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16. 14:00ㆍJournal/RE:Vu
필자는 샤오미의 제품들을 애용한다. 만듦새가 좋은 것도 있겠지만, 만듦새를 넘어서는 저렴한 가격과 성능 때문에 샤오미의 쪽으로 손이 자주 가곤 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옛 속담도 있지 않는가. 이는 필시 샤오미를 보고 한 말임이 틀림없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은 샤오미의 피트니스 밴드 시리즈인 Mi Band와 보조배터리 시리즈인 PowerBank인데, 샤오미에 대해 잘 몰라도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을 정도로 많이 대중화된 제품이기도 하다. 그러한 샤오미가 보조배터리 시리즈 중 대표 격으로 자리 잡은 PowerBank 10000를 최근 새롭게 리뉴얼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그대로이지만 세부적인 기능 및 스펙이 약간 달라졌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제품은 바로 PowerBank 10000 3rd Gen이다.
PowerBank 10000 3rd Gen(이하, PowerBank 10000 3세대)은 샤오미 보조배터리 시리즈, PowerBank 10000의 3번째 리뉴얼 버전이다. 바로 전에 있었던 리뉴얼에서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은 부분이 많지만 PowerBank 10000 2세대를 사용하던 필자에게 있어선 괄목할 만한 리뉴얼이었다. 당장 출력 포트가 2개로 늘어났고, 요즘 대세에 맞춰 입력 포트가 Type-C, 그것도 USB-PD를 지원한다. 정말 필자가 알던 그 샤오미 배터리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갑자기 가슴에서 웅장함이 느껴진다.
이미 보조배터리들은 많이 있지만 갑자기 샤오미 10000 3세대를 구매하게 된 계기에는 조금 사연이 있다. 원래 필자는 PowerBank 10000을 2개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가 사용하던 PowerBank 10000 중 하나를 필자의 지인에게 빌려 주었는데, 지인이 빌러 준 보조 배터리와 케이블을 통째로 분실을 하는 바람에 미안하다는 의미로 선물해 주었다. 사실, 선물은 20년 4월에 받았지만, 개봉은 5월에 진행하였다. 제품도 오래 묵어야 개봉하는 맛이 좋지 않을까...? 는 거짓말이고, 바빠서 뜯을 시간이 없었다.
First Look.
PowerBank 10000 3세대의 디자인은 놀랍게도 2세대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애플을 똑 빼닮은 전면의 제품 이미지, 하단의 제품 설명, 기능은 발전했지만 패키징은 변하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정식 수입이 되었다는 하단의 스티커와 제품의 컬러뿐이다.
그런데, 분명 처음 물건을 받았을 때는 박스에 얼룩 한 점도 없었는데, 지금 꺼내보니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 있다. 구석에 너무 처박아서 그렇나 보다. 제품을 받으면 되도록 빠르게 개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는데, 4월은 너무 바빴다.
후면에는 제품의 스펙과 정품 확인 스티커, 그리고 바코드가 전부다. 정말 패키징 하나는 일관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다만, 하단에는 봉인 스티커가 붙어 있지 않았다. 즉, PowerBank 10000 3세대의 속살을 보려면 위에서만 열여야 한다는 뜻이다. 박스 따위 신경 쓰지 않는 상남자라면 그냥 박스를 찢어서 해결하겠지만, 필자는 섬세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스무스하게 정석적인 방법을 택했다.
늘 개봉은 설렌다.
구성품은 언제나처럼 단조롭다. 매뉴얼과 PowerBank 10000 본체, 그리고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USB to Micro 5-Pin 케이블이 전부다. 구성품이 3년 전에 구매했던 PowerBank 10000 2세대와 별 차이가 없는 걸 보아하니 극강의 가격 효율을 추구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PowerBank 10000 3세대와 기존에 구매한 후 필자가 사용하고 있는 PowerBank 10000 2세대와 비교해보았다. 가로 사이즈는 2세대와 동일한데 3세대는 왠지 위로 늘어났다. 아마도 3세대에 들어오면서 USB-PD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탓에 기존 폼팩터에 기능들을 다 집어넣지 못해서 내린 부득이한 결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두께는 2세대와 별로 달라진 점이 없다. 입출력 포트와 길이만 차이가 난다.
PowerBank 10000 3세대임을 신품임을 보증하는 포트 보호 스티커도 정상적으로 붙어 있다. 사실 뜯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사용하고 있는 보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고 있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뜯을 수밖에 없었다...
PowerBank 10000 3세대의 포트 구성은 USB-A 2 포트, Type-C 포트 1개, Micro USB-B 포트 1개로 구성되어 있다. Type-C 포트는 USB-PD 입력을 지원해 더욱 빠르게 보조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단, Type-C 포트로 다른 Type-C를 사용하는 전자기기 충전은 되지 않는다. 필자는 Type-C 출력이 되는 줄 알고 기뻐했다가 세부 성능을 확인하고 매우 낙담했다.
눈에 띄는 점으로는 입력 2 포트 X 출력 2 포트 구성으로 변경되면서 저전력 모드 전환 및 배터리 잔량을 확인하는 버튼의 사이즈가 매우 작아졌다. 들어간 기능은 많아졌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한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빛이 닿으면 나타나는 글자가 추가되어 입력 단자인지, 출력 단자인지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Type-C 단자의 도입으로 생긴 변화로 보인다.
그런데, PowerBank 10000 3세대를 살펴보던 도중 이상한 걸 발견했다. 분명 새 제품인데 모서리의 알루미늄이 뭉개져 있었다. 박스는 멀쩡했던 걸 생각하면 이건 필시 QC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어차피 사용에는 지장이 없으니 그냥 쓰겠지만 살짝 마음이 찝찝하다.
제품을 구매한 곳에서 PowerBank 10000 3세대를 위한 실리콘 케이스도 같이 배송해주었다. 보조배터리에 실리콘 케이스라니 생각하기 어려운 조합이긴 하지만 PowerBank 10000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노다이징 알루미늄을 쓴 탓에 휴대폰에 흠집을 내는 유일한 보조배터리가 바로 PowerBank 10000 시리즈다.
보기와 다르게, 실리콘 케이스를 끼우는 건 무척 힘이 든다. 아무리 알루미늄이 매끈하더라도 실리콘 케이스의 마찰력이 높기 때문에 양말을 신듯 쭉 당겨서 케이스를 끼우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케이스를 돌돌 말아서 밀어간다는 느낌으로 씌우는 것이 좋다.
어찌어찌 말아서 끝까지 끼웠다. 정품 케이스는 아닌 모양인지, 일체감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실리콘 케이스의 특성상 끼우는 순간 먼지가 순식간에 묻어버리는 게 보였다. 그래도 보조배터리가 다른 전자기기를 망가뜨리는 상황보단 나으니 이번엔 계속 끼울 생각이다.
박스를 너무 오래 방치했더니 배터리가 거의 방전된 상태였다. 이번부터 추가된 Type-C 고속 충전을 느껴보기로 결정했다. 30W 멀티 충전기에 Type-C to C 케이블을 연결한 후 PowerBank 10000 3세대에 물려주었다. 급한 듯이 헐레벌떡 전기를 꾸역꾸역 먹는 모습을 보고 있지니 살짝 찡했다.
PowerBank 10000 3세대의 충전 성능은 어떤지 직접 측정해보기로 했다. 마침 동생이 휴대폰 충전이 필요하다고 방에 들어온 김에, 양해를 구해 동생의 휴대폰을 측정 대상으로 삼았다. 기종은 삼성 갤럭시 A50 2019년 모델로, 4000mAh 정도 되는 고용량 배터리가 들어간 스마트폰이다. 갤럭시 A50 2019는 삼성의 독자적인 충전 규격 중 하나인 Adaptive Fast Charge 및 USB-PD 2.0, 그리고 퀄컴 Quick Charge 2.0을 지원한다.
앞서 언급했듯, PowerBank 10000 3세대는 USB-C 단자로 출력을 지원하지 않기에, 일반적인 USB 단자에 USB 테스터를 물려 어느 정도로 전력을 공급해보는지 직접 측정해보았다. 일반적인 USB 단자에서도 평균적으로 9V/1.5A, 즉 15A 정도의 전류가 출력되는 게 확인되었다.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38%에서 100%까지 완충되는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50분 정도가 걸렸는데, 80퍼센트 이상부터 천천히 충전된다는 걸 감안해도 1 퍼센트당 30초가 걸린 셈이다. 정말 빠르다.
갤럭시 A50 2019를 충전하고 배터리 잔량을 확인했더니 LED 인디케이터에 불이 2개 들어왔다. 힘들게 굴리다 보니 어느새 PowerBank 10000 3세대도 슬슬 충전할 때가 되었다. 마침 주변에 Freedy 90W 멀티 충전기가 있어 PD 충전이 되는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조심스럽게 케이블을 연결하고 USB 테스터를 연결하니 9V / 3A, 총 27W라는 수치가 화면에 나타났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9V / 2A, 총 18W 정도로 전류량이 내려오는데, 그래도 절대 작지 않은 수치다. 확실히 PowerBank 10000 3세대는 USB-PD를 지원하는 보조 배터리다. 배터리를 충전할 때만 USB-PD가 작동한다는 점이 문제지만 말이다. 상위 모델인 PowerBank 20000은 입출력 전부 USB-PD를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 조금만 더 기술력을 썼다면 더욱 완전체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초적인 충전 데이터는 얻었지만 궁금해서 한 번만 더 해보기로 했다. 최근의 삼성 휴대폰을 구입하면 번들로 25W Type-C 충전기를 제공해 주는데, 필자 역시 고속 무선 충전기를 구입했을 때 번들로 받았던 적이 있다. 문득 이걸로 PowerBank 10000 3세대를 충전했을 때엔 어느 정도로 충전이 되는지 궁금했다. 삼성 번들 충전기가 Type-C 단자를 사용하기에 C-to C 케이블을 사용해 전류 측정을 했는데, 대락 5V / 3A. 즉 15W 정도로 충전이 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앞서 확인했던 USB-PD 규격 충전보다는 낮은 수치이지만, 그래도 고속 충전이 이루어지고는 있다. 만일 USB-PD 규격 충전기가 없다 하더라도 삼성 25W 충전기를 이용해도 충분히 PowerBank 10000 3세대를 충전할 수는 있다.
Conclusion
오랜만에 사용하는 PowerBank 10000 시리즈는 역시 오리지널의 품격이 무엇인지를 여실 없이 보여줬다. PowerBank 10000이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기능을 개선하거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한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보조배터리 시장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요즘은 30000mAh를 넘는 보조배터리들도 시장에 흔하게 보이고 있어 샤오미 PowerBank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받고 있지만, 오리지널은 괜히 오리지널이 아니다. 아무런 걱정 없이 믿고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샤오미 브랜드는 검증ㅇ
다만 요즘의 대세를 따라가려는 노력은 보였으나 적극적으로 최신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아쉬웠다. 대표적인 예시로 앞서 PowerBank 10000 3세대에 Type-C 단자가 있는 이야기를 했었다. Type-C 단자는 USB-PD 규격을 지원하는데 충전만 가능하고 휴대폰 등 다른 기기로 충전을 해줄 수가 없다. 고속 충전이 된다는 게 배터리만 고속 충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음을 누가 알았겠는가. 물론 일반적인 USB-A 단자로도 충분히 다른 기기들을 충전할 수 있지만, 기능이 지원되지 않아서 매우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owerBank 10000 3세대는 현재 필자의 주력 보조배터리로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필자는 각 가방에 만일을 대비해 보조배터리를 하나씩 미리 넣어놓는 편인데, PowerBank 10000 3세대는 밖에 따로 빼놓고 필요할 때만 들고가는 방식으로 애지중지하고 있다. 그만큼 성능이 좋은 녀석이니 잃어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