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캐스트 direm W1

2020. 2. 6. 18:00Journal/RE:Vu

 애플의 에어팟을 시작으로 코드리스 이어폰 시장은 신흥 주자 QCY의 등장과 소니 및 Beats 등 기존 강자들이 서로 치열하게 얽혀 흡사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중이다. 최근에는 애플이 에어팟 프로를 출시해 노이즈 캔슬링 코드리스 이어폰 시장에 또 한번 대격변이 일어나 회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죽을 맛이지만 소비자들은 쏟아져 나오는 제품들 사이에서 가격 싸고 좋은 성능을 가진 녀석을 고르느라 죽을 맛. 이렇게 치열하게 각축이 벌어지는 코드리스 이어폰 시장에 dirac 시리즈로 유명한 국내 기업인 소니캐스트가 야심차게 뛰어들었는데, 처음 출시한 코드리스 이어폰인 direm HT1은 QCY와 협력하여 T1를 베이스로 제작하였고, 이신렬 박사가 직접 개발한 SF 드라이버를 활용하여 T1보다 음질적으로 훨씬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었다. 그 이후 소니캐스트에서는 새로이 개선한 SF 드라이버를 사용한 코드리스 이어폰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필자가 소니캐스트와 접점이 생긴 시기는 2019년 11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히 충동구매한 direm E3 리뷰를 쓴 것이 계기가 되어 필자는 작년 12월, 신제품을 미리 들어볼 수 있는 소니캐스트 비공식 제품 발표회에 초대받게 되었다. 신제품 발표회에서 새로운 신제품을 미리 들어볼 수 있었는데. 소리가 필자의 귀에 놀랄 만큼 좋게 들렸고 가격이 기대 이상으로 낮아서 더더욱 놀랐다. 필자가 들어본 신제품은 약 한 달 뒤인 2020년 1월 29일에 direm W1이란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direm W1은 소니캐스트에서 출시한 두 번째 코드리스 이어폰이다. 39,8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었지만, 성능은 절대 싸구려가 아니다. direm W1에는 2세대 SF 드라이버와 direm E3에 적용된 APAS(자동압력조절시스템), Absolute Connetion이라 불리는 스테레오 동시 연결 시스템, 하만 타켓 99%을 만족하는 사운드 튜닝, 그리고 로우 레이턴시 모드가 적용되었다. 전작인 direm HT1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는 제품이지만, 전작에서 지원하던 무선 충전은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 Type-C 커넥터가 보급되고 있는 이 시점에 Type-B 단자를 사용했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같은 회사의 direm E3 살 돈(36,000원)에 4천 원만 얹으면 구할 수 있는 코드리스 이어폰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미칠 듯한 가성비를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날이 끝나고 판매가 시작된 후 하루 뒤인 1월 30일, 필자의 작업실로 direm W1이 도착했다.


본 글은 '소니캐스트' 로부터 제품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First Look.

direm W1의 전면 패키지 디자인.

 패키지 디자인이 direm E3 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러워졌다. 샤오미의 최근 패키징 느낌이 나서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디자인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코드리스 이어폰이라 해도 패키지가 고급스러우면 패키지째로 소장하고 싶은 건 당연지사 아닐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direm E3에 적용되었던 비닐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소한 부분이긴 하지만 비닐 포장을 했다면 이물질도 보호할 수 있고 글로시한 질감도 추가되어 4만 원 그 이상의 고급스러운 느낌도 연출할 수 있지 않았을까.

direm W1의 측면 패키지 디자인.

 패키지 옆면에는 소니캐스트 로고와 direm W1 로고만 인쇄되어 있다. 제품의 네이밍과 회사를 강조한 흔적이 보인다.

direm W1의 후면 패키지 디자인.

 패키지 뒷면에는 제품의 인증 정보와 바코드, 그리고 이신렬 박사의 사인이 인쇄되어 있다. 제품의 특징에 대한 소개가 없는 패키지는 오랜만이라 솔직히 놀랐다. 거기에 싸인...? 패키지 옆면에 제품 특징이 없어서 뒤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데도 없었다는 전개는 예상치 못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상에서 필자가 쓰는 글보다 더욱 고급진 글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상점에 갔다가 패키지를 보고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제품을 집어 들었는데 제품에 대한 특징은 아무데도 없고 사인만 있다? 이건 이신렬 박사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이신렬 마케팅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차기작에서는 패키지에 홍보 포인트를 제대로 넣어주는 쪽이 오프라인 판매에서도도 좋지 않을까.

direm W1의 봉인 스티커. 좌,우에 두 개 붙어 있다. 뜯을 때 흔적은 남지 않는다.

 direm E3와 동일하게 봉인 스티커는 총 2개 붙어 있다. 이번에는 눈에 띄는 곳에 붙어 있어 찾기는 쉬운 편이다. 의외로 흔적 없이 봉인 스티커를 제거하기는 쉬웠는데, 떼었을 때 조금이라도 흔적이 남는 쪽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비닐 포장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드는 생각이다.

개봉은 언제나 설렌다.

 봉인 실을 제거했다면 언제나 설레는 개봉이 기다리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 박스처럼 박스의 아랫부분이 훨씬 무겁기에 박스를 잡아 들어 올리면 스르륵 박스가 열린다.

direm W1의 모습과 구성품 박스의 모습.

 박스를 열면 비닐 포장된 direm W1과 작은 박스가 필자를 맞이해준다. 작은 박스에는 여분의 이어팁과 설명서, 그리고 micro 5 Pin 케이블이 들어 있다. 제품 주변에는 스펀지가 둘러싸여 있어 제품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준다.

이어 팁(소, 대 사이즈), micro 5 Pin 케이블 30cm, 설명서, 그리고 direm W1 

 번들 구성품은 간결하다. ORZA for Wireless 이어 팁, 충전을 위한 micro 5 Pin 케이블, 설명서, 본체가 전부다. ORZA의 경우, 기본적으로 중 사이즈가 제품에 끼워져 있으나 귀에 맞는 이어 팁으로 변경하여 사용하는 걸 권장한다. 마이크로 5핀 케이블 같은 경우엔 동봉된 케이블이 아니더라도 다른 걸 사용할 수 있으니 필자는 고이 박스에 넣어두었다. 설명서는 direm W1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direm W1 크레들의 모습

 direm W1의 크레들은 HT1에 적용되었던 앱스트랙트한 무늬와 direm 덮개가 그대로 적용되어 어딘가 낮익은 느낌을 준다. 마치 구형 아이폰을 쓰다가 최신 아이폰으로 업그레이드했는데 핸드폰을 켜는 순간 친숙함이 밀려오는 느낌이랄까. 물론 사이즈는 HT1에 비해 확실히 작아졌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게 에어팟을 생각나게 한다. HT1에서는 지원되던 충전 크래들의 무선 충전 기능이 빠졌고 충전 단자가 아직도 마이크로 5핀을 사용한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이 녀석의 가격이 얼마인지 다시 확인해보자.

전면에 위치한 충전 크래들 충전 LED

 충전 크래들의 전면에는 충전 크래들의 배터리 잔량을 나타내주는 LED가 내장되어 있는데, 배터리 잔량이 60퍼센트 미만일 경우엔 빨간색, 60%에서 90% 사이일 때는 초록색, 90%에서 완충이면 하얀색으로 표시된다. 따로 확인할 수 있는 버튼은 없고 충전기에 크래들을 충전하고 있을 때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LED가 보여주는 색 중, 빨간색과 초록색은 정상적으로 보여주지만, 하얀색의 경우는 충전 크래들이 가지고 있는 색 때문에 사진에서 보이듯 노란색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명확하고 짙은 색으로 배터리 표시를 해 주면 좋을 듯 하다.

충전 크래들의 밑면

 충전 크래들의 밑에는 direm 브랜드와 SF 드라이버, 그리고 제조회사와 크래들의 배터리 용량, 제품명 등의 정보들이 간략하게 나열되어 있다. 더욱 자세한 설명은 설명서에 적혀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설명서를 읽어보자.

충전 크래들을 연 direm W1

 충전 크래들을 열면 direm W1의 유닛들이 모습을 보인다. HT1의 유닛에 과도할 정도로 크게 'direm' 글자가 있었던 걸 의식하였는지 이번엔 블랙/그레이의 투톤 디자인으로 바뀌었는데 굉장히 깔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취향이니 존중해주자.

direm W1의 유닛 모습

 direm W1의 유닛에는 "딸깍" 하는 느낌이 인상적인 멀티 버튼과 배터리 충전량 및 작동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LED 램프, 그리고 통화를 위한 마이크가 배치되어 있다. 충전 LED의 경우, 충전 크래들 안에 넣어도 밝은 공간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멀티 버튼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누르느냐에 따라 작동하는 기능이 달라지는데, 가장 중요한 로우 레이턴시 모드 역시 멀티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활성화할 수 있다. 자세한 기능은 설명서를 참조하길 바란다.

2세대 APAS(Auto Pressure Adjusting System) 홀

 direm E3에 최초로 적용되었던 APAS(Auto Pressure Adjusting System)는 direm W1에도 적용되었는데, 이번엔 멀티 버튼과 몸체 사이에 APAS 홀이 한 개 더 추가되어 총 2개의 APAS 홀로 구성되어 있다. APAS 홀이 늘어남에 따라 소리가 외부로 새 나갈 수 있다는 염려가 들었지만 실제로 착용해본 결과, direm E3만큼 자연스럽게 압력을 줄여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direm W1에 기본적으로 적용된 ORZA for Wireless와 함께 사용한다면 더욱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코드리스 이어폰을 위해 개발된 ORZA for Wireless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ORZA for Wireless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기존에 호평받던 ORZA 이어팁을 코드리스 이어폰을 위해 새롭게 설계하면서도 기능적인 부분은 그대로 가져온 이어 팁이다. 기존의 ORZA 이어팁과는 겉보기엔 차이가 없지만, 이어폰에 고정되는 코어의 길이가 충전 크래들에 충분히 수납할 수 있도록 짧아졌다. 물론 다른 코드리스 이어폰에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ORZA for Wireless 팁은 코어의 장력이 더욱더 강해 이어폰에 한 번 끼우면 왠만해선 잘 벗겨지지 않는다. 별도 판매도 하고 있으니 이어팁이 사방팔방으로 도망 다녔던 코드리스 이어폰을 쓰고 있다면 이참에 적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direm W1을 착용한 모습

 코드리스 이어폰이라면 뭐니 뭐니 해도 착용감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인체에 직접 닿는 물건인만큼 착용감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필자의 주력 이어폰인 에어팟 1세대에서 무척 만족감을 느꼈기 때문에 필자 나름의 결론일 수도 있다. direm W1은 편안한 착용감을 위해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 필자가 귀에 착용해본 결과, 귀가 불편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에어팟을 착용했을 때엔 전혀 거슬리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당장 필자의 지인들은 생각보다 편하다고 호평한 것을 보면 그냥 필자의 귀가 direm W1에 맞지 않는 귀였나 보다.

 여담이지만 귀에 이어폰을 착용하려 할 때, APAS쪽 문제인지는 몰라도 이압으로 인해 진동판이 '딸깍'하는 소리를 내며 정상적으로 소리를 재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엔 살짝 이어폰을 건드려주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은근히 조절하는 과정이 귀찮다. 특히 멀티 버튼을 조작할 경우에도 가끔 발생하는터나 사용하는 도중엔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필자의 경우는 왼쪽 유닛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했는데, 오른쪽 유닛에선 발생하지 않는 것을 보아 제품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

페어링

페어링을 준비하는 direm W1

 direm W1과 페어링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충전 크래들을 열어서 유닛을 꺼내놓은 후 블루투스 장치 선택 화면에 들어가서 'direm W1'을 선택한 다음 음악을 듣던 동영상을 감상하면 된다. 그러나 direm W1을 처음 페어링한 기기에서 다른 기기로 바꿔 페어링하는 건 조금 번거로운데, 왜냐하면 특별히 설정을 하지 않아도 direm W1은 처음 페어링한 기기에 자동으로 연결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기존에 등록된 기기에서 페어링 등록을 해제한 뒤 direm W1을 원하는 기기에 등록해 사용하는 것, 두 번째는 direm W1의 설정을 초기화한 후 사용하는 것이다. 어느 방향이든 손이 많이 가는 방법들이라 다양한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좀 귀찮을 수도 있다. 만일 멀티 페어링만 지원했다면 문제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Absolute Connection?

 direm W1에는 Absolute Connection이라 불리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는데, 이는 무선 연결과 관련된 기술이다. 이에 관해 서술하기 앞서, 코드리스 이어폰의 연결 방식에 대해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코드리스 이어폰의 유행을 만들어낸 에어팟이나, 코드리스 이어폰을 저렴한 가격에 대중화를 이끈 QCY T1의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스테레오 동시 연결이 아니다.

마스터 슬레이브 & 스니핑

 QCY T1은 한쪽의 유닛이 직접적인 데이터 교환의 주체가 되어 다른 쪽의 유닛으로 데이터를 넘겨주는 마스터-슬레이브 방식, 에어팟의 경우는 먼저 꺼낸 유닛이 마스터가 되어 다른 쪽 유닛의 신호를 가로채 동기화를 진행하는 스니핑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들의 방식에는 기술적으로 약간씩 문제가 있었다. 마스터-슬레이브의 경우엔 마스터 유닛이 크래들에서 충전 중이면 단독으로 슬레이브 유닛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마이크가 마스터 유닛에만 있어 통화 시 마스터 유닛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마스터 유닛과 슬레이브 유닛의 통신이 매끄럽지 않아 잦은 끊김이 발생하였다. 스니핑 방식의 경우, 마스터-슬레이브와 달리 마스터 역할을 하는 유닛이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에 양 유닛 다 마이크 및 단독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마스터 역할은 하는 유닛의 배터리가 약간 빠르게 소모되고 특정 회사의 기기만 이 기술을 사용한다.

Absolute Connection

 direm W1에 적용된 Absolute Connection은 마스터-슬레이브 방식, 스니핑 방식의 단점들을 대폭 개선한 연결 방식이다. 즉, 각각의 유닛이 호스트 기기로부터 직접 L/R 신호를 받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한쪽 유닛만 단독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양쪽 유닛 중 어느 쪽을 사용하던 마이크가 달려 있어 통화가 가능하다. 양 쪽 다 사용한다 해도 한쪽 배터리만 빠르게 소모되는 것이 아닌 양 유닛의 배터리가 동일하게 소모된다. 다만 각 유닛이 하나의 단독적인 기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가끔 페어링 시 별도의 기기로 잡히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이 경우엔 양 유닛의 멀티 버튼을 꾹 눌러 동기화하는 작업을 해 주면 정상적으로 1개의 기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기기에 연결 시 통화+음악으로 연결되는 게 아닌 통화 Only로 연결되는 문제, 이유 없이 지직거리며 연결이 끊긴다는 사례가 다른 유저들에 의해 보고되고 있다. 필자의 물건에선 아직 그러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아직 Absolute Connection이 완성된 기술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추후 출시될 차기작에선 더욱 완벽한 기술력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물론 기존 장비도 패치가 되면 좋겠지만.

Battery

iPhone SE에서 확인한 direm W1의 배터리 잔량.

 코드리스 이어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배터리 소모율인데, 코드리스 이어폰은 보통 외부에서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배터리 소모율이 궁금했기에 곧바로 테스트에 들어갔다. 테스트는 15시 31분부터 아이폰 SE의 볼륨 60%로 음악 재생을 하는, 지극히 필자의 평소 환경에 맞춰 이루어졌다. 테스트 시작 후 약 3시간 56분이 지난 19시 27분에 유닛들의 배터리가 전부 방전되었다. 즉, direm W1은 최대 4시간 동안 밖에서 적절한 음량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외부에서 어떻게 사용하였는지, 로우 레이턴시 모드를 사용했는지의 여부에 따라 더욱 길어지거나 짧아질 수도 있다.

 충전 크래들을 통한 유닛의 완충 시간 측정은 유닛이 방전된 뒤 약 4분 후인 19시 31분부터 진행하였는데, 약 1시간 23분 뒤인 20시 54분에 양 유닛들이 전부 충전 완료되었다. 에어팟처럼 충전 크래들 자체에서 유닛 고속 충전을 지원하는지에 대해서는 테스트해보지 않았다. 본 테스트 결과는 실제 사용 시 어느 정도로 배터리가 소모되는지에 대한 단순히 참고 데이터로 보면 좋을듯 하다.

Low Latency Mode

데레스테 같은 게임 해서 죄송합니다만 노래는 좋아요.

 모든 분이 궁금하셨을 로우 레이턴시 모드, 솔직히 필자도 매우 궁금했다. 필자는 음악 작업을 하는 엔지니어이기도 하지만 1ms의 차이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리듬 게임을 즐겨 하는 리듬 게임 플레이어이기도 하다. 리듬 게임에 있어 지연율은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음악과 긴밀하게 연계되는 게임 장르의 특징상 레이턴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스코어의 차이 및 음악 노트 판정이 바뀌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direm W1의 로우 레이턴시 모드를 테스트하는 데에는 리듬게임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 실제로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테스트에 사용된 휴대폰은 삼성 갤럭시 노트 5이고 플레이한 게임은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스테이지, 세팅 값은 터치 음 없음/싱크 +40으로 진행하였다. 평소 필자는 터치 음을 켜고 플레이하는 쪽이지만, 게임의 문제인지 터치 음이 싱크를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부득이하게 터치음을 끄는 쪽으로 진행했다. 터치음이 있었던 상태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필자에게 있어 평범한 곡이더라도 훨씬 어렵게 다가왔다.


로우 레이턴시 모드를 활성화하는 법

1. direm W1을 기기에 페어링한다.

2. 멀티 버튼을 빠르게 3번 누른다.

3. 띠디~띠 하는 비프음이 나오면 적용 완료!

*단, 충전 크래들에 유닛을 충전 시 자동으로 로우 레이턴시 모드는 Off.


direm W1으로 Full Combo, 가능은 합니다.

 생각보다 플레이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direm W1로는 유선 이어폰을 끼고 리듬 게임을 하는 것과 동일하게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가능했다. 유일하게 불편했던 점이 있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필자의 휴대폰 파지 방법과 관련이 있다. 필자는 평소에 휴대폰을 들고 리듬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튀어나온 이어폰 단자 부분에 새끼손가락을 얹어 안정적으로 휴대폰을 고정하는 용도로 사용하곤 했다. 그런데 고정할 단자가 없으니 새끼손가락이 갈 곳을 잃어버려 전체적인 밸런스가 흐트러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런데 결론적으로는 리듬 게임을 플레이 하는데엔 코드리스 이어폰을 쓸 일은 없을 듯 하다. 물론 로우 레이턴시 모드로 충분히 사용이 가능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고 필자에게 있어 유선 이어폰이 압도적으로 편하다. 밖에서 리듬 게임을 할 일도 없기도 하고, 유선 이어폰 쪽이 레이턴시에 있어 훨씬 우위를 가지고 있기도 하니까 말이다. 무엇보다 코드리스 이어폰으로 리듬 게임을 하려면 싱크를 다시 맞춰야 한다. 이미 잡아놓은 싱크 설정을 건드리는 건 너무 귀찮다!

Listening Music

direm W1으로 음악을 들어보자

 음향 기기에 대해 글을 쓰기란 무척 힘들다. 소리라는 주관적인 영역에 대해 최대한 납득할 수 있는 문장으로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direm W1의 경우는 하만 타겟 99% 일치라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있어 상대적으로 설명하기엔 용이하지만 하만 타켓에 맞췄다 해서 곧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소리가 되는 건 아니다. 그렇기에 음향 기기는 직접 들어보고 구매하는 게 가장 베스트다. 글은 언제나 참고일 뿐이다.

 제품을 수령하고 약 5일간, 필자는 direm W1을 통해 일렉트로닉부터 팝, 클래식 등의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었으며 과거에 필자가 작업하였던 작업물도 동시에 들었다. 청음에 사용할 장비는 필자의 휴대폰인 iPhone SE와 카메라로 사용되고 있는 삼성 갤럭시 노트 5이고 음원은 CD에서 320kbps로 직접 리핑한 AAC 음원과 Spotify의 최고음질 설정을 사용하였다. 이전 글과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장비가 없어 주관적인 서술 위주로 진행되는 점에 대해서 미리 양해 부탁드린다.

 서술하기에 앞서 소니캐스트의 블로그 포스팅에서 언급한 것처럼 로우 레이턴시 모드를 구현하기 위해 시제품에 존재했던 AAC 코덱이 삭제되었다. 즉 direm W1은 SBC 코덱만 지원한다. 소니캐스트에서는 SBC만으로도 충분히 고음질을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자세한 판단은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내리겠지만 말이다.
 *2020.06.01 추가: 소니캐스트에서는 2020년 6월 1일, AAC 코덱을 원하는 사용자들을 위한 AAC 코덱 펌웨어를 배포하고 있다. AAC 코덱으로 업데이트하고 싶은 사용자라면 다음의 글을 참조해주시길 바란다.

 

[링크: direm W1에 AAC 코덱을 업데이트 하는 방법]


"하단에 서술할 청음 후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1. Paul Bazooka - The Rain Maker (Extended Mix)

 필자가 처음 플레이한 리듬 게임, DJMax 시리즈의 Portable 3에 수록된 곡으로, 리듬 게임의 느낌이 아닌 정통 트랜스의 향이 넘치는 음악이다. 필자가 리듬 게임이란 장르를 넘어 디제잉, 작곡, 그리고 음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음악으로, 감상에 사용된 버전은 셀프 익스텐디드 믹스 버전이다. 전체적인 톤 밸런스는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상대적으로 로우 에너지가 강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킥이 나오는 100Hz 대역이 그렇다. 이러한 소리를 최근에 들어본 적 있다고 생각했더니, direm E3의 소리가 이랬다. 다만 direm E3보다 베이스의 질감이 상대적으로 뭉툭하게 나오는 경향을 보였다.

 

#2. 레드벨벳 - Psycho

 소속 멤버들의 이름은 모르지만, 음악 하나 때문에 믿고 구매하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6-7집 미니 앨범 리패키지, 'The ReVe Festival' Finale에 수록된 1번 트랙으로, 일렉트로닉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실험적인 요소들을 접목한, 주류 SM 컬러에선 많이 벗어난 곡이라 생각한다. 음악을 듣자마자 서브 베이스가 이어팟보다 상대적으로 강하게 귀를 강타했다. 일반적으로 많이 선호하는 V자 튜닝인 줄 알았는데 저음역만 많이 강조되어 있나? 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큰 PA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 느낌이 들었는데, 필자가 좋아하는 음색은 아니다.

 

#3. Stuttgarter Kammerorchester & Karl Münchinger - Canon in D

1989년에 레이블 DECCA를 통해 발매된 음원으로 칼 뮌힝거가 지휘한 파헬벨의 카논 D장조 레코딩으로, 시투르가트르 실내 관현악단의 연주가 일품인 음원이다. 시투르가트르 실내 관현악단과 민힝거의 특징인 치밀한 앙상블은 본 음원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SF 드라이버의 성능이 좋아서 그런가, 대형 스피커에서 들려주는 그 감동을 비슷하게나마 구현해냈다. 특히 전체적으로 몰아치는 콘트라베이스의 강렬한 중압감과 시원하게 뻗어나가는 바이올린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4. BTB - おもちゃぼっくす

 2019년 12월 31일에 일본에서 발매된 milkyway TRAXX의 세 번째 컴필레이션 앨범, Dīversitās 0019에 6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음악으로, 태고의 달인에 수록된 'アサガオ'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 BTB가 작곡하였다. 필자가 믹싱 및 마스터링을 진행한 음악이기도 한데, 져지 클럽 파트와 퓨처 베이스의 조합이 인상적인 음악이다. 필자가 작업하면서 의도하고자 했던 요소들은 전부 충실하게 들려준다. 다만, 멜로디 이외의 요소들이 더욱 강하게 들리는 경향을 보여준다. 음악의 각 요소는 잘 들려주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이 살짝 빈약한 트리플 파이에서 듣던 소리다.

 

#5. 村上 巴 - おんなの道は星の道

 2018년 4월 4일에 발매한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내부의 가상 아이돌, 무라카미 토모에의 솔로곡으로, 아이돌 노래이면서 특이하게 장르가 엔카다. 작곡가는 일본의 유명한 엔카 작곡가 유명한 겐 테츠야, 편곡가는 난고 테츠야, 가사는 겐 테츠야의 아들인 타무라 타케라가 담당했으며, 이 곡을 커버한 성우인 하나이 미하루 역시 일본 민요 대회 우승자 출신이라 엔카에 어울리는 음색을 들려준다. 스트링 및 기타 등 배음이 고음역에 위치해 있는 악기들과 보컬에 있어서 굉장히 자연스럽게 소리를 들려주는데, 베이스 표현에 있어선 에너지가 과도하게 느껴졌다.

 

 종합하면, direm W1의 소리는 같은 회사의 유선 이어폰인 direm E3의 소리와 흡사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플랫하지만, 음악 감상을 위해 저음역과 고음역이 강조된 일명 V자 성향으로 튜닝되었다. 또한 베이스 대역이 E3보다 살짝 뭉툭하게 들리는 것을 보아 아웃도어에서 주로 사용할 것을 고려한 흔적들이 일부 느껴졌다. 소리 자체로서는 하만 타켓 99%를 만족할 만한 소리라 생각한다. 저음이 강해서 필자가 좋아하는 소리가 아니긴 하지만.

 "AAC가 삭제되어 음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을 것이다"란 우려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하는데, AAC가 남아있었던 시제품에서 들었을 때의 소리와 AAC가 삭제되어 출시된 최종 제품의 소리 사이에는 약간의 괴리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음악을 들었을 때 시제품에서 느꼈던 해상도와 이미지가 살짝 더 투명하고도 넓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최종 제품의 소리가 좋지 않다는 건 아니다. 다만 레이턴시가 우선으로 할지, 아니면 음질이 우선으로 할지 코드리스 이어폰을 제작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긴 하다.


Conclusion!

direm W1 & ORZA for Wireless

 소니캐스트에서 제공하는 direm W1 상품 페이지 자료에서 direm 시리즈를 기획한 의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들이 진정한 원음을 접했을 때 음향과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고 믿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낮은 가격을 목표로 개발하였다. 

 좋은 퀄리티의 음악 장비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게끔 한다는 건 분명 좋은 의도이다. direm W1도 그렇고 이전에 출시한 direm E3 역시 그러한 의도가 있었기에 저렴한 가격에 좋은 음질을 들려줄 수 있었다. 그러나 좋은 소리 이전에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데, 여기서 기본이란 제품마다 다른 작동 오류나 QC 등을 말한다. 소니캐스트의 제품들은 처음 dirac이 출시되었을 때 QC가 빈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저가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각 이어폰마다 미세조정을 하기엔 확실히 힘들다. 그러나 이미 direm E3은 과거에 있었던 피드백을 반영하면서 과거의 실수들을 대거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 direm W1은 이제 2세대다. 첫술에 배부르게 먹는 회사도 있겠지만 소니캐스트의 경우는 아닌 거 같다.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리자면, 필자 생각에 direm W1은 코드리스 이어폰에 입문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비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많이 듣는 헤비한 리스너들은 소니나 애플 등 이미 direm W1보다 좋은 성능의 코드리스 이어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니캐스트 direm W1은 스마트폰을 사면 따라오는 번들 이어폰에서 조금 좋은 장비로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정말 매력적인 음색에 들려준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초보자 마을에서 벗어나 진정한 용사가 되기 위해 두번째 마을로 넘어가기 위해 장만한 초급 철제 갑옷 같은 존재다. 게임상의 초보자 장비가 늘 그렇듯 가격이 저렴한 대신 특정 부분에 있어서 스텟 상 한계가 있어 다른 장비로 넘어가기 일쑤인데, direm W1 역시 비슷하다. AAC를 뺀 이유 역시 일부러 단점을 만들어서 다른 장비로 넘어가게끔 한 건 아닐까? 란 생각도 든다. 필자가 코드리스 이어폰의 대명사로 알려진 에어팟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계속 direm W1을 사용했을 것이다.

 여담으로, 소니캐스트의 제품은 출시하자마자 구매하지 말고 조금 인기가 식으면 구매하라는 많은 유저들의 조언이 인터넷에서 보인다. 이는 필시 QC문제에 학을 뗀 유저들의 진심 어린 충고일 것이다. 제품이 가성비가 좋으려면 완성도도 좋아야 한다. 음질도 중요하지만 너무 QC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본 글은 '소니캐스트' 로부터 제품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이 100% 반영되어 있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