 살려낸 3.5인치 하드디스크를 이제 장착할 차례다. 하드를 장착하는 방법은 무척 쉽다. 단자를 맞춰서 밀어넣으면 알아서 장착된다. 역으로 뺄 경우엔 하드를 살살 들어주면서 빼야 한다.
설치를 마무리하는 방법은 데스크탑에 하드 디스크를 고정하는 방법과 동일하다. 구멍에 나사를 넣고 돌돌 돌리면 된다. 공구 사용법만 알면 조립할 수 있는 간단한 구조다.
Conclusion!
여차저차 해서 굴러다니던 하드디스크를 외장 디스크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작업을 끝으로 2016년은 조용히 막을 내렸고, 2017년이 시작되었다. 전원 케이블 연결 및 컴퓨터 연결은 무척 쉬우니까 컴퓨터 조립을 조금이라도 해봤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사실 이 글은 리뷰라 할 것도 별로 없다. 그냥 조립 및 설치기에 가까운 수준이다. 속도는 잘 나온다. 기본 베이스가 하드디스크인지라 느리긴 하지만, 데이터 백업 솔루션으론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금은 가뜩이나 용량이 적은 매킨토시를 사용하고 있기에 도움이 많이 되는 물건이다. 집에 만약 굴러다니는 하드디스크가 있다면 하나 정도 질러서 좋은 외장 데이터 백업장치를 만들어 주는 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