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E Babyface Pro

2019. 11. 1. 17:08Journal/Musical Gear

 음악을 들었던 소비자에서 어느 순간 음악 생산에 일조하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음악 감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오디오 카드와 스피커의 궁합이라 말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귀에 전달되는 소리는 스피커에서 나오지만,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해주는 오디오 카드 또한 중요한 아이템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필자가 이러한 생각과 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필자의 아버지의 영향이 크다. 필자의 아버지는 PC-Fi 시대를 보내며 스피커와 인터 앰프, 그리고 고급 선재들로 음악을 들었고 필자도 간접적으로 음악 감상을 하며 알게 모르게 보고 들은 지식을 통해 음악 감상으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과 달리 PC-Fi가 그렇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관심 있는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 적어졌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RME Babyface Pro

 'RME'란 회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RME는 프로 오디오 및 Hi-Fi 전문 장비를 제조하는 독일의 오디오 회사이다. 극도로 안정적인 드라이버와 독일 특유의 투박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회사이기도 하다. Hi-Fi 시장에서는 비교적 최근에 알려졌는데, 다른 DAC들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5-Band EQ / DSD 재생 / 설정 디스플레이와 같은 차별화 포인트로 입소문에 올랐다. RME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필자가 가장 구매하고 싶었던 제품들 중 하나였고,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구매하고 싶은 제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참에 구매했다. 필자가 구입한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이름은 Babyface Pro다. 가볍고 들고 다니기 좋은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알려졌던 Babyface의 후속작이다. 그러나 후속작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기존 사용자들은 말한다. 즐거운 한가위가 막 시작하던 3년 전인 2017년 10월. 정가보다 25만 원 저렴한 75만 원에 구매했다. 당시 필자에게 큰 돈이었지만 이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지금도 중고로 75만 원에 올라오는 걸 보면 그때 정말 잘 구매했다고 생각한다.


First Look.

파란색과 흰색의 조합의 박스다.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다.

  BabyFace Pro의 제품 상자는 필자가 사용하던 Focusrite 2i4의 패키지와는 정반대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빨간색이 아이덴티티인 Focusrite와 달리 RME의 아이덴티티는 파란색과 하얀색이다. 이는 제품 박스에도 반영이 되어있는데, 생각 외로 눈이 편안하면서도 산뜻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심플 is 베스트라는 문구는 여기에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깔끔하게 스펙이 정리되어 있다.

 박스 뒷면에는 다양한 입출력 단자들 소개와 더불어 상세한 스펙들이 나열되어 있다. Babyface Pro는 입/출력 단자를 합쳐 총 24 채널을 가지고 있고, 최대 192kHz의 샘플링 레이트를 지원한다. 필자의 첫 번째 인터페이스인 Focusrite Scarlett 2i4와 비교하면 괄목할 수준의 업그레이드다. 또한 DSP 가속 칩이 내장되어 있어 외장 VST 없이 내부 믹서에서 간단한 EQ와 리버브, 딜레이를 적용할 수 있다. RME만이 가지고 있는 자유로운 라우팅 프로그램, TotalMIX 또한 스펙으로서 표시되어 있다.

캐링 케이스와 두꺼운 매뉴얼, 그리고 CD

 박스를 둘러싸고 있는 종이를 벗기면 안의 구성품들이 나타난다.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안전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디자인된 플라스틱 캐링 케이스, 설치 드라이버 및 기타 프로그램들을 설치할 수 있는 설치 CD, 그리고 제품 설명서가 있다. 제품 설명서의 경우,  양면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 독일어와 영어로 되어 있다. 매뉴얼에 무척 알찬 내용들이 많이 있으니 정확한 장비 운용을 위해서는 매뉴얼을 꼭 살펴보도록 하자. 물론 영어라 해석하는 데엔 좀 걸린다.

캐링 케이스 내부의 구성품과 Babyface Pro

 캐링 케이스까지 열고서야 드디어 Babyface Pro 본체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잔 흠집을 보호하기 위한 부직포 주머니와 MIDI 입출력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어댑터 캐이블, 그리고 USB Type-B 케이블이 같이 들어 있다. 휴대하기에 간편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여담이지만 캐링 케이스의 잠금 걸쇠가 약간 빡빡하다. 떨어뜨렸다고 해서 열릴 일은 없어 보인다.

 Babyface Pro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휴대성에 중점을 둔 오디오 인터페이스이지만 전혀 투박하지 않고 예쁘다. 디자인은 전작인 Babyface에서 처음 선보인 형태를 산화알루미늄이라는 적절한 소재를 통해 더욱 날카롭고 세련되게 다듬었다. 여담이지만 이 디자인은 광출력 단자가 MADI를 지원하는 MADIface Pro와 RME 사의 USB 컨트롤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한눈에 보이는 거대한 플라스틱 노브를 중심으로 상단에 입력 레벨 / 출력 레벨 LED 인디케이터가 있고, 바로 아래에 Input / A / B / Out 버튼이 있다. 플라스틱 노브는 저가형 노브들과 다르게 무한대로 돌아가는 노브다. 이걸로 프리앰프의 게인 값 및 스피커와 헤드폰의 출력을 조절할 수 있다. 노브를 돌리는 느낌은 가볍지만, 돌릴 때마다 걸림이 발생해 어느 정도 돌렸는지 손으로 느낄 수 있다. 노브 아래에는 Select / Dim 버튼이 자리 잡고 있다. 버튼 별로 기본적으로 할당된 기능들이 있지만 이는 고정된 값들이 아니다. PC에 연결 후,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사용자 마음대로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Babyface Pro의 좌측에는 USB Type-B 단자와 9V 외부 전원 포트, MIDI In/Out 어댑터 단자, 그리고 TOSLINK S/PDIF와 ADAT를 지원하는 광 입출력 단자가 있다. 외부 전원에 따로 전원을 공급하지 않아도 Babyface Pro는 USB 버스 파워만으로도 충분히 구동이 가능하다. 외부 전원은 Babyface Pro가 아이패드와 같이 충분한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휴대용 기기에 연결할 때 필요하다.

 광입출력 단자의 경우 지원하는 장비에 연결하여 디지털 신호들을 주고받을 수 있다. S/PDIF와 ADAT을 지원하기 때문에 디지털 신호는 최대 입력 8 채널/출력 8 채널. 총 16 채널을 지원한다. 다만, 지원하는 채널 수는 샘플링 레이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Babyface Pro의 우측에는 TRS 입력 단자가 2개, 3.5파이 / TRS 모니터링 출력 단자가 위치해 있다. 사용자의 편의를 고려했다는 점이 여기서 나타나는데, 헤드폰을 위한 TRS 출력뿐 만 아닌 휴대용 기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3.5파이 출력 단자가 바로 옆에 나란히 붙어 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3.5파이 헤드폰 혹은 이어폰을 젠더 없이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최고다.

 후면에는 흔히 마이크 잭으로 알려진 XLR 암/수 단자가 각각 한 쌍씩 위치해 있다. 사진 상으로 좌측에 위치한 XLR 단자가 출럭 단자고, 우측에 위치한 XLR 단자가 입력 단자이다. 이전 모델인 Babyface의 경우 앞서 설명했던 헤드폰, TOSLINK 단자를 제외한 나머지 I/O 단자들이 전부 후면에 몰려 있었다. 그것도 D-Sub 케이블을 통해서 연결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즉, D-Sub 케이블이 단선되거나 분실 혹은 휴대하는 걸 깜빡했다면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스피커와 같은 외장 장비를 연결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았어야 했다. 이러한 점에서 Babyface Pro의 개선점은 무척이나 만족스럽다. 다만 왜 TRS가 아닌 XLR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TRS 단자가 XLR보다 휴대성에서 있어서는 오히려 더 간편했을 텐데.

TotalMIX

 RME의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입을 모아 호평하는 이유로는 드라이버나 특유의 투명한 사운드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TotalMIX를 빼놓을 수 없다. RME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모두들 인정하는 프로그램이며 직관적인 구조로 지속적인 호평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일부 사용자들의 경우,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넘어갔다가 TotalMIX 때문에 RME 제품으로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TotalMIX는 오디오 입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믹서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날로그 믹서를 디지털로 구현해 놓은 것이라 보면 된다. 이는 UAD의 아폴로나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도 지원하는 기능이지만 RME의 경우 라우팅이 자유자재로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TotalMIX FX는 반드시 RME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연결되어야만 실행된다.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프로그램과 비교했을 때 무척 투박한 디자인을 보여주지만, 무척 강력하고 편리한 프로그램이다. 강력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인데, 사용자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가지고 있어서 막 입문한 초심자의 경우 헷갈릴 수 있다. 필자 역시 초창기에는 헤맸다.

 TotalMIX FX는 믹서와 이펙터 및 라우팅으로 나뉘는데, 믹서 부분은 좌측 상단에 위치한 외장 악기나 마이크 등 케이블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 신호가 들어오는 External Input과 가운데에 위치한 음악 플레이어나 DAW 등 컴퓨터 내부의 소리 신호가 들어오는 Software Playback, 그리고 최하단에 위치해 소리를 출력하는 Output이 해당된다. 이펙터 및 라우팅은 우측에는 리버브나 에코 등 FX들의 세부 설정을 조절할 수 있다. 그 옆에 길쭉하게 붙어 있는 라우팅 및 스냅샷 기능들은 라이브나 스튜디오 레코딩 상황에 맞춰 미리 세팅해놓은 프리셋을 클릭 한 번으로 불러올 수 있다.

 TotalMIX FX는 고급 사용자들을 위해 Matrix View를 지원한다. Matrix View는 각 채널의 게인 값을 파악하기에 쉽다. 이는 라이브 환경의 즉각적인 대응에 유리하다. 그러나 믹서 뷰에서 제공되는 FX 조작이나 EQ 설정과 같은 세부적인 조작은 불가능하다. 믹서 뷰와 매트릭스 뷰는 동시에 사용할 수 있으니 둘을 적절히 사용하면 라이브 환경이나 스튜디오 환경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Conclusion!

디자인만 놓고 본다면 정말 MacBook과 깔맞춤인 녀석

 Babyface Pro는 필자의 두 번째 오디오 인터페이스이자 현재 필자의 주력 장비이기도 하다. 구매한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지금도 만족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이상으로 넘어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아직까지 들지 않는다. 그 이유로는 첫 번째, 충분한 성능을 보장하는 동시에 휴대성을 가진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Babyface Pro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카페와 같은 외부 작업에서 Babyface Pro는 빛을 발한다. 두 번째로 앞서 언급했던 TotalMix 때문이다. 물론 UAD의 소프트웨어 믹서나 메트릭 할로우의 소프트웨어 믹서 등 다른 오디오 인터페이스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오디오 인터페이스 전용 믹서를 많이 내놓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필자가 사용해 본 소프트웨어 믹서들 중 TotalMix만큼 자유도가 높은 믹서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유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많이 지식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Babyface Pro가 홈 프로듀싱 말고도 외부 레코딩 등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TotalMix 덕분이라 생각한다.

 2015년, Babyface Pro가 출시된 지 약 4~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Babyface Pro를 대체할 만한 성능을 가진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이 많이 출시되어 사용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럼에도 4년 전에 출시된 Babyface Pro를 아직도 프로듀서들이 찾는 이유는 명확하다. 음악 작업에 있어 하드웨어적 스펙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Babyface Pro는 안정성과 성능, 그리고 휴대성까지 갈구하는 음악 작업자들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충분히 해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