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iaomi mijiya X wiha Precision Screwdriver

2020. 5. 25. 12:00Journal/INTroduCE

 필자는 예전부터 전자 기기를 뜯어보는 걸 좋아했다. 완성되어 있는 전자 기기를 내 손으로 직접 뜯고 원상복구하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희열이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었다. 집에 굴러다니는 거대한 십자 드라이버와 - 드라이버로 시작한 DIY 조립 생활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정교하고 작아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다양한 사이즈의 드라이버 규격을 만족하는 멀티 드라이버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구매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미 대부분의 나사들을 이미 가지고 있는 멀티 드라이버로 전부 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규격의 나사들을 위해 새로운 멀티 드라이버를 사야 한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러던 중, 2020년 5월, 결국 일이 터졌다. 필자가 가진 멀티 드라이버로 풀리지 않는 나사가 새로 산 전자기기에 달려 있었다. 이 나사를 꼭 풀어야만 했던 필자는 결국 숙원 사업이었던 새로운 멀티 드라이버를 덜컥 구매해 버리고 말았다.

 필자가 구매한 제품은 xiaomi mijiya X wiha Precision Screwdriver(이하, 샤오미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로 사오미와 wiha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멀티 드라이버이다. wiha라는 브랜드를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 대부분일텐데, 1939년에 설립된 독일의 공구 회사로, 공구 업계에선 유명한 업체다. wiha를 이미 알고 있던 필자로서는 샤오미와 wiha가 협업을 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랬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wiha는 어느 정도 믿고 쓰는 품질을 가지고 있는 공구인데, 샤오미와의 협력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매우 궁금했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13일에 쿠팡 로켓배송으로 구매해서 다음날 14일에 수령했다. 쿠팡에서 구매할 때, 로켓배송 배송 최저가격보다 500원 저렴해, 로켓배송을 신청할 수 없어 급하게 물티슈를 추가해 구매했다. 필자처럼 급하게 구매할 게 아니면 다른 오픈마켓에서 구매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First Look

 박스 디자인은 깔끔하다. 제작은 wiha에서 담당했지만, 판매 등의 전반적인 건 샤오미가 담당했기에 샤오미의 손길이 더욱 강하게 느껴진다. 좌측 상단에는 Red Dots Award 수상작이란 인증 표시가 인쇄되어 있다.

 박스의 뒷면에는 내부에 포함되어 있는 헤드복스의 종류가 적혀 있고, 아래에는 정식 수입사의 정보가 한글 스티커로 붙어 있다. 예전에는 여우미가 샤오미 제품을 정식으로 수입하는 회사였는데, 미 밴드 4를 기점으로 쿠팡도 정식으로 샤오미 제품을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요 근래 쿠팡에서 샤오미 제품이 로켓배송으로 자주 나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었다.

 왜 필자가 이 제품을 구입하게 되었는가... 하면 저기에 적혀 있는 TR6 헤드복스 때문이다. 이전에 필자가 사용하던 멀티 드라이버엔 하필 TR6 헤드복스가 없는 녀석이라 최근 구매한 전자기기를 분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저 헤드복스 하나 때문에 멀티 드라이버를 새로 사는 건 심각한 낭비다. 그런데 필자는 그런 낭비를 저질렀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만일 멀티 드라이버가 없다면 필자처럼 실수를 하지 말고 처음부터 wiha 멀티 드라이버를 구매하는 걸 추천한다.

 패키지를 둘러싸고 있는 비닐을 뜯어내면 제품을 개봉할 준비는 완료된다. 샤오미는 봉인 실을 주로 패키징에 사용하는데, 이번 경우엔 없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비닐 포장이 가장 깔끔하면서도 재포장 이슈도 없는 편이라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포장이기 때문이다.

 박스를 열고 제품을 꺼내면, 세로로 된 띠에 감겨진 멀티 드라이버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어디선가 본 거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멀티 드라이버인데 마치 샤오미 PowerBank를 생각나게 하는 디자인이다. 샤오미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 생각한다.

 구성품은 거의 없다. 보증 설명서, 멀티 드라이버 본체가 전부다. 뭐, 전자 기기가 아니라서 오히려 간단하게 있는 쪽이 더욱 좋긴 하다. 드라이버 주제에 설명서가 주렁주렁 있는 경우는 없지 않는가?

 제품을 둘러싸고 있는 봉인지에는 제품을 사용 시, 유의해야 할 4가지 사항에 대해서 안내하고 있다. 중요한 사항이니 본 글에서도 한번 더 서술하려고 한다. 작성되어 있는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멀티 드라이버를 사용 시, 상단을 눌러서 열거나 닫으십시오.

2. 전원이 켜져 있는 기기에는 사용하지 마십시오.

3. 어린 아이에게는 멀리 떨어뜨려 놓으십시오.

4. 본 제품의 최대 토크는 2N.M입니다.


 멀티 드라이버의 상단을 누르면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헤드복스와 스크류 드라이버를 만날 수 있다. 총 24개의 다양한 헤드복스가 들어있어 왠만한 소형 전자기기들을 분해할 수 있다.

 전용 케이스에 담겨 있는 스크류 드라이버와 복스헤드의 첫 인상은 매우 고급스러웠다. 케이스 자체에 강한 자석이 들어 있어 거꾸로 뒤집어도 복스헤드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무척 만족스웠다. 복스헤드 및 스크류 드라이버는 열처리가 된 것처럼 어두운 빛깔의 금속으로 되어 있는데 무척 고급스러웠고, 견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와 함께한다면 어떤 나사라도 손상을 내지 않고 풀어낼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이 무럭무럭 솟아올랐다. 

 여담이지만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의 디자인적 요소가 샤오미의 손길이 닿았다면, 멀티 드라이버의 핵심이라 말할 수 있는 복스헤드는 wiha의 손길이 많이 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복스헤드에 샤오미가 새겨저 있지 않고 오직 wiha만 새겨져 있는 게 그 증거다. 

 스크류 드라이버 역시 내부에 자석이 들어 있어 복스헤드를 스크류 드라이버에 고정함과 동시에 나사를 달라붙게 해 나사의 분실을 막는 역할을 한다. 사소하지만 무척 유용하다. 자력은 생각보다 강한 편이라 무거운 나사여도 잘 들어올린다.

 다만, 한 가지 불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그건 스크류 드라이버가 충분히 크지 않아 힘을 많이 받는 나사를 풀 경우엔 손이 많이 아플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필자가 이전에 쓰던 멀티 드라이버는 드라이버 바디가 충분히 크고 무거워 강한 힘을 주는 작업에서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손쉽게 나사를 풀어낼 수 있었다면,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의 드라이버 바디는 모나미 153을 만지는 것처럼 아담하게 느껴졌다. 물론 멀티 드라이버가 지향하는 목표에 따른 차이겠지만, 강한 토크로 조여져 있는 나사를 풀어내는 작업에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건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인다.

Conclusion

 샤오미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는 매우 좋은 멀티 드라이버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꼽자면, 샤오미의 느낌이 강하게 나는 헤드복스 케이스다. 알루미늄으로 된 드라이버 케이스는 물론 매우 고급스럽고 튼튼해 휴대하기에 매우 좋았지만 헤드복스 케이스를 꺼내는 과정이 매우 귀찮았다. 케이스와 헤드복스 케이스를 분리하는 방식이 아닌 일체형이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서문에서도 언급했듯, 필자가 샤오미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를 구매해야 할 이유는 사실 없었다. 단지 TR6 헤드복스가 필요한 분해 작업이 있었는데 기존에 필자가 이용하던 멀티 드라이버에는 그 헤드복스가 없었다. 그래서 구매했다... 란 간단한 이유였다. 급하게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샤오미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의 퀄리티가 매우 좋다고 느꼈다. 기존에 필자가 사용하던 멀티 툴 역시 좋은 퀄리티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는데 wiha의 기술력은 샤오미와 협력한다 해서 사라지지 않았다. 만일 2만원 초반의 멀티 드라이버가 필요하신 분들이라면, 필자처럼 삽질하지 말고 부디 샤오미 미지아 wiha 정밀 드라이버를 구매하는 것을 매우 추천한다. 진작 이걸 살 걸 그랬다. 계속 후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