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9. 27. 22:36ㆍLife/Fragrance

패션 브랜드 톰 포드의 향수 컬렉션은 두가지로 나뉜다. 일반적인 향수 컬렉션도 좋은 향들이 많지만 특유의 체스말 디자인을 가진 프라이빗 블렌드는 비싸지만 그만큼 고급진 향을 내 주는 시리즈다. 이번에 소개할 오드 우드 또한 프라이빗 브랜드에 포함되어 있음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향수 중 하나다. 이름의 Oud는 침향나무의 수지를 말하며, 특유의 향 덕분에 종교 의식에 많이 사용되어왔다. 침향나무의 수지는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기에 천연 오우드를 쓰는 것으로 향수를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높은 가격대는 감당해야겠지만. 현대 화학 기술의 발달로 오우드 향을 화학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어 수많은 향수들이 오우드 향을 사용하여 향수를 만들지만, 톰 포드는 제일 클래식하면서도 품위있게 오우드를 표현했다. 혹자는 진짜 오우드는 이런게 아니야 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톰 포드는 이게 오우드라고 말하고 있다. 자기네들이 그렇다던데 뭐 믿어줘야지. 나는 예전에 친구와 향수를 시향하러 다닐 때 한번 간단하게 체험했었지만 당시에는 잔향이 타이어 냄새만 났던 기억이 있어 뒤로 미뤄두었다. 그럼에도 왜 다시 구매했는가? 나무 향 좋아하는데 오우드가 없으면 안되지 않나? 단 하나의 이유 떄문이다.

피부에 몇 번의 펌핑 후 느껴지는 향은 강렬한 나무 향이 코를 스쳐 지나갔다. 이름대로 나무를 주제로 향이구나 라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다. 재밌었던 부분은 첫 나무 향이 지나간 이후인데, 나무가 점점 고무가 타는 느낌으로 변주된다. 그런데 고무 타는 향이 기분 나쁜 화학적 고무가 아닌 천연 고무가 타는 묘한 느낌으로 변화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고무 향은 바닐라로 변화하여 피부에 조용히 존재감을 낸다. 인위적인 바닐라가 아닌 굉장히 배고픔을 느낄 정도의 바닐라 향이다. 향수에서 이런 맛있는 바닐라 향이 나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거기 있었던 것처럼 조용히 향을 발하게 된다.

톰 포드는 가격으로 굉장히 악랄하다는 평을 받는다. 실제로 누가 재미삼아 만든 향수 계급도에도 하이엔드 향수로 자리잡고 있다. 톰 포드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에서 디자이너 향수를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르긴 다르다. 향을 매우 젠들하면서도 재미있는 방향으로 변주한다. 다른 톰 포드의 라인업도 이런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면 한번 더 들이고 싶을 정도다.
한줄평: 톰 포드가 생각하는 오드의 극치는 굉장히 젠틀하고 맛있는 방향이다.
Tom Ford Oud Wood EDP
정가: 30ML 기준 268.000 원
구매 이유: 나무 향을 좋아하는데 오우드를 안 사는게 말인가?
어코드: 우디 / 오드 / 웜 스파이시 / 아로마틱 / 바닐리 / 발사믹 / 프레쉬 스파이시 / 앰버 / 파우더리 / 스위트
지속력: 피부에 1뿌 기준 6~7시간, 섬유에 뿌릴 경우 실내 기준 2일
추천 나이: 20대 후반 ~ 30대 초 사이 / 양복을 잘 차려입은 샐러리맨